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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츠지무라 미즈키 - 아침이 온다 리뷰, 입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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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츠지무라 미즈키 - 아침이 온다 리뷰, 입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유하우스 2022. 6. 24. 10:32


처음 보는 작가의 조금은 흔한 제목. 큰 기대 않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서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어요. 마지막에 가서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아야 했고요. 오랜만에 참 좋은 소설을 만났습니다. 소설책을 그리 많이 읽는데 누군가 소설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아 난감할 때가 종종 있었어요. 이젠 주저 않고 이 책을 추천할 것입니다.

내용(스포주의)

 



아사토는 사토코 부부의 소중한 아이에요. 6살이고, 평범하게 유치원에 다녀요. 사토코 부부는 아사토를 무척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해줘요.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유치원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받아보니 아사토가 친한 친구 한 명을 정글짐 위에서 밀어버렸대요. 그래서 그 친구는 다리에 깁스를 하게 되는데요.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등떠밀림을 당한 아이의 입에서 아사토의 이름이 나왔을 뿐 아사토는 친구를 밀지 않았다네요. 몇 번을 물어봐도 아사토는 밀지 않았대요.

그래서 사토코는 아사토를 믿어요. 드세고 교양이 부족해 보이는 친구의 엄마가 자연스럽게 치료비를 요구할 때에도 사토코는 아사토의 말을 믿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아요. 그로인해 그 친구의 엄마에게, 그 친구의 엄마가 소문을 내고 다니는 아사토 친구 엄마들에게도 곱지 못한 시선을 받게 되는데요. 그래도 사토코는 끝까지 아사토를 믿어요. 아사토가 "그냥 내가 밀었다고 할까?" 라고 말을 할 때에도요.

다행히 친구가 실토를 했어요. 정글짐 위에서 자신의 엄마가 하지 말라던 뛰기를 해서 혼날 것이 두려워 사토코에게 밀림을 당해 떨어진 것이라고 거짓말 했다고. 친구 엄마는 울며 사과를 해요.

사토코도 사실 마음 속으로는 실은 아사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하고, 그냥 사과하고 끝낼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그럼 아사토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이럴 때 아이를 믿어줄 사람은 다름아닌 부모라는 생각에 사토코는 끝까지 아사토를 믿어주었어요.

이건 하나의 일화예요. 이렇게 아이를 믿고, 아끼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화. 사실 사토코네 집엔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사토코 부부는 불임 치료를 오래 받았어요. 하지만 결국 부부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아요. 몹시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장면 장면엔 저도 심경이 복잡해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비에서 특별 양자 결연 프로그램을 보게 돼요.

양자 결연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의 부모가, 아기를 낳을 수 없지만 아기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의지가 있는 부모에게 입양을 보냅니다.

하루는 양자 결연 설명회를 연다고 하여 아기를 원하는 예비 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데요. 이런 저런 설명을 듣다가 문득 한 남자가 손을 들고 말해요. 입양을 할 수 있는 부모의 나이 얘기가 나왔거든요. 입양을 할 수 있는 부모의 나이는 40살이 최대라는 말에 손을 든 거예요.

마른 남자의 울대뼈가 떨렸다. "나이 많은 부모의 육아는" 하고 가는 목소리로 계속했다.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십 대라서 좋은 면도 많지 않겠습니까? 경제적인 면이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저희는 지금껏 수많은 곳에서 연령 제한을 당했습니다." 조용한 실내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설명회에 참석한 많은 부부들이 자신이 더듬어 온 길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 전해졌다.


이 남자는 마흔 몇 살이었어요. 위의 말처럼 나이가 많으면 경제적으로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인생 선배로서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육아에서 체력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혈기를 잃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존재하는지라 나이 많은 부모의 입양에 대해서는 남자의 말에도 공감이 갔고 동시에...

