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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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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유하우스 2023. 7. 11. 13:30


저자는 <굿 걸>, <프리티 베이비>, <디 아더 미세스>, <돈트 유 크라이>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그로인해 그녀에게 붙여진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별칭은 몇 번이고 불러도 아깝지 않은 정도입니다.

2022년 후반기에 나온 작품인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어요. 나름 최신작이잖아요. 뜨끈한 선물을 받았는데 내용물까지 환상적이라 벅찬 기분마저 드는. 후에 그녀가 낼 작품들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등장인물 소개 & 스포 없는 줄거리




한 소녀가 갇혀 있어요. 그녀는 개죽을 먹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그녀를 가둔 이들은 그녀가 죽건 말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앙상하고 더러운 그녀의 이름은 OO. (이름이 스포가 되어 자제합니다.)

한 남자가 있어요.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밤늦게 외출을 나가는 아내는 하루사이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왜, 대체 누가, 어떻게? 그녀를 죽였을까요. 그녀의 이름은 셸리입니다.

조시와 레오, 메러디스와 딜라일라. 여기서 조시는 아빠, 메러디스는 엄마, 레오와 딜라일라는 각각 남동생과 누나입니다. 여기서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사라졌어요. 엄마와 딸이 사라진거죠. 이 역시 왜? 누가?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볼게요. 메러디스(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증거가 발견 되었어요. 딜라일라(딸)는 무려 11년이나 실종 되었고요. 아, 11년... 그럼 혹시 아직 해답이 나오지 않은 첫 장의 불쌍한 개죽 먹는 소녀가 이 주인공은 아닐까요?

비아와 케이트. 그들은 조시의 이웃사촌입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그를 위로하며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줘요.





이 책의 핵심은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찾는 것입니다. 그들을 데려간 범인을 찾는거죠.

그런데 정말 찾기 어려워요. 중간 중간 작가가 쳐놓은 덫에 쉽게 빠지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데요.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또 다른 덫이 있고 그런 식이에요. 그런데 또, '짜증나. 안 해!' 라는 말은 나올 수가 없게 독자를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데, 그 매력은 작가의 장기인 것 같더라고요.

가정과 일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메러디스(엄마). 사라진 딸은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생에 이별을 고한 이유는 뭘까요?

그러던 어느 날... 조시는 딜라일라(딸)를 찾게 되는데요. 편의상 '여자'라고 할게요. 여자는 자신이 딜라일라 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조시는 또 한 번 무너지죠. 망가질대로 망가진 이 '여자'가 내 딸 딜라일라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어 괴로워합니다.

'여자'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점, 레오. 그는 딜라일라의 남동생인데요. '여자'의 몰골과 행색 때문에, 그 꼴로 찍힌 기사 사진들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요. 여과없는 소년다운 시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게 평탄하게 흘러가다가... 마침내 범인을 알려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작가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엄마와 딸의 실종과 죽음. 동네에서 벌어지는 느닷없는 범죄사건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셸리가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메러디스가 증인을 준비 중이던 셸리의 주치의, 폭력적이던 셸리의 남편, 어느 날엔가부터 레오가 거부를 시작한 아이들의 아이돌보미, 레오는 아랑곳 않고 조시의 이성적인 매력에 관심을 보이던 한 여자형사,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군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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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레오도 알고 있을까? 네 살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인지라 아마도 모를 것 같았다. 크레파스는 없어질 수 있다. 퍼즐 조각도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마와 누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 중 가장 어린 레오의 시점은 분위기를 전환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참고로 레오는 일이 벌어졌던 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과거의 시간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없고 현재 고등학생이 된 레오의 눈에 지금 보이는 것을 아이의 관점에서 들려주고 있는데요.

엄마와 누나를 잃고 저 자신도 잃어버린 아빠를 보는 레오는, 아빠를 이렇게 만든 누나가 싫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빠를 유혹하는 듯한 형사를 혐오하기도 합니다. 가감없고 직설적이죠.

그런데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가운데, 작가가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서술할 기회를 주는게 어쩌면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힌트가 아닐까 싶어 레오도 용의선상에 집어 넣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레오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셸리와 그의 남편, 비아의 시점은 따로 조명이 되지 않는 게 의아했었거든요.

그래서... 과연 제 예상은 맞았을까요, 틀렸을까요?

분만실에서도 섬뜩한 일들을 여럿 목격했다. 내가 출산할 때 경험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 출산할 때 태아의 욕구가 산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 어쩌면 산모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있다 해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 없이 의료진의 결정이 내려진다. 또 출산 과정에서 괜히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하는 여성들이 너무도 많다. 산모를 향한 부당한 대우가 의료적 처치라는 미명하에 만연하게 행해진다.


