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느덧 32개월이 되었어요. 산후조리원에서 속싸개에 포옥 싸여 안겨있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느껴지네요. 그리고 동시에 이제까지 일어났던 일들과 감정 역시 머리를 싹 스쳐지나가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그러잖아요. 그 때는 참 괴로웠는데 지금은 또 어찌어찌 살고있네? 하면서요. 아이를 낳고 저는 제 인생에 둘째는 결단코 없을거라고 단정지었어요. 이 수술대 위에 누울 일이, 신생아를 돌보는 일이 다신 없을거라고. 그런데...

요즘 좀 살만한지(?) 그 고통과 힘듦을 좀 잊어버렸나봐요. 감히 둘째아이를 생각하고 있네요. 하지만 신중해야 할 문제죠. 아이를 갖고싶은 마음과 주저되는 마음, 공존하다 못해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주제에 대해 오늘은 글을 써보려 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맘때쯤 이런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둘째를 낳고 싶은 이유



 

1️⃣ 저나 남편이 먼저 죽거나 아니면 가정이 붕괴되었을 경우에 혼자면 외로울까봐요.

물론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부재하다면 형제자매가 있어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일거예요. 그래도 적어도, 혼자 있는 것 보다는 둘에게 둘인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거죠. 혹여나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곁에 있는 누군가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을 해준다면 몇 번이고 일어날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부모는 계속해서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을 때 텅 빈 그 공간을 아이가 매일 매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반찬이 부실하더라도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시에는 서로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무의식은 반드시 상대에게 힘과 위로를 얻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식이 하나보다는 둘인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2️⃣ 협동 그리고 배려, 자신의 것을 지키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을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많은 조율 끝에 지금은 조금 협동이 가능해졌어요. 아주 아주 많이 노력해서 배려를 할 수 있게 됐고요. 내 것을 지키는 힘이 '저도 모르게' 강해졌습니다. 그 과정이 어쨌든, 험난했든 그렇지 않았든, 현재의 저는 예전보다 확실히 성장했어요.

결혼은 2-30년을 모르고 지냈던 사람과 함께 사는 거라서 맞춰 가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비교대상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여기서 우리는 '저도 모르게' 여러가지 스킬을 습득했다는 데에 중점을 한 번 둬 볼까요? 이 집에서 내가 살아 나가야 하니까 양보해야 하는 것들, 양보할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을 대화나 다툼을 통해서 얻는 거예요.

부모자식간에서도 충분히 공감 능력을 키울 수는 있지만 또래와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노는 방법, 놀다가 싸웠을 때 대처하는 방법, 고마워, 미안해 라는 말을 적절한 때 사용할 수 있는 센스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3️⃣ 서로에게 '내 편'이 하나 더 있다는 느낌.

사실 저는 형제가 있기는 하지만 혼자 컸어요. 그래서 잘은 모르는데요. 주변의 형제자매가 있는 친구들을 보면, 기쁜 일은 주로 혼자 기뻐하는데(?) 안 좋은 일이 닥치면 서로 가만히 있지 않더라고요. 사이가 안 좋은 형제자매의 경우에도 웬만한 일은 '혼자 처리해라' 싶다가도, 너무 힘들어 하면 누구보다 더 빨리 그 일을 해결하려 하는 걸 봤어요. (물론, 케이스바이케이스이긴 합니다.)

제가 아이들 양육을 잘하면요. 비교하지 않고 키우면요.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과 기쁨, 그리고 위로가 되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둘째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를 위해서 둘째 아이를 갖고 싶다' 는 이유는 상당히 이기적인 것 같고요. 세상에 나온 축복 그 자체인 두 아이들 모두를 위한 이유, 그 이유들을 한 번 정리해봤어요. 자, 이번에는... 둘째를 낳기 어려운, 낳기가 주저되는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를 낳는 일이 주저되는 이유



 

1️⃣ 사실 이게 현재로서는 거의 99프로에 달하는 이유입니다. 제 체력 때문인데요. 너어무 힘들어요, 육아가... 제가 육아 힘들다고 징징대는 글을 이 블로그에서 몇 개는 보셨을거예요.

 

 

육아가 너무 힘들어 미치겠다.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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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재접근기... 엄마의 집 나간 넋을 찾습니다. (힘든 이유, 나름의 대처 방법, 아기를 위해

재접근기란 생후 16개월부터 24개월 사이 유아에게 나타나는 정신 성장 발달 단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동시에 엄마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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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번아웃... 잠시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오늘 글은 정보성 글이 아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을거라 시간은 금이니까요, 육아 번아웃으로 힘들어 극복 방법을 얻고자 하시는 분이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거라면 속히 창을 닫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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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체력은 충전이 되지를 않아서 지금도 야금야금 떨어지고만 있는데요. 이 체력으로 어떻게 신생아를, 백일동안, 일 년동안, 원더윅스를, 이앓이를, 재접근기를... 견디죠?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저는 몸과 마음이 무척 힘에 부쳤던 날, 아이에게 화를 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엉엉 울고... 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참지 못 하고. 그런데 둘째 아이를 낳으면 지금보다 적어도 5배는 더 힘들다는데 제가 화를 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제가 화를 낼까봐 무서워요. 그럴바엔, 나를 낳아준 보호자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화를 내는데 그럴바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에요. 저는 전업주부라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해요. 하지만 체력! 이 체력 때문에 둘째 아이 갖기가 망설여지네요. 참고로 운동도 했었는데, 한 번 하고 집에 돌아오면 에너지가 다 소진되서 첫째 아이를 돌볼 기력이 없더라고요. 체력을 기르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 이 부분은 찬찬히 다시 생각해볼게요.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의 방법으로.



 

 

2️⃣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시기 질투할지도요.

언젠가 오은영 박사님이 그랬어요. 집에 둘째가 생긴다는 건 첫째에게 이런 느낌이라고요. 내 남편이 새 여자를 데리고 와서 '이제 앞으로 같이 살거야!' 라고 선언하는 느낌이라고.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하고, 무섭고, 얼떨떨하고, 짜증나겠어요?

그리고 둘째 같은 경우에도 나이차이가 좀 나면 모르겠는데, 별로 나지 않는 경우에는 옷이나 장난감을 함께 공유하는 집이 많잖아요. 아주 어릴 때는 인식을 못 할 거예요. 좀 크면, 사진으로 확인을 하면, 그 때 볼멘소리가 나오겠죠? 아, 이 정돈 귀여운 수준이네요.

이 부분은 아이들이 느낄 외로움이 가장 걱정이에요. 둘째를 낳기로 결심을 했다면 내 소중한 보물들이 슬픈 마음을 덜 느끼도록 육아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3️⃣ 첫째 아이에게 소홀해질까봐, 둘째 아이는 대충 키우게 될까봐.

첫째는 말그대로 애지중지 하며 키웠어요.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다 사주고. 둘째는 두 번째 육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덜 노력할 것 같아요. 해봤으니까 경험에 의거해 육아를 하겠죠.

그런데 저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부족함을 느끼면 어쩌죠? '엄마는 나보다 언니(동생)를 더 예뻐해.'... 으, 노력을 하는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정말 고민이에요. 남편은 둘째를 갖고 싶어하는 눈친데 저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직 마음을 굳히지 못하고 있어요. 보통 이맘때쯤 둘째를 갖는다 하시더라고요. 제 주변에서도 임신 중인 엄마들이 꽤 있고요.