"특별 양자 결연은 부모를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아이를 원하는 부모가 아이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찾기 위한 겁니다. 모든 활동은 아이의 복지를 위해 그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겁니다." 그녀는 단언했다.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겁니다. 태어난 아이의 심신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도 공감이 갔어요. 사실 입양에 있어 일 순위는 아이여야 함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토코 부부도 그렇고 남자의 말에서도 그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토코 부부는 이 양자 결연 제도를 통해 자식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생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원칙상 그러면 안되지만 생모가 원하고, 또 양부모가 동의하면 딱 한 번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사토코 부부는 아이의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그들은 깜짝 놀라요. 이십대 초반도 고등학생도 아닌 중학생이 그 자리에 부모님과 함께 앉아있었거든요. 그 엄마는 엄마가 될 사람의 손을 잡고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연신 인사를 했어요.

중학생 히카리는


엄격하고 청결한 집안 분위기가 싫어요. 부모님은 착하고 공부 잘하는 딸의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그녀를 그 안에 집어 넣으려 애를 써요. 하지만 히카리는 들어가기를 거부하죠. 부모님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요. 그 무렵 히카리는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는데요. 깨끗하고 엄격한 부모에게 복수라도 하듯 히카리는 피임도 하지 않고 관계를 해버려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남자친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뭐, 그 때까지만해도 남자친구도 히카리를 좋아했어요.

어느 날, 남자친구와 레스토랑에 갔는데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고 화장실에 갔더니 메스꺼운 느낌이 드는거예요. 히카리는 교제 중 임신이 되었어요.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수술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지나 원하든 원치 않든 아기를 낳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요.

엄마는 불같이 화를 냈어요. 그리고 아빠와 엄마, 언니, 히카리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히카리의 일을 히카리에게는 묻지 않고 다같이 앞으로에 대해 상의 해요. 이야기는 입양으로 흘러갑니다. 히카리는 싫다고 해요. 하지만 뭐가 싫은건지, 싫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에 대한 계획과 확신은 당연히 없어요.

배가 불러오기 때문에 학교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입양 센터에서 지원하는 기숙사에 숙식하며 출산을 기다립니다.

그 만화는 일례로, 찾아보니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많이 있었다. 이야기마다 '피임할 것'을 권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에는 남자친구가 도망가서 중절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히카리는 그 이야기들을 현실감 없이 읽었다. 자신은 이렇게 되지 않을 건데, 과하게 협박하는 내용은 어른들이 머리로 생각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중절'에 이르는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바로 임신을 알아차리고 주변 어른들을 끌어들여 마음이 흔들린다. 거기에는 히카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임신해도 바로 배가 불러오지 않는다는 것. 첫 생리가 오기도 전에 임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중절이 불가능한 여섯 달이 지나도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히카리는 어른들을 비웃었죠. 청결하고 성실하게 사는 어른들을. 하지만 히카리만의 잘못이라기엔 그는 너무 어리고 어리숙했어요. 다들 그런 시기가 있었잖아요. 저는 성교육도 교육이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나 교사가 가르쳐 줘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아이는 친구나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요. 잘못된 행위에 대한 댓가가 큰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눈높이에 맞춰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은 교육기관이나 책 등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출산 후


히카리의 남자친구는 중간에서 부모님이 뭐라고 말씀을 하셨는진 몰라도 히카리가 아기를 낳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그만 그녀와 이별하고 싶어해요. 히카리는 슬펐어요. 그에게는 이번 일이 하나의 해프닝 혹은 추억으로 남겠지만 그녀에게는 뼈저리게 아픈 일상이었거든요. 그가 훗날 무용담처럼 얘기할만한 일이, 그녀에게는 아니었거든요. 히카리는 배신감과 크나큰 허탈함을 안고 돌아서요.

시간이 흘러 히카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갑니다. 하지만 이 역시 엄마의 성에 차지 않았어요. 더 좋은 학교에 갔으면, 하고 바랐거든요. 히카리는 이제 가출을 결심해요.