그러고보면 출산할 때 저도 마음 편한 수술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설명은 짤막했고, 어떤 건 제 동의 없이 진행이 되기도 했었거든요. 수술실에서는 저 포함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기를 낳는 산모보다 세상에 나올 아기를 더 우선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출산도우미 메러디스의 역할은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산모의 옆에서 위해주고 격려해주는 메러디스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히 느껴졌어요.

메러디스가 일을 하는 장면 중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런거예요. 산모에게 지금 우리가 이러이러한 수술을 하려고 하고, 후에 이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려준 거요. 그리고 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해도 되는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러디스가 출산 도우미다보니 출산을 돕는 장면이 당연히 나오는데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훗날 우리 딸이 겪게 될 분만실 그림이 그려져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여자는 아기 낳는 기계가 아니고, 희생이 당연시 되어야 하는 건 아닌데.

아, 문득. 제왕절개 수술에 동의하느냐고 고함을 치던 간호사가 생각나네요. 고통에 몸부림 치느라 대답을 못 했는데 산모에게 소리소리를. 다시 생각해도 역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성의 실종이라는 큰 틀 외에도 저자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미묘한 불쾌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용한 주차장을 거닐며 누군가 내 뒤를 따르는 것만 같은 불안감, 내 집인데도 눈치를 보게 되는 인테리어 작업자들의 불편한 시선, 아이들을 따라 형성된 학부모 커뮤니티 내 신경전, 임신으로 불어난 몸을 향한 압박감,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산 과정에서 완벽히 묵살되고 마는 산모의 고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아빠보다 등원시키는 엄마가 자연스럽게 악역이 되고야 마는 현실.

저자는 이런 일상적이고도 어찌 보면 평범하기까지 한,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묘하게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들로 알게 모르게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슬쩍슬쩍 독자를 건드리는 언짢은 요소들은 가랑비에 진창이 되고 마는 땅처럼 독자들의 발을 무겁게 잡아끈다.


밤늦은 시간에 뒤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움찔하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니 사실, 움찔 정도가 아니죠.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들어왔어서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이 걸음을 재촉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니 공감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남자가 늦은 시간에 혼자 길을 걷다 몹쓸 짓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그 땐 당신도 나처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아이를 낳고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느끼는 신경전,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내 집인데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없게 만드는 작업자 인부들의 노골적인 시선들. 읽기만 하는데도 불편해서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요. 이로인해 불편한 것보다 이 사실을 불편하다고 말했을 때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라고 말하는 무신경이 더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공감도 역시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악행에는 끝이 없다.


사람보다 무서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귀신? 안 무서워요. 제가 유일하게 귀신을 무서워 할 때는 그 귀신의 얼굴이 사람 형상일 때 입니다.  

자기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한 아이가 거실 창문 앞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초대 받았다고 해도 내가 못 가게 했을 테지만 말이다. 파이퍼와 릴리는 앞마당에서 손을 잡고 웃으며 춤을 췄다.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저열한 방법을 쓰는 카산드라에게 소름이 끼쳤다.


이런 것도 소름끼쳐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기 위해 그 사람의 약점을 노리는 행위. 저에게도 소중한 약점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았고 카산드라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났어요.

'시간이 지닌 치유의 힘', 이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희망적인 결론은 아닐지라도, 불행에 '방점'을 찍고 미래로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가 더해질 때만 시간이 지닌 힘 또한 발휘될 수 있다.


요즘들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의 효력에 대해 생각해요. 내버려둔다고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드시 방점을 찍고, 후에 자신이 의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길이 열리는 그런 일들도 있는 듯 해요.

나는 그 말 뒤에 숨어 무엇을 덮어두고 살고 있는지 돌아봤어요.





작가는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음습하게 가지고 갑니다. 질척거리는 땅, 흐리고 안개낀 하늘 같은 날씨 묘사도 많고요. 그렇게 어두운 배경 가운데 등장인물들도 유쾌한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다 읽고나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책인데도 불구하고 꼭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이렇게까지 자극하는 건 상당한 재능인 것 같다고 생각했네요.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봤어요. 강추하는 책이에요. 저 개인적으론 이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고요. 이다음에 바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이어 볼 생각입니다.

여름에 딱 읽기 좋은 소설, 서늘하고 오싹한 <사라진 여자들>.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즐겨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네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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