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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본문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내용(스포주의)
그레이스는 평범한 30대 여성이에요. 밀리라고 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을 키우고 있고요. 왜 '키우고'있느냐 하면, 부모님이 밀리를 거두기 싫어해서 그레이스가 동생을 책임지고 있거든요.
어느 날, 공원이었어요. 그레이스와 밀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잭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돼요. 훗날 잭은 그 날 공원에서의 만남으로 그레이스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잭
40대 변호사에요.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들을 변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잘생겼어요. 모두에게 친절하고, 유능한 직업을 가진 그에게 사람들은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은 있는데요.
어릴 적, 잭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괴롭혔어요. 지하실 같은 곳에 가두고 공포스러워 하는 어머니를 보고 즐거워 하곤 했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잭은 처음엔 아버지에게 경멸을 느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이 변모하여 그를 존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지하실에서 나오려 애를 쓸 때, 그걸 막으려고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해요. 그러다 어머니가 죽고 마는데요. 잭은 그 죄를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워요. 그렇게 아버지는 감옥에 갑니다.
경찰이 왔을 때 소년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고 자신은 어머니를 보호하려 했다고 말했어. 그래서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소년은 기뻤지. 소년이 나이가 들자 그 역시 아버지가 그랬듯 자기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어.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이건 그레이스와 잭이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잭이 해준 이야기에요. 잭은 이 이야기 속의 소년을 자기라고 칭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이 얘기를 하기 바로 직전에 잭은 그레이스를 방에 가두고, 앞으로 밀리도 가두겠다고, 내게 공포라는 맛을 보게 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왔다고 고백했거든요.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그레이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밀리를 목적으로 너는 이용할 뿐이라는 말도 해요.)
잭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러했듯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존재로 그레이스를 선택한거예요. 밀리를 약점으로 삼아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그와 결혼을 취소하려 애쓰는데요. 당연히 해주지 않죠. 그래서 그에게서 도망가려 해요. 하지만 그도 쉽지 않습니다. 그레이스가 난동을 부려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다가오면 잭은 그레이스를 조울증이 있는 환자로 만들어서 그녀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느끼게 해요.
그래도 그레이스는 도망갈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요.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 맙니다.
잭은 상대가 공포를 느끼면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공포의 냄새를 맡기 위해 일부러 그레이스가 도망갈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해두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마련해둔 장치이기 때문에 성공할리는 만무하지만요. 탈출에 성공하는 줄 알고 흥분했던 그레이스가 결국은 좌절과 무력감을 느끼는 걸 보고 잭은 기뻐해요. 그리고 네 생각을 내가 전부 꿰뚫고 있다는 얘기를 하죠.
"어디 있어, 그레이스?" 노래 부르는 듯한 나지막한 잭의 목소리가 중앙 홀 쪽에서 들려 더욱 공포스러웠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잭이 킁킁 냄새를 맡는 소리가 들렸다. "음, 공포의 냄새, 너무 좋아." 숨을 하아 내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발소리가 자박자박 점점 가까워 와 나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발소리가 멈췄다.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키고 있는데, 뺨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잭이 속삭였다. "어흥!" 나는 안도감이 뒤섞인 울음을 왈칵 터뜨렸고 잭은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작가가 말미에 '그레이스를 보며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는데, 저는 전혀요? 많은 사람이 그레이스처럼 행동했을 것이고요. 그 중 대다수는 중도에 포기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밀리
지켜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까요. 부모님마저 밀리를 거두기 꺼려하는데, 그레이스는 온 마음으로 밀리를 끌어안아요.
밀리는 다운증후군이 있어 시설에서 지내고 있어요. 밀리는 결혼식 날 그레이스의 들러리를 서기를 원했어요. 하지만 잭이 계단에서 몰래 밀어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었죠. 그 때부터 밀리는 잭을 싫어해요. 하지만 밀리가 잭을 싫어하면 잭이 밀리를 위해 마련한 (끔찍한)방으로 하루라도 빨리 데려올 가능성이 있어, 그레이스는 밀리에게 잭을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해요.
밀리는 똑똑한 아이에요. 그래서 그레이스의 의도를 눈치채고 잭의 앞에서 잭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대신 조지쿠니(조지클루니)는 싫다는 말을 계속 하는데, 조지쿠니가 바로 잭이에요.
그레이스가 잭 때문에 집에 갇혀 밖에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밀리는 시설에서 외로웠어요. 잭이 전한 찾아오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들이 '친구를 만나야 해서', '피곤해서'여서 더 그러했죠.
복수의 계기
그레이스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잭은 그녀를 잡고 벌을 줘요. 지하실에 가두거나, 밥을 주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그래도 그레이스는 참을 수 있었어요. 계속 탈출을 시도해야 했죠. 왜냐하면 잭이 밀리를 '이 집'에 데리고 온다고 했거든요. '이 집'이라는 건, 잭이 마련한, 남들이 보기에는 으리으리한 집인데요. 그레이스에게 벌을 준답시고 가두는 지하실이라는 곳은 끔찍하기 그지없어요.
바닥부터 천장이 모조리 빨강으로 칠해진 곳이고요. 어느 날 잭이 그레이스에게 초상화를 그리라는 요구를 했는데, 그녀가 받은 사진에는 모두 매맞는 여자들의 모습이 담겨있었어요. 자신에게 의뢰를 하러 온 피해자들의 사진들이었죠. 그레이스는 구역질을 참으며 초상화를 그려요.
