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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 마당이 있는 집》 완벽한 내 집 마당에서 사람 썩는 냄새가 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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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 마당이 있는 집》 완벽한 내 집 마당에서 사람 썩는 냄새가 난다.

유하우스 2023. 7. 13. 00:10


김태희, 임지연 주연의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소설을 읽어보았습니다. 요즘 한창 입소문을 타고 있는 드라마죠? 저도 짧게 편집 된 장면들을 먼저 봤는데요. 임지연 씨가 <더글로리>에서의 강렬했던 박연진 캐릭터를 한 방에 깨부셔버리는 역할을 맡으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맡은 역할이 '상은'이었음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어요.

책 이야기를 해 볼게요.





목차는 그저 시간의 흐름을 나열해 놓은 것이고요. 내용은 주란과 상은의 시점이 교차되며 흘러갑니다.

가정스릴러, 미스터리스릴러, 서스펜스, 추리요소가 담겨있어 재미있다는 뻔한 얘긴 차치하고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조명하여 오늘 리뷰를 써볼까 해요.

<마당이 있는 집>은 사건도 놓치면 안 되지만, 그 사건들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빼놓으면 안 되거든요. 자, 그럼 시작할게요.
※스포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등장인물 ✔️


문주란

마당이 있는 좋은 집에 살고 있는 가정주부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의사인 남편을 만나 현재는 마당이 있는 좋은 집에 살고 있는 가정주부에요. 그들이 사는 집은 유달리 창이 많은 집이죠. 그런데 화단이 보이는 주방은 주란이 처음으로 이 집에 공포를 느꼈던 곳이기도 했는데요.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화단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친구들이 돌아간 후 조심스레 흙을 파내어봤죠. 그런데 그 안에는 무려 사람 손이 시퍼런 색이 되어 잠들어 있었어요.

주란은 조용하고 온화한, 온순하기까지 한 여자에요. 퇴근한 남편에게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사실을 말하며 다시 한 번 제대로 파내어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네요. 그 안에 사람 손은 없었다면서 말이에요.

남편은 주란이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탓에 착각을 한 것이라며 달래주고는 금세 자리를 뜹니다. 주란은 자신이 잘못 봤나 생각해요. 남편을 사랑해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에요. 남편이 하는 말이 내 말보다 더 신빙성 있고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떨떠름 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란은 자기자신을 믿지 못 해요.


추상은

남편 김윤범을 죽인 여자




남편은 그녀가 쳐놓은 덫에 제대로 걸려준 것이었죠. 하지만 김윤범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이 나면 안 되었어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되어야 사망 보험금이 상은의 손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누군가를 타겟 삼아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마음까진 없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사망한 날, 주란의 남편인 박재호가 남편을 만나러 저수지에 나올 예정이었다는 얘길 듣고, 계획을 바꿉니다. 그가 남편을 죽인 것이 되어야 했어요. 그리고 의사인 그를 협박해 돈을 더 뜯어내려는 마음도 더불어 생겨났네요.


수민

가출청소년, 행방묘연




그의 친구들은 그녀가 올바르지 못 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걸 알았지만 그들 역시 어렸기에 사리분별이 되지 않았고, 수민 곁의 유일한 어른인 아빠는 무책임하고 나약한 사람이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딸을 실종신고조차 하지 않았어요.

수민의 핸드폰은 윤범이 가지고 있다가 그가 죽고 난 후 상은의 손에 들어가게 돼요. 핸드폰에서는 그녀의 친구들이 애타게 그녀를 찾고 있었습니다. 너 대체 어디 갔느냐면서 말이죠.

수민은 죽은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과연 누구의 손에, 왜 죽은걸까요? 그리고 지금은 대체 어디 있는걸까요?


박재호

주란의 생각마저 통제하려고 드는 비밀이 많은 남편




늘 선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실은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있는 듯한 인물. 마음 약한 주란은 제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생각마저 통제하려 하죠. 일명 가스라이팅을 밥먹듯이 합니다.

그는 윤범이 사망한 날, 그와 저수지에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윤범이 그의 약점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요구했거든요. 결전의 날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재호는 아내 주란에게 그 날 그 시간, 나는 아무데도 나가지 않았으며 당신이 착각하고 있는 거라며 또 그녀를 혼란에 빠뜨려요.

왜 그는 아내에게조차 진실을 털어놓지 못 하는 걸까요. 주란은 새벽에 잠에서 깨 남편을 찾았었어요. 세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운전석이 흙으로 지저분해져 있는 것도 의심스러웠고요. 하지만 재호는 완고합니다. 아내를 정신병 환자로 몰기 바빠요.


