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10일은 한글날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궁금해집니다.
 
왜 하필 10월 9일일까요?
 
세종대왕 생일이라서? (나 진짜 이거 재밌어 죽겠음)
 
아닙니다.
 
그럼 세종대왕이 10월 9일에 한글을 만든걸까요?
 
그것도 아니에요.
 
10월 9일이 한글날이 된 이유를 알려면 지금으로부터 약 5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생각보다 날짜에 사연이 좀 있거든요. 
 
 

 
 

10월 9일에 한글을 만든 건 아니에요

 
 
먼저 가장 헷갈리기 쉬운 것부터 볼게요.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10월 9일에 한글을 만들어서 생긴 날이 아닙니다.
 
<세종실록>에는 세종대왕이 '1443년 12월에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그리고 1446년에는 새 글자를 만든 이유와 원리, 사용법 등을 설명한 책 <훈민정음>을 완성해 반포합니다.
 
우리가 흔히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책이요. 
 

훈민정음 해례본

 

쉽게 말하면 1443년에는 훈민정음이라는 새 글자를 만들었고, 1446년에는 그 글자를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한 책을 세상에 펴낸거죠. 
 
한글날은 1443년 훈민정음을 처음 만든 날이 아니라, 1446년 책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훈민정음 해례본을 반포한 정확한 날짜가 10월 9일이었을까요?
 
사실 정확한 날짜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아요.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고 있죠. 
 
그 날짜는 대체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첫 한글날은 10월 9일이 아니었어요

 
 
지금은 10월 9일이 한글날이지만, 처음부터 이날을 기념했던 건 아닙니다.
 
1926년, 우리말을 연구하던 조선어연구회는 훈민정음이 세상에 나온 지 480년이 된 것을 기념해 처음으로 한글날 행사를 열었어요. 
 
그런데 당시 기록에는 훈민정음이 1446년 음력 9월에 반포됐다는 내용만 있었고, 정확히 며칠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기념일로 정했어요.
 
그런데 음력과 양력은 날짜가 다르잖아요.
 
1926년 음력 9월 29일은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달력으로 11월 4일이었습니다.
 
즉, 첫 한글날 행사는 1926년 11월 4일에 열린 것이죠. 
 
이름도 지금과 달랐어요. 
 
바로 '가갸날' 이었는데요. 
 

가갸날 기념행사

 
 
한글을 처음 배울 때 말하는 '가갸거겨' 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후 1928년부터 '한글날'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날짜로 몇 차례 바뀌었어요.   
 
 

그러다 오래된 책 한 권이 발견됩니다

 
 
그러던 1940년, 한글날 날짜를 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나타납니다.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거예요.
 
이 책의 끝부분에는 정인지라는 사람이 쓴 글이 있었는데, 여기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정통 11년 9월 상한(上澣)'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뜻은 간단해요. 
 
정통 11년 : 1446년
9월 상한 : 음력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즉, 1446년 음력 9월 1일부터 10일 사이에 책이 완성됐다는 뜻입니다.
 
이전에는 9월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이제는 9월 초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 거죠. 
 
다만 정확히 며칠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기간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1446년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바꾸면 바로 10월 9일이에요.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날 날짜가 정해진 겁니다. 
 
 

10월 9일이 정확한 반포일은 아니에요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10월 9일에 훈민정음을 반포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옛날 기록에는 음력 9월 1일부터 10일 사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정확히 며칠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중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기념일로 정한겁니다.
 
위에서 말했듯 이 날짜를 양력으로 바꾸면 10월 9일이 되는 거고요. 
 
즉, 10월 9일은 실제 반포일로 확인된 날짜가 아니라, 옛날 기록을 바탕으로 정한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름도 날짜도 한 번에 정해진 게 아니었어요

 
 
한글날은 처음부터 지금의 이름과 날짜를 사용했던 게 아닙니다.
 
1926년 처음 기념했을 때는 '가갸날' 이라고 불렀고, 1928년부터 '한글날' 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죠.
 
날짜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요. 
 
처음에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정확한 날짜를 몰라 음력 9월 29일을 기념일로 정했었고요. 
 
이후 양력으로 날짜를 정하면서 10월 29일, 다시 10월 28일로 달라졌었습니다.
 
그러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단서가 나온거예요. 
 
훈민정음이 반포된 시기를 음력 9월 1일부터 10일 사이로 볼 수 있다는 기록이었죠.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기준으로 삼았고, 광복 후인 1945년부터 양력 10월 9일에 한글날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의 변화를 거쳐 지금의 한글날이 정해진 거예요. 
 
 

2026년 한글날은 100주년이에요

 
 
그리고 올해 한글날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1926년, '가갸날' 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한글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어요.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26년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둘 점이 있어요.
 
한글이 올해 100살이 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종대왕은 1443년에 한글을 만들었고, 1446년에는 한글을 만든 이유와 사용법을 설명한 책 <훈민정음>을 펴냈거든요.
 
즉, 한글 자체가 아니라 한글을 기념하기 시작한 역사가 100년이 된 것이죠. 
 

 


 
 
 
처음에는 지금과 이름도 날짜도 달랐던 한글날이 여러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10월 9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년 익숙하게 지나쳤던 한글날에도 이렇게 긴 역사가 담겨 있는 셈이에요. 
 
올해는 100주년인만큼, 한글날의 의미를 한 번쯤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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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주행을 잘 못 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열심히 보다가 재미가 늘어지면 슬슬 딴짓 하고, 어느 순간 몇 화까지 봤는지도 기억하지 못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거든요.
 
유명하다고 끝까지 봐주는 의리도 딱히 없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끝까지 봤다는 것 자체가 꽤 높은 평가인 셈인데요. 
 
이번에는 그렇게 살아남은 넷플릭스 애니 8편을 추려와봤어요.
 
유명작부터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까지.
 
줄거리와 함께 제가 추천하는 이유도 정리해볼게요. 
 
* 평점은 세계적인 영화, TV 정보 사이트 IMDb의 이용자 평가를 참고했어요. 10점 만점 기준입니다! 
 

 


 

## 1. 진격의 거인

 
 
 

 
 

• 2013 ~ 2023
• 다크 판타지, 액션
• 평점 9.1

 
 
거대한 벽 안에서 살아가던 인류와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의 싸움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에렌은 거인의 습격으로 가족을 잃은 뒤 조사병단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인간과 거인의 생존 싸움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알고 있던 사실이 하나씩 뒤집히는 게 짜릿해요. 
 
특히 초반에 뿌려놓은 단서들이 뒤에서 연결되는 과정이 굉장히 촘촘해서 앞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는 재미가 있고요. 
 
선과 악을 단순하게 나누지 않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 보이는 게 생각할 거리를 줘서 좋아요. 
 
반전과 복선 많은 작품을 좋아한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평점도 9.1점으로 이번 8편 중 가장 높아요. 
 
 

## 2. 장송의 프리렌

 
 
 

 
 

• 2023 ~ 
• 판타지, 모험
• 평점 8.9

 
 
보통 판타지는 마왕을 물리치러 떠나지만, 장송의 프리렌은 그 모험이 이미 끝난 뒤부터 시작합니다. 
 
