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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아기의 재접근기... 엄마의 집 나간 넋을 찾습니다. (힘든 이유, 나름의 대처 방법, 아기를 위해 해야 할 일 등) 본문
아기의 재접근기... 엄마의 집 나간 넋을 찾습니다. (힘든 이유, 나름의 대처 방법, 아기를 위해 해야 할 일 등)
유하우스 2021. 9. 20. 12:42
재접근기란
생후 16개월부터 24개월 사이 유아에게 나타나는 정신 성장 발달 단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동시에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하는 양가적 감정이 존재해요. 어쩔 때는 일상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엄마에게 집착을 하다가도 '나는 이제 엄마 아빠 의견에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독립적 인격체로서의 존재감을 뿜어대서 부모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몰라 매우 힘들어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8개월 이전의 육아
백일의 기적이라는 것이 아기가 백일이 되기까지 잠도 못 자고 힘들어서 통잠 자는 시기인 백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마침내 아기가 통잠을 자주면 그 때 하는 말이잖아요. 저는 그 말에 공감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아기는 새벽에 알람시계처럼 깼지만 새벽수유, 수면부족 다 괜찮았어요. 아기 보면서 현수막, 가랜드 등 셋팅하며 혼자 셀프백일상 치렀고요. 육퇴를 해도 부모의 역할 등을 공부하며 육아의 연장이었지만 할 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원더윅스 때는 평소보다 조금 지친 감이 있긴 했었지만요. 그런 시간이 아기 돌까지 이어졌습니다. 돌 지나고 몇 개월 지나고부터 슬슬 체력에 한계가 느껴지더군요.
18개월부터 시작된 재접근기
저는 재접근기라고 해서 저처럼 힘들어하시는 분은 적어도 제 주변에선 본 적이 없는데요. 이어서 계속 얘기 하자면, 아기 돌 전에 체력을 너무 끌어 쓴 것 같아요. 육아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데 말이에요.
산후조리원에서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육아라는 게 몇 개월은 사랑으로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다 힘들고 지친다고요. (그러므로 지금부터 건강 관리 해야 한다! 는 취지의 말이었어요) 그 말이 육아를 하는 내내 머리를 맴돌았지만 공감은 못 했었는데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부터는,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하루종일 깨질듯한 두통, 음식은 먹기만 하면 소화가 안 되서 구토, 온 몸은 바스러지기 일보직전이라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급하게 수액도 맞으러 다니고 보약도 지어 먹었어요. 한 번은, 길을 걷다 쓰러질 것 같아서 병원에 갔는데 증상을 이야기 해도 의사분이 병명을 모르겠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제가 비단 여자이고 기초체력이 약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격투기 챔피언인 명현만씨가 이런 말을 하셨거든요. 차라리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뛰는 게 낫지 육아는 진짜 못하겠다고요. 이렇게 체력이 건장한 남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육아인데, 물론 체력이 좋으면 보다 더 짱짱하겠죠,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육아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그 힘듦을 피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아기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휘몰아칩니다. 그렇게 18개월이 됐어요. 하루종일 나불거리던 제 입은 꽤 잠잠해졌어요. 말을 하는 것조차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 체력 분배를 해야 겠단 생각이 들어, 꼭 해야 할 때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기는 시도때도 없이 저를 일으키고 안아달라고 하죠. 한 번 안을 때마다 팔이 바들바들 떨리지만, 아기는 알 턱이 없으니 (알 필요도 없고) 힘들고, 지치고, 하루종일 거의 넋이 나간 상태였어요.
재접근기가 힘든 이유 (주관적인 경험담)
1️⃣ 의도적으로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해요.
컵으로 물을 잘 마시다가 갑자기 바닥에 쏟아요. "이러면 안돼." 저는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가져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이번에는 식탁에 쏟아요. "이러면 안 되는거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가 아닌 동작을 하고나서 제 눈치를 보며 씨익 웃는 것은 저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에요. 이 정도 선에서는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까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잠시 뒤 먹던 밥을 내팽개치고 러닝타워에 올라가 정수기 옆에 모아둔 젖병 부속품을 하나 하나 바닥에 던지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반응을 보기 위해 밥도 안 먹고, 잠을 안 자려고도 해요. 한 번은 재우려고 안았는데, 안기만 하면 내려놓으라고 해서 내려줬더니 기어코 12시까지 놀다가 결국 눈이 감겨 자더라고요. 중간 중간 "이제 그만 잘까?" 라는 저의 말에 고개를 내젓고, 잠들기 바로 직전까지도 절레절레. 눈이 다 감겼는데도 절레절레.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말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여 당황스러웠어요.
2️⃣ 기초체력 이미 바닥났건만.. 여기서 더 떨어져요.
