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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 너도 하늘말나리야》 어른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나누며 크는 아이들

유하우스 2023. 12. 19. 09:58


청소년문학을 읽고 있어요. 어렸을 땐 청소년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때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다시 느껴보고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총 3부작인데요. 1부 <너도 하늘말나리야>, 2부 <소희의 방>, 3부 <숨은 길 찾기>로 이루어져 있어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나와요. 미르, 소희, 바우. 친구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소개해 봅니다.


 

미르
#도시에서 달밭마을로 전학 온 이혼가정의 아이




도시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달밭마을이라는 농촌으로 이사간다는 얘기도 차마 못 했어요. 창피했으니까요. 전학 온 미르는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농촌생활도, 아빠와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살아야 하는 것도, 전학 간 학교도 모두 다.

특히 미르의 엄마는 미르를 참 속상하게 했는데요. 어른들의 실상이 어땠든 눈에 보이는 걸로는 늘 엄마가 아빠에게 화를 내고 있었대요. 그래서 단순하게 말하면 아빠는 피해자, 엄마는 가해자 같았던거죠. 그런 엄마를 미르는 못마땅해했어요.

그리고 도시에서는 잘 웃지도 않던 엄마가 달밭마을에 오니 다른 사람처럼 잘 웃더래요.

한 번은 이웃 누군가에게 꽃바구니를 선물 받는데요. 꽃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두고 있는 엄마를 미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게 됩니다.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 소희, 바우와는 어땠을까요?


소희
#모범생 가면을 쓰고 있는 조손가정의 아이





소희의 아버지는 소희가 아직 엄마 뱃 속에 있을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마저 소희가 두세 살 적 돌아가셨습니다. 나이든 할머니가 소희를 도맡아 키우고 계셨죠.

소희는 전학 온 미르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체육복이 없는 미르를 위해 누가 남기고 간 체육복을 구해다 줬어요. 하지만 미르는 누굴 거지로 아느냐며 소희 마음을 내동댕이 쳐버렸죠.

그리고 어느 날, 미르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한 아이가 미르를 궁지로 몰아넣어요. 소희는 반장이였기에 충분히 구해줄 수 있었지만 모른 체 합니다.

하지만 소희의 진심은 미르를 미워하고 있지 않았어요. 언젠가 나무 밑에 앉아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는 듯한 미르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어른스러운 소희는 누구에게나 좋은 아이라는 칭찬을 듣습니다. 부모 없이 자라 버릇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어요.

이런 장면이 나와요. 한 번은 미르가 속상한 일을 당하고 자리에 앉아 펑펑 울어요. 소희는 그런 미르를 부러워 하는데요. 왜냐하면 자신은 그렇게 순수한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키가 크고 듬직한 소희는 바우의 말을 대신 해주는 대변인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바른 손녀이자 바른 친구인 소희.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일까요?


바우
#엄마가 돌아가시고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한부모 가정의 아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바우는 특정상황에서 입을 꾹 다물어버려요. 말을 하는 사람이, 순간이 몇 없죠.

바우에게 엄마는 세상과 통하게 해주는 문이었어요. 그 문이 사라지자 바우는 말을 할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바우에게도 재채기 하듯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을 내뱉었던 순간이 있는데요.

바로 바우의 아빠가 미르의 엄마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였어요. 믿을 수 없어 사실을 확인하고자 궁금증이 두려움을 이기고 툭 튀어나와버렸습니다.

언젠가부터 제 앞에서 도망치는 바우를 미르는 못마땅해 했지만 사실 바우는 미르를 미워하진 않았어요.

바우는 미르가 날카롭게 구는 이유를 이해했다.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으로 엄마 잃은 슬픔을 나타냈듯이 미르는 가시를 세운 모습으로 아빠와 헤어진 슬픔을 표현하는 거라고 바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보면 엉겅퀴꽃이 생각났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가시 같지만 만져보면 부드러운 엉겅퀴꽃.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여린 마음을 들키기 싫어 가시 돋친 모습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엄마를 배신한 것 같은 아빠를 미워했을 뿐입니다.

이 모든 일은 바우의 엄마를 향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요. 엄마의 산소에 가서 아무렇게나 자란 풀을 일부러 정리하지 않고 그냥 두고 온 바우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빠가 새로운 사랑에 설레여 하고 있을 때 엄마의 자리는 이렇게 엉망이 되고 있었어, 아빠가 후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또한, 바우는 들꽃 세밀화 그리기를 즐겨했습니다.

하늘말나리 꽃을 그려요. 다른 나리꽃들과는 다르게 하늘을 바라보며 피는 게 마음에 들어서요.

바우에게 하늘말나리는 소희였습니다.

그래서 소희가 달밭마을을 떠날 때 그림과 함께 너는 하늘말나리라는 명대사를 건네주지요.

"안 오는 줄 알았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차에 발을 올렸다 내린 소희가 평소처럼 바우를 툭 쳤다. 소희의 장난에도 바우는 굳은 얼굴로 둥글게 만 도화지를 내밀었다. 소희가 받아 펼친 것을 미르도 함께 보았다. 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꽃 그림이었다. "다른 나리꽃들은 땅을 보면서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보면서 피어." 바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는 듯했다. 그림 한쪽에 글귀가 써 있었다. "하늘말나리.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중얼거리듯 읽던 소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미르도 울컥했다.



소희의 말입니다.

 

소희는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채 차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차창을 내린 소희가 말했다. "너희들도 하늘말나리야!" 미르와 바우는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소희를 태운 트럭이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1부는 막을 내립니다.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조금 슬펐습니다. 어릴 때 같으면 저도 책을 덮고 '나도 하늘말나리야.' 했을텐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질 않아서요. 희망은 온데 간데 없고 마음은 삭막해져서 눈에 보이는 것만 봐요. 언젠가부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게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살고 있네요.

세 친구는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어요. 어른들이 만든 나름대로의 형태 자체가 그들에겐 상처였죠. 내가 이만큼 아프니 쟤도 요만큼은 아플거야 하는 연민, 세 친구들에게서 그것이 보인 순간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멋진 말과 행동으로 위로하지 않습니다. 나이에 맞는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있어요.

이 책은 다 커버린 어른들의 허한 가슴 한 군데를 채워주기 위해 쓰여진 게 아니기에 앞으로 드넓은 벌판을 나 혼자 걷고 뛰고 뒹굴어야 하는 아이들의 두려움과 어설픔이 느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린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야기가 가슴을 꽉 채웠을지도 모르겠어요.

청소년문학은 잠자고 있던 어린 나를 일깨웁니다. 이금이 작가가 건드려 주었네요. 2부 읽으러 갑니다. 2부 <소희의 방>은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소희의 이야기에요.

후기 기대해주세요.

✔️ 2, 3부 후기가 업로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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