오래 사는 엘프 프리렌은 인간 동료들이 늙어가는 시간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해요. 
 
그러다 동료의 죽음을 겪고, 그들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이 작품은 자극적인 사건 대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람의 마음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게 매력이에요. 
 
예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말과 행동이 수십 년 뒤 다른 의미로 돌아오는 장면들이 저는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잔잔하기만 한 건 아니고요. 
 
마법 전투와 소소한 웃음도 적당히 들어가 있어요. 
 
빠른 전개보다 천천히 빠져드는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네요. 
 
 

## 3. 약사의 혼잣말

 
 
 

 
 

• 2023 ~
• 미스터리, 드라마
• 평점 8.6

 
 
약과 독에 해박한 마오마오가 황궁에서 일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이야기예요.
 
이 작품의 재미는 남들이 지나치는 작은 단서를 마오마오는 어떻게 찾아내고, 그걸 바탕으로 사건을 풀어가는지 보는 데 있는데요. 
 
증상이나 음식, 냄새 같은 것에서 원인을 짚어내는 걸 보면 관찰력이 날카롭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정답을 알고 나면 앞에서 봤던 장면들이 그제야 이해되기도 하고요. 
 
마오마오라는 캐릭터도 독특합니다.
 
잘생긴 남자보다 독과 약초에 훨씬 관심이 많아서 로맨스 기류가 흘러도 정작 본인은 다른 생각 중일 때가 많거든요. 
 
사건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도 있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라,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에요. 
 
평점은 8.6점입니다.
 
 

## 4. 하이큐!! 

 
 
 

 
 

• 2014 ~ 2020
• 스포츠, 청춘
• 평점 8.7

 
 
작은 키에도 배구 선수를 꿈꾸는 히나타가 고등학교 배구부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 자신을 완전히 꺾었던 천재 세터 카게야마를 같은 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죠. 
 
어? 라이벌인 줄 알았더니 이번엔 같은 팀입니다.
 
제가 하이큐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배구를 잘 몰라도 경기를 보는 재미가 확실해서인데요. 
 
처음에는 규칙을 잘 몰라도 경기를 계속 보다 보면 선수들의 포지션이나 공격 방식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면서 배구 자체를 알아가는 재미도 생기고요. 
 
무엇보다 경기 장면이 짱 멋있어요. 
 
빠르게 이어지는 공격과 수비, 공 하나를 끝까지 살려내는 순간을 속도감 있게 보여줘서 실제 경기를 보는 것처럼 긴장하게 만들거든요. 
 
여기에 각자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고 실패했던 플레이를 결국 해내는 성장 과정까지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새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고요. 
 
상대 팀도 들러리처럼 다루지 않아 어느 순간 저쪽 선수 사정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허허.
 
스포츠 애니에 관심 없던 사람도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 5. 나 혼자만 레벨업

 
 
 

 
 

• 2024 ~
• 액션, 판타지
• 평점 8.5

 
 
몬스터와 싸우는 헌터 중에서 최약체였던 성진우가 죽을 뻔한 사건을 겪은 뒤 혼자서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추천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합니다.
 
성장하는 쾌감이 제대로라.
 
늘 목숨부터 걱정하던 주인공이 점점 강해지면서 예전에는 상대도 못 했던 적을 압도하는데, 성장 속도가 빨라서 답답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아요. 
 
전투 규모도 계속 커지니 이번에는 얼마나 세졌나~ 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고요. 
 
복잡한 이야기보다, 빠른 전개와 시원한 액션이 땡기는 날 보면 좋아요.
 
한국 웹소설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도 괜히 조금 반가운 사실이고요?
 
 

## 6. 주술회전

 
 
 

 
 

• 2020 ~
• 다크 판타지, 액션
• 평점 8.5

 
 
고등학생 이타도리 유지는 우연한 사건으로 저주의 왕 스쿠나의 손가락을 삼키게 됩니다.
 
이후 자신의 몸 안에 위험한 존재를 품은 채 주술사들과 함께 사람을 해치는 저주를 상대해요. 
 
주술회전은 캐릭터마다 능력과, 싸우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걸로 유명한데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도 궁금하고, 성격들도 확실해서 캐릭터에 푹 빠져드는 맛이 있어요. 
 
다만 초반만 보고 가벼운 액션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요,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꽤 어두워지거든요.
 
빠른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작품이고, 평점도 8.5점으로 높은 편이네요.
 
 

## 7. 귀멸의 칼날

 
 
 

 
 

• 2019 ~
• 액션, 판타지
• 평점 8.5

 
 
애니를 잘 안 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본 제목이죠. 
 
탄지로는 혈귀에게 가족을 잃고, 혈귀로 변해버린 여동생 네즈코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에 들어갑니다.
 
목표가 분명해서 처음 보는 사람도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귀멸의 칼날에서 빼놓기 힘든 건 역시, 전투 장면의 영상미인데요. 
 
기술을 사용할 때 펼쳐지는 연출이 워낙 화려해서 싸움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가 어마어마해요. 
 
무거운 이야기 사이에서는 젠이츠와 이노스케 같은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풀어주고요. 
 
스토리가 어렵지 않으면서 눈이 즐거운 액션물을 찾는다면 단연코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이건 워낙 유명해서...
 
아직 보지 않았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았는지 직접 확인해볼 만합니다.  
 
 

## 8. PLUTO

 
 
 

 
 

• 2023
• SF, 미스터리
• 총 8화
• 평점 8.1

 
 
마지막은 앞의 작품들보다 비교적 조금 덜 알려진 작품이에요. 
 
PLUTO는 우리가 잘 아는 <철완 아톰>의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인데요. 
 
<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낸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아톰도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고요. 
 
하지만 귀여운 아톰을 생각하고 시작하면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 있어요.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에서 세계적인 로봇들이 차례대로 죽어나가고, 로봇 형사 게지히트가 사건을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라서요. 
 
그런데 이건 단순히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추천하고 싶어요. 
 
로봇에게도 감정이 있다면 인간과 무엇이 다른지, 증오는 어디에서 시작되는지와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져서 다 보고 난 뒤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줘서요.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총 8화로 완결이라 너무 길게 끌지 않는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작품은 웬만큼 다 봤다!' 하는 분께 슬쩍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정리하고 보니 판타지부터 스포츠, 추리, SF까지 장르가 꽤 제멋대로네요. 
 
취향이 한쪽으로 확실하다기보단, 재밌으면 일단 보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본 작품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는 것. 
 
아무리 유명하고 평점이 높아도 다음 화에 손이 안 가면 정주행 어렵잖아요. 
 
반대로 재밌는 작품은 꼭 궁금한 걸 하나씩 남겨둬서 새벽까지 다음 화를 누르게 만들고. 
 
저도 이번 여덟 작품에서는 그 마력에 제대로 빠졌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여덟 편 중 취향에 맞는 것을 하나 골라보세요. 
 
생각보다 마지막 화까지 시간 금방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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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친구가 해주는 많은 일을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어요. 
 
친하니까 옆에 있어주고, 자리를 맡아주고, 내 편을 들어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 줄만 알았죠. 
 
