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육아를 함께 하는 엄마들과 매일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하루 단 한 권을 읽었다면 그걸로 단 한 줄이라도 글을 남겨보는거예요. 책을 읽을 때 아이가 보였던 반응, 엄마가 느낀점, 개선할 점, 후회가 되는 점 등등을.

11월은 엄마들이 돌아가며 주제를 말하고, 그 주제를 매일 실천 해보도록 했어요. 못 해도 상관없고 안 해도 상관 없어요.

말이 길어졌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이 날 주제는 우리 아이의 웃음포인트 였어요.


저희 아이는 책 읽을 때 꽤 집중해서 보는 편이에요. (이게 두돌이 가까워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그래서 이 날의 주제는 유독 더 어렵게 다가왔는데요.

'우리 아이가 책 읽을 때 언제 웃지...?'

곰곰 생각해보니... 엄마의 오버액션, 내용에 맞춰 책도 움직일 때 꺄르르 웃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그런 책을 찾으려고 보니 찾기가 어려웠어요. (잡히는대로 읽어주는 편) 그러다 눈에 보이는 한 권의 책.

사진엔 없지만, 바로 마술피리꼬마의 '나 어부바'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책 속 아기가, "나 어부바~" 해서 엄마가 업어주려 하니, "아니아니 나 말고 내가 아기곰 어부바!" 이런 식으로 인형들을 차례차례 업어주다가요. 무거워서 그만 우당탕탕 넘어져요. 저는 이 부분이 나오기 전에 "어..? 어? 어?!" 하면서 책을 살살 흔들어주다 저 포인트에 책도 같이 우당탕탕 넘어져준답니다. 그럼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또, 또!!!! 요청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 책 중 하나에요.

 



그런데 사진은 좀 쌩뚱맞죠. 어스본사운드북이에요. 동물, 기차, 겨울소리, 숲속, 한밤 중 등.. 다양한 시리즈를 가진 책인데요.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그림, 여러 질감과 예쁜 소리들을 들려주는 제품이에요. (갑분책소개)

이건 꺄르르~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몰입하는 모습과 더불어 아이의 다양한 표정 변화를 볼 수 있어 저도 애정하는 책이랍니다.

아마 마꼬를 찾다가 먼저 쥐여준 책일거예요. 그래서 사진은 내용과 좀 무관한(?) 사운드북이네요. 아, 저 개구진 표정은 무슨 의미인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 날의 주제는 색깔이었어요. 색깔 하니까 에릭칼 책이 바로 생각나더라구요.

보여준 책은,
에릭칼 - The Artist Who Painted a Blue Horse, Brown Bear / Watermelon - A bug / Emma Garcia - Toot Toot Beep Beep 이에요.

책만 봐도 충분했을 것 같지만 문득 색깔 인지가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실로폰도 꺼내봤네요. (말을 못 하니까 손으로 가리키라고) 빨간새, 노란오리 등을 보며 똑같은 색이 어디있을까 하니 똑같은 것들 찾아줘서 감동이었어요.

책은 씨디 찾기 귀찮아서 테디베어 음에 내용 입혀 노래처럼 불러줬고요.

I see a black sheep looking at me 다음 괜히 긴장감 조성해서 black sheep...? 뒷 장 넘기고 black sheep!!! 이러고 놀았답니다. ^^;;

다른 책들 또한 색깔을 물어보면 아이가 가리키고, 영어라 지루하지 않게 노래 혹은 강약조절하며 읽어줬어요.


이 날의 주제는 도형이었어요.

꺼내 준 책은 꼬꼬마수학자였구요. 다양한 도형이 그려진 책이었는데 물감을 보자마자 교구며 책은 눈 밖에 나버린 신세가 되어 제대로 활용은 하지 못했었네요.

뻔하지만요. 도형 교구 바닥에 물감 묻혀 찍어보는 활동을 해보았어요. 대단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결과물이 아닌 막 시작할 때 찍은 사진이라 아쉽네요.

예상시나리오는... 찐하고 선명하게 묻어나온 모양을 보고 같이 얘기 나누는거였어요. 하지만...^^ 아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물감을 선택하는게 아니었는데.. 아이는 물감에 관심 98%, 도형엔 달랑 2% 주었어요.

그..그치만(합리화시작) 물감놀이 후 세면대에서 물놀이까지, 모든 과정에 아이가 집중하고 좋아해줘서 고걸로 만족하려고요.


이 날 주제는 겨울이었어요.

꺼내 온 책은 쫑알이 - 쌍둥이 오리의 겨울 / 곰곰이 - 크리스마스 구요.

