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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 주머니 속의 고래》 사춘기를 걷는 아이들의 민감한 속내를 살풋 들여다보는 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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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 주머니 속의 고래》 사춘기를 걷는 아이들의 민감한 속내를 살풋 들여다보는 시간

유하우스 2024. 1. 27. 12:18



또 청소년문학을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이금이 작가의 작품인데요. 이번엔 '너도 하늘말나리야'시리즈를 읽을 때와 조금 달랐어요. 청소년들이 등장인물로 나온다는 점은 동일하나 울컥하는 부분이 훨씬 많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주머니 속의 고래>는 꿈을 찾는, 찾게 되는 청소년들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예요.

꿈이란 건 본디 가슴에서 우러나와 열렬히 희망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죠. 생각지 못 했던 길을 걷다가 발견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실패해서 낙담하고 있을 때 눈 앞에 있던 것이 우연히 발견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지각색으로 바삐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꿈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꿈을 꾸는 아이들은 자체만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보는 내내 부러울 정도로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꿈을 찾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아이들🌿



민기, 현중, 준희, 연호는 중학생입니다. 민기는 잘생긴 얼굴로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고, 연예인을 꿈꾸는 현중은 민기를 부러워했죠.

준희는 목에 큰 점이 있는 일명 공개입양아 입니다. 하지만 소수의 걱정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그는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요. 그러던 어느 날, 진짜 엄마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요?

연호는 증조외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모르고, 엄마는 있는데 집에 잘 안 들어와요. 엄마라는 사람은 전세보증금을 빼 갔고, 새 집을 구해준다면서 현재 감감무소식입니다.

민기의 집에 세들어살던 집에서 반지하방으로 이사가는 날에도 엄마는 오지 않았어요. 연호가 스트레스와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할 때에도,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연호🍀



아직 열 여섯밖에 안 된 연호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해요. 어른 아니, 부모가 짊어져야 할 짐을 연호보고 다 지고, 거기에 또 늙은 증조외할머니의 짐까지 들라고 하고 있어요.

연호는 친구인 민기네 집에 세들어사는 세입자이기도 한데요. 민기 엄마는 가끔 반찬을 가져다주고, 민기는 자기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연호에게 토로하러 오곤 합니다. 연호는 가져다 줄 반찬이 없고, 민기에게 힘든 것을 토로하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차라리 그 집에 살 때가 좋았던걸까요? 이사갈 때가 되었는데 온다던 엄마가 안 와요.

할머니와 연호에게 주어진 돈으로는 부엌과 욕실, 방 하나 딸린 어둡고 퀘퀘한 반지하방밖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 집에서... 90세 할머니를 돌보며 살아가야 해요. 열 여섯 연호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이삿짐을 옮길 때 남자친구들인 현중, 민기, 준희는 힘을 보태줍니다. 연호는 그 사실을 더없이 수치스러워하지만요. 연호는 한때 민기를 보며 가슴 설렜던 적이 있고, 현중, 준희와는 서먹한 사이예요. 자존심 세고 강해보이는 이미지의 연호가 자신의 초라한 형편을 모두에게 드러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상하고 비참했겠습니까.

이사하는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는 텅 빈 눈을 하고 있던 연호.

그런 연호가 좋아한 건 노래였습니다. 삶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때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연호의 유일한 낙이었지요.

연호에게 볕들 날이🌻



민기, 현중은 드림박스라는 기획사에 연호, 준희와 함께 부른 노래를 몰래 녹음해 보내는데요. 기획사에서 연호에게만 러브콜을 보내요.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네요?

기획사 연습생이 된 연호.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가수가 되기를 기다리는 연호는 이제서야 조금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감무소식이던 엄마는 뒷바라지를 해주겠다며 집에 찾아와 혼자 계시는 할머니를 도와드려요. 미운 엄마지만, 네, 만약 엄마가 없었다면 연호는 기획사에서 연습을 할 수 없었을겁니다. 할머니를 돌봐야 하니까요.

연호는 과연 데뷔를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보는 독자분들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 저처럼 연호를 응원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혹시 저처럼 눈물을 글썽이진 않으셨는지 묻고싶네요.




 

밑줄 그으며 본 하이라이트

 

엄마와 함께 목욕하는 게 싫었다. 엄마가 제대로 돌봐 주지 않는데도 잘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딸에 대해 마음을 놓는 게 싫었다.



