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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히사시 - 연애시대》 연애시대의 종착지는 결혼일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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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히사시 - 연애시대》 연애시대의 종착지는 결혼일까?

유하우스 2023. 2. 3. 01:51


2006년,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연애시대'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읽었습니다. 제목은 흔한 편이지만 내용은 이제까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류의 것이었어요. 신선했단 뜻입니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은은하고 밝은 편이었어요. 가끔 농담이 곁들여지기라도 하면 재미 있어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요. 책소개와 느낀 점 적어보겠습니다. 오지랖이겠지만, 조용한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줄거리




리이치로와 하루는 이혼한 부부입니다. 그런데 어째 친구보다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남들이 보면 이혼한 부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요. 그리고 선을 넘는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곤 하죠. 이를테면 "너한테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주지" 라든가 "나야말로 당신에게 괜찮은 여자를 소개해줄게" 와 같은. 지켜보는 입장인 저는 헉하고 놀랐는데, 오히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들에겐 유쾌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인 가이에다, 레슬링 선수인 시즈카, 그리고 하루의 여동생인 사유리. 그들 또한 이들의 불편하고도 자연스러운 관계를 알고 있죠. 이들의 분량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드라마로 나왔을 때 없으면 안 될 감초 역할을 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잊을 때 쯤, 훅 하고 치고 들어오는 이들의 존재가 재미있고 반가웠어요.

(*이를테면, 허당 그자체로 그려지는 리이치로를 실은 누군가가 몹시 짝사랑 하고 있었다든가, 이혼한 이 부부가 다시 한 번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준다든가 하면서 말이예요.)

리이치로와 하루는 서로에게 남자와 여자를 소개시켜 줍니다. 리이치로는 하루에게 나가토미를, 하루는 리이치로에게 가스미를 소개시켜주죠.

연애시대에는 유교보이, 유교걸들이 읽으면 다소 놀랄만한 상황이 자주 그려집니다. 나가토미는 리이치로와 하루가 결혼식을 올릴 때 그들을 도왔던 웨딩홀 직원이었어요. 리이치로가 "이 결혼 해도 될까요." 라고 물었을 때, 심지어 조언을 해주기까지 했던 남자였죠. 나가토미씨는 결혼식 당일의 하루를 보고 첫 눈에 반했었대요. 그래서 이혼한 리이치로에게 '전부인'을 소개 시켜달라고 하는 이 상황... 이해가 가시나요?

가스미는 하루의 고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딸이 하나 있어요. 전남편에게는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고요. 가스미는 리이치로를 불같이 좋아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리이치로도 결국은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아요. 하지만 그녀는 결국 하루의 존재와 자신의 처지라는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 하고 등을 보입니다. 언젠가 리이치로 앞에 다시 나타나겠다고 약속 했는데, 글쎄요.

다미코가 등장해 버렸네요. 그녀는 리이치로의 첫사랑이었습니다. 마치 짠 듯, 다미코의 첫사랑도 리이치로 였다고 하고요. 그들은 순풍에 돛을 단 듯 매끄러운 연애의 순풍에 몸을 맡깁니다.

아, 하루는 뭐하고 있냐고요? 나가토미와 헤어지고, 기타지마에게 구애를 받아요. 기타지마는 하루의 여동생인 시즈카의 학교 교수님입니다. 하지만 기타지마도 나름의 해결되지 않은 사정을 떠안고 있었어요. 그건, 그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남자였다는 겁니다. 얼떨결에 하루는 남의 남자랑 만나는 이상한 여자가 되어버렸죠.

하루는 기타지마의 마음을 받아줄까요? 리이치로는 다미코와 언제까지고 잘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루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리이치로는 너무나 잘 되어 결혼까지 골인해 버리고 말았고요. 그리고 또 어김없이 찾아오는 묘한 장면... 리이치로와 다미코의 결혼식 주례를 누가 보는지 아세요? 무려 하루가 봅니다. 성경 구절을 읽고 난리가 났어요.

괜찮을 줄 알고 주례를 맡겠다고 했을텐데, 눈물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열려 버릴 줄은 몰랐을 거예요. 그녀는 그를 향한 마음이 아직 정리 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리이치로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하루를 나무랐지만, 시즈카의 도움으로 다미코와의 약속을 깨고 하루와 둘만 있게 되었을 때, 그 역시 진솔한 마음을 고백해요. 이제 그 둘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서로 빙빙 돌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옆구리만 찔러보는 시간을 지나고, 이젠 진심과 진심이 마주보게 되었어요. 과연 그들은 해피엔딩일까요, 새드엔딩일까요. 어떻게 매듭을 짓기로 합의를 볼까요.


결말에 대한 생각




솔직히 민폐가 아닐 수 없어요. 특히 다미코 어떡해요? 결혼은 연애랑 다르잖아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어야죠, 리이치로!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다미코는 '결혼식은 올렸어도 결혼은 하지 않은 여자' 가 되었어요. 주변인들, 특히 부모님 앞에서 얼마나 면이 서지 않을지 제가 다 화가 나더라고요. 정작 다미코는 누구보다 차분하게 리이치로의 곁을 떠나갔지만요.


"연애의 끝은 결혼일까요?
헤어지고 나면 사랑은 끝나는 걸까요?"




연애의 끝은 결혼일 수도 있지만, 사랑의 끝은 결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많은 이들이 리이치로와 하루를 위해 그들을 사랑함에도 이별을 택했어요. 사랑은 아주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어요. 그 모든 마음을 존중해요. 결혼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연애가, 사랑이 잘못 되어 있다고는 보지 않아요.

두 번째 질문 역시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 않습니까. 몸은 헤어졌어도 마음은 아직 헤어지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많아요. 몇 년 만에 만났는데도 눈을 바라보자마자 눈물을 떨구는 이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인 것 같습니다. 리이치로와 하루도 다를 게 없고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고 잊을 수 있다고 자만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하루처럼 눈물샘이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아직 처리되지 않은 그 마음 때문에 리이치로처럼 누군가에게 굉장한 민폐를 끼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니까요. 어떠한 이유로든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만 있는 분들, 읽어보세요. 추천 드려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드라마화 되었을 때, 꽤 많은 인기를 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의 노래가 함께 유행을 했던 것 같은데요. 바로 스윗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음악 감독님 센스가 참 넘치셔요.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노래 제목입니다.) 리이치로가, 하루가 서로를 생각할 때 배경으로 이 음악이 깔리는 모습이 상상 돼요. 아무리 생각 해도 난 너를, 아무리 생각 해도 난 너를...

드라마는 어쩐지 푹 빠질 것 같아 안 보렵니다. 사실 기대도 안 했는데 연애세포가 꿈틀거리는 것 같아 당황스러워서요. 과몰입이라도 하게 되면 난감할 것 같아요. 여하튼... 이 책을 읽을 예정인 분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답답한 입장에 계신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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