하지만 '낳고 보자' 는 안 될 것 같아요.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하자!' 는 아닌 것 같아서요. 요즘 안그래도 신경쓸 게 많은데 머리가 아프네요.

혹여나 둘째가 생기면 남편에게 알리자마자 블로그에 글 쓰러 올게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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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으로 기관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아직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요. 그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널널해졌을 것 같지만 더 타이트 해졌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쳤어요.

일단 일정부터. 저는 아침 10시쯤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보내고 있어요. 부지런하지 못한 엄마 때문에 아침 간식은 거의 못 먹고, 첫 번째 활동 시간에 거의 아슬하게 도착하거나 조금 늦게 합류해요.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저희 아이는 담임 선생님과 부담임 선생님이 오시면 그 쪽으로 가겠다고 손은 뻗지만 활동하는 반 앞까진 엄마가 함께 가주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아직 문 앞에서 "안녕~"을 할 수 없어요.

초반 일주일간은 떨어지기 싫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요. 어느 날은 "엄마 같이!" 들어가자고, 또 어느 날은 울지도 않고 들어가더라고요. 놀랍고 대견스럽게도요.

1. 당연한 말이지만 엄마 몸이 편해요.


아이를 맡기고 난 뒤 저는 근처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해요. 저를 심하게 찾거나 혹은 아프면 제가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처음 일주일은 공부고 유튜브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와서 내내 아이 사진만 보고 있다가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고있는 채로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누워 있었어요. 진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이렇게 맘 졸일 정도면 그냥 내가 보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래서 엄마도 적응기간을 가진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그렇게 맘 졸이는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아주 조금씩, 저도 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언제 연락이 올 지 모르니 핸드폰은 늘 벨소리로 해 놓고.

저는 이제까지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고 쉬는 엄마들을 부러워만 했었는데 이제는 제가 그러고 있어요. 물론 엄마 없는 곳에서 혼자 그 낯섦을 이겨내고 있을 아이를 떠올리면 아직도 너무 보고싶어 미치겠지만... 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은 아직 온전히 쉬지 못 하고 있으나 몸은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하는 것 같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보내면 확실히 엄마 몸은 편해요.

2. 하원 후 에너지 충전된 엄마의 찐한 애정 표현 가능


아이가 하원 하려고 문으로 걸어나올 때 무슨 천국에서 천사가 내려오는 것처럼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양 팔을 벌리고 이름을 부르면 아이도 제게 달려와줘요.

그리고 "엄마가 너무 많이 보고싶었어" 라고 말하면 "나도" 라고 꼭 대답해줘서 감동의 쓰나미... T_T 감격적인 모녀상봉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꽈배기 집에서 간식을 먹거나 근처 공원 산책을 하는데요. 요즘 낮에 덥잖아요, 그런데도 짜증이 잘 안 나요...

기다리는 동안 진짜 너무 너무 보고싶었거든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체력이 충전되어서 아이에게 내가 생각하는 애정 표현을 다 해줄 수가 있어요. 이전에는 몸이 힘들어서 생각과는 다르게 짜증을 내기도 했었는데 말예요.

3. 이상해진 낮잠 패턴


이건 단점인 것 같은데요. 놀이학교는 낮잠이 없거든요. 아이가 하원을 하고 조금 놀다 집에 가면 벌써 4시경이에요. 그래서 그 때 바로 안 자면 애매한 시간이 되서 그 날은 낮잠을 못 자는 날이 되버려요.

어쩌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면, 자고 싶은만큼 푹 자야 하는데 하필 방문 수업이 다 네 다섯시에 와서 3-40분 자고 일어날 때도 있고요. (시간 조율이 어렵네요) 그럼 수업을 하면서도 힘들어 하는데 참... 그래서 앞으로는 하원 후 놀지 않고 되도록 빨리 집에 데려와 낮잠을 재우는 방법을 써보려고 생각중이에요.

4. 갑자기 말을 잘해요.


어린이집에 다니면 말문이 트인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러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이를 보면서 확신이랄까... 그런 생각이 든 게 뭐냐면, 평소 아이가 쓰지 않던 말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심심해" 라던가 "살려줘" 라던가!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요구를 할 때 울음이나 옹알이가 아닌 (나름)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을 해요.

하지만 제게 가장 놀라운 변화는 말이 많아졌다는 것도 쓰지 않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의사를 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졌다는 거예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자기가 아는 단어로 열심히 문장을 만들어 말을 해요. 안 되면 바디랭귀지를 동원하구요. (그마저도 안 되면 화냄)


신기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제 생각보다 다양한 단어와 문장을 구사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저와 애기 아빠는 아이가 원에 가서 이상한 말을 하지 않도록 더욱 더 입조심을 하기로 했어요. 🤝

5. 하원 후 엄마 아빠의 불같은 육아 (부작용으로 이어짐)


하원을 하고 나면 아이가 예뻐 죽을 것 같아요.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이실거예요. 그래서 저는 원래 4시부터 8시까지 공부를 하는데 때때로 그 시간에 아이와 놀러가곤 했어요.

다닌 지 삼 주가 다 되어간다고 했잖아요. 이제까지 하원하고 집에 있었던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원한 아이를 데리고, 아니 정확히는 낮잠도 푹 자지 못한 아이를 데리고 저희는 온갖 키즈카페, 동물원, 부모님댁을 전전하며 아이를 웃게 해주기에 바빴어요.

좋아하더라구요. 좋아하는 곳에 데려갔으니까. 그런데 그만 부작용이 터져버렸어요. 차마 그거까진 생각을 못 했는데...

아이가 몹시 피곤했을 걸 간과한거예요. 누가 그랬는데 첫 기관에 다닌다는 건, 아빠가 회사를 마치고 퇴근한거나 다름없다고요. 그 정도로 피곤한거라고요. 아이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 아이의 몸을 힘들게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등원을 했는데 20분만에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열이 38도라구요.



아침까진 괜찮았었기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바로 데리고 나와 소아과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편도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하시는 말이...

"혹시 아기 잠을 못 잤나요? 왜 어른도 피곤하면 목이 붓는데 아기도 똑같아요. 주말 내내 신나게 논 모양이에요. 목이 부었네요."

 



실은 어제 낮잠을 3시간 15분이나 잤어요. 그리고 밤엔 잠을 설쳤고요. 설치면서 계속 울었어요. 그러면서 목이 부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요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부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아이에게 참 미안하더라고요.

세상에 아기가 잠이 부족해 낮잠을 3시간이 넘게 자고 목이 붓다니. 이렇게 선넘는 육아가 어디 있나...