그런데 나이가 들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누구나 내 마음까지 세심하게 살펴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예전 친구들을 떠올리면 뒤늦게 고마워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 때는 미처 몰랐던 친구의 행동 속에, 생각보다 많은 배려가 숨어 있었어요. 




1️⃣ 먼저 다가와준 친구 

 
 
 

 
 
새 학년이 시작되거나 새로운 무리에 들어가면 이미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어색하게 서 있을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친구가 있었죠. 
 
"같이 갈래?"
 
그러고는 자기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해주고, 제가 대화에 끼지 못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슬쩍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그 때는 덕분에 금세 친해져서 별생각 없이 지나갔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자기 친구들과 노는 게 훨씬 편했을텐데, 혼자 있는 사람을 보고 먼저 다가와준 거잖아요. 
 
돌이켜보면, 낯선 곳에서 먼저 건네준 그 한마디도 친구의 배려였다고 생각해요. 
 
 

2️⃣ 내 자리를 맡아준 친구

 
 
 

 
 
급식실이나 체육관에 늦게 들어가면 친구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어요. 
 
"야, 여기!"
 
옆자리에는 가방이 하나 놓여 있었고요. 
 
누가 앉으려고 하면 "여기 친구 와" 하면서 계속 비워뒀겠죠?
 
당시에는 가방을 치우고 아무렇지 않게 앉았어요. 
 
친구 옆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3️⃣ 창피할 때 모른 척 해준 친구

 
 
 

 
 
발표하다 말을 버벅이거나 사람들 앞에서 넘어지는 등 창피한 순간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해주고, 누군가 계속 놀리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주는 친구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민망하지 않도록 모른 척 해준 것 같아요.
 
뭔가를 해주는 것만큼, 불편한 순간을 굳이 건드리지 않는 것도 배려였던 거죠.
 
 

4️⃣ 돈 때문에 난처할 때 챙겨준 친구

 
 
 

 
 
친구들과 분식집에 갔는데 깜빡하고 지갑을 두고 온 날, 여러 사람 앞에서 돈 얘기를 꺼내는 대신 슬쩍 계산해준 친구가 있었어요.  
 
다음에 니가 사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줘서 민망할 일도 없었고요. 
 
그 때는 친구 사이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누군가를 챙기면서 생색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5️⃣ 비밀을 계속 비밀로 둔 친구

 
 
 

 
 
친구에게는 남들에게 하지 못 하는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좋아하는 사람부터 집안 이야기, 누구에게 서운했는지까지...
 
그 때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요. 
 
시간이 지나 서로 어울리는 친구가 달라지기도 하고, 가끔은 싸울 때도 있었죠.
 
그런데도 제가 했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들은 적은 없었어요. 
 
돌이켜보면, 비밀을 말했던 것보다 그 비밀이 계속 비밀로 남아있었다는 게 더 기억에 남아요.  
 

 

6️⃣ 나만 모를 때 알려준 친구

 
 
 

 
 
여럿이 모여 이야기 하다 보면 나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 할 때가 있는데요. 
 
다들 웃고 있는데 영문도 모르면서 따라 웃기는 애매하잖아요. 
 
그럴 때면 옆에 있던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무슨 이야기인지 슬쩍 설명해주곤 하던 게 기억나요. 
 
"아까 이런 일이 있었거든..."
 
덕분에 대화를 끊어가며 무슨 말인지 물어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었어요.
 
몇 마디 안 되는 설명이었지만, 덕분에 혼자 겉도는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됐죠.
 
 

7️⃣ 흑역사를 아무데서나 말하지 않은 친구

 
 
 

 
 
오래된 친구는 서로 알고 있는 게 참 많아요. 
 
누구를 좋아했는지는 기본이고, 고백했다가 민망해진 일이나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했던 일처럼 지금은 꺼내고 싶지 않은 일들...
 
둘이 있을 때는 그런 이야기도 추억이라며 실컷 웃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상대가 민망해할 만한 이야기를 절대 먼저 꺼내지 않죠. 
 
남의 이야기는 때로 가장 쉬운 웃음거리가 돼요. 
 
그래서 그런 걸 말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깊이가 보이는 것 같고요. 
 
그 친구가 지켜준 건 비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내 체면이기도 했네요. 
 
 

8️⃣ 내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친구

 
 
 

 
 
시험을 잘 봤거나 합격했을 때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나 됐어!"
 
한마디만 해도 같이 놀라고, 신나서 축하해주니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괜히 눈치 볼 필요도 없고요. 
 
살다보면 잘된 일을 이야기 할 때, 자랑처럼 들릴까봐 말을 줄이게 될 때가 있잖아요.
 
내 기쁨을 굳이 작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무척 귀한 것 같아요.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해주는 것도 힘든 순간 곁에 있어주는 것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이니까요. 
 
 

9️⃣ 말할 때까지 기다려준 친구

 
 
 

 
 
힘든 일이 있어도 바로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보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계속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오히려 더 말하기 싫어질 때도 있잖아요. 
 
한 번 물어본 뒤 평소처럼 밥 먹고,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려주는 게 더 편할 때도 있고요.
 
그러다 마음이 좀 정리되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그때 가만히 들어주는 거예요. 
 
아무리 친해도 모든 이야기를 바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꽤 고마운 배려인 것 같아요. 
 
 

🔟 내가 싫어하는 걸 기억해준 친구

 
 
 

 
 
친구끼리 지내다 보면 사소하게 싫어하는 것까지 알게 되잖아요. 
 
작게는 못 먹는 음식부터, 듣기 싫은 별명, 유난히 싫어하는 장난, 한 번쯤 지나가듯 말해서 정작 본인은 말한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는 그런 종류의 것들까지 모두요.  
 
그런데 나중에 같이 밥을 먹거나 장난을 칠 때, 그걸 기억하고 자연스럽게 피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게 별거 아닌 것 처럼 보여도 사실 이런 기억에는 관심이 필요하거든요. 
 
좋아하는 걸 챙겨주는 것도 다정한 거지만,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종류의 배려인 것 같아요. 
 
그만큼 평소에 내 말을 귀담아들었다는 뜻이니까요. 
 

 


 
 
 
그 때는 친구가 해주는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둘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자리를 맡아주고, 비밀을 지켜주고, 난처한 순간을 모르는 척 넘겨주는 게 친구 사이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좋은 관계는 특별한 일을 해주는 것보다 사소한 순간에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요. 
 
그래서 예전 친구들을 떠올리면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아, 그 때 걔가 참 많이 배려해줬구나... 싶어서.
 
이 글을 읽으며 당신에게도 유난히 한 사람이 떠올랐다면, 그 친구는 꽤 좋은 친구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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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웬만한 일도 웃고 넘기면서 이상하게 가족이나 연인, 친한 친구의 말 한마디에는 욱할 때가 있어요. 
 
직장 동료가 내 말을 깜빡하면 '바빴나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가족이 똑같이 잊으면 갑자기 이 말이 튀어나오기도 하죠.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해요. 
 
가장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인데...
 
어째서 화를 더 쉽게 내는 걸까요?
 
단순히 가까우니까 만만해서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해요. 
 
실제 심리학 연구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가까운 사람에게 유독 쉽게 화를 내는 데는 생각보다 복잡한 이유들이 있거든요. 
 