저는 크리스마스 하면 트리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그래서 표지에 트리가 그려진 곰곰이를 뽑았답니다. (단순)

작년 크리스마스 땐 아이가 돌 즈음이라 할 게 별로 없었어요, 제가 거의 다 했어요. 근데 이젠 두돌 즈음이라 함께 트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돼요. 작년 우리가 만든 트리가 어떤 트리였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간단히 설명해줬는데 기억이 안 나는 눈치라 저 혼자 '이번엔 꼭 기억에 남는 트리를 만들리라!!' 하고 다짐했어요.

 



쌍둥이 오리의 겨울에서, 쌍둥이 오리는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얼음낚시도 하고 캠핑도 해요. 문득, 남편이랑 일정 맞춰서 낚시 같은 겨울 행사 하나 다녀오면 재밌을 것 같아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했네요.

아이는 이 날 곰곰이에선 한 명씩 등장하는 친구들 실루엣 보며 알아 맞추기, 쌍둥이 오리의 엄마 보며 반가워하기 등을 했답니다.

이 날은 전형적인 동상이몽이었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날의 주제는 눈사람이었어요.

꺼내 준 책은 푸름이까꿍 - 변신쿠키 / 안녕마음아 - 행복한 여섯 살 이에요.

이 날 아침, 어제 봤던 쌍둥이 오리 책의 눈사람을 다시 한 번 보고, 오후엔 눈사람을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책들을 꺼내놓고 먼저 봤어요. 다 보고 나서는 너만의 눈사람을 스티커로 한 번 표현해 보라고 했는데요.

"눈~ 코~ 입~" 그리고 고양이, 아기도 번갈아가며 신체 포인팅 해주는게 넘 재밌었나봐요. 또! 요청이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아이가 질릴 때까지 열심히 그거 하다가.

"요기 책에서처럼 우리도 눈사람 눈코입 만들어줄까?!" 소리에 눈이 네 개, 코는 두 개 가진 눈사람을 만들어주었어요. ☃️

그리고 저 밑에 있는 대발이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와서 읽어주는데, 귀신 나오는 내용이 재밌었는지 자기 전까지 저 책만 읽고 그새 자네요..? 눈사람은 나중에 다시 만들어 봐야겠어요.





와, 정리하고보니 뜻한대로 된 건 거의 없는 하루하루 였네요. 그래도 아이가 자리 이탈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서 대견해요.

그리고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아이는 끝까지 잘 앉아 있어주는데 아이디어 고갈된 엄마의 능력부족이랄까요. 부족한 저 때문에 아이가 좀 더 재미있게 책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왜 갈수록 마음에 여유가 없어질까요?

육아서와 여러 전문가들의 영상 보며 맘을 다독거리곤 있는데... 이걸 어떤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 마무리가 우울하네요. 추워졌어요. 그리고 미세먼지도 심해졌어요. 미먼 때문에 우리 아이들 눈에 다래끼 나는 경우 상당하다고 합니다. 아프지 마시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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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서부터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줬는지,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지 등을 기록하고 있어요. 제목에 <책육아> 라고 했지만요. 책만 읽어주는 게 아닌 책을 이용하여 아이와 노는 것에 더 가까워요. 아이와 놀 때, 그리고 뭔가를 알려줄 때 책은 좋은 도구가 되거든요.

꼬꼬마수학자 보드북 5권 + 워크북


이 날은 체력이 좀 남았는지 워크북까지 꺼냈네요. 아이는 책에서 본 그림을 어디서든 또 다시 보면 좋아해서 책을 먼저 읽었고요.

내 치즈 내놔 라는 보드북을 읽고나서는 워크북 활동을 통해 앞 뒤, 위 아래, 안과 밖 등 공간지각능력이 어느정도인지를 한 번 봤어요. 발달상황체크를 못 해 20개월에게 이 정도는 무난한 정도인지 어떤 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하튼 잘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아이는 평소 스티커 붙이기를 참 좋아해요. 좋아하는 책과 스티커의 조합이라 신나서 하는 모습에 저까지 덩달아 텐션업업. 꽤 긴 시간 책상 앞에 앉아 두어장 빼고 워크북 한 권을 뚝딱 끝내버렸네요.

저는 평소 워크북을 아이가 학습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놀이처럼 하려고 노력해요. (책도 마찬가지) 엄마의 바람대로 아이가 즐겁게 놀아줘서 감사했던 시간이었어요.