애기 아빠와 저는 반성하고 집에서 아기를 돌봤어요. 아기는 보고만 있어도 예쁜데,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만 무리를 해버렸던 것 같아요. 이제 적당히 하려구요. 놀이학교는 선생님께서 컨디션이 괜찮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보내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내일모레까지는 데리고 있어볼 생각이에요. 38도의 열이 금방 잡힐 것 같지 않아서요. (내렸다가 금방 또 올라갈 수 있는거니까)



 


사실 마지막 부제를 쓰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황당하죠? 저도 황당해요. 부모가 피곤한 것도 아니고 아이가 피곤한 육아라니🤦‍♀️ 이제 아이가 다 나을 때까지는 간호에 힘쓰고요. 다 나으면 앞으로는 오바하지 않는 육아를 할 거예요. 아이도 힘들고 사실 저도 힘들어서...;;

대충 이런 일들이 있었네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것처럼 적응기간은 쉽지 않고, 생각한 것처럼 엄마 몸은 참 편하네요.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경직된 우리 모녀가 힘을 풀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요. 부디 아이가 기관에 잘 적응해주면 좋겠어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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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언제 남편이 예뻐보이는 지에 대해 써보려고 해요.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아빠들도 육아에 적극 참여하죠. (응당 그래야 하구요) 이건 저희 집 사례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심할 것이므로 재미로 보아주시고, '내 남편은 언제가 가장 예쁘더라?!' 굳이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애정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그리고 아빠 분들은 제 글을 읽고 팁을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집에 있어. 애랑 둘이 나갔다 올게."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아요. (흥분) 시댁에 다녀온다거나 놀이터에 다녀와도 좋아요. 엄마에게 휴식 시간을 주려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 무척 고마워요.

저희 남편은 토요일마다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는데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도 할머니 댁을 편해하고 좋아해서 저도 기쁜 마음으로 "잘 다녀와~" 하고 인사해줘요.

어디 키즈카페에 다녀오라는 게 아니구요. 그냥 아이 데리고 집 앞 놀이터나 산책로, 할머니 댁에 가서 놀고 오라는 거예요. 아! 아니면 아기 아빠가 된 친구를 만나 함께 공동육아를 하는 것도 좋겠네요.

 

엄마보다 육아에 능숙한 모습을 보일 때


저는 돌 전에 애기아빠를 거의 조수(?)처럼 대했었어요. 그런데 그만 육아에 너무 전념한 나머지 몸이 안 좋아져서 지금은 상당부분 애기아빠가 육아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어쩔 땐 진심으로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해요.

 

육아 고수다...



애기를 달랠 때,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 때, 그러니까 육아 스킬이 필요한 경우 엄마인 저는 허둥대고 있는데 오히려 아빠가 차분하게 아이를 케어해줘서 놀라울 때가 있어요. 고맙기도 하구요. '언제 이렇게 컸지(?)' 싶을 때가 종종 있다니까요.

 


근데 그렇게 되려면 아빠 분들이 평소 육아에 적극적이셔야 해요. 그럼 아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기본이고, 울다가도 뚝 그칠만한 비장의 무기까지 자연스레 알게 돼요. 엄마한테 안 물어봐도 알게 돼요. 그리고, 그렇게 육아를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엄마가 정말 놀라워 할 거라니까요.

 

"육아 하면 찌는게 당연하지. 지금도 예뻐, 더 먹어." 라고 말해줄 때


잉꼬부부 같죠? 사실 저희 남편은 때때로 이렇게 말하고, 때때로 "살 너무 쪘다..."고 말해 제게 혼이 납니다. 말 한 마디로 천냥빚을 갚을 수 있다는데, 육아하느라 지친 엄마에게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말, 힘을 북돋아줄 수 있는 말을 해주세요.

직접 하기 쑥쓰럽다면 아기에게 하는 말인 척 아내에게 들리게, "아가, 너희 엄마 예쁘지?" 돌려 말해도 좋구요. (폭발직전의 상태라면 어떤 말도 소용이 없겠지만) 아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말을 해주세요. 듣는 사람도 좋고 하는 사람도 좋잖아요.

 

아기 말고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할 때


얼마 전 식당에 갔을 때, 메뉴를 골라야 하는데 다이어트를 하고 있기도 하고, 아기는 나오는 음식을 전부 다 먹지 못하니까 먹고 남긴 걸 먹으려는 심산으로 제 껀 주문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남겨도 되니까 당신꺼 따로 시키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말을 한다고 제가 제 생각을 바꾸고 냉큼 메뉴를 하나 더 시키진 않았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지만, 딱 하나 제 기분이 달라졌었어요.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육아를 하다보면 모든게 아기 위주로 돌아가잖아요. 나마저 잊을정도로 바삐요. 그 때 누군가, 그것도 가장 가까운 육아동지가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면 정말 고마워요.

 

필요한 육아템을 알아서 살 때


저희 남편은 육아템 말고 주로 장난감을 서프라이즈로 주문해 놓는데요. 나름 아기를 잘 살피고 관찰해서 필요한 걸 산거라 아기가 좋아해요. 그럴 때 저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 나오더라고요.

아기 세탁세제나 젖병솔 같은 건 제 손이 주로 닿는 곳에 있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 쳐요. (그런데 이런 것까지 세심하게 보고 주문 해주면 사랑 엄청 받을 것 같아요. 주문하는 거 어렵지 않잖아요. 그냥 똑같은거 리필하면 되는거니까) 빨대컵 부품이 없어졌다, 젖병솔이 낡았다, 아기 그릇이 깨졌다 싶으면 "어, 이거 새로 사야겠는데?" 하지 않고 직접 사는거예요.

 

아기에게 좋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때


아빠 분들이 제 글을 읽으면 부담스러울 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이미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볼게요. 좋은 아빠란 뭘까요?

저도 정답은 몰라요. 그냥 제 생각을 얘기해보자면요. 요즘은 엄마만큼이나 아빠들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혹은 육아서로 육아 공부 많이들 하시잖아요. 육아 멘토분들의 고급 정보를 손가락 까딱 하면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책도 읽고, sns도 찾아보고, 아내와 아기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그렇게 아기를 잘 키우려는, 올바르고 행복한 아기로 키우려는 그 노력이 저는 좋은 아빠의 첫 걸음인 것 같고요.

생각처럼 잘 안 된 날은 반성하고, 더 나아지려고 또 노력하고, 지치고 힘들어도 육아를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그 누구보다 먼저 아기가 아빠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육아는 사실 양보다 질이니까, 아기와 눈 마주치고 있는 시간에 애정표현이라도 많이 해주세요.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럼 보너스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에게도 사랑과 신뢰를 함께 받게 될거랍니다.



오늘은 육아시 남편이 예뻐보일 때! 에 대한 글을 써보았어요. 주관적인 글이라 '엥? 이게 왜?' 싶은 것도 있었을거예요. 그리고 이 모든 항목을 저희 남편이 다 충족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 남편의 좋은 점을 생각해 보는 시간, 아기 아빠분들에겐 소소한 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봤어요. 어떤 분은 남편이 퇴근 길에 꽃을 사다주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다 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언제 남편이 가장 예뻐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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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까지는 무조건 데리고 있으려던 제가 드디어 아이를 기관에 보냅니다. 더이상 제가 무리해서 데리고 있으면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남편도, 할머니도, 심지어 상담센터의 심리상담사 선생님 마저도(상담 시작 전 이번에는 보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세요) 저에게 빨리 보내라고 하셨었는데 드디어 드디어 보내네요.

