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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아기와 대학로 연극, <요리하는 마술사>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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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아기와 대학로 연극, <요리하는 마술사> 후기

유하우스 2021. 8. 3. 01:49


출발 직전 남편이랑 대판 싸우는 바람에 생돈 날리고, 다음 날 다시 예매해서 다녀온 공연이에요. 이놈의 남편이랑 다시는 어디 같이 안 가리라 다짐했지만, 아이의 반짝거리는 눈과 웃음이 보고싶었고 육아로 인한 피로가 쌓였을지 모를 제 자신에게도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거든요.

두 돌도 안 된 아기와 연극이라...



찰나의 경험이 장기 기억으로 뇌에 남기 위해서는 경험이 정리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체가 18개월부터 발달하거든요. 그래서 18개월 아기에게 기억회상은 어려워요. 그대신 기억은 남아요. 저는 연극이 다 끝나고 팔을 펼 수가 없을 정도로 아이를 내내 안고,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주었어요. 낯선 환경에서도 어김없이 부모는 나를 사랑하고, 편안하고, 재미있다는 기억이 무의식에 깊이 가라앉아 긍정적인 성격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왜 하필 연극이냐고 물으신다면 연극은 그냥 선택지 중 하나였는데 보통 아기가 볼 수 있는 연주회나 뮤지컬은 관람등급이 24개월 이상이기 때문에 입장 가능한 공연을 찾다보니 선택하게 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마음껏 노래 부르고 춤추는 싱어롱쇼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진이 많기 때문에 한 장씩 풀어가며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공연 시작 전 쿠키 만들기


3시 시작 공연이었는데 저희 가족은 10분 정도 늦게 자리에 착석했어요. 다들 자기만의 쿠키를 만들고 계시더라구요. 안내에 따라 저희도 쿠키생지에 초코칩을 콕콕 박아보았어요. 위생장갑은 끼고 하라고 주신건데 아이에게 끼워주니 처음엔 좋아하다가 빼달래서 빼주고 결국은 맨손으로 했네요.

쿠키는 꼭 한 개만 만들 필요는 없어요. 제 뒤에 앉은 남자 아이는 생지를 나누어 여러 개의 쿠키를 만들더라구요. 어느정도 다 꾸몄으면 안내하는 분께 드리면 되구요. (쿠키는 연극을 보는 동안 노릇하게 구워서 끝날 때 다시 나눠주세요.) 이 때, 자기가 몇 번 쿠키를 가지고 있었는지 적혀 있던 번호는 스스로 기억하고 있어야 해요.



쿠키생지를 반납하고 마술사가 등장하기 전, 마술 목걸이로 마술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분리되어 있는 링과 목걸이를 가르쳐주는 동작대로 따라하면 연결이 되는 마술이었는데 저는 안 되서 포기했어요. 뒤에 앉아 있던 초등학생 남자 아이는 성공하던데.. (대단..) 이 마술 목걸이는 무료지급이니까 집에 가져가도 돼요.

마술사 왈 마술 공연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의심하지 않는 마음이래요. 그 마음을 테스트 해보겠다며 보여주신 첫 마술은요-

"이 종이백엔 지금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라고 하셔놓고 우유를 꺼내신 마술이에요. 껄껄. 나중에 샴페인으로도 한 번 더 보여주셨는데, 다시 종이백에 넣은 샴페인이 사라졌을 땐 방심하고 있다가 좀 놀랐네요. 그리고 탁자가 공중으로 들렸을 때도요.

Magician 이원혁


시진은 비어있는 피자 박스의 두 공간에 피자를 넣고, 있었다가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주고 계시는건데, 사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공연 내내 한 쪽 팔에 아이를 안고 "우와~ 저게 뭐지?", "헉! 없어졌다! 어디갔지?", "요리사다 요리사!" 등의 말을 쉴 틈 없이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에요. 제게는 마술보다 아이가 울지 않고 앉아있는 게 더 중요했어요.

다음은 앞 뒤로 음료수와 그것이 따라진 사진을 보여주시고, 어느 순간 사진이 바뀌는 마술이었는데 이것도 역시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었어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어린 친구들이 주를 이루다보니 재미있고 함께 만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모든 마술이 아주 고난이도의 마술은 아니었어요.

그림자쇼


그림자 놀이에요. 남편과 입을 모아 이야기 한 게 '마술사인데 그림자 놀이를 더 잘한다' 일만큼 대단한 실력이셨어요. 많은 동물들을 손으로 표현 하셨는데 그 많은 사진을 다 첨부할 수 없는게 넘 아쉽네요.



사진은 강아지가 짖는 모습인 것 같죠? 아이는 제 품 안에서 얌전히 보고 있었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림자 놀이 시작 전, 마술사가 아는 동물이 나오면 큰 소리로 외쳐달라고 해서 아이들과 저는(?) 큰 소리로 동물 이름을 외쳐가며 놀았어요. 아이에게 추임새와 리액션도 부지런히 해주면서요.


