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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무라카미 류 -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유하우스 2020. 2. 16. 20:26

1976년 <군조> 6월 호에 발표한 이 작품은 그 해 <군조> 신인상과 제 75회 아쿠타가와상을 동시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 문학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무라카미 류의 처녀작이라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서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현재의 명성과는 걸맞지 않게 이 작품이 처음 출간 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큰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인간의 내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고뇌와 회한도 담겨있지 않은 작품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 청춘들의 끝모를 비애를 느낀 건 비단 나를 비롯한 소수 뿐이었다는 말이 되나.

1970년대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엔 무려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으며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 취급을 당했다. 나는 사람들이 성과 약 묘사에만 눈을 번뜩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29년 전 내가 아무런 자각을 포함시키지 않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상실감'이다. 1970년대 중반 일본은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 내고 그 대신에 무엇인가를 잃었다. 이뤄낸 것, 그것은 일본의 고유의 문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고..." 그들의 방탕한 생활에 손가락질 하고 고개 돌려버리는 사람들은 내가 확신하는데, 그들의 상실감 따위 제 알바 아니다.

독자는 청춘을 허비한 이들의 당시 일본 사회 시대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일본은 고도의 경제 성장과 동시에 무섭게 침투한 미국의 대중 문화로 인해 큰 쇼크를 먹었다. 미국 음악을 틀고 패션을 모방하면서 자신들을 '노란 인형'으로 취급하는 미군을 따라했다. 나라는 더욱 풍요로워졌지만 국민의 인간성을 돌볼 여력은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무라카미 류가 이 작품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통해 무분별하게 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는 다르게 너무 '현실적'이라는 평을 받는 작가 답지 않은가.

너무나 첨예한 그의 글이 일부는 쉽게 읽히지 않아 싫다고 말하지만 담아야만 하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는 흔치 않다고 본다.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한 책을 애장하고 있어요.'라고까진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책은 무려 작가가 23살에 발표한 것이다.
처절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류의 또래를 누구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 격변의 시기에 자신의 소리를 낸 것과 작품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음악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작품이 작가를 잘 만났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와 같은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이 만약 우리나라에서 영화화 된다면 거침없이 파국을 향해 치닫는 이들을 위한 청춘 영화가 되어 퇴폐미 신드롬 같은걸 불러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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