어린이집은 네 군데 상담을 받아봤어요. 그런데 어떤 곳은 시설이 너무 낙후되었고, 어떤 곳은 원장선생님이 아이를 돌보는 일임에도 불구 기다란 손톱과 피어싱, 다른 아이에게 지시적인 어투로 명령 하시는 걸 보고 마음을 단념했었어요. 그래서 집과는 거리가 있어도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면 되니까 눈을 좀 돌려보기로 했답니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놀이학교였는데요. 남편이 이 곳 평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름은 위즈아일랜드에요.

들어가자마자 넓고 깨끗한 시설에 놀랐어요. 놀이실, 요리실, 취침공간, 영어를 하는 곳도 따로 있고(원어민 선생님 상주), 체육&요가실까지 있더군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1. 눈이 마주치는 선생님들마다 환한 미소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해주시는 모습
2. 원장님과 상담을 하는 동안 아이와 놀아주시는 선생님

3. 선생님과 함께 놀며 제 집 마냥 뛰고 웃고 행복해보이는 아이의 모습


이제까지 상담을 받아왔던 곳은 선생님들이 왜인지 주눅이 들어있거나 원장님과 서먹한 게 느껴져서 저까지 어색하고 그랬는데, 여긴 선생님들 표정이 밝더라고요. 그게 안심이었던 이유는 여러 아이를 도맡아 관리 하셔야 하는 선생님 컨디션에 따라 보육과 교육의 질이 달라지므로 힘들고 지치면 제가 그랬듯 아이에게 악영향이 갈 수도 있는거니까요. 선생님들 표정이 대체로 다 밝으시다는 데에서 안심을 했습니다.

또한 아이가 들어가는 반의 담임 선생님은 아니셨지만, 아이와 무척 잘 놀아주셨던 선생님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원래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은 낯설어서 부모 품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거든요. 그런데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다니?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습니다. 간식도 주시고, 장난감 바이올린도 멋지게 켜주시고, 나중에는 저희(엄마아빠)가 보이지 않아도 선생님과 단 둘이 꺄르르 놀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선생님들 표정이 밝고 아이에게 잘해주셔도,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면 말짱도루묵이죠. 이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할머니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하더라고요. 단순히 장난감이 많아 그랬다기보단 선생님의 진심과 스킬이 통했던 것 같아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비용은 첫 달 200만원 넘게 들었네요. 입학금, 원비 포함이요. (교재비 별도) 그런데 모두 다 더해도 160만원 정도 될 것 같은데 제가 모르는 항목이 추가된 것 같아 내일 여쭤볼 생각이에요. 첫 날만 이렇고 다음 달부터는 교재비 포함 150만원 정도 들 것 같습니다. 보육료 지원은 안돼요.

놀이학교 특징은 30분마다 놀이가 바뀐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아이에 따라 조율 가능하다고 하고요. 하루에 7개 정도의 놀이를 하는데 이 모든 활동을 다 하고 갈 수 있게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또 다른 특징은 낮잠이 없다는 것이에요.


저희 아이는 집까지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적응기간이 끝나면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2시 40분쯤 아마 잠들지 싶어요. 다른 아이들은 하원 후 집에 가서 자거나 아니면 낮잠을 자지 않고 일찍 잠에 든다고 하네요.

 


교복, 체육복도 따로 있는데 예뻤어요. 참! 그리고 이것도 좋았는데요. 들어가자마자 전체 CCTV를 볼 수가 있어요. 보통은 원장실에 설치되어 있던데 여긴 신발장에 아예 공개를 해놨더라고요. 물론 원에 가야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안심되었어요.



내일부터 적응기간을 한 시간씩 가져볼 생각이에요. 집이 멀어 저는 근처에 있을 계획이고요. 아효, 모든 어머님들이 아이 첫 기관에 보낼 때 이렇게 떨리셨겠죠.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아이 말문 터지고, 배변훈련 되었을 때 보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정말 새삼 가정보육 하시는 분들 대단합니다.) 너무 긴장되네요.

아이가 부디 즐겁고 편안하게, 상처 안 받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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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하면서 종종 놀랍니다. 유입로그, 검색어를 보면서요. 이런 검색들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안쓰러워 토닥거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애 셋 20년 키운 선배엄마 같쥬) 몇 달 전에 제가 이런 글들을 올렸었어요.

 

아기의 재접근기... 엄마의 집 나간 넋을 찾습니다. (힘든 이유, 나름의 대처 방법, 아기를 위해

재접근기란 생후 16개월부터 24개월 사이 유아에게 나타나는 정신 성장 발달 단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동시에 엄마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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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너무 힘들어 미치겠다.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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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런 검색어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아기 징징거림, 아기 때리고 깨물어, 바스러지게 우는 아기, 육아가 너무 힘들어, 육아가 맞지 않는 사람, 아기가 미워요... 정확한 키워드는 아니나 대개 이런 느낌입니다. 저는 이건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보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 있나?' 싶어 위로와 공감을 바라는 마음으로 보였어요.

저도 육아가 힘든 날 그러거든요. 아기 통잠, 아기 통잠 언제, 27개월 아기 통잠...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나, 다른 아기들도 이렇게 밤에 잠을 안 자는걸까? 궁금한 마음으로요.

올라오는 키워드를 보면서 저는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실감이나 안타까웠습니다.

SNS을 하다가보면, 육아 인플루언서들 참 많죠. 늘 유익한 정보글과 공동구매, 감성을 공유해주는 고마운 분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런데 육아가 유독 힘든 날은 전 오늘도 평온했을 것이 분명한 그런 계정은 일부러 피해 봅니다. 상처 받거든요.

저는 그런 날 '저도 이렇게 힘들었어요', '이런 아기도 있답니다?!' 하는 식의 만화나 글을 읽어요.

죄책감을 덜 수 있어 좋더라고요. 분명히 나 오늘 되게 열심히 육아 했는데, 눈치라곤 1도 없는 아기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서 결국 언성이 높아진 하루였다고 쳐요.

오은영 박사님도 그랬잖아요. 하루 내내 잘하고 잠들기 10분 전에 화내면 아이는 그걸 기억한다고... 그럼 하루가 무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고, 아기가 밉고... 아기에게 화를 낸 날이면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런 날은 다른 사람의 행복한 육아 일기를 읽고 미소지을 힘조차 없더라고요.

...아, 서두가 무지하게 긴데요. 그래서 이와같은 글을 써보기로 한 거예요.






육아를 하면서 아기에게 화가 날 때, 이름하야 <육아하다 뚜껑 열리는 순간 베스트4>예요.

 

1. 안 잘 때 !



솔직히 말하면 이걸 1~4에 다 적어도 납득이 갈 정도예요... 안 자면 단전에서부터 화가 부글부글 올라와요.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육퇴 후 잠들기 전 몇 시간, 엄마 시간 가져보겠다 이건데요.. 24시간 중 20시간 아기에게 썼으면 4시간은 나를 위해 써도 되잖아요.

낮잠을 안 잔다? 밤에 늦게 잘 게 뻔해서 화가 나요. 밤잠을 안 잔다? 육퇴 후 자유시간도 없이 나도 거의 바로 뻗어버릴 지경이라 화가 나요. 밤에 자다가 깬다? 부연설명 안할게요.

