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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크레용 7월2주차 / 동글동글 동그란 수박 본문

유하우스/엄마표놀이 & 유아수업 👩‍👦

노래하는크레용 7월2주차 / 동글동글 동그란 수박

유하우스 2021. 7. 14. 18:28



지난주에 이어 수박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미술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집에서 곯아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눈 뜨자마자 선생님 얼굴 보고는 천천히 정신차리고, 여느때와 같이 수업 하더라구요.


수업은 수박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위사진 외에도 수박을 반으로 쪼갠 사진, 덩굴에 수박이 싸인 사진, 팥빙수에 수박이 들어간 사진, 수박젤리 사진 등을 설명과 함께 천천히 보여주셨어요. 첨부 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선생님이 매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죠? 수박 그림이 그려진 매트와 사진을 비교해 주고 계시는 거예요.


이건 이에요. 엄마 공, 아기 공이라고 칭하시던데요. 아이가 이 공을 참 좋아했어요. 공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지요. 저희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고, 그저 단순하게 시간 때우기 식으로 수업하는 분이 아니셔서 역시나 튀겨보고 굴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주셨어요.


저 같으면 옷 속에 넣어 볼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따로 해보려구요. 조심스레 배를 쓰다듬으며 아기를 품고 있는 임산부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17개월 아기에게 이르긴 하지만 이 안에 동생이 있다는 상황극도 해보면 좋겠어요. 어리둥절 하거나 관심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선생님을 따라 공을 배 안에 집어 넣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요. 이제 공이 사라져도 어디로 갔는지 당황하지 않고, 선생님 배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네요. (감회에 젖는 엄마...)

이 외에도 다양한 공놀이는 계속 되었어요. 아이를 안고 공중부양한 채로 공을 발로 뻥뻥 차볼 수 있게 해주셨구요, 공을 베고 누워 자는 척을 하기도 하셨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도 선생님 옆에 아기공을 베고 눕더라구요. 그리고 짐볼처럼 엉덩이에 깔고 앉아 통통 튀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높이 높이 튀겨보기도, 멀리 멀리 굴려보기도 했답니다.



다른 수업의 어떤 선생님은 풍선이 주제였던 날, 풍선을 불어준 뒤 좋아하고 있는 아이에게 리액션만 하고 가신 날이 있어요. 뭔가 이상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른 친구들은 풍선을 이용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했더라구요. 안 그래도 간단한 놀이 재료인데,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느껴지는 태도, 말투, 눈빛, 목소리로 수업을 했던 것이 떠올라 화가 났어요. 그 선생님은 이전부터 느꼈지만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말씀 드리고, 본사에도 알렸네요. 노크 선생님은 보시다시피 간단한 놀이 재료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비슷한 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뚜렷이 비교가 되네요.


포슬포슬, 사락사락 초록색 습자지는 수박의 덩쿨 역할을 맡아주었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수업을 할 땐 왠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져요. 나중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준다면 매트에 가득 담아 놀게 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 날 아이는 큰 관심은 안 보였어요. 아마 수박 공에 관심을 다 빼앗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수박 덩쿨은 수박을 숨기고, 아이도 덮어주었어요. 그 안에 파묻혀 웃으면서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기 표정과 눈빛이 생생해요.


바구니 두 개에 펠트지와 까만 줄을 붙여 수박 모양을 만들었더라구요. 열리는 부분엔 아니나 다를까 벨크로가 붙어 있었구요. (노크는 벨크로를 참 좋아해요) 그 안에는 이와 같은 네모난 수박 조각들이 가득 들어 있었답니다.


그리고 뚜껑을 뒤집으면 조각을 넣을 수 있는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 있어 소근육을 정교하게 쓰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저희 아기가 너무나 좋아했어요. 선생님과 방긋방긋 웃으며 놀다가 웃음기 싹 거두고 집중모드!

수박 조각으로는 선생님이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주시고, 쌓고 무너뜨리기도 해보았어요. 수박 조각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만져보니 가볍고 살짝 말랑하더라구요.


교재의 왼쪽에 초록색 수박, 오른쪽엔 하얀색 수박이 보이시죠. 수박 줄기를 그려보고, 초록색으로 색칠도 유도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 아가는 교재도, 롤러도 아닌 까만 물감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손이 빈틈없이 까매지는게 신기했나봐요.


그래서 저 롤러 자국은 선생님이 하신거예요. 저희 아이도 함께 해보기는 했지만, 까만 물감을 손으로 가리키며 빨리 더 달라고 재촉하는 시간이 더 많았네요. 이렇게 손에 잔뜩 묻히고는 과연 어디에 찍었을까요?


무릎에 찍었어요. 늘 본인의 몸을 도화지 삼아 쓱쓱... 👩🏻‍🎨 교재에는 선생님이 팔을 잡아 도와주셔서 그린거고요. 선생님이 제게 조금 더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는데, 얼마 안 가 옷이며 몸이며 난리통이 될 것 같아 조용히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네요. 선생님은 자연스럽고, 아이가 놀라지 않게 물감통을 숨겨주셨어요.

오늘의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는 바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안고 화장실로 직행, 물감을 씻었어요. 생각보다 잘 씻겨 내려가더라고요. 다음주는 음악 수업이네요. 일주일 뒤인데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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