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친구가 해주는 많은 일을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어요. 
 
친하니까 옆에 있어주고, 자리를 맡아주고, 내 편을 들어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줄만 알았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누구나 내 마음까지 세심하게 살펴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예전 친구들을 떠올리면 뒤늦게 고마워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 때는 미처 몰랐던 친구의 행동 속에, 생각보다 많은 배려가 숨어 있었어요. 




1️⃣ 먼저 다가와준 친구 

 
 
 

 
 
새 학년이 시작되거나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면 이미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어색하게 서 있을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친구가 있었죠. 
 
"같이 갈래?"
 
그러고는 자기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해주고, 제가 대화에 끼지 못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슬쩍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그 때는 덕분에 금세 친해져서 별생각 없이 지나갔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자기 친구들과 노는 게 훨씬 편했을텐데, 혼자 있는 사람을 보고 먼저 다가와준 거잖아요. 
 
돌이켜보면, 낯선 곳에서 먼저 건네준 그 한마디도 친구의 배려였다고 생각해요. 
 
 

2️⃣ 내 자리를 맡아준 친구

 
 
 

 
 
급식실이나 체육관에 늦게 들어가면 친구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어요. 
 
"야, 여기!"
 
옆자리에는 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고요. 
 
누가 앉으려고 하면 "여기 친구 와" 하면서 계속 비워뒀겠죠?
 
당시에는 가방을 치우고 아무렇지 않게 앉았어요. 
 
친구 옆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3️⃣ 창피할 때 모른 척 해준 친구

 
 
 

 
 
발표하다 말을 버벅이거나 사람들 앞에서 넘어지는 등 창피한 순간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해주고, 누군가 계속 놀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주는 친구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민망하지 않도록 모른 척 해준 것 같아요.
 
뭔가를 해주는 것만큼, 불편한 순간을 굳이 건드리지 않는 것도 배려였던 거죠.
 
 

4️⃣ 돈 때문에 난처할 때 챙겨준 친구

 
 
 

 
 
친구들과 분식집에 갔는데 깜빡하고 지갑을 두고 온 날, 여러 사람 앞에서 돈 얘기를 꺼내는 대신 슬쩍 계산해준 친구가 있었어요.  
 
다음에 니가 사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줘서 민망할 일도 없었고요. 
 
그 때는 친구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누군가를 챙기면서 생색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5️⃣ 비밀을 계속 비밀로 둔 친구

 
 
 

 
 
친구에게는 남들에게 하지 못 하는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좋아하는 사람부터 집안 이야기, 누구에게 서운했는지까지...
 
그 때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요. 
 
시간이 지나 서로 어울리는 친구가 달라지기도 하고, 가끔은 싸울 때도 있었죠.
 
그런데도 제가 했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들은 적은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비밀을 말했던 것보다 그 비밀이 계속 비밀로 남아있었다는 게 더 기억에 남아요.  
 

 

6️⃣ 나만 모를 때 알려준 친구

 
 
 

 
 
여럿이 모여 이야기 하다 보면 나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 할 때가 있는데요. 
 
다들 웃고 있는데 영문도 모르면서 따라 웃기는 애매하잖아요. 
 
그럴 때면 옆에 있던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무슨 이야기인지 슬쩍 설명해주곤 하던 게 기억나요. 
 
"아까 이런 일이 있었거든..."
 
덕분에 대화를 끊어가며 무슨 말인지 물어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었어요.
 
몇 마디 안 되는 설명이었지만, 덕분에 혼자 겉도는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됐죠.
 
 

7️⃣ 흑역사를 아무데서나 말하지 않은 친구

 
 
 

 
 
오래된 친구는 서로 알고 있는 게 참 많아요. 
 
누구를 좋아했는지는 기본이고, 고백했다가 민망해진 일이나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했던 일처럼 지금은 꺼내고 싶지 않은 일들...
 
둘이 있을 때는 그런 이야기도 추억이라며 실컷 웃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상대가 민망해할 만한 이야기를 절대 먼저 꺼내지 않죠. 
 
남의 이야기는 때로 가장 쉬운 웃음거리가 돼요. 
 
그래서 그런 걸 말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깊이가 보이는 것 같고요. 
 
그 친구가 지켜준 건 비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내 체면이기도 했네요. 
 
 

8️⃣ 내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친구

 
 
 

 
 
시험을 잘 봤거나 합격했을 때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나 됐어!"
 
한마디만 해도 같이 놀라고, 신나서 축하해주니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괜히 눈치 볼 필요도 없고요. 
 
살다보면 잘된 일을 이야기 할 때, 자랑처럼 들릴까봐 말을 줄이게 될 때가 있잖아요.
 
내 기쁨을 굳이 작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무척 귀한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주는 것도 힘든 순간 곁에 있어주는 것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이니까요. 
 
 

9️⃣ 말할 때까지 기다려준 친구

 
 
 

 
 
힘든 일이 있어도 바로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보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계속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오히려 더 말하기 싫어질 때도 있잖아요. 
 
한 번 물어본 뒤 평소처럼 밥 먹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려주는 게 더 편할 때도 있고요.
 
그러다 마음이 좀 정리되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그때 가만히 들어주는 거예요. 
 
아무리 친해도 모든 이야기를 바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꽤 고마운 배려인 것 같아요. 
 
 

🔟 내가 싫어하는 걸 기억해준 친구

 
 
 

 
 
친구끼리 지내다 보면 사소하게 싫어하는 것까지 알게 되잖아요. 
 
작게는 못 먹는 음식부터, 듣기 싫은 별명, 유난히 싫어하는 장난, 한 번쯤 지나가듯 말해서 정작 본인은 말한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는 그런 종류의 것들까지 모두요.  
 
그런데 나중에 같이 밥을 먹거나 장난을 칠 때, 그걸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피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게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여도 사실 이런 기억에는 관심이 필요하거든요. 
 
좋아하는 걸 챙겨주는 것도 다정한 거지만,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종류의 배려인 것 같아요. 
 
그만큼 평소에 내 말을 귀담아들었다는 뜻이니까요. 
 

 


 
 
 
그 때는 친구가 해주는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둘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자리를 맡아주고, 비밀을 지켜주고, 난처한 순간을 모르는 척 넘겨주는 게 친구 사이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좋은 관계는 특별한 일을 해주는 것보다 사소한 순간에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요. 
 
그래서 예전 친구들을 떠올리면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아, 그 때 걔가 참 많이 배려해줬구나... 싶어서.
 
이 글을 읽으며 당신에게도 유난히 한 사람이 떠올랐다면, 그 친구는 꽤 좋은 친구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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