 



오히려 저는 돌 전의 육아가 수월한 편이었는데요. 그 땐 체력이 있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거든요. 돌 지나고 두 돌 지나고 아기가 점점 인지를 잘하게 되자 이상하게 더 화 날 일이 많아졌어요.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어요.

엄마가 언제까지나 신생아 돌보듯 10키로 넘는 아기를 도닥거려줄 순 없잖아요. 사람이 힘들면 당연히 체력이며 멘탈이 흔들리는 게 정상인데... (그래도 이겨낼테니 회복할 시간을 주겠니...)

 

2. 안 먹을 때 !



저 아이가 밥을 너어~무 안 먹어서 처음으로 육아하다 울었어요. 범보의자, 식탁의자, 스스로 먹기, 먹고 싶을 때 먹기, 약간의 훈육을 동반해도 죽어도 안 먹더군요.

사다 먹이기도 하고, 만들어 줘보기도 했어요. 간단하게 볶음밥을 만들어 주기도, 맨밥에 김만 싸줘보기도, 식판 꽉꽉 영양 가득 반찬으로 대령해드리기도 했고요. 근데 대체 왜 뭐가 싫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음식점이나 키즈카페에서 아이들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여주는 부모님 이해 못 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덕분인지 뭔지.. 밥 안 먹는 아기 타이틀은 좀 뗐는데요. 아기가 밥 안 먹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맞는 시판 이유식 하나도 없고, 좋아하는 반찬은 고작 한 두어개,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하니 매번 식사시간이 고역이죠. 한 시간 동안 따라다니며 밥 먹이면 엄마 체력이며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고요.

밥 잘 먹는 아기 엄마가 제일 부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 엄마는 도대체 어떤 음식을 하길래, 뭘 어떻게 먹이길래 아기가 저렇게 잘 먹는거야? 하면서요.

저는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이제는 아기는 만족하고 저는 불만족스럽지만 뭐, 먹여야 하는데 어쩌겠어요. 많이 먹어야 1/3먹던 애가 이젠 밥 한 공기 다 비우고, 밥 시간이 아닌데도 밥을 달라고 할 정도니까 제가 편하고 힘들고를 떠나서 그냥 이젠 좀 내려놨어요.

 

3. 어지르고 정리할 생각 1도 없을 때 !



좀 쪼잔해보이네요. 부모가 되가지고...^^ 아니 근데 좀 심하다 싶을 때 있잖아요. 사실 정리하는 거 바라지 않아요. 장난감, 책 당연히 자유롭게 보고 가지고 놀라고 사준거예요. 꺼내기만 하는 것도 아기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근데 꺼내놓고 다른 거 하길래 조용히 가 정리해놓으니 다시 와서 꺼내는 건 왜 그러는거예요. 두 번? 세 번? 네 번? 참아요. 그러면 안 된다고 말도 하고요. 다섯 번... (중략)

 

4. 생떼부릴 때 !



규칙을 어기려 하거나 위험해서 안 된다고 제지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떼를 부릴 때가 있어요. 울고 소리를 지르고, 심하면 때리기도 해서 안아 달래주는데 가아끔 사실 억울하기도 하고 온몸으로 우는 아기 달래다보면 몸도 맘도 지쳐요.

 


아직 어리니까 부모가 이해가 어려운 아기의 감정을 읽어주고 설명해주고 달래주는 게 맞는거긴 해요. 아기가 제지를 받아들이는 걸 격하게 거부하면 부모의 전달 방식이 바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요. 제 육아스킬에 달린 문제같네요, 이건... 하, 배울 거 산더미...T_T



베스트5로 채우려 했으나 마지막 한 개가 생각이 안 나 베스트4로 마무리 해봐요. 저는 대충 이렇게 생각이 나네요. 여러분은 언제 육아가 가장 힘드신가요? 제 경험을 듣고 한 두어 분이라도 위로를 얻어가셨음 해요.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니까 넘 슬퍼 마시라고요. 여기 육아동지 한 명 있다고요 흐흑

물론 이에 안주하고 매일 징징거리고만 있진 않죠. 저는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엄마니까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부모님들도 그런 분들이리라 믿고요.

제가 힘들 때 위로 받았듯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쓰게 된 글이에요. 이제 시간이 많이 늦어 좀 쉬어야겠어요. 우리 내일도 육아 파이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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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정보성 글이 아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을거라 시간은 금이니까요, 육아 번아웃으로 힘들어 극복 방법을 얻고자 하시는 분이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거라면 속히 창을 닫으시길 바라요.

아, 주기적으로 육아 번아웃이 오네요. 매번 힘들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현재가 제일 힘듭니다.

언제 힘드냐고요?



누구나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나는 혼자 있을 수가 없어요. 아이가 자는 시간에 잠시 혼자 있을 수 있지만 왜 그 시간으로 충족이 안 되는가 하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떨어진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기본적인 욕구마저 풀지 못하게 할 때 나는 아이가 미워지고, 아이를 미워했단 사실에 이내 괴로워져요. 그래서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니 내게 안아달라거나 뭘 요구하며 다가오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있는 내가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높은 데시벨로 울어요. 주변에 있는 것들을 던지고, 내 죄책감과 분노를 키우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요.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너무 과했던걸까? 그래서 내 스스로 내가 쳐놓은 덫에 걸린 건가? 하지만 육아 정보나 멘토, 심지어 감정코칭까지 받는 이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니 그건 또 그것대로 마음 심난해요.

그리고 순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안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문득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는 왜 이 정도까지 활발한걸까.' 란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어요. 아이를 비교한거죠.

그러니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사람을 갉아먹는 감정이 하루내 거의 휘몰아치다시피 해요. 성취를 하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이, 없어요.

하고 싶은 것!



육아하는 부모님들은 시간이 나면 무얼 하나요. 나는 아이가 자면 일단 기다렸다는 듯 어제 읽다 잠든 책을 읽고 때때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밀린 학습 동영상을 보고 '아, 나 엄마였지?' 육아 공부를 합니다.

책은 늘 충분하다고 느껴질만큼 읽지 못하고 개인적인 공부 또한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어느덧 나도 졸려서 자야하고요. 눈 뜨면 또 육아 전쟁터.

1. 어려운 퍼즐을 진득~하게 맞추고 싶다.
- 나는 퍼즐을 맞추며 밤을 꼴딱 새우는 걸 좋아해요. 2,000피스 이상부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최소 5시간은 혼자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너무 갖고 싶어요.

2. 책을 충분히 읽고 싶다.
- 늘 아이를 재우고 읽기 때문에 늦은 밤엔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읽다가 졸린 건 어쩔 수 없는데요. 읽다가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서 또 읽고, 또 졸리면 자고, 읽고, 자고.. 그러고 싶어요.

3. 노래 부르고 싶다.
-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 코인노래방이 유행할 때 자주 갔어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꿋꿋이 한 부스를 지켰더랬죠. 욕심이 있어 보컬 레슨도 받았었고요.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갈 수가 없을 뿐더러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나갈 시간이 없어요.

4.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 하루 하루가 너무 치열해요. 매 시간 느끼는 감정들은 극과 극이에요. 너무 행복하거나, 너무 슬프거나.