프뢰벨 말하기 교구


이사하고 정신 없을 때, 교구며 책이며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을 때 아이가 가져 온 프뢰벨 말하기 교구에요. 프뢰벨 말하기는 너무 유명하죠. 이 책으로 아이 말문 텄다는 얘기를 다섯 번은 들은 것 같아요.

교구의 평판은 잘 모르겠어요. 꺼내주면 아이는 물론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사진 속 교구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 (그리고 구름, 번개 등) 막대를 가지고 상황극을 해볼 수 있는 거예요. 사진에 제대로 안 나왔는데 연못이며 집, 나무 등이 있거든요?

저는 아기와 엄마는 잘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아빠는 잘 자란 당근을 보고 흐뭇해하며, 할머니는 연못을 감상하고, 할아버지는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여유를 누리고 있다는 상황극을 해주었어요.

평소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저희 아이는 이걸 무척 좋아했어요. 하면서 저는 제가 하는 얘기가 재미 없어 몰입하지 못했는데, 아이는 집중해서 잘 봐주더라고요.

베이비올 수과학, 알록달록 나뭇잎으로


나뭇잎이 포르르, 사락사락, 울긋불긋 등의 의태어가 많이 나오는 책이예요. 아이가 몇 달 전에 이 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십번씩 읽어줬던 기억이 나요. 20개월인 지금도 가끔 가지고 와서 읽어주면 집중해서 잘 보더라고요.

근데 내용이나 말이 재밌어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관찰해보니 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부분은...

'작다, 크다, 작다, 크다', '문어, 거북, 문어, 거북' 이 부분이예요. 스스로 규칙성과 변별력을 키우고 있었어요. 그 쬬꼬만 애가.

 


그리고 이 날 이후에는 프뢰벨 은물 초록, 노란 공을 가지고 놀다가 추피를 읽어달라기에 책등이 노랗고 초록색인 책을 뽑아 보여주니, 이 공은 이 책이랑 똑같고 이건 이거랑 똑같아. 이렇게 구별을 하더라고요.

별 건 아니지만 작은 거 하나라도 칭찬해주고픈 엄마 마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Love you forever)


아이가 어릴적서부터 안고 들려주던 이야기에요. 이 책은 어째 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요...

내용은 이래요.
엄마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자장가를 불러줘요. 변기에 시계를 처박고, 버릇없는 말을 하고, 이상한 친구를 사귀어서 This kid is driving me crazy! 때로는 동물원에 내다 팔고싶지만 변함없이요. 그 자장가는 이런 내용이에요.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I'll love you forever /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할머니가 되어 엄마는 더이상 자장가를 부를 힘이 없어요. 그런 엄마를 안고 아들은 자장가를 불러주어요.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I'll love you forever /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mother you'll be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들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일평생 들었던 자장가를 자신의 딸에게 들려주지요.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어요. 저도 읽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요. 아이는 내용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림을 보며 재미있어 하는 단계지만.. 이 책은 오래오래 가지고 가고 싶어요. 오래 읽어주고 싶네요.

+) 영어버전이 따로 있어요. (내용동일) 내용이 워낙 좋기 때문에 유튜브에 낭독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중 감정을 잘 전달하시는 분이 계셔서 공유해요. '제나쌤'이에요. 제나쌤의 낭독을 들으면 아무 생각 없다가도 어느 순간 눈물이 고여요.

베베코알라, 일상과 밀접 관련 있는 책


마트에 가본 적이 있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본 적도 있고, 집에선 고양이를 키워서 아기와 교감 하고 싶을 땐(아기는 눈빛과 대답으로 소통) 이런 책들이 최고예요. 직접 겪은 일을 떠올리는거라 저부터가 얘깃거리가 풍부해서 좋기도 하고요.





저 10월은 정말 바빴어요. 지금은 일단 이사는 마친 상태이긴 한데요. 짐정리를 한 40%밖에 못 했네요. 도통 시간이 나지를 않거든요.
아이 깨어 있을 때 : 이거 치우면 저거 어지르고 있고 뭐 이런 식이라 정리가 안 됨
아이 자고 있을 때 : 달그락 거리다 아기 깨면 다음 날 육아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최대한 쥐죽은 듯 있어야 함

그래도 책장 앞은 좀 치우고 아이와 책으로 노는 시간은 꼭 갖고 있어요. 돌 전 때처럼 잘 읽어주진 못 하지만 그 때의 반 만큼이라도 해보려고요.

끝으로, 책육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멈칫하게 되네요. 올바른 책육아 방식이나 유사자폐에 관한 글은 언젠가 따로 다루어서 게시하도록 할게요. 이렇게 일상을 기록하는 글은 담백하고 가볍게 쓰고요. 재미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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