가까운 사람에게만 유독 화가 났다면, 한 번쯤 알아둘 만한 이유들이 여기 있어요. 
 
오늘은 그중 5가지를 골라 하나씩 풀어볼게요. 
 
 


 
 

1️⃣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많은 걸 기대해요 

 
 
 

 
 
모르는 사람은 내 생일을 몰라도 별생각 없어요. 
 
하지만 친한 사람이 잊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가까운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도 많아지니까요.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고, 중요한 일을 기억해주길 바라며, 필요할 때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죠. 
 
관계심리학에서는 상대가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신경 써준다고 느끼는 것을 상대방의 반응성(partner responsiveness)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꾸준히 연구되어 왔어요. 
 
그래서 가까운 사람이 약속을 잊거나 내 마음을 몰라주면 단순히 그 행동 하나로 끝나지 않고... 
 
'너라면 알아줄 줄 알았는데' 하는 기대까지 깨지면서 서운함이나 화가 더 커질 수 있는거죠.
 
 

2️⃣ 가까운 사람의 말에는
더 큰 의미를 둬요

 
 
 

 
 
같은 서운한 행동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마음에 남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반 친구가 똑같이 화가 날 만한 행동을 했을 때의 반응을 비교했는데요. 
 
가장 친한 친구가 그랬을 때 개인적으로 더 크게 침해받았다고 느꼈고, 부정적인 감정도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거절이 낯선 사람에게 받은 거절보다 더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고요. 
 
결국 소중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건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니었던 거예요. 
 
관계가 중요한 만큼 그 사람에게서 받은 부정적인 행동이 내게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가까운 사람일수록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아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화가 나면 굳이 따지기보다 거리를 두고 끝낼 때가 있어요. 
 
하지만 계속 관계를 이어갈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냥 피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심리학 연구를 보면 화가 난다고 해서 꼭 상대를 싫어하거나 관계를 끊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상대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된 행동을 고치길 바랄 때도 분노가 나타날 수 있죠. 
 
반면 상대를 아예 멀리하고 싶을 때는 분노보다 경멸이라는 감정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실제 연구에서도 관계가 덜 가까울수록 이런 경멸이 더 많이 나타났고,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분노는 상대가 행동을 바꾸길 바라는 마음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건 단순히 그 사람이 싫어서 밀어내려는 반응만은 아니에요.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만큼 그냥 넘기기보다 문제를 따지고, 상대가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화로 나타날 때도 있는 거예요.
 
 

4️⃣ 사소한 싸움도
관계의 문제로 느껴져요 

 
 
 

 
 
가까운 사람과 크게 다투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이 괜찮은건가...?'
 
시작은 늦은 답장일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른 곳까지 가 있을 때가 있죠. 
 
애착을 다룬 연구에서는,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이나 상대의 부정적인 행동이 관계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런 반응은 관계에 대한 불안이 높은 사람에게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고요. 
 
그러니 가까운 사람과 싸울 때는 무엇 때문에 싸우기 시작했는지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관계에 대한 걱정까지 함께 건드려진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답장이 늦었다는 사실에서 시작해...
 
'나한테 마음이 식었나?'
 
'우리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은 건가?'
 
같은 생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거예요. 
 
 

5️⃣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화를 덜 숨겨요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이 생겨도 우리는 생각보다 감정을 잘 조절합니다.
 
직장 상사가 거슬리는 말을 했다고 바로 버럭하기는 어렵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불쾌하다고 전부 표현하지도 않죠.
 
그런데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달라질 수 있어요.
 
최근 관계 연구에서도 사람들은 거래적이거나 거리가 있는 관계보다 가족, 친구, 연인처럼 서로를 돌보는 관계에서 분노를 포함한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상대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거라는 느낌 역시 감정을 드러내는 정도와 관련이 있고요. 
 
그래서 똑같이 화가 나더라도 밖에서는 한 번 삼키던 말을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대로 꺼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건 '가족은 만만하니까 막대해도 된다' 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가까운 관계에서는 감정을 감춰야 할 필요를 상대적으로 덜 느끼기 때문에 분노도 밖으로 드러나기 쉬워진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화가 나는 이유를 단순히 '편해서' 라고만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니 그 안에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얽혀 있었습니다.
 
알고 나니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화도 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여요.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감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하지만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과 그 화를 상대에게 그대로 쏟아내는 건 다른 문제겠죠.
 
나는 편해서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라고 해도, 상대에게는 그 말이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으니...
 
이번 글을 쓰면서 저도 가까운 사람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화를 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가까워졌다는 건 마음의 거리가 사라졌다는 뜻이지, 서로 지켜야 할 선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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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애매하게 슬픈 영화 말고, 정말 작정하고 울 수 있는 영화가 보고 싶은 날이 있어요. 
 
눈가만 살짝 촉촉해지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중간부터 휴지를 뽑기 시작해 끝날 때 쯤에는 눈가가 퉁퉁 부어 있는 그런 영화요.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여운이 길거나 먹먹한 작품 말고, 보다 보면 어느순간 눈물을 참기 어려워지는 영화 10편을 골라봤습니다.
 
사랑과 이별, 부모와 자식, 오래된 부부, 그리고 전쟁... 이유도 제각각이에요. 
 
준비물은 휴지입니다.
 

 


 

1. 어둠 속의 댄서

 
 
 

 
 
셀마는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가난한 이민자 엄마입니다.
 
그녀는 유전병으로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고, 아들 역시 같은 병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아들의 수술비를 조금씩 모읍니다.
 
이미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셀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아들이 자신과 똑같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셀마가 어렵게 모은 수술비를 이웃이 훔쳐가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돈을 되찾으려던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아들의 수술비와 자신의 삶이 모두 걸린 상황에 놓여버려요.
 
상황이 나빠질수록 셀마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점점 줄어듭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사람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이야기가 너무 가혹해서 보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2.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는 76년을 함께 살아온 실제 부부입니다.
 
커플 한복을 입고 손을 잡고 다니며 눈싸움도 하고 장난도 치는 두 사람의 일상은 초반만 해도 사랑스럽기만 해요. 
 
그러나 할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면서 할머니는 평생을 함께한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됩니다.
 
76년을 함께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슬프지만, 그 뒤에 혼자 남은 할머니를 보는 게 정말 마음 아파요. 
 
늘 둘이 걷던 길을 혼자 걷고, 함께 돌아오던 집에도 이제는 혼자 돌아가야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당연했던 사람이 사라진 자리가 얼마나 클지 쉽게 가늠조차 되지 않아요. 
 
처음에는 두 분이 귀여워서 웃다가, 마지막에는 그 빈자리 때문에 많이 울게 되는 영화예요.
 
 

3. 반딧불이의 묘

 
 
 

 
 
제 2차 세계대전 말기, 14살 세이타와 4살 여동생 세츠코는 공습으로 집과 어머니를 잃습니다. 
 
친척집에 몸을 의탁하지만 냉대를 견디지 못하고 나온 두 아이는 방공호에서 둘만의 생활을 시작해요. 
 
처음에는 물놀이도 하고 반딧불이를 잡으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먹을 것은 점점 떨어지고 세츠코는 눈에 띄게 야위어갑니다.
 
