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이와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진실>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 아이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엄마, 울지마."
응? 내가 왜...?
저는 꽤 자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영화 후반부에 조용히 사라집니다.
이번에는 엄마를 찾아 바다로!

이번 사랑의 하츄핑은 로미와 하츄핑이 바다로 사라진 로미의 엄마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입니다.
엄마가 갑작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바닷속으로 사라지자 로미는 하츄핑과 함께 엄마를 찾아 처음 보는 바다로 향해요.
그곳에서 바다소년 카이트와 새로운 티니핑들을 만나지요.
신비로운 바다 도시와 거대한 심해 생명체까지 마주하게 되고요.
그런데 시작부터 제 눈에 들어온 건...
의외로 아주 평범한 엄마와 딸의 모습이었어요.
로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고, 엄마는 그런 딸을 걱정하다 보니 잔소리도 하고 혼도 내는 그런 장면.
근데 그 모습을 보는데 별로 위화감이 없더라고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그래서인지 저는 처음부터 로미보다 엄마 쪽에 조금 더 마음이 갔어요.
아이에게는 로미의 마음이 먼저 보였겠지만, 엄마인 저는 벨리타의 말과 행동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습니다.
어? 내가 알던 티니핑이 아닌데

사실 저는 기존 티니핑TV 시리즈나 영화를 아이와 보면서 꽤 유아틱하다고 느껴왔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확실히 좀 달랐어요.
로미와 티니핑, 마법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고 바다와 해적, 모험, 우정, 가족의 사랑까지 이야기의 범위가 꽤 넓어졌더라고요.
그렇다고 이것저것 마구 집어넣은 느낌은 아니였고요, 하나의 모험 안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유아뿐 아니라 초등 저학년은 물론이고, 고학년 아이들까지도 충분히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어린이 영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이랄까요?
엄마인 저도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해적이 나오니 판이 커지네

그리고 이번 영화는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꽤 마음에 들었어요.
재밌는 캐릭터는 확실하게 웃기고, 귀여운 캐릭터는 제대로 귀엽고, 엉뚱한 캐릭터는 자기 몫만큼 열심히 엉뚱했습니다.
나쁜 캐릭터는 아주 성실하게 나빴고요.
덕분에 등장인물이 늘었는데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지 않았고, 각각의 역할도 분명해서 좋았네요.
특히 해적이라는 소재가 들어오면서 기존 티니핑에서 보기 어려웠던 모험영화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 신선했습니다.
근데 악당은 좀 세다...

한 가지 미리 알고 가면 좋은 점도 있어요.
악당이 생각보다 꽤 무섭거든요?
단순히 생김새만 무서운 게 아니라 등장하는 방식이나 음악, 분위기까지 긴장감을 점점 끌어올리는 연출이 더해져서 어른인 저도 '어, 제법 무서운데' 싶을 정도였으니...
겁이 많은 어린아이라면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관람가이긴 하지만 아이가 평소 무서운 장면에 민감하다면 이 부분은 참고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엄마 울지 말라던 애 어디 갔지

상영 중인 영화라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대신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엄마들, 울지 않을 자신 있어요...?
저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아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 또, 엄마가 아이를 지키려는 모습, 아이 역시 자기 방식으로 엄마를 지키려는 모습 앞에서 도저히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눈물이 나서 슬쩍 옆을 봤는데.
우리 7살도 울고 있더라고요.
들어가기 전에는 분명 저한테 울지 말라고 하던 아이가.
그 순간에는 조금 웃기면서도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같은 영화의 같은 장면을 보면서 저는 엄마의 시선으로, 아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울고 있었던 거잖아요.
백지영은 반칙이지

그리고 이 영화, 음악도 제대로 준비했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OST가 나오는데 감정이 한창 올라온 순간 백지영과 정지소가 부른 <처음이라서>가 나와요.
아니, 지금 여기서 그 목소리를 틀면...
잔잔하게 시작하는 노래인데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점점 감정을 끌어올리는 곡이라, 영화 속 장면과 만나는 순간 더 먹먹하게 들리더라고요.
특히 백지영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가 고조될 때에는 겨우 참고 있던 감정까지 모조리 건드리는 느낌이어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다음엔 아빠까지 셋입니다

러닝타임이 105분이라 아이에게 짧은 영화는 아닌데, 제가 본 상영관에서는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나가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우리 아이도 끝까지 잘 봤고요.
그리고는 집에 와서 아이 아빠에게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아빠랑도 또 보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세 식구가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아이가 티니핑을 좋아한다면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아이만 좋아하고 부모는 옆에서 기다려주는 영화가 아니라, 부모도 자기 몫의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음 극장판이 나온다면 그 편도 저희는 또 보러 갈 것 같아요.
문제는 이제 제 기대치가 꽤 높아졌다는 건데...
뭐, 어쨌든 하츄핑, 다음에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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