승재

주란과 재호의 중학생 아들




주란과 재호의 중학생 아들입니다.학교에서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었다는 불미스러운 일로 엄마를 모셔오게 한 적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만 주란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재호는 관심이 없네요. (관심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남자애가 한 번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녜요.)


문주란(2)

가스라이팅 피해자일까 망상장애 환자일까




남편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는 상은의 의도를 알게 된 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상은과 동행하며 남편과 죽은 윤범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를 파헤치고 다닙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자신에게 보여준 남편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었을 수 있음을 알았고, 스스로 진실에 도달하고 싶었거든요.

결국 그들은 재호와 윤범, 수민 사이의 진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란은 자신에게 3억을 요구하는 상은에게 2억을 더 얹어 5억을 줄테니 제 부탁 하나를 들어달라고 하네요. 그건 과연 어떤 부탁이었을까요?

끝까지 남편은 상은이 남편을 죽인 위험한 여자라고 하고, 상은은 남편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주란은 과연 누구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까요?



 
 

이 책에서 주목할 점 1.

가출청소년에 대한 관심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며 숙식에 필요한 비용은 불법적인 일을 해 충당하는 게 현실이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범죄라는 걸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저 하루 하루를 허비하는 친구들이 안타까웠어요.

또, 낡은 모텔방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검은 손을 내미는 사회의 악'은 너무 쉽게 그들과 접촉할 수 있어요. 보호 받지 못 하는 이들을 일회용품처럼 이용하다 버리는 사람들이죠. 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그들은 아마 못 할 짓이 없을겁니다.

집을 나온 가출청소년들은 동시에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니까 그들이 못마땅하고 미울 때도 있지만, 어른이면 더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글을 한 줄 적는 것도 결과적으론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을 일일지 모른단 생각입니다.

가정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정교육을 위한 영상도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잖아요. 그런 선한 움직임이 가출청소년을 한 명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거예요. 물론 백퍼센트 방지를 할 수야 없겠지만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그렇게 되기 전에 그들의 처지를 고려하고 마음을 헤아려보고 관심을 가져줍시다. 나와 내 아이, 우리가 다 같이 사는 사회잖아요.



이 책에서 주목할 점 2.

가정내 벌어지는 가스라이팅




나는 일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만 돌보고 있는데 아무도 인정을 해주지 않고 오히려 동정, 어른이 아닌 어린애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면? 배우자는 커리어를 쌓아 나가며 승승장구 하고 있고요.

인간관계에는 자연스럽게 갑을관계가 생기기도 한다는데요. 부부사이라고 유별날까요.

주란은 자신이 하는 것도 없는 무능력한 가정주부라고 생각했고, 재호는 그런 아내의 생각을 위로해주는 척 하면서 은근히 동조해 자존감이 더 떨어지게 만들었어요.

B.A.패리스의 소설에도 가스라이팅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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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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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 - 브레이크다운, 누가 나를 고장내려 할 때

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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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도어. 여기서도 남편이 아내를 정신이상자로 몰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마음대로 바꾸어놔요. 나중에는 아내가 어딜 가서 누구에게 말을 해도 그들이 그녀를 무시하고 동정하게끔요.

그런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런 가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주부인 저는 저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써요. 무엇보다 내 목소리에 귀기울이려고 노력합니다.

'혹시 지금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나?' 헷갈리는 분들은 마당이 있는 집과 제가 추천해드린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교묘하고 악랄하게 사람의 약점을 파고드는 말과 행위를 잘 지켜보시고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비교해보세요.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실지도 몰라요.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와 같은 대형스포는 일부러 다 뺐어요. 등장인물과 상황, 사건 위주로 설명을 드려봤고요. 스릴러의 묘미와 반전의 맛을 제가 빼앗고 싶지 않아 그랬던거니 그건 직접 맛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고 원작을 읽으시면 김빠지는 느낌보단 몰랐던 사실이 채워지며 탄탄한 집을 짓는 느낌일거예요.

요즘 SNS 사이에서 배우 임지연님의 연기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던데요. 가장 최근에 본 건, 남편이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었어요. 얼마나 홀가분하면 저렇게 대학에 합격한 것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밥을 먹을까... 싶었거든요. 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떠올리니 먹방보다는 배우의 눈빛이 다시금 아른거리네요. 텅빈 상은의 그 눈빛.

드라마 완결이 나면 저도 한 번에 몰아볼까 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먼저 보신 분들께도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미세하고 촘촘하게 짜여진 복선과 감정선, 상황들이 이미 아는 것도 더 빠져들도록 몰입을 도와줄겁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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