4살인 세츠코는 자신이 왜 굶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오빠가 가져오는 음식을 기다려요. 
 
배가 고파 흙으로 만든 주먹밥을 먹으려 하고, 사탕이 다 떨어진 깡통에 물을 부어 단맛이라도 느끼려 합니다.
 
하지만 세이타 역시 겨우 14살이에요. 
 
어린 오빠가 더 어린 동생을 살리려고 애쓰지만, 전쟁 속에서 두 아이를 지켜주는 어른은 끝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츠코가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전쟁이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빼앗는지가 너무 선명하게 보여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밥 한끼와 안전한 잠자리 뿐인데, 전쟁은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죠.
 
 

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인희는 의사 남편과 자식,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며 살아온 엄마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가족들은 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엄마와 이별을 준비하게 돼요.
 
죽는 게 무섭지 않을 리 없는데, 하지만 인희는 자기 죽음만 슬퍼할 여유가 없어요. 
 
자신이 없으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는 누가 돌볼지, 남편과 자식들은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며 마지막까지 가족을 챙깁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인희의 모습이 정말 마음 아파요. 
 
그리고 가족들은 그제야 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엄마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깨닫기 시작합니다.
 
특히 엄마 이야기에 약한 사람이라면 거의 방어가 안 되는 영화예요. 
 
 

5. 미 비포 유

 
 
 

 
 
활동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던 윌은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간병인으로 들어온 루이자는 냉소적으로 변한 윌을 다시 바깥 세상으로 이끌고,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윌은 사고 이후 지금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 않을만큼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루이자는 자신과 함께라면 그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고, 실제로 두 사람은 함께 웃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요. 
 
그런데도 사랑하는 사람을 살게 하고 싶은 루이자의 마음과, 루이자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은 스스로 하고 싶은 윌의 마음은 끝내 같은 곳을 향하지 못합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사랑하면서도 함께 할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는 것. 
 
그게 이 영화가 유난히 슬픈 이유입니다. 
 
 

6. 안녕, 헤이즐

 
 
 

 
 
암을 앓고 있는 16살 헤이즐은 암 환자 모임에서 어거스터스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헤이즐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봐 사랑을 망설이지만, 어거스터스를 만나면서 평범한 연애의 행복을 조금씩 알아가요. 
 
그런데 함께할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할 무렵, 이번에는 어거스터스의 병이 깊어집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을 웃게 해주고 함께 여행했던 사람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헤이즐은 곁에서 지켜봐야 해요. 
 
자신이 먼저 떠날까봐 사랑을 두려워했던 아이가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사라질까봐 두려워하게 된 겁니다.
 
겨우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됐는데 그 사람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에요.   
 
 

7.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내 미오를 먼저 떠나보낸 타쿠미는 6살 아들 유지와 둘이 살아갑니다. 
 
미오는 죽기 전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는데, 1년 뒤 정말 장마가 시작되자 기억을 모두 잃은 모습으로 두 사람 앞에 나타나요. 
 
아내를 잃은 남편과 엄마를 잃은 아이에게는 믿을 수 없는 기적입니다.
 
세 사람은 다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잠들며 잃어버렸던 가족의 일상을 되찾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과는 분명히 달라요. 
 
다시 만난 순간부터 이 행복이 끝날 날도 함께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타쿠미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 번 떠나보내야 하고, 6살 유지는 돌아온 엄마와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한 번 잃고 겨우 견뎌낸 사람을 다시 품에 안겨준 뒤 또 보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세 사람이 행복하게 지내는 평범한 하루들은 시간이 줄어드는 장면처럼 보여 마음이 아파요.
 
이 영화는 죽은 사람이 돌아와서 슬픈 게 아니라,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서로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서 슬픈 영화입니다.  
 
 

8. 아이 엠 샘

 
 
 

 
 
7살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샘은 자신을 떠난 아이 엄마 대신 딸 루시를 혼자 키웁니다.
 
그런데 루시가 7살이 되어 아빠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기 시작하자 사회복지기관은 샘의 양육 능력을 문제삼고, 결국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습니다.
 
샘은 딸을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 양육권을 두고 싸우기 시작해요.  
 
샘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슬퍼요.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것만으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 샘 자신조차 흔들리기 시작하니까요. 
 
하지만 루시가 원하는 건 더 똑똑한 아빠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온 바로 그 아빠예요.
 
떨어져 지내면서도 루시는 아빠를 찾고, 샘 역시 딸과 다시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게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두 사람인데, 함께 살기 위해 그 사랑이 충분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야속하게 느껴져요. 
 
 

9. 7번방의 선물

 
 
 

 
 
지적장애가 있는 용구는 어린 딸 예승이와 둘이 살아갑니다.
 
형편은 넉넉하지 않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요. 
 
그러던 어느 날 용구는 하지도 않은 범죄의 누명을 쓰고, 제대로 자신을 변호하지 못한 채 사형을 선고받는데요.
 
용구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억울함을 밝히기가 어렵고, 아빠가 죄가 없다는 걸 아는 예승이는 너무 어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요. 
 
한 사람은 하지 않은 죄로 자신의 삶을 빼앗길 위기에 놓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를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입니다.
 
둘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기적이 아니라 다시 집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함께 사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너무 평범한 그 바람조차 두 사람의 힘으로는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를 더 비극적으로 만듭니다. 
 
 

10. 인생은 아름다워

 
 
 

 
 
유대인 귀도는 사랑하는 도라와 결혼해 아들 조슈에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나치의 유대인 탄압으로 어린 아들과 함께 강제수용소에 끌려갑니다. 도라 역시 가족을 따라 수용소행 기차에 올라요. 
 
귀도는 아들이 공포에 질리지 않도록 수용소 생활 전체를 하나의 게임이라고 속입니다.
 
숨어 있으면 점수를 받고, 1,000점을 모으면 진짜 탱크를 받을 수 있다고요. 
 
아들은 아빠 말을 철썩같이 믿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아이가 점수를 얻기 위해 숨는 동안 바로 곁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보게 돼요.  
 
아빠라면 아이를 위험에서 꺼내주고 싶겠지만, 귀도에게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자신조차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지켜줄 수 있는 건 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뿐이에요. 
 
그래서 귀도는 가장 두려운 순간에도 웃고, 조슈에는 그런 아빠를 보며 안심합니다.
 
아들이 아빠를 가장 믿는 순간, 관객만 그 아빠가 얼마나 절박하게 아이를 지키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이토록 비극적인 영화에 왜 '인생은 아름다워' 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사실 기분 좋은 날에는 '펑펑 우는 영화' 를 검색할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 들어왔다는 건 오늘만큼은 어설픈 감동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목록은 보고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 아닌, 보고 있는 동안만큼은 다른 생각을 끼워 넣을 틈이 없는 영화들로 골랐어요. 
 
가끔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보다 두 시간쯤 다른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버리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으니까요. 
 
울고 나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동안 꾹 눌러두었던 감정까지 함께 쏟아낼 수는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두 시간을 만들어줄 영화들만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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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한 번 싫어진 사람은 뭘 해도 마음에 안 들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그냥 넘겼던 말투도 거슬리고, 다른 사람이 했다면 별생각 없었을 행동도 그 사람이 하면 유독 눈에 거슬리고요. 
 
