가을이 시작될 무렵 밖에 나가면 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아직 단풍이 제대로 든 것도 아닌데 문을 여는 순간...
"어? 가을 냄새 난다." 싶은 날이요.
저는 당연히 선선해진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궁금해졌어요.
정말 가을에만 나는 특별한 냄새가 따로 있는걸까 하고요.
찾아보니 우리가 말하는 '가을냄새' 가 딱 하나의 향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지만요.
대신 우리가 가을에 흔히 만나는 자연의 냄새 중에는 실제로 어디에서 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찾아보니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낙엽 냄새는 진짜예요

가을 하면 역시 낙엽부터 떠오르죠.
나무에서 떨어진 잎은 땅 위에서 미생물 등에 의해 천천히 분해돼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방출될 수 있는데요.
실제로 낙엽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동안 휘발성 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돼 있어요.
그러니 가을 숲이나 공원에서 낙엽이 쌓인 곳을 지나다 특유의 냄새를 느끼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던 거죠.
저는 낙엽 하면 바스락거리는 소리부터 떠올렸는데...
알고보니 냄새 쪽에서도 열심히 가을을 담당하고 있었더라고요.
달달한 가을 냄새가 나는 나무도 있어요

가을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달달한 냄새가 훅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근처에 빵집이라도 있나 싶지만, 의외로 계수나무에서 나는 향일 수도 있습니다.
계수나무는 가을이 되어 잎이 노랗게 물들고 떨어질 무렵, 달콤한 향을 내는 것으로 유명한 나무예요.
이 향에는 말톨이라는 향기 성분 등이 관련되어 있고, 사람에 따라 솜사탕이나 캬라멜, 구운 설탕 같은 냄새로 느끼기도 한다고 해요. 😲
재밌는 건, 여름의 푸른 잎에서는 이 향이 두드러지지 않다가 잎이 노화하는 과정에서 달콤한 향이 강해진다는 점이에요.
그러니까 가을길에서 갑자기 달달한 냄새가 났다면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범인은 나무일 지도 모르니까요.
선선한 공기와 가을 냄새

제가 제일 궁금했던 건 이거였어요.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낙엽이 쌓인 곳도 아닌데, 어느 날 아침 선선한 공기를 맡자마자 가을 냄새 난다고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찬 공기 자체에 정말 가을 냄새가 있는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우리가 냄새를 맡으려면 냄새를 가진 물질이 코에 들어와야 하는데, 온도가 자연에서 여러 휘발성 물질이 방출되고 퍼지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기온이 내려간다고 해서 '가을냄새' 라는 새로운 향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선선한 공기에서 가을을 느끼는 경험은 분명 있지만, 그 이유를 단순히 '찬 공기 자체의 냄새' 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아요.
저는... 가을바람 자체에 뭐라도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
냄새만 맡았는데 옛날 생각이 나는 이유

후각은 기억과 감정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특정한 냄새가 과거의 장면이나 그때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특정한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예전에 갔던 여행이나 오래전 산책을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저도 계절이 바뀔 무렵 어떤 냄새를 맡으면 설명하기도 전에 '아, 이때가 왔구나.' 싶을 때가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달력은 날짜를 알려주지만, 계절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건 의외로 코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을 냄새는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가을냄새' 라고 정해진 하나의 향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가을에는 낙엽처럼 실제로 냄새를 만들어내는 자연적인 원인들이 있고, 우리는 그 주변에서 여러 냄새를 실제로 맡습니다. 그러니 가을 냄새를 단순히 기분이나 착각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죠.
다만 그 냄새들이 하나로 합쳐져 '가을냄새' 라는 별도의 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또 가을 냄새는 분명 있지만, 모두에게 똑같은 것도 아니에요.
사람마다 자주 접하는 환경도 다르고, 어떤 냄새를 가을과 연결해 기억해 왔는지도 다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낙엽 냄새가, 또 누군가에게는 달큰한 나무 향이 가을일 수 있거든요.
결국 가을 냄새는 하나가 아니라, 사람 수만큼 조금씩 다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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