그리고 그 초상화를 그 빨간 방에 전시합니다. 잭은 밀리를 집에 데리고 오면 이 방에 가두겠다고 얘기해요. 그레이스는 그것만은 막아야 했어요. 왜냐하면 자신이 그 안에 가두어져 봤거든요.
복수
복수를 해야겠다고 그레이스는 다짐해요. 탈출이 끝이 아니라 이 남자를 죽여야겠다고요.
밀리가 지내는 시설에 갔는데, 밀리가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네요.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있대요. 그런데 알고보니 밀리는 약을 먹지 않고 그 약을 모아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레이스를 만나 '조지쿠니 나쁜 남자' 라는 말을 반복하며 이 약을 조지쿠니에게 먹이라고 해요. 그레이스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약을 버리는 척 했는데, 실은 옷소매에 약을 숨겨왔어요. 완벽한 계획을 위해 밀리마저 잠시 속입니다.
잭이 변호사잖아요. 지금 중요한 사건을 하나 맡고 있는데 이제까지 패소를 해본 적 없는 잭이 재판에서 지게 될 위기에 놓여요. 이 시점에 그레이스는 틈을 파고듭니다. 매일 위스키를 나눠 마시자고 해요.
그리고 잭이 패소하고 돌아온 날, 그레이스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위스키에 잘게 부순 약을 타 넣어요. 그리고 대화 도중 갑자기 잭의 얼굴에 위스키를 끼얹어요. 비틀거리는 사이 그레이스는 있는 힘껏 아래로 도망가고요. 하지만 어느새 쫓아온 잭이 그레이스를 지하실에 가두려 해요. 그레이스는 잭에게 매달려요. 매달린 채 바닥까지 내려온 그레이스는 그의 무릎을 꼭 껴안고 힘을 줘 그의 다리를 넘어뜨립니다. 넘어진 그를 지하실에 넣고 그레이스는 결국 문까지 닫는데 성공해요.
지하실은 안에서 열 수 없어요.
통쾌함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부분은 잭의 죽음이 다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레이스는 잭이 그랬던것처럼, 모두에게 피해자인 척을 하며 잭이 저와 통화가 안 된다고 호소해요. 그레이스는 홀로 태국에 와 있는데요. 잭이 서류 작업을 마치고 곧 따라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며, 누구라도 좋으니 좀 도와달라고 그렇게 '남편 잃은 아내'이미지를 써요.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할 말과 행동을 미리 예측하며 매 순간 순간 치밀하게 연기해요.
영국에 있는 잭이 홀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누군가 그녀에게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레이스는 무너지는 척 오열해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었다고 그러더군요.
연대할 누군가
에스터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레이스와 잭을 의뭉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에스터가 실의에 빠진 그레이스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 들려줘요. 잭은 약물과다복용이 아니라 탈수에 의해 죽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남편이 얘기해줬대요. 에스터의 남편은 잭과 같은 변호사거든요. 그리고 잭이 죽어있는 당시를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에스터가 갑자기 물어요. 잭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나느냐고. 잭이 우리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주었던 것, 손을 흔들어 주었던 것이 기억나느냐고. 그레이스는 에스터를 바라봅니다.
잭이 딱 한 번 사람들 앞에서 말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레이스를 감시하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말실수를 했던거죠. 그 때 잭은 밀리를 그들의 집 중 '빨간 방'으로 데려올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에스터는 이 실수를 잊지 않고 있었어요.
그레이스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밀리를 끔찍한 그 방에 데리고 온다는 데 동의했을리가 없어요. 에스터는 내내 의문을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에스터는 그간 잭이 그레이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것, 그레이스가 핸드폰도 이메일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어 퍼즐을 맞춰봤을거예요. 그리고 이 완벽해보이는 가족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어느 순간 눈치챘겠지요.
물리적인 폭력을 당할 경우에는 흔적이 남아요. 하지만 정신적인 폭력을 당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말과 그간의 정황 밖에는 달리 증거가 없습니다. 신호를 보내면 눈치를 채주는 것도 손을 잡아주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피해자는 그레이스처럼 지지 않으려는 마음, 독기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요.
이 책의 원제인 'Behind Closed Doors'란 '은밀히, 비공개로'라는 뜻으로 '밀실 회담을 나누다'등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공식적인 일들도 밀실에서 부당하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아직 너무나 많은 이시대에, 더구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현관문을 닫은 후 개인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떨까? 공식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좋아 보이는 행동을 하고서,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는 자기만의 사악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밀담을 나누는 이들처럼 모든 것에 철저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인간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요즘은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아내를, 남편을,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묘한 덫. 다양한 형태로 이미 많은 가정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적 폭력은 문명의 발달에 따라 분명 줄어들지만, 심리적 폭력은 더욱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 삶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 소설의 악당 잭 역시 아내에게 따귀 한 번 때리지 않고 자신의 가학적 욕망을 관철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노예로 부리고 감금하는 일 정도는 요즘도 너무나 흔하게 일어난다. 어수룩한 사람들만 당하는 일도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그레이스도 충분히 지성인이지만, 남보다 조금 부드럽고 감성적인 성격에 무척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 약점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는 일에 주저가 없는 사람들. 저는 가정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과 염전노예도 떠올랐어요. 심리적 폭력이 갈수록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개인 삶의 틈새로 파고든다는 말이 소름끼쳐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볼 생각이에요. 그 유명한 '테라피스트'를 읽어보려고 하는데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겨서요. 후기가 궁금하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책 읽어주는 엄마 >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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