아무래도 그림자쇼 하는 마술사로 이름 바꾸어야 할 것 같은데... 사진으로 다시 봐도 예쁘네요.

그나저나 저희 가족이 스피커 바로 앞에 앉아 그런지 사운드가 너무 빵빵해서 저는 저도모르게 아기 귀를 여러 번 막았어요. 원래 공연장 소리가 큰 건 당연한건데, 아기라 그런지 신경이 좀 쓰였네요.

좌석은 선착순으로 자유롭게 앉으면 돼요. 10분이나 늦어서 좋은 자리에 못 앉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말나온김에, 요리하는 마술사는 현재 파주와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데, 저는 대학로 공연을 봤구요. 극장 이름은 '맛있는 극장'이에요.

[대학로 맛있는 극장]

· 주차 : 무료주차불가 (라고 되어 있으나 정문 바로 옆 가게에 여쭤보니 가게 옆에 세워도 된다고 하셨어요. 이미 유료주차장을 찾아 남편은 떠나버렸지만...)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로4 (지하1층)
· 근처 유료주차장 : 서울시 종로구 혜화로13 (신한은행 건물 지하 1층) 극장과의 거리 100m, 요금 시간당 4,000원.
버블쇼


그림자 놀이가 끝나고나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눗방울을 불어주셨습니다. 사진은 커다란 비눗방울에 바람을 불어 작은 비눗방울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에요. 이 외에 비눗방울 안에 있는 비눗방울을 손을 넣어 꺼내기도 하고, 부채질로 만들기도 하고, 손을 이용한 핸드버블 퍼포먼스 등 아기 기분 살피느라 자세히 못 봤는데 대충 봐도 예쁜 그림이 아주 많았어요.


이건 대체 뭘로 뭘 부는 건지 모르겠어요. 탁한 애들이 크게 나오더라구요. 무슨 과학 실험 보듯 보았네요. 중간에 비눗방울이 팡! 하고 터지더니 꽃이 한 송이 나타나기도 했어요. (이 때 이원혁 마술사님 굉장히 소년처럼 맑게 웃으셨는데 사진을 다 올릴 수가 없는 게 다시 한 번 아쉽네요.)


군고구마 찌는 통 같은 것에서 연기가 팡팡 (설명 잘하죠) 뭐에서 나오는건지 모르겠어요. 조용하다가 갑자기 팡! 큰 소리가 나니 아이들이 좋아하던데요. 저도 객석에서 꺄르르 거리고 있는데 저희 바로 앞에 와서도 한 번 터뜨려 주고 가셨어요. 저희 아이는 놀라지도 않고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사진은 커다란 비눗방울 채 밑에서 부채로 바람을 불어 만들어 낸 것들이에요. 저희 아이는 비눗방울을 참 좋아해서 이 때 허공에 떠 있는 것들을 잡겠다고 제 품을 처음으로 떠나려 했네요. 관객석의 다른 아이들도 다 너무나 좋아했어요.


이건 공연이 끝나고 받은 저희가 만든 쿠키예요. 아이에게 조금 떼어줬는데 더 달라고... 제가 가방에 넣으니 금방 울상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밖에 비눗방울 있는데 우래기 어떤 거 가지고 싶어?" 라는 말로 겨우 위기 모면했네요. (관계자께서 비눗방울을 나눠주고 계셔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고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원래는 국립어린이과학관에 가려고 했는데 (극장에서 가까워요) 시간이 애매해서 집에 왔어요.



찾아보니 <버블J의 언빌리버블쇼>라는 공연이 '요리하는 마술사'와 굉장히 비슷하네요. 마술쇼, 버블쇼, 그림자쇼 라는 구성이 똑같아요. 버블J의 언빌리버블쇼는 용산 아이파크몰 '대원콘텐츠라이브'라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편하신 곳 선택하여 즐거운 관람 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요리하는 마술사의 맛있는 극장에서 3분 정도 차로 이동하시면 서울국립어린이과학관이라는 곳이 있어요. 천체투영관, 놀이를 통한 과학 체험학습 등이 가능한 곳이니 참고하세요. (사전 온라인 예약 필수)


Q. 요리하는 마술사 몇 살부터 티켓 구매 가능?
A. 24개월 이상부터 1인 1티켓 소지해야 합니다. 24개월 미만은 보호자와 동반시 무료관람 가능하며, 무료입장시 쿠키반죽과 목걸이는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심)
Q. 좌석 지정은 어떻게 하나?
A.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선착순 입장, 자유석입니다.
Q. 누구나 공연권을 구매해야 하나?
A. 아동권과 성인권의 구분이 없습니다. 관람하는 인원 수만큼 공연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24개월 미만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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