나름의 극복 방법



1. 책 읽어주기, 오감자극놀이 그만.
- 밥이나, 씻겨주고 옷 갈아 입혀주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뺄 수 없어요. 하지만 내 의지에서 시작 된 책 읽어주기나 놀아주는 등의 시간은 내가 회복될 때까지만큼은 빼도 돼요. 과감하게.

2. 힘들다고 아이를 무시하거나 모진 말을 쏟아내면 후폭풍이 더 힘들다.
- 몸은 가만히 있되 아이가 오면 안아주고, 매번은 힘들더라도, 적어도 3번에 1번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려 해요.

3. 이 정도면 좋은 엄마야, 나는 좋은 엄마야, 나는 잘하고 있어, 되뇌이고 마음에서부터 진실로 회복하기.
- 이제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을 떠올려요. 집 안을 둘러봐요. 누구도 나 만큼 할 수 없었을거야.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아이의 정서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은 자신해요. 나는 내가 인정하는 사람이에요.

4. 물리적으로 떨어지기.
- 남편이 아기를 봐줄 때 나는 방 안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이제 너무 힘들면 아예 그 자리를 떠날 거예요. 바람 쐬고, 커피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 듣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거예요.

'작은 성취'를 하면 좋을 것도 같았는데 그건 내 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라 뺐어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깨면 남편에게 육아를 토스하고 나는 최대한 빨리 옷 입고 집을 나갈 거예요.

내가 회복이 되어야 아이도 잘 볼 수 있으니까요. 물컵도 씻어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 놔야 하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

밖에 나와서 습관처럼 또 아기 발달이나 심리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동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방탄소년단 무대 영상을 (연달아)봤는데 엔돌핀이 확 도는거 뭐에요? 에너지가 막 샘솟고 이런 기분으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야... 숱한 전문가들의 위로와 솔루션이 답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답이었던건가... 당황스러운데 기분 좋아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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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늘 발생한 증상 자가진단 앱에 제출


매일 오전 10시, 오후 8시에 열 또는 발열감,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이 있으면 체크해서 앱에 올려야 해요. 열은 직접 재서 올려야 하고, 나머지는 체크만 하면 돼요. 특이사항을 적는 란이 있어서 저는 아기와 제 상황을 함께 적어 올리고 있어요.

생필품키트 왜 나만 안 줘요


몰랐는데 자가격리 하면 집으로 음식 같은 걸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꼭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다 받는데 저만 안 받으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한 번 여쭤나 보자 하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어요.

얼마전에, 코로나 확진자수가 역대급이었다고 하죠?
확진자와 더불어 자가격리자까지 급증하여 키트제작이 다소 지연되고, 추석도 끼어 있어 배송이 늦어진거라고 하더라고요. (늦더라도 명단에 포한된 사람들은 모두 지원을 해준다고)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은 격리 시작하고 이틀 정도 후에 배송을 받는 것 같아요. 저는 12일째 못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난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세금이 대단히 많이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생키트


위생키트는 지역마다 내용물이 다 다른 듯 했습니다. (다른 블로그 참조) 제가 사는 지역은 이렇게 보내줬어요.

<주황색 의료용 폐기물 봉투 1개, 체온계, 뿌리는 소독제, 손소독제, 마스크, 자가격리 생활수칙 안내문>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비닐 안에 모두 담겨 옵니다.

 



여기서 체온계는, 매일 체온을 재서 앱에 제출해야 하는데, 집에 체온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현관, 창고는 쓰레기장 (feat.날파리)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으로 저희 집엔 음식물을 분쇄하는 기계가 있어 음식물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지는 않는데요.

아기 먹일 간식이며 밥, 그리고 장난감 등을 모두 택배로 받다 보니까
택배박스, 그리고 일회용품으로 현관과 창고가 벌써 가득 찼어요.

그 중 어느
쓰레기 봉투 위에선, 날파리들이 제 속도 모르고 신이 났더라고요. 지금은 창고 앞에만 가도 문을 닫아놓았음에도 악취가 흘러나오는 정도예요.

전담공무원은 연락 한 통 없는데요?   


자가격리 시작 전, 블로그를 찾아보았어요. 자가격리 시작하면 전담공무원이 배치되고, 그 공무원에게 궁금한 건 물어도 보고 때론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케바케겠죠? 어떤 분은 전담공무원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정말 집에 있는지 확인 하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긴장 했었어요.

 



그런데 제 전담공무원은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그래서 편합니다.
전화하고, 찾아오는 분들은 제 생각이지만 아마 소수 아닐까요? 바쁘신 분들일텐데 뭘 그렇게까지. (기사를 찾아보니,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외출하는 자가격리자들이 왕왕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엄격하게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듯!)

핸드폰이 고장났어요! 화면이 안 나와요.   


남편에게 영상통화가 왔는데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깜빡이더라고요. 순간, 큰일이다 싶었어요. 그 때가 자가격리 시작하고 며칠 안 되었을 때인데, 핸드폰 고장나면 육퇴하고 얼마나 심심해요. 그리고 인화하지 못한 아기사진, 매일 졸음을 참고 썼던 육아일기들이 다 날라갈까 무서워 거의 오싹해졌어요. 남편에게 바로 SOS를 쳤어요.

남편은 쿠팡에서 핸드폰을 주문해주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왔어요.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런... sd카드 삽입이 안 되는 핸드폰을 사준거예요. 반품하고 다음 날 새 핸드폰을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새 핸드폰으로 쓰고 있는거예요. (노트20 울트라래요)

 



화면이 깜빡거리자마자 저는 공무원에게도 바로 이 사실을 알렸어요. 실시간으로 핸드폰 '위치'를 통해 제가 어디에 있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매일 자가진단 앱에 체온 및 증상을 작성하여 올리는 게 제 의무였고요.

공무원은 저와 같이 발을 동동 구르시다가 전화를 끊고 잠시 후,
보건소에서 핸드폰을 보내줄테니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는 쿠팡으로 남편이 핸드폰을 시켜서 내일 올 것이라고 말하며 거절했지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건이었어요
.

깨무는 아기   


깨물거나 꼬집는 행동은 요근래들어 생긴 나쁜 버릇인데요. 자가격리 시작하고 확실히 더 심해졌어요. 하지말라고 백 번도 넘게 이야기 했지만 제가 어떤 수를 써도 그 때 뿐이고, 또 깨물어요.

지금 제 팔은 멍이 열 개도 넘어요. 멍을 백개 천개 만들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근데 진짜 아파요.

아기는 원체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이에요. 그런데
밖에 나가 놀지를 못하니까 너무 답답한지, 침대에서 뛰고 구르며 놀다가 느닷없이 팔 등을 깨무는거예요. 어쩔 때는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깨물기도 하고요.

빨리 뛰어놀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깨물려 아픈것보다, 창밖이 보고 싶다고 창문 열어달라고 하는 모습 보면 짠해요.