가출


허나 갈 데가 있나요? 선택지는 단 하나. 출산을 하기까지 머물렀던 기숙사에 가요. 그리고 여기에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담당자는 다행히 좋은 사람이어서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 후 허락을 받으면 일을 하게 해준다고 해요. 그리고 예상 외로 히카리는 허락을 받아요. 히카리 말로 부모님은 이제 자신을 포기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곧 양자 결연 단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기숙사도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돼요. 히카리는 담당자에게 소개 받은 다른 일을 하러 또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신문 배급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혹독한 일. 하지만 히카리는 성실하게 일해요. 그런데 이 곳은 아무나 일하러 왔다가 인사도 하지 않고 갑자기 무단결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었어요. 한 여자가 일을 하러 오는데요. 행색이 너저분하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있는 듯 보이는 여자였다고 묘사할게요. 그 여자는 처음엔 히카리와 잘 지냈어요. 그래서 히카리가 마음을 놓고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버리고 마는데, 그 후 여자는 히카리에게 돈을 빌리고 갚다가 안 갚다가를 반복해요.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모습으로 히카리에게 보증을 좀 서줄 수 있겠느냐고 하는데요. 히카리는 거절해요.

"도장도 내 것이 아니에요. 이런 건 어디서든 살 수 있잖아요. 필적도 감정하면.", "히카리 짱. 그런데 말이다, 이건 네 이름이야." "그래도" 그때. 양복 차림의 나이 많은 남자가 슬그머니 오더니 테이블을 걷어찼다. 쾅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히카리의 눈앞에서 테이블이 솟구쳐 올랐다. 남자는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깨가 흠칫거려서 입도 뻥긋할 수가 없었다. 남자가 조용히 히카리를 내려다보았다. 눈빛이 싸늘했다. "돈 갚을 만한 일자리를 찾아줄 테니 언제든지 연락해." 히카리는 떨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이상하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도 마치 가위눌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수금이나 구독 권유로 남자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받아 왔다. 그것은 상당히 여유로운 축에 속하며 상냥한 시선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자로서의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고 단순한 폭력과 무자비함밖에 없는 이런 눈빛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여자로서 관심이 없을 텐데도 그 싸늘한 눈빛은 마치 히카리를 상품처럼 보고 있었다. 남자가 말한 '돈 갚을 만한 일자리'에 짚이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히카리가 서명했다는 종이를 가지고 웬 남자가 등장하죠. 여자는 이미 도망간 후고요. 히카리는 이후 남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요. 몇 번이나 아니라고 했지만, 남자는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 때 히카리에게 보호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함께 법의 힘을 빌리려고 도모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히카리는 보호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누구보다 나약한 존재로 비춰졌기 때문에 남자는 어쩔거냔식으로 히카리를 궁지로 몰아넣어요. 일자리를 바꿔 도망쳐 왔는데도 쫓아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히카리는 질려버려요. 그래서 가게의 돈을 훔쳐 남자에게 갖다줘요. 보증을 서지도 않았고, 자신이 빌리지도 않은 돈을.

두려웠다. 궁지에 몰렸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공포와 끝까지 내몰린 심정을 부디 다른 사람도 알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남자들과 히카리 사이에는 조리 있게 말로 따지는 상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런데 어떻게 했어야 옳았다는 걸까. 하마노는 자기한테 왜 상담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 말대로 상담하지 않은 쪽은 히카리다. 하지만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갚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다.


히카리에게 보호자가 있었더라면. 가족, 친구, 친척, 연인... 그 중 하나라도 곁을 지켜주었더라면. 히카리는 남의 돈을 갖다 줬기 때문에 이제 그 돈을 갚아야 해요.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요?

 

 

 

6년만의 재회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를 찾아가요. 기숙사에서 나올 때 우연히 자신의 서류를 봤거든요. 양부모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화번호까지 모조리 외워두었어요. 그래서 찾아가기 전, 몇 번씩 전화를 걸기도 했어요. 물론 이 쪽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요. 한 번, 자신이 낳은 그 아이가 전화를 받았을 때 히카리는 멈칫해요.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의 아파트 앞에서 이렇게 좋은 집에서, 내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거냐고. 뻔뻔한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분노해요. 당시 히카리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아이를 돌려주세요.

 



제가 낳은 아이니까 돌려달라고. 돌려줄 수 없다면 돈이라도 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할 날짜를 잡아요.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의 집으로 오게 됩니다. 그런데 히카리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게 돼요.

