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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 💭

육아가 너무 힘들어 미치겠다.

유하우스 2021. 9. 18. 02:51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한 입만 먹자"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의자에 앉히면 내리라고 난리고, 내려주면 돌아다니느라 밥을 안 먹는다. (그래서 19개월인데도 아직 9키로 밖에 안 된다)

밥 먹는 시간이 고역이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를 해도 어차피 안 먹고 거의 다 버리니까 하기가 싫다. 재료는 사두면 사용 하지 못 하고 썩히는 일이 다반사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하도 안 와서 설거지를 하러 갔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수은 건전지를 들고 있었다. 원래 몇 개가 들어 있었던건지 모를 건전지를. 크기가 작고, 만에하나라도 혹시나 먹었으면 큰일이기 때문에 일단 아이에게 물어봤다. "이거 먹었어?"

먹었단다. "안 먹었어?" 도리도리. "먹었어?" 먹었단다. 나는 다시 애기 옷이랑 내 옷이랑 챙겨 입고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아이가 내 허벅지를 깨물었다.

정말 짜증이 났다. 구강기도 아니고, 입에 가져다 댔을 때 이상하면 먹지 않았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에다 아이도 그렇다고 하니 병원에 가려던 중이었다. 차라리 아기가 확실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어쩔 땐 두 질문 모두에 다 끄덕끄덕... (아기라 당연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 허벅지를 깨물렸는데 그간 숱하게 깨무는거 아니야, 때리면 안돼, 꼬집으면 아파를 얘기해 왔던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아이에게 절대 짜증, 그리고 소리는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 했는데 그 순간, 화가 머리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입으로 나와버렸다.

"oo야, 아파!" 상황에 적절한 말 같아 보이지만 이 다섯 글자에 '도대체 왜 그러니, 몇 번을 얘기했니, 짜증난다'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고, 통화 중이던 남편도 아이도 다 깜짝 놀랐다.

남편은 왜 그러냐고 했고, 아이는 놀라서 허벅지를 호호 불어주었다. 이제까지 아프다고 하면 웃거나 그냥 말았는데 이 때처럼 다급하게 호호 불거나 쓰다듬거나 한 게 처음이라 순간 나도 놀랐다. 내가 무슨 짓을...

 


구리한양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근데 대기가 길어 다른 병원을 추천하기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로 갔다. 애가 밤 10시에 택시만 한 시간을 탄 거다. 오늘은 하필 금요일이었고, 어느 택시기사는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카레이서 뺨치게 달렸다. 금요일 밤이라 장사가 잘 된다나 어쩐다나.

밤 11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체온을 먼저 재는데, 밤이라 추울 것 같아 따뜻하게 입힌 내 탓 인가. 애기 체온이 37.5도가 나왔다.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단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tmi인데, 집에서 택시를 잡을 때 너무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어 취소 했더니, 기사가 내게 욕을 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나는 원래 부당한 일을 겪으면 안 참는게 아니라 못 참는다. 근데 아기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어 초인적인 힘으로 욕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느라 심장이 두근 거렸다. 지금이라도 욕을 퍼부어주고 싶다)

 



"밤이라 따뜻하게 입혀 와서 그래요. 벗고 좀 이따 다시 잴게요" 안 그래도 낯선 데 왔다고 우는 애기 콧구멍에 그걸 어떻게 넣어. 겉옷을 벗고 대기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냥 들어가란다. (엄마 체온이 정상이라 정말 옷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아기는 눕기 싫고, 찍기 싫다고 내게 손을 뻗고 몸을 밀착하려 애썼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다시 대기실에서 대기 하는데 평소 보여주지 않는 핸드폰으로 스노우앱에 들어가 엄마와 자기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화면을 띄워 주었다. 조금 웃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쇠붙이라 엑스레이를 찍으면 금방 보인다는데 이 정도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소견.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다른 의사에게 진찰 볼 때, 수은건전지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부터 위험하다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이것저것 내게 물어오셨어서 안그래도 더 긴장 했었는데.

추운 밤바람 맞으며 다시 택시를 기다렸다. 다행히 친절한 기사님을 만났다. 그런데 나 혼자면 그러려니 맘 놓고 가는데 아기를 안고 있어 어둔 밤 혹시 몰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더라. 오늘은 생전 안 하던 실시간 위치 추적(안심메시지)도 남편에게 보내고. 아기는 집에 오는 길에 잠들었다.

삼십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택시 뒷좌석에서 나는 펑펑 울었고, 기사님은 어린 애기가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겠냐고 아기 편을 들어주셨다. 아기를 꼭 안고 택시에서 내려 집에 도착해 아기를 내려놓고 이 글을 쓰기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수은건전지를 애가 먹었든 안먹었든 그 자리에 건전지를 놔둔 부모가 잘못이다. 그런데 말 못하는 애를 그렇게 닦달을 했다. "먹었어, 안 먹었어?" 이 질문을 몇 번을 한 건지...

허벅지를 깨물려서 짜증 낸 건 정말 느닷 없다. 평소 같으면 절대 화내지 않는다. 나는 일관성 없는 부모다. 최악이다. 아기의 불안을 키우는 일관성 없는 부모. 몸이 다 닳도록 노력 해도 아기는 바라고 바라고 바라기만 하니까 나도 지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하루만이라도 좀 쉬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인내해 온 모범생 내지는 성공한 사람들을 세상은 인정해 주는 것이다.

아기를 낳기 전, 나는 육아가 이런 일의 끝판왕일 줄은 전혀 몰랐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참아야 하고 아파야 하고 울어야 하는 일이었다. 정신과를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육아우울증 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만 번지르르한 위로를 받으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마음이 너무 약해져 있어 믿고 들어간 곳에서 상처를 받으면 깊게 베일 것 같다.

눈 앞에 아기 용품이 제멋대로 어질러져 있다. 어느정도 치우고 자겠지만 전부 치울 힘은 없다. 내일은 제발 이렇게까지 어지르지 않았으면, 날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밥 좀 제자리에서 잘 먹었으면, 양치질 좀 한 번에 끝냈으면, 하지 말라는 것 좀 하지 않았으면... 근데 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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