말이 많으면 시끄럽고, 말이 없으면 또 분위기를 안 맞추는 것 같고, 적극적이면 나대는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또 성의가 없어보입니다. 
 
이쯤 되니 좀 궁금해지지 않나요?
 
정말 그 사람이 계속 싫은 행동을 하는걸까요, 아니면 한 번 싫어진 뒤부터 그를 다르게 보고 있는 걸까요?
 
알고보니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에도 나름의 작동 방식이 있었습니다.
 
 

 
 


 
 

싫은 감정은 왜 오래 남을까

 
 
사람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똑같은 무게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평소에 좋게 보던 사람에게 한 번 크게 실망하면, 사람은 좋았던 기억보다 그때의 실망을 더 오래 마음에 남겨둡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크게 반응하는 특성을 '부정성 편향' 이라고 하는데요.
 
평소 열 번을 잘해도 한 번 크게 실망하면 그 한 번이 전체적인 인상에 더 크게 남는다고 합니다.
 
좋았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싫었던 일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반대로 좋은 기억을 모으면 나쁜 기억 하나도 지워주는 적립 제도가 사람 마음에도 있다면 좋을텐데요.)
 
 

싫은 사람은 왜 뭘 해도 미울까

 
 
한번 생긴 인상은 그 뒤에 그 사람을 바라보는 데도 영향을 줍니다.
 
심리학에서는 한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이 다른 모습까지 좋게 보이게 만드는 현상을 '후광효과' 라고 해요. 
 
반대로 안 좋은 인상 때문에 다른 모습까지 나쁘게 보이는 경우는 흔히 '뿔 효과'라고 하고요. 
 
그래서 같은 행동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하면 소신있어 보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그러면 고집스러워 보여요.
 
좋아하는 사람이 조용하면 차분해 보이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조용하면 괜히 분위기를 안 맞추는 것 같고요.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만 보고 판단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이 작동하고 있던 셈이에요.
 
그러니 한번 싫어진 사람에게는 꽤 불리합니다. 
 
뭘 해도 마이너스 점수부터 받고 시작하는 거니까요.
 
 


 

싫은 마음은 어떻게 확신이 될까

 
 
누군가를 한번 싫어하기 시작하면 그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실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잘 맞는 모습을 더 쉽게 알아차리고, 그렇지 않은 모습은 별생각 없이 지나쳐버릴 때가 있는데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향을 두고 '확증 편향' 이라고 합니다.
 
예를들어 누군가를 배려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자기 몫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고 유독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반대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은 봐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처음에 가졌던 인상과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하나둘 쌓이면서 그 생각은 점점 확실해 집니다.
 
물론 정말 처음부터 그 사람을 정확하게 본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미 생긴 인상 때문에 그에 맞는 모습만 내가 더 잘 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건 사람일까, 행동일까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실제 행동 때문인지, 이미 생긴 인상의 영향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완벽하게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한 번쯤 해볼 만한 질문은 있어요. 
 
'다른 사람이 똑같이 했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까?'
 
누가 해도 무례하고 불쾌한 행동이라면 답은 간단합니다. 정말 그 행동이 싫은거예요.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웃고 넘어갔을 것 같다면, 적어도 그 순간에는 행동보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먼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해 본다고 싫던 사람이 갑자기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결국 같은 행동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예요. 
 
 



 

싫은 마음도 스스로 오래가려고 해요

 
 
처음에는 한 번 싫어진 사람이 왜 뭘 해도 싫어보이는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알아보다 보니 조금 재미있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싫어진 데에는 분명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영향을 줬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뒤에는 이미 생긴 싫은 마음이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생긴 싫은 마음도 꽤 열심히 자기 수명을 늘리고 있었던 거예요. 
 
같은 행동을 전보다 나쁘게 받아들이고,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은 더 잘 발견하면서 처음의 감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도록 만드는거죠.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싫어하게 된 이유와, 계속 싫어하고 있는 이유는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행동 때문에 싫어졌지만, 나중에는 이미 굳어진 인상 때문에 계속 싫어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음에 누군가가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순간이 오면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해요. 
 
지금의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건지.
 
처음 싫어진 그날의 마음으로 보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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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봤던 영화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보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분명 예전에는 웃기고 신나는 영화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다시보니 '잠깐만... 원래 이런 이야기였어?' 싶은 장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가 바뀐 건 아닐텐데 말이죠. 
 
달라진건 영화를 보는 제 쪽이겠죠. 어릴 때는 주인공의 모험이 먼저 보였다면, 이제는 그 옆에 있는 부모의 표정이나 이별, 흘러가는 시간 같은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요.
 
그래서 골라봤어요. 
 
어릴 때는 마냥 재밌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묘하게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영화들. 




1. 토이 스토리

 
 
 

 
 
어릴 때의 '토이스토리'는 장난감들이 사람이 없을 때 살아 움직이는 영화였어요. 
 
우디와 버즈가 싸우고, 위험한 일을 겪고, 결국 친구가 되는 과정이 재밌었었죠. 
 
그런데 어른이 되어 이 시리즈를 다시 보니 자꾸 다른 게 보이더라고요. 
 
그건 바로, 아이에게 가장 사랑받던 존재도 언젠가는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장난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악당을 물리치는 일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고 자신을 떠나는 일이 되잖아요. 
 
어릴 때는 앤디가 빨리 커서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길 기다렸는데... 지금은 괜히 장난감들 편을 들게 되네요.
 
나이가 들면 사람뿐 아니라 장난감에도 이입하게 되는가 봅니다. 하이고. 
 
 

2. 나 홀로 집에

 
 
 

 
 
어릴 때는 케빈이 부러웠어요.
 
집에 혼자 남아 마음껏 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도둑에게 기상천외한 함정을 설치하는 게 재밌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의외로 케빈 엄마 케이트예요.
 
아들이 혼자 집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처럼 케빈의 자유만 부러워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케빈 역시 처음에는 가족이 사라진 걸 좋아하지만, 결국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가족이 돌아오는 것이죠.
 
어릴 때는 '혼자 있는 집'이 보였는데, 지금은 '그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보여요.
 
 

3. 미세스 다웃파이어

 
 
 

 
 
어릴 때는 그냥 웃겼어요.
 
아빠가 할머니로 변장해 아이들의 보모로 들어간다는 설정이 웃기잖아요. 
 
근데 커서 다시 보니 시작부터 좀 짠하더라고요. 
 
대니얼은 아내와 이혼한 뒤 아이들과 따로 살게 되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돼요. 그러던 중 전처가 보모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이들을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아빠가 할머니로 변장해 보모가 된다는 내용인데요. 
 
어릴 때는 그 변장이 언제 들킬까 조마조마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을 만나려면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상황 자체가 먼저 보여요. 
 
참, 그리고 저는 결말도 좋았어요. 영화는 두 사람이 다시 합치는 것으로 억지스럽게 끝내지 않거든요. 
 
부부의 관계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가족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어릴 때는 두 사람이 다시 잘 되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다시 부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 결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어요.
 