독박육아, 눈물의 육아서   


혼자 24시간 아기를 케어하면서 내 밥도 챙기고 머리도 감고 하는 건 민첩함으로 커버가 안 되는 일이에요. 그냥 한 마디로 '일상생활불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게다가 재접근기라 엄마 껌딱지의 가도를 달리는 중)


힘들어서 한 이틀 정도 밥 먹을 때만 티비를 보여준 적이 있어요. (2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티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혹 남편이 저 몰래 보여주었던 걸 들키는 날엔 남편을 그리 구박을 해댔었는데. 그랬던 제가 직접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그날 밤, 냉장고에 있던 오래 된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셨어요. 술을 몇 년 만에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진정되지 않아 육아서를 꺼냈네요. 휴지로 코를 막고 오열하며 읽어내려간 게 금세 반 권이더라고요. (맥주는 겨우 반 캔 마시고)

 



티비를 보여준 사실만으로 슬픈 건 아니었어요.
그 당시 그게 최선의 방법일 수 밖에 없었던 제 몸이, 체력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그랬던거죠. 어떻게 눈 앞의 휴지 한 장 주워 쓰레기통에 넣을 체력이 없을 수 있죠? 그리고 잠시 쉬다, 심심해 하는 아기를 보면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 힘들었어요. (아기에게 심심할 시간이 꼭 필요한 건 알아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상황이 이러다보니 '뭐하고 놀까' 아기 나름대로 그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제가 지레 '방치 하고 있구나!' 라는 판단을 내린 것일지도요)

요새 아기와 저는 함께 추피지옥에 빠졌어요. 권당 기본 오십 번씩은 읽은 것 같아요. 추피 없었으면 그 시간 뭘로 채우고 있었을까 싶어요.

왜 가을이고 난리야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는 게 루틴이 되어가요.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자면, 날씨가 좋은게 집 안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요. 벌써 가을이 왔나요? 그렇다면 너무 부러워요. 그리고 걱정이네요. 짧은 가을, 혹 자연이 주는 짧은 선물을 놓칠까봐서요.

생각보다 잘 버텨주는 아기   


깨무는 습관은 자가격리 이전부터 시작이 되고 있던 거고요. (지금 더 심해진 것 뿐) 격리 이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아기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요. 밖에 나가자고 보채거나 날이갈수록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전혀요.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아기상어 신발을 신어보러 현관 앞에 앉아있지도 않고, 느닷없이 이유없는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아요.

아직 말은 못 해도 다 알아들어서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알아들은걸까요? (🤭) 아기를 보고있으면 미안하고 짠해요.

 

인생에서 겨우 2주, 외출 안 할 수도 있는거예요. 근데 아기의 하루는 어른의 일 년이라고 생각하는지라 마음이 소란스럽네요. 아기는 오히려 평온한데 엄마가 조용히 소란을 떨어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해제 하루 전날, 다시 한 번 코로나 검사를 하러 오라고 했어요. 그 결과는 다음 날 오전에 나오고요. 음성이면 자가격리 해제, 양성이면..(험한말)

다들 오늘도 코로나 조심하세요. 확진자(남편)는 시설에서 열이 39도까지 올랐지만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약으로 버텼다고 합니다.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했대요. 자가격리는 몸이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하고 우울해요. 여튼,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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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접근기란


생후 16개월부터 24개월 사이 유아에게 나타나는 정신 성장 발달 단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동시에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하는 양가적 감정이 존재해요. 어쩔 때는 일상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엄마에게 집착을 하다가도 '나는 이제 엄마 아빠 의견에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독립적 인격체로서의 존재감을 뿜어대서 부모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몰라 매우 힘들어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8개월 이전의 육아


백일의 기적이라는 것이 아기가 백일이 되기까지 잠도 못 자고 힘들어서 통잠 자는 시기인 백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마침내 아기가 통잠을 자주면 그 때 하는 말이잖아요. 저는 그 말에 공감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아기는 새벽에 알람시계처럼 깼지만 새벽수유, 수면부족 다 괜찮았어요. 아기 보면서 현수막, 가랜드 등 셋팅하며 혼자 셀프백일상 치렀고요. 육퇴를 해도 부모의 역할 등을 공부하며 육아의 연장이었지만 할 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원더윅스 때는 평소보다 조금 지친 감이 있긴 했었지만요. 그런 시간이 아기 돌까지 이어졌습니다. 돌 지나고 몇 개월 지나고부터 슬슬 체력에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18개월부터 시작된 재접근기


저는 재접근기라고 해서 저처럼 힘들어하시는 분은 적어도 제 주변에선 본 적이 없는데요. 이어서 계속 얘기 하자면, 아기 돌 전에 체력을 너무 끌어 쓴 것 같아요. 육아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데 말이에요.

산후조리원에서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육아라는 게 몇 개월은 사랑으로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 힘들고 지친다고요. (그러므로 지금부터 건강 관리 해야 한다! 는 취지의 말이었어요) 그 말이 육아를 하는 내내 머리를 맴돌았지만 공감은 못 했었는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부터는,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하루종일 깨질듯한 두통, 음식은 먹기만 하면 소화가 안 되서 구토, 온 몸은 바스러지기 일보직전이라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급하게 수액도 맞으러 다니고 보약도 지어 먹었어요. 한 번은, 길을 걷다 쓰러질 것 같아서 병원에 갔는데 증상을 이야기 해도 의사분이 병명을 모르겠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제가 비단 여자이고 기초체력이 약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격투기 챔피언인 명현만씨가 이런 말을 하셨거든요. 차라리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뛰는 게 낫지 육아는 진짜 못하겠다고요. 이렇게 체력이 건장한 남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육아인데, 물론 체력이 좋으면 보다 더 짱짱하겠죠,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육아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그 힘듦을 피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아기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휘몰아칩니다. 그렇게 18개월이 됐어요. 하루종일 나불거리던 제 입은 꽤 잠잠해졌어요. 말을 하는 것조차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 체력 분배를 해야 겠단 생각이 들어, 꼭 해야 할 때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기는 시도때도 없이 저를 일으키고 안아달라고 하죠. 한 번 안을 때마다 팔이 바들바들 떨리지만, 아기는 알 턱이 없으니 (알 필요도 없고) 힘들고, 지치고, 하루종일 거의 넋이 나간 상태였어요.

  재접근기가 힘든 이유 (주관적인 경험담)   


1️⃣ 의도적으로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해요.

컵으로 물을 잘 마시다가 갑자기 바닥에 쏟아요. "이러면 안돼." 저는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가져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이번에는 식탁에 쏟아요. "이러면 안 되는거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가 아닌 동작을 하고나서 제 눈치를 보며 씨익 웃는 것은 저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에요. 이 정도 선에서는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까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 뒤 먹던 밥을 내팽개치고 러닝타워에 올라가 정수기 옆에 모아둔 젖병 부속품을 하나 하나 바닥에 던지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반응을 보기 위해 밥도 안 먹고, 잠을 안 자려고도 해요. 한 번은 재우려고 안았는데, 안기만 하면 내려놓으라고 해서 내려줬더니 기어코 12시까지 놀다가 결국 눈이 감겨 자더라고요. 중간 중간 "이제 그만 잘까?" 라는 저의 말에 고개를 내젓고,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도 절레절레. 눈이 다 감겼는데도 절레절레.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말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여 당황스러웠어요.

2️⃣ 기초체력 이미 바닥났건만.. 여기서 더 떨어져요.