사토코 부부가 화가 났어요. 당연하죠. 그런데 화가 난 이유는 우리 아들의 엄마, 내 아들을 낳아준 우리의 엄마를 그녀가 모독하고 있음에 화가 난 거였어요. 아들의 생모는 아이를 우리에게 건넬 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잘 부탁한다고 거듭 부탁을 했었는데, 이렇게 아이와 돈을 엮어 얘기 할 사람이 아니라고요. 사토코 부부는 몹시 불쾌해 했어요.

"아이 엄마가 자금의 아사토를 만나고 싶어 하거나 아사토를 도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거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돈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아이의... 우리의 엄마는 그런 말을 꺼낼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는 대화를 하고 있던 중, 아사토가 유치원에서 돌아옵니다.

아사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히카리는 무너지고 말아요. 그리고 사토코 부부 앞에 머리를 처박고 죄송하다고. 저는 아이의 생모가 아니라고 사과해요.

히카리는 임신 중에 아사토와 바다를 보았어요. 꼬맹아, 하고 불렀고요. 보호하듯 손을 얹고 함께 걸었어요.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힘내자"라고 말했어요. 너와 바다를 본 이 순간을 오래 오래 기억하겠다고. 히카리는 다짐 했었어요. 히카리에게 아사토는 그런 존재에요. 입양을 보냈지만 소중한 존재.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존재.

그리고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와의 대화를 통해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지만 그 집에서는 버림받지 않고 보살핌 받는 존재로 함께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비참해야 함에도 편안한 마음이 돼요.

하지만 허한 마음이 채워지진 않죠.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의 집에서 나와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돈을 갚으라고 재촉 당하지 않는 곳, 범죄 혐의를 받지 않는 곳, 부모님에게 절망을 안기지 않는 곳으로. 멍하니 육교 위에서 아래를 흘러가는 차량을 봐요. 그렇게 저녁이 되고 해가 저물었나 싶을 무렵, 하늘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나요. 두껍고 낮게 깔린 구름 너머로 울리던 천둥소리가 가까워지고, 갑자기 쏟아진 비는 히카리의 온 몸을 순식간에 적십니다. 이대로.

그 때 누군가 갑자기 등을 탁 하고 쳐요. 언제 어디부터 달려왔는지 모를 사토코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찾았다."라고. 그리고 히카리에게 몸을 기댄 채 서 있는 아사토도 보이고요. 사토코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어요. 비에 젖어 이마에 앞머리가 들러붙어 있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쫓아 보내서. 미안해요, 알아보지도 못하고."

 



아사토 앞에서 한껏 예민해지는 촉이 그녀를 알아보게 만들었던걸까요. 누구냐고 묻는 아들에게 사토코는 "아사토의 '히로시마 엄마'야." 라고 얘기해요. 사토코는 평소에 입양을 했다는 사실과 낳아준 엄마는 히로시마(아사토가 태어난 곳)에 있다는 얘기를 줄곧 해왔었거든요. 사토코는 히카리를 아사토의 엄마가 아니라고 단언했을 때와 똑같이, 주저도 망설임도 없이 얘기해요.

비가 차츰 잦아들더니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져요. 빛나는 빗 속에서, 아사토의 맑은 두 눈이 두 엄마를 바라봐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입양 가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실제 입양 가정을 취재하고 자료를 조사했다고 해요. 실제 입양 가정 중에선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은 생모를 질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낳아 준 덕분에 입양할 수 있었다며 생모까지 포함해 한 가족으로 여기는 집이 의외로 많다고 하네요.

오랜 불임 치료 끝 축복처럼 품에 온 아이. 사토코 부부는 히카리에게 빛을 받았어요. 그리고 빛을 잃어버린 히카리에게 사토코 부부는 그녀를 마음속에서 보호하며 혈연보다 단단한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드는 것으로 또 다른 빛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히카리는 낳아 준 부모님과의 관계가 붕괴되어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아요. 세상에는 크기도 색깔도 모두 제각각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죠. 내가 아는 게 전부라고 착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어요.

입양을 하는 입장 그리고 아이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입장 모두에 이입을 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올해들어 가장 흥미롭게 본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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