 

4. 트루먼 쇼

 
 
 

 
 
어릴 때는 설정 자체가 재밌었어요. 
 
한 남자의 인생이 사실 거대한 TV프로그램이고, 정작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다니. 
 
트루먼이 조금씩 이상함을 눈치채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했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보면 이 영화가 꽤 서늘합니다.
트루먼이 믿었던 아내와 친구는 모두 배우였고,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삶은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죠.

무엇보다 무서운 건 그가 살던 세계가 감옥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 예쁜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이웃도 있는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이었으니까요.

그런 곳을 떠나는 건 진실을 알았다고 해서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문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래서 어릴 때는 트루먼이 문을 열고 나가는 장면이 그저 통쾌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그 문을 열기까지 얼마나 무서웠을지가 먼저 생각나요.

평생 믿었던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는데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해집니다. 
 
두려워도 가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예전보다 트루먼의 마지막 선택에 더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5. 가위손

 
 
 

 
 
어릴 때 가위손을 봤을 때는 에드워드가 그저 신기하면서도 조금 무서웠어요. 
 
손이 가위인 채 성에 혼자 사는 사람이라는 설정이니까요.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도 기묘한 동화처럼 느껴졌고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에드워드보다 그를 대하는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그의 재주를 신기해하며 좋아하던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자 금세 그를 의심하고 밀어내죠. 

 
결국 에드워드는 다시 혼자 성으로 돌아가고...

에드워드는 처음부터 달라진 게 없는데, 사람들의 마음만 달라진 거예요.

어릴 때는 손이 가위라서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그를 외롭게 만든 게 가위손보다, 사람들의 시선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요.
 
 

6. 마틸다

 
 
 

 
 
어릴 때의 '마틸다'는 초능력 영화에 가까웠어요.

못된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작은 아이가 얼마나 통쾌했는지.

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마틸다가 왜 그렇게 혼자 책을 읽고 자기 세계를 만들었는지가 보입니다.

똑똑한 아이의 특별한 모험 뒤에는 '자기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부모와 폭력적인 학교 환경'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마틸다가 원했던 것도 거창하지 않았어요.

자신을 이해하고 아껴주는 어른 한 명...

어릴 때는 초능력이 제일 부러웠는데, 지금 보면 자기 편이 되어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게 훨씬 더 큰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7. 라이온 킹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어린 심바가 아빠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믿고 도망치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

심바는 아빠를 잃은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텐데, 스카의 거짓말 때문에 '내가 아빠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까지 안고 혼자 고향을 떠나죠.

어릴 때는 심바가 왜 그렇게 오래 돌아오지 못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심바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스카를 물리치는 심바가 그저 멋있었다면... 지금은
두려워하던 곳으로 결국 다시 돌아온 심바가 대단하고 뭉클하게 느껴집니다.
 
 

어른이 되서 보면 슬퍼지는 이유

 

이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재밌었던 건,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는 점이었어요.

어릴 때는 모험이나 초능력, 웃긴 장면을 따라갔다면 지금은 그 뒤에 있는 가족, 이별, 외로움, 그리고 지나가는 시간이 더 잘 보입니다.

아마 그동안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조금씩 늘어난 덕분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인공만 보였다면 이제는 그 옆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보이고, 별것 아니었던 한마디가 왜 그렇게 무거웠는지도 알 것 같고...

결국 어릴 때 재밌었던 영화가 어른이 되어 갑자기 슬퍼진 건, 영화에 없던 슬픔이 새로 생겨서가 아니라 그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마음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해서인 것 같아요.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는 재미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장면을 보고도 예전과는 다른 곳에서 웃고 울게 되는 것.

그러다 보면 영화뿐 아니라 그 사이 내가 살아온 시간도 슬쩍 돌아보게 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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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편만 보고 자야지." 
 
드라마를 틀기 전에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회가 끝날 때쯤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그리고 하필 가장 궁금한 순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고민할 것도 없이 다음 화를 누르게 되죠. 
 
그렇게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멀리 와 있을 때가 있어요. 
 
이번에는 그렇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미드 10편을 골라봤어요. 
 
일부러 브레이킹 배드나 왕좌의 게임처럼 미드 추천에서 이미 수없이 만났던 작품들은 줄세우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명한 작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덜 뻔하면서도 스토리와 연출, 연기가 탄탄하고 실제 평단과 시청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우선시했어요. 
 
그리고 몰입감이라고 해서 범죄나 스릴러만 잔뜩 넣지 않았고요. 미스터리와 SF, 코미디, 가족과 직장 이야기까지 장르도 제법 다양하게 담아봤습니다. 
 
그럼 하나씩 볼게요. 
 
 

1. 세브란스 : 단절 (Severance)

 
 

 
 
회사에 출근하는 순간 사생활의 기억은 모두 잊고, 반대로 퇴근하는 순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세브란스> 속 루먼 기업의 직원들은 수술을 통해 직장과 사생활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해요. 그래서 회사 안의 나는 바깥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바깥의 나는 회사에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죠.
 
설정부터 꽤 기묘하지만 진짜 재미는 그 다음부터에요. 
 
도대체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직원들의 기억까지 분리해야 하는지 하나씩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답 하나를 알아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기고, 초반에는 정보를 천천히 보여주는 편이지만, 작은 단서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속도감이 확 달라져요. 
 
단순히 설정만 신기한 드라마는 아니에요.
 
'일하는 나와, 일하지 않는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일까?' 라는 꽤 흥미로운 질문까지 던지니까요. 
 
독특한 세계관에 복선 찾고 추리하는 재미까지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2. 석세션 (Succession)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을 가진 로이 가족에게는 돈도 권력도 넘쳐납니다. 하지만 정작 가족끼리는 회사의 다음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 끊임없이 부딪혀요.
 
사실 줄거리만 들으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요. 거대한 회사를 가진 가족이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흔한 스토리... 
 
막상 보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짐을 느끼실 거예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자식들 표정이 바뀌고, 형제끼리 손을 잡았다가도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고, 총이나 추격전 하나 없이 회의실에서 오가는 대화만 들어도 웬만한 스릴러보다 팽팽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등장인물들이 참 묘해요. 분명 얄밉다가도 되게 안쓰럽고, 이제 조금 이해되나 싶으면 또 기가 막힌 행동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회사의 주인이 누가 되는지보다, '이 이상한 가족이 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가 더 궁금해집니다. 
 
총 4시즌으로 완결되어 있어서 결말까지 쭉 달릴 수 있고요. 대사와 인물, 배우들의 연기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드라마를 찾고 계신다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입니다. 
 

3. 퀸스 갬빗 (The Queen's Gambit)

 

 

 
 
체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이렇게 재밌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고아원에서 자란 베스 하먼은 우연히 체스를 배우면서 자신에게 놀라운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해요. 그리고 점점 더 큰 무대로 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기 시작하죠. 
 
아, 그런데 이 드라마는 체스 규칙을 잘 몰라도 전혀 문제없어요. 
 
이 작품의 진짜 재미는 체스 자체보다 베스라는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니까요. 
 