안아달라고 하는 횟수가 정말 많아졌어요. 그건 괜찮아요, 내새끼 안아주는 건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요. 근데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줬더니 이곳 저곳 다 깨물고 박치기 하고 얼굴 때리고 귀 잡아 뜯고 무차별 공격을 가할 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자야 할 때, 이만 자자는 소리에 꼭 웃으면서 도망 가요. 그러다 안아들고 재워주려고 토닥거려주면 내려놓으라고 발버둥을 쳐요. 이 때, 눈을 감고 심호흡, 이 깍 깨물기, 다른 생각 하기, 오은영 선생님의 말씀 떠올리기 등 안간힘을 써야 아기에게 화내지 않을 수 있어요. 재접근기는 엄마에게 안정감을 얻고 싶은 동시에 독립하고 싶어하는 양가적 감정이 존재하는 시기잖아요. 그걸 하루내 몸으로 다 받아주려니 때로는 몸에서 열이 난다는 걸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3️⃣ 인내심 한계, 내게 실망, 자존감 하락

아이에게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 날,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나는 육아를 잘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쁜 아기가 나같은 엄마를 만나서, 나 때문에 너도 나중에 약자에게 화를 내면 어쩌지... 사실 저는 이름 두 글자를 크게 부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저는 저의 그런 태도에서 큰 자괴감과 실망감 그리고 자존감 하락을 얻었어요.

왜 사람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자괴감에 빠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것만 같았는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제가 해 버리고 만 날은 자기혐오와 우울감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와중에 아기의 어린 시절 사진을 그렇게 봤어요. 숨죽여 울면서요.

 



직장에서 상사가 싫으면 뒤에서 흉이라도 볼 수 있는데,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기 흉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모든 화살이 다 내게 와요. 순간이나마 아기를 미워했던 시간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힙니다. 그렇게 자존감이 떨어지고, 이게 심해지면 육아 우울증이 되는거예요.

  나름의 대처 방법   


어차피 지나가는 과정, 아이 마음에 생채기를 남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저는 이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일단 체력을 아껴야겠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었고요. 그리고 체력을 기를 필요도 있는 것 같아 운동으로는 필라테스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느끼는 필라테스 선생님


1️⃣
일부러 힘내려고 애쓰지 않기

저는 일부러 기운내려 하지 않아요. 경험상 그러면 체력에서 더 후폭풍이 오더라고요. 재접근기도 어느 기간이기 때문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책이나 활동지, 블럭, 역할놀이 등 에너지를 써야 하는 활동은 아이가 하자고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려요. 어차피 이 시기엔 부모가 아닌 아이가 주도를 하더라고요.

2️⃣ 책은 글자만 읽는다

저는 원래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면 등장인물에 따라 맛깔나게 읽어주고, 때로는 내용을 아예 보지 않고 그림을 읽거나, 내용에 충실하게 읽을 때도 있고, 예를들어 비행기면 책이 날아가는 등 한 권으로 매우 다양하게 놀아요. 그런데 정말 힘든 날은 힘을 좀 뺍니다. 무슨 내용인지 생각하려 하지 않고 그냥 글자만 읽어요. 최소한 대사는 좀 살리려고 하는 편인데 정말 힘들면 노력하지 않아요.

 



저는 수다쟁이 엄마에요. (이 게시글 하나만 봐도 아시겠지만) 밖에서도 사람들이 있건 말건 나불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쉬지 않고 나불거립니다. 그런데 이 말하는 행위 자체가 에너지를 많이 앗아가더라고요. 앉아서 말을 하는데도요. 그래서 책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기 옆에서 저는 몰래 체력 보충을 해요.

3️⃣ 유독 힘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곳 가기

너무 당연한 소리라 쓸까 말까 고민하다 쓰는데요. 힘든 시간에 좋아하는 장소에 가요. 저는 유독 오전을 힘들어 해요.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이상하게. 그래서 그 시간에 온갖 문센 수업을 다 집어넣었어요. 낯선 사람(선생님, 애기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뇌가 각성하게 되니까요. 저는 10시쯤 문센, 그리고 그 근처 애기가 잘 먹는 밥집에서 식사, 집에 돌아와 바로 방문수업 이렇게 셋팅을 해두었어요.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나면 오후에 확실히 체력이 좀 남더라고요.

저같은 경우 수업이었고요. 산책이나 혹은 식당, 아니면 육아동지를 만나러 가거나, 가까이 계시다면 부모님 댁에 가는 것도 좋겠네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재접근기를 겪는 아기의 특징 중 하나가 대근육을 쓰는 놀이를 좋아하는 것이잖아요. 엄마는 잠시나마 쉬고, 애기는 마음껏 대근육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해요.

4️⃣ 남편, 도와라

돕는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은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쓸게요. 그런데 어떤 집은 남편이 너무 바빠 육아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저마다의 사정들이 다 있을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육아 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라고 하기엔 좀 무책임 한 것 같고, 남편이 애기를 볼 땐 들어가서 쉬시거나 아예 집을 나가보세요. 저는 집에 있으면 안 방에 들어와 있어도, 밖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온전한 쉼이 이루어지지 않더라고요.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해서요.

 



그리고 이건 혹 남편분들이 제 글을 읽고 계실지도 몰라 하는 말인데, 엄마가 행복해야 애기도 행복해요.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악순환이 시작 돼요. 아기는 더 징징거리고, 엄마는 끝을 모르게 우울해지고, 엄마는 애기를 탓할 수도
없으니 남편이나 애먼 데 화풀이를 하고, 아기는 그 옆에서 더 크게 울고요.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 육아가 정말 힘든 것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인내하고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고 있는 아내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쉬게 해주거나 그게 힘들다면 따뜻하고 감동적인 말 한 마디라도 해주세요. (예를들어, "oo는 당신을 엄마로 만난 게 가장 큰 복인 것 같아")

육아도 양보다 질이잖아요. 아기를 위해서 엄마도 휴식이 필요해요.

  아기를 위해 해야할 일  


감정적이고, 지나친 거절은 아이를 좌절시키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혀요. 영어 수학 만큼이나 중요한게 사회성인데, 이러한 태도는 향후 아이의 대인관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매 분 매 초 주의하고 있어요. 아기가 위험한 행동을 했을 경우 훈육이나 긴 설명 보다는 단호하고 간단명료한 말로 바로 제지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안아주고,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하루가 다르게 커서 때로는 어린이 같지만 실은 발달상 아직 뇌 발달이 미숙한 아기잖아요. 그리고 성장의 다음 단계를 밟는게 얼마나 무섭고 긴장되고 떨리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스킨십, 애정표현을 아낌없이 해주는 일인 것 같아서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요. 내 품에서 안정감을 얻고, 세상을 탐색할 에너지를 얻도록. 그럼 자연스럽게 저와 아기의 애착관계도 긍정적으로 형성이 되겠지요.




대충 힘들다는 말을 참 길게도 썼네요. 하지만 힘든만큼 행복해요. 아이가 스스로 이것저것 막 해보려 하고, 터득하는 말이 하나 둘 늘어가고, 엄마 아빠 행동을 모방할 때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요. 물론 그냥 있을 때도 그냥 바라만 보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예쁘지만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뭐가 불편한지 자꾸 뒤척거리네요. 곧 옆에 가서 저도 누워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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