오랜만에 찾아와 엄마 흉내내는 연호 엄마에게 연호가 품은 생각이에요. 어때요? 연호 짠하지 않나요? 관심 받고 싶은 거예요. 딸과 함께 찜질방을 찾은 엄마의 딸을 향한 관심을, 없는 줄 알았던 그 끈을 이젠 죽어도 놓고 싶지 않은겁니다. 속으로 울면서 발악하고 있는 거예요. '엄마, 나에 대한 마음을 놓지마.' 라면서. 아직 아이라 표현이 서툴 뿐입니다.

작가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껴요. 어떻게 이렇게 청소년들의 예민하고 어설픈 마음을 잘 헤아리시는지요.

작은아들에게 사춘기가 왔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준희가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을 부려도 여유 있는 웃음으로 대처했다. 오히려 준희가 여느 아이들처럼 제때에 사춘기를 겪는 걸 흐뭇해했다. 준희는 그게 더 짜증났다. 모든 아이들이 겪는 통과의례를 거치고 있다고 편하게 생각하는 가족에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왜 그러냐고 다그치기라도 한다면 핑계 삼아 혜지와의 일과 그로 인한 충격, 상처 등을 털어놓을 수도 있을 텐데. 가족은 입양아란 사실이 준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까맣게 몰랐다.



사춘기의 특징 중 하나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준희를 보며 어릴 때의 저를 되돌아보고, 십 년 후 우리 아이를 떠올려봤어요.

아마 방 문을 닫고 오래도록 나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닫힌 방문으로 저는 아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 하는 엄마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생각할겁니다. 생각나는대로 말하지 않을거예요. 말을 다듬고 다듬어 선물처럼 건넬겁니다.

저는 아이가 겪고있는 그 사춘기를, 가슴이 산산조각 나는 그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대충 아니까요.

"저 살 집 구하는 건데 이래도 네, 저래도 네, 무슨 허깨비랑 다니는 것 같더라니까." 엄마가 간식거리를 내놓으며 말했다. "애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니까 본능적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거지. 잘해줘." 간식을 먹으러 나온 누나가 모처럼 옳은 소리를 했다.



집을 보러 다니는 일은 배가 부르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 마음에 여유가 없는 아이들은 공부도 못 해요. 부모가 고민해야 할 것들을 대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연호는 돈이 없었습니다.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어요. 한 마디 했다가 수치스러운 말이 돌아오면 안그래도 나약해져 있는 마음에 타격이 얼마나 심한데.

'이래도 네, 저래도 네' 하며 연호는 연호 나름대로 버티고 있었을 겁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혀를 찼다. 무관심보다 동정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이건 진짜 가난을 겪어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생각인데...

아무렇지 않게 슈퍼를 갔는데 동정에 혀를 끌끌 차던 할머니들이 생각나요. 그 눈빛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눈빛과 말이 눈 앞의 아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왜 나를 그렇게 동정하는지 따져묻고 싶었죠.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저는 또 지칠 뿐이었지만요.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깎아먹는 행동이예요, 그거.

민감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리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곧 궁상이 땟물처럼 줄줄 흐르는 살림살이들이 들어와 놓이기 시작했다. 짐을 들고 내려와 집 내부를 본 현중은 더는 농담을 하지 않았다. 민기는 투덜거리지 않았고, 준희는 연호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눈길을 피했다.



침묵이 소음보다 시끄럽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침묵으로 많은 말을 하죠.

연호는 그동안 시내를 쏘다니는 아이들을 경멸하고, 옷 타령, 신발 타령하는 민기를 한심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연호가 진정으로 바란 건 그 애들처럼 사는 거였다. 부모를 졸라 옷과 신발을 사고, 참고서 값을 속여 피시방에 가고, 시험 점수를 놓고 휴대폰이나 용돈을 흥정하는 것.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던 연호는 아이들을 경멸하고 한심해하는 걸로 위안 삼았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일 수 있어요.






저에게 이 책은 연호입니다. (그래서 매우 치우쳐진 경향이 좀 있죠? 연호 이야기만 줄줄...)

하지만 이 책에는 민기, 현중, 준희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 다르니까요, 직접 읽어보시고 저처럼 가장 마음에 와닿는 아이의 이야기를 꼽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 후기글도 올려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히 캐치해내는 분이예요. 그래서 아이 가진 부모에게 육아를 하는 데 작가님 작품이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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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너도 하늘말나리야'도 '주머니 속의 고래'와 같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에요. 유명한 작품이니 꼭 읽어보세요.

오늘도 마음 편안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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