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었던 <어린왕자>를 기억하시나요?
작은 별에 사는 금발 소년, 말하는 여우, 그리고 장미 한 송이.
분명 동화로 읽었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어 다시 펼쳐보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문장들이 많아요. (다른 책들보다 유독 많아요🤔)
예를들어, 어릴 땐 그저 신기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근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어린왕자의 주인공은 어린 애예요.
근데 왜 이 이야기가 어른이 된 저에게 더 깊이 와닿는거죠?
그 이유를 작품에서 찾아봤어요.
같이 봐요.
1. 어른들은 왜 숫자부터 물어볼까?

어린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하며 다양한 어른들을 만납니다.
그중에는 별을 세면서 모두 자기꺼라고 주장하는 사업가도 있었어요.
그는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상하기보다, 자신이 별을 몇 개나 소유하고 있는지 계산하기 바빴죠.
이 모습은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다른 어른들의 특징과도 연결되는데요.
어른들은 새로운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친구의 나이, 몸무게, 아버지의 수입 같은 숫자를 먼저 궁금해했어요.
아, 근데 생각해 보면... 저도 가끔 그래요.
누군가를 만나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직업이나 사는 곳부터 궁금해질 때가 있으니까요.
물론 숫자와 조건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긴 한데요...
눈에 보이는 조건만으로 사람과 세상의 가치를 판단하다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다는거죠.
어린왕자는 제가 너무 익숙하게 여기는 우리 어른들의 시선을 조금 낯설게 바라보게 합니다.
그게 좋아요.
2. 많은 장미 중 내 장미가 특별한 이유

어린왕자의 별에는 그가 정성껏 돌보던 장미 한 송이가 있었어요.
어린왕자는 그 장미에게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벌레가 생기면 떼어주기도 하며 정성껏 보살폈죠.
하지만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수많은 장미가 피어있는 정원을 발견하고, 크게 실망해요.
자신의 장미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생긴 장미가 이렇게 많다고?
그래도 다행히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장미보다 그것이 아름답거나 희귀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 장미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쏟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우리 사람 사이도 그렇죠?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쌓아온 관계는 그 무엇과도 쉽게 대체할 수 없잖아요.
...혹시 지금 누가 떠오르셨나요?
3. 여우는 왜 기다림을 행복이라고 했을까?

어린왕자가 만난 여우는 자신과 친구가 되려면 먼저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와 달라고 부탁하죠.
가령 오후 네 시에 어린왕자가 온다고 하면, 여우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라고 해요.
기다리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에요.
참 로맨틱하죠.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행복하다니.
근데 우리도 그런 경험 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기다리면서 설레하거나, 오랜만에 가족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시간들.
행복은 꼭 무언가를 손에 얻거나 특별한 일을 경험하는 순간에만 존재하는 건 아닌가봐요. 😊
4.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어른들이 잃어버린 상상력

어린 시절 비행사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 어른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 모자라고 이야기 했어요.
결국 비행사는 보아뱀의 뱃속까지 그려 설명했고, 어른들은 그림 대신 공부나 하라고 조언했죠.
그렇게 비행사는 화가의 꿈을 접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떠오르는 바로 그 문장.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릴 때는 구름을 보고 동물을 떠올리고, 나뭇가지를 마법 지팡이라고 부르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 곧이곧대로 믿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된 것 같아요.
모자를 보고 모자밖에 생각하지 못 하다니. 그 안에 가장 중요한 게 숨어있는데.
어른이 된다는 건 현실을 알아가는 일이지만...
동시에 어린 시절의 순수한 상상력을 잃는 것 같아서 슬퍼요.
5. 헤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추억, 웃는 별의 의미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전, 사막에서 만난 비행사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 참고로 비행사는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어린왕자를 만나 친구가 된 사람이에요.)
어린왕자는 자신이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웃고 있을테니 비행사에게는 모든 별이 웃는 것처럼 느껴질 거라고 말하죠.
'너에게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이 생기는거야.'
크...
밤하늘의 별은 예전과 똑같았지만, 비행사에게는 더이상 평범한 별이 아니게 됐어요.
어린왕자가 별에 의미를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저도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이나, 자주 듣던 노래에서 문득 어떤 한 사람을 떠올릴 때가 있는데요.
어린왕자가 비행사에게 남긴 가장 따뜻한 선물은 아마 미래에도 계속 볼 수 있는 추억 아니었을까 싶어요.
어린왕자는 왜
어른들의 명작일까?

교훈이 많은 책이라 한때는 어른들을 나무라는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당연히 어른이 되면 숫자를 따져야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사는 게 맞죠.
하지만 그런 일들에 익숙해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해요.
예를들어 사람을 조건으로 판단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애쓰고, 정작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는 시간을 내지 못하는 그런 일들 말이에요.
어린왕자는 특별히 성공을 이루거나 많은 것을 소유해서 행복해지는 인물은 아닙니다.
장미 한 송이를 아끼고, 친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사막에서 마신 물 한 모금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인물이죠.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소중한 것들을 조금씩 잊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읽을 때마다 읽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어릴땐 그저 어린왕자와 함께 별을 여행하는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저를 계속 돌아보게 하네요.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해 보면요.
제가 어린왕자를 계속해서 읽고 또 읽는 이유는...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른이 된 지금도 내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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