천재적인 재능으로 정상에 가까워지는 모습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한 인간의 외로움과 불안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이야기는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경기 장면도 긴장감이 상당하고요. 체스 말 하나를 움직였을 뿐인데 괜히 저까지 숨을 참고 보게 되더라고요.
 
7부작이라 부담도 크지 않아요. 시작하기는 쉬운데 멈추기는 조금 어려운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4. 더 베어 (The Bear)

 
 
 

 
 
이번에는 시카고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로 가볼게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실력 있는 셰프 카미는 가족이 운영하던 가게로 돌아와 주방을 맡게 됩니다.
 
그런데 가게 사정이 만만치 않아요. 주문은 계속 밀리고, 직원들은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고, 돈 문제까지... 
 
그 한가운데서 카미는 엉망이 된 가게를 제대로 바꿔보려고 애를 써요. 
 
처음에는 샌드위치 가게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몇 편만 지나면 어느새 직원들의 이름을 외우고, 이 가게가 제발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주방의 속도와 소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연출이 굉장한데, 정신없이 바쁜 장면에서는 보는 사람까지 괜히 마음이 급해질 정도랍니다.
 
그렇다고 계속 시끄럽기만 한 작품은 아니고요. 가족과 동료, 꿈과 일에 관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아요. 
 
사건보다 사람에 빠지는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특히 잘 맞을 거예요.
 
 

5.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

 
 

 
 
죽은 뒤 눈을 떠보니 천국 같은 '굿 플레이스'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엘리너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자신이 이 곳에 올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본인만 알고 있다는 것!
 
아무래도 자신과 다른 사람이 바뀐 것 같지만, 사실을 들키면 이곳에서 쫓겨날지도 몰라요. 
 
그래서 엘리너는 정체를 숨긴 채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벼운 판타지 코미디 같지만요, 보다 보면 예상보다 훨씬 영리한 작품이라는 걸 알게 돼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면 나빠도 괜찮을까?' 처럼 꽤 철학적인 문제들을 던지거든요. 그렇다고 어렵고 무겁게 풀어나가지는 않고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싶을 때 방향을 틀어버리는 재미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 편이 짧습니다.
 
그래서 '한 20분 정도 남았는데 뭐 볼까', 그 때 보기 좋아요.  
 
어쩌면 이번 목록에서 가장 평화롭게 사람을 밤늦게까지 붙잡아두는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6. 홀트 앤 캐치 파이어 (Halt and Catch Fire)

 
 

 
 
1980년대 초,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막 커지기 시작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에요.
 
전직 IBM 직원 조와 엔지니어 고든, 그리고 천재 프로그래머 캐머런이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컴퓨터에 관심이 없어도 괜찮아요.
 
처음에는 기술 경쟁이 중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과 실패, 그리고 관계가 훨씬 중요해지거든요. 
 
특히 이 작품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평가가 더 좋아진 드라마로도 유명해요. 마지막 시즌은 Rotten Tomatoes에서 평론가 100%를 기록했고 Metacritic에서도 92점을 받았어요.
 
그래서 초반 몇 편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조금 아까워요. 인물들과 오래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컴퓨터보다 그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훨씬 궁금해집니다. 
 
(이 작품은 유명한 미드는 웬만큼 다 봤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7. 포 올 맨카인드 (For All Mankind)

 
 
 

 
 
만약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 먼저 성공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포 올 맨카인드>는 바로 이 상상에서 출발해요. 
 
미국은 큰 충격을 받고 우주 경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역사와 조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NASA와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요,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와 가족, 과학기술 그리고 바뀌어버린 역사까지 세계가 점점 커져요. 
 
그래서 실제 역사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세계관을 쌓느라 조금 천천히 가는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세계에 익숙해질 때쯤, 다음 시대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는 작품이고요.
 
우주와 대체역사, 그리고 긴 호흡의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제대로 빠져볼만 합니다.
 
 

8. 레프트오버 (The Leftovers)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인구의 2%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왜 사라졌는지, 어떤 기준으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고요.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사라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하는 질문에만 매달리지 않아요. 
 
오히려 '남겨진 사람들은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갈까'를 따라갑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모든 답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드라마도 아니고 분위기도 밝은 편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한번 이 세계와 인물들에게 빠지면 굉장히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누군가는 떠난 사람을 놓지 못하고,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으로 돌아가려 하고, 또 누군가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견디기 위해 무언가를 믿기 시작해요.

어쩌면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이별 자체보다 ‘왜’라는 질문에 끝내 답을 얻지 못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프트오버'는 바로 그 답 없는 빈자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는 사람들을 보여줘요.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작품을 찾고 계신다면 추천 드려요.
 
 

9. 스테이션 일레븐 (Station Eleven)

 
 
 

 
 
큰 유행병이 세상을 휩쓴 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10부작 작품이에요. 
 
하지만 흔히 떠올리는 재난물과는 조금 달라요.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 자체보다 '그 이후에 사람은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는지'에 더 관심을 두거든요. 생존뿐 아니라 연극, 음악, 기억 그리고 사람 사이의 연결이 중요한 이야기가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가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회차가 지나면서 관계가 하나씩 연결되고, 초반에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들끼리 다시 생각나기 시작하면서 재밌어져요. 
 
빠른 전개만으로 끌고 가는 작품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야기가 연결되는 순간의 재미와, 보고 난 뒤의 여운이 상당하기 때문에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찾으신다면 한 번 골라볼만 합니다. 
 
 

10. 포커 페이스 (Poker Face)

 
 
 

 
 
마지막은 조금 더 편하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골라봤어요.

주인공 찰리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알아차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세세하게 분석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듣는 순간 거의 본능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느껴버립니다.

카지노에서 일하던 찰리는 우연히 자신의 능력으로 감춰진 진실을 알아내면서 위험한 일에 휘말리고, 결국 한곳에 머물지 못한 채 미국 곳곳을 떠돌게 되는데요. 가는 곳마다 묘하게 수상한 사건을 만나게 되고, 처음에는 별일 아닌 듯 지나쳤던 말이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진실에 가까워져요. 

 
재밌는 건, 일반적인 추리물과 이야기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거예요.
 
보통 추리물은 ‘범인이 누구일까?’를 따라가지만, '포커 페이스'는 오히려 반대거든요.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범행 과정과 범인을 먼저 보여줘요.

그래서 범인을 맞히는 재미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찰리가 어떻게 사건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흩어진 단서와 거짓말을 하나씩 맞춰가며 진실에 도달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커요.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도 찰리가 그 답에 가까워질수록 묘하게 긴장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에요.
 
앞에서 소개한 작품들이 조금 묵직했다면, 이건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어요. 
 
추리는 좋아하지만 너무 어둡고 무거운 드라마는 부담스러우신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어요. 
 
 

✔️ 어떤 미드부터 시작해볼까요?

 
 
이번에 고른 작품들은 장르도 분위기도 꽤 다릅니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세계관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작품도 있고, 보고 난 뒤 한동안 생각이 머무는 이야기도 있죠.

하지만 공통점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궁금해지고, 인물들에게 점점 마음이 간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강하게 끌어당기는 작품도 있지만, 몇 편을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진가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고요.

그래서 순위보다는 지금 끌리는 분위기의 작품을 골라보세요.

 
뜻밖에 인생 미드 한 편을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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