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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미즈여성병원 산후조리원 후기 / 모유수유 / 가슴마사지 / 13박14일 본문

유하우스/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 💭

강동미즈여성병원 산후조리원 후기 / 모유수유 / 가슴마사지 / 13박14일

유하우스 2020. 2. 4. 07:34

 

아기를 낳은지도 벌써 17일이나 흘렀다.
(빨리 수술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게 엊그제같은데...😦)

나는 강동미즈여성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4박 5일간 병원에서 지낸 후 연계 된 조리원으로 바로 이동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여서 홀몸이었으면 당연히 걸어갔겠지만 갓난아기와 아직 몸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산모의 몸을 배려해 제공해 주신 차를 타고 너무나 편하게 조리원에 입소했다.

입소 규칙과 물품 사용 방법 등의 설명을 듣고,
병원 1인실보다 넓고 편리해 보이는 방을 구경하면서 '이 곳에서 푹 쉬다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좀 쉬어보려는 찰나. 전화가 왔다.

"수유하시겠어요?"

 

 

병원 신생아실에서도 모유수유를 몇 번 해봤던 터라 별다른 생각없이 전화가 오면 내려가고, 수유를 하고, 다시 아기를 돌려 보내고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일명 '수유콜'이 들어오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전화가 올 때마다 어쩐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머문 곳은 5층이었고 우리 아기는 4층에 있었다.
4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내가 거쳐야 하는 관문은 3가지가 있었는데 첫째, 방을 열고 닫을 때마다 필요한 카드키.
빈 몸으로 내려갈 때는 아무 문제 없으나 아기를 안고 올라와 한 손으로 아기를 받쳐 든 채 낑낑거리며 카드키를 갖다 대야 하는 과정이 매우 불편했다.

둘째를 가진다면 별다른 계획이 없을 시 다시 강동미즈여성병원, 그리고 산후조리원을 찾을 생각인데 그 때는 반드시 신생아실과 같은 층에 머물고 싶다! 반드시!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시간이 갈수록 수유콜을 받지 않게 되었다. 긴 텀을 두고 수유를 하거나, 연락을 주지 않으셔도 제가 알아서 내려 오겠다고 선생님들께 미리 말씀을 드려 놓았다.

그리고 비로소 혼자 갖게 된 시간에는 무얼 했느냐고?

 

 

 
미션처럼 밀려드는 밥 해치우기를 했다. ( ꒪⌓꒪)

밥은 하루에 세 끼, 간식 두 번, 야식이 한 번 나오는데 나는 원래 평상시에도 밥을 잘 챙겨먹지 않는 사람이라 매끼마다 나오는 밥을 정해진 시간에 먹는 것이 거의 불가능 했다. 그래서 미뤄두고 미뤄두면, 어느 날은 아침, 간식, 점심, 간식... 식판 둘 곳이 없을 정도로 해치워야 할 미션이 가득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배부른 소리다)

음식은 듣던 대로 영양을 생각해 고른 반찬이 꼬박 나왔다. 미역국은 거의 매번 나왔던 것 같고, 고기, 생선, 채소, 샐러드 등도 매일 맛과 모양이 다른 놈들로 식판에 올라왔다.

 

밥도 참 맛있었지만 나는 아침 간식으로 나오는 과일 주스가 너무 너무 맛있었다. 늘 바나나와 매번 다른 것들을 갈아 주시는 것 같았는데 물어볼 걸 그랬나? 너무 맛있었다. 밥도 밥이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었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핸드폰도 하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 신생아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오기도 하는데 그 곳은 바로 에스테틱과 모유수유센터. (에스테틱 3회 이용권과 수유센터 몇...이었더라...😦 에스테틱에서는 샴푸와 하체테라피, 등테라피를 받았고, 수유센터에서는 가슴마사지를 받았다.)

 

 
수유센터에서 받는 가슴마사지는 남편 친구가 좋다고 강하게 추천한 탓도 있고 나도 젖양을 늘리기 위해 더 받고 싶어 3회 추가 결제 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잘 나오지 않던 모유가 마사지를 받고 들어 온 날은 확실히 달랐다. (유축할 때 눈으로 확인!) 비싼 돈 들여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리원에 들어오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 안내문을 보니 교육 프로그램 일정표가 보였는데 그 땐 이미 내가 알고 싶은 프로그램이 다 끝난 후라 너무 아쉬웠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때때로 커튼을 쳤다.
이 장면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출산 할 때의 장면과 병원에 누워있을 때의 모든 장면.
그리고 조리원에서의 모든 장면을 기억하고 싶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언젠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지거나 흐려지겠지만 되도록 길게 이 장면들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싶다.
아프고, 많은 감정을 느끼고, 속상해서 많이 울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던 곳.
그리고 우리 아기의 1년 같은 하루가 지나갔던 곳.
죽을 만큼 아팠던 진통을 생각하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아기가 너무 예쁘고, 덩달아 내 하루하루도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감정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웠던) 이래서 엄마들이 둘째를 가지는가 보다 싶다.

 

처음으로 우리 아기 기저귀를 갈아보고, 속싸개를 여며보고, 딸꾹질 하나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배냇짓이라고 하지만 처음 보는 우리 아기 미소에 덩달아 웃음 짓고, 자고 있는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끊임없이 이야기 해주고... 이제 집에 가면 매일 반복 될 일상이겠지만 처음이라 더더욱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랑하는 우리 아기인데도 처음 6시간 연속으로 아기를 봤을 때 진이 다 빠져 버려 녹초가 되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리 아기를 정성으로 보살펴주신 신생아실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첫 아기라 정신없는 산모였지만 다시 찾는다면 그 땐 조금 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인사 드리고 싶다.

진짜 마지막으로...

"아가야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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