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고, 백설공주는 독사과에서 깨어납니다.
빨간모자도 결국 늑대에게서 살아남고요.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는 대체로 이렇게 기억됩니다.
하지만 오래된 판본을 찾아보면 실은 분위기가 꽤 달라요.
신데렐라의 의붓언니들은 시력을 잃고요.
백설공주의 왕비는 목숨을 잃을 정도의 벌을 받습니다.
빨간모자에서는 심지어 빨간모자와 할머니를 구해주는 사람조차 나타나지 않아요.
그때 그 당시,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요?
알고 보면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건 옛 동화의 출발점입니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처럼 오래된 이야기 중에는 한 작가가 어린이를 위해 처음부터 쓴 작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진 민담에 뿌리를 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림 형제 역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처음 만들어 낸 사람들이 아니에요.
여러 곳에서 전해지던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해 책으로 펴낸겁니다.
그래서 옛 동화를 지금의 어린이책과 비교하면 왜 이렇게 다르지? 싶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처음부터 어린아이에게 예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줄 목적이 아니었으니 죽음이나 위험, 강한 처벌 같은 내용도 훨씬 거리낌 없이 들어갈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습니다.
옛 동화의 무서운 장면에는 단순히 잔혹한 것 이상의 이유가 있었거든요.
무서운 벌로 잘못의 결과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

그림형제판 신데렐라를 보면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두 의붓언니는 왕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구두를 억지로 신으려고 해요.
한 사람은 발가락 일부를, 다른 사람은 발뒤꿈치 일부를 희생하면서까지 구두에 발을 맞추려 했죠.
하지만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고, 신데렐라의 결혼식에서는 더 큰 벌을 받습니다.
새들이 두 사람의 눈을 공격해 결국 모두 시력을 잃게 되는 벌을요.
백설공주의 왕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왕비는 백설공주를 여러 차례 위험에 빠뜨리고, 마지막에는 독이 든 사과까지 이용하죠.
하지만 백설공주는 살아남고, 오히려 왕비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백설공주의 결혼식에서 왕비는 뜨겁게 달군 쇠로 만든 신발을 신고 춤을 추는 벌을 받고 결국 목숨을 잃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 가혹한 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옛 동화에서는 이렇게 강한 결말로 나쁜 행동에는 그만큼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어요.
교훈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누구나 기억할 만큼 강렬한 결말을 남긴겁니다.
잔혹함은 그만큼 이야기의 메세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장치였던 셈이죠.
무서운 결말로 현실의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
잔혹한 장면이 항상 나쁜 사람을 벌주는 데에만 쓰인 건 아닙니다.
1697년 샤를 페로가 발표한 빨간모자를 보면 오히려 반대예요.
늑대는 할머니를 먼저 찾아간 뒤 할머니로도 모자라 빨간 모자까지 속이는데요, 결국 두 사람 모두 늑대에게 희생 되죠.
그럼 마지막에 사냥꾼이 나타나 그들을 구해주지 않았나 싶지만...
안 옵니다.
두 사람을 구해주는 인물 자체가 없어요.
대신 페로는 이야기 뒤에 교훈을 직접 붙였습니다.
그건 바로, 젊은 여성에게 친절하고 부드럽게 접근하는 위험한 사람을 조심하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렇다면 여기서는 왜 행복한 결말을 만들지 않았는지가 중요한데요.
빨간모자가 마지막에 무사히 살아났다면 마음은 편했겠지만, 페로가 남기려던 경고는 그만큼 약해졌을 겁니다.
그래서 위험한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끝까지 보여준 거예요.
행복한 결말 대신 무서운 결말 자체를 하나의 경고로 남긴 겁니다.
옛 동화가 잔혹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

지금의 동화에 익숙한 우리가 보면 옛 판본의 잔혹함은 지나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야기가 지금처럼 책이나 영상으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들이 많았고, 한 번 들은 이야기가 오래 기억되려면 그만큼 강한 장면이 효과적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옛 동화의 잔혹함이 단순히 옛날 사람들이 잔인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말로 타이르기보다 이야기 속에서 결과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에 가까웠다고 보죠.
착하게 살아라, 낯선 사람을 조심해라 같은 말은 짧지만 쉽게 흘려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번 듣고 잊기 힘든 이야기가 되면 얘기가 달라지니까요.
어쩌면 옛 동화는 아이를 겁주려고 잔혹했던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무서운 이야기 속에 담아 오래도록 기억하게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옛 동화를 보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잔혹해야 했을까 싶었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왜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전해졌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어요.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그 내용을 지금의 기준에서도 괜찮다고 보는 건 또 다른 문제겠죠.
잔혹한 장면뿐 아니라 지금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가치관도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시대가 달라진만큼 동화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옛 동화를 보면서 옛날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이해하는 것과,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이야기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된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 지켜야 하는 것도, 지금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생겨난 이유까지 무시할 필요도 없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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