안아달라고 하는 횟수가 정말 많아졌어요. 그건 괜찮아요, 내새끼 안아주는 건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요. 근데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줬더니 이곳 저곳 다 깨물고 박치기 하고 얼굴 때리고 귀 잡아 뜯고 무차별 공격을 가할 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자야 할 때, 이만 자자는 소리에 꼭 웃으면서 도망 가요. 그러다 안아들고 재워주려고 토닥거려주면 내려놓으라고 발버둥을 쳐요. 이 때, 눈을 감고 심호흡, 이 깍 깨물기, 다른 생각 하기, 오은영 선생님의 말씀 떠올리기 등 안간힘을 써야 아기에게 화내지 않을 수 있어요. 재접근기는 엄마에게 안정감을 얻고 싶은 동시에 독립하고 싶어하는 양가적 감정이 존재하는 시기잖아요. 그걸 하루내 몸으로 다 받아주려니 때로는 몸에서 열이 난다는 걸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3️⃣ 인내심 한계, 내게 실망, 자존감 하락
아이에게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 날,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나는 육아를 잘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쁜 아기가 나같은 엄마를 만나서, 나 때문에 너도 나중에 약자에게 화를 내면 어쩌지... 사실 저는 이름 두 글자를 크게 부른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저는 저의 그런 태도에서 큰 자괴감과 실망감 그리고 자존감 하락을 얻었어요.
왜 사람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자괴감에 빠진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것만 같았는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제가 해 버리고 만 날은 자기혐오와 우울감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와중에 아기의 어린 시절 사진을 그렇게 봤어요. 숨죽여 울면서요.
직장에서 상사가 싫으면 뒤에서 흉이라도 볼 수 있는데,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기 흉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모든 화살이 다 내게 와요. 순간이나마 아기를 미워했던 시간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힙니다. 그렇게 자존감이 떨어지고, 이게 심해지면 육아 우울증이 되는거예요.
나름의 대처 방법
어차피 지나가는 과정, 아이 마음에 생채기를 남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저는 이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어요. 일단 체력을 아껴야겠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었고요. 그리고 체력을 기를 필요도 있는 것 같아 운동으로는 필라테스를 하고 있습니다.
1️⃣ 일부러 힘내려고 애쓰지 않기
저는 일부러 기운내려 하지 않아요. 경험상 그러면 체력에서 더 후폭풍이 오더라고요. 재접근기도 어느 기간이기 때문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책이나 활동지, 블럭, 역할놀이 등 에너지를 써야 하는 활동은 아이가 하자고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려요. 어차피 이 시기엔 부모가 아닌 아이가 주도를 하더라고요.
2️⃣ 책은 글자만 읽는다
저는 원래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면 등장인물에 따라 맛깔나게 읽어주고, 때로는 내용을 아예 보지 않고 그림을 읽거나, 내용에 충실하게 읽을 때도 있고, 예를들어 비행기면 책이 날아가는 등 한 권으로 매우 다양하게 놀아요. 그런데 정말 힘든 날은 힘을 좀 뺍니다. 무슨 내용인지 생각하려 하지 않고 그냥 글자만 읽어요. 최소한 대사는 좀 살리려고 하는 편인데 정말 힘들면 노력하지 않아요.
저는 수다쟁이 엄마에요. (이 게시글 하나만 봐도 아시겠지만) 밖에서도 사람들이 있건 말건 나불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쉬지 않고 나불거립니다. 그런데 이 말하는 행위 자체가 에너지를 많이 앗아가더라고요. 앉아서 말을 하는데도요. 그래서 책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기 옆에서 저는 몰래 체력 보충을 해요.
3️⃣ 유독 힘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곳 가기
너무 당연한 소리라 쓸까 말까 고민하다 쓰는데요. 힘든 시간에 좋아하는 장소에 가요. 저는 유독 오전을 힘들어 해요.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이상하게. 그래서 그 시간에 온갖 문센 수업을 다 집어넣었어요. 낯선 사람(선생님, 애기 친구 엄마)들을 만나면 뇌가 각성하게 되니까요. 저는 10시쯤 문센, 그리고 그 근처 애기가 잘 먹는 밥집에서 식사, 집에 돌아와 바로 방문수업 이렇게 셋팅을 해두었어요. 오전을 이렇게 보내고나면 오후에 확실히 체력이 좀 남더라고요.
저같은 경우 수업이었고요. 산책이나 혹은 식당, 아니면 육아동지를 만나러 가거나, 가까이 계시다면 부모님 댁에 가는 것도 좋겠네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재접근기를 겪는 아기의 특징 중 하나가 대근육을 쓰는 놀이를 좋아하는 것이잖아요. 엄마는 잠시나마 쉬고, 애기는 마음껏 대근육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해요.
4️⃣ 남편, 도와라
돕는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은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쓸게요. 그런데 어떤 집은 남편이 너무 바빠 육아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저마다의 사정들이 다 있을거예요. 그래서 아빠가 육아 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라고 하기엔 좀 무책임 한 것 같고, 남편이 애기를 볼 땐 들어가서 쉬시거나 아예 집을 나가보세요. 저는 집에 있으면 안 방에 들어와 있어도, 밖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온전한 쉼이 이루어지지 않더라고요.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해서요.
그리고 이건 혹 남편분들이 제 글을 읽고 계실지도 몰라 하는 말인데, 엄마가 행복해야 애기도 행복해요.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악순환이 시작 돼요. 아기는 더 징징거리고, 엄마는 끝을 모르게 우울해지고, 엄마는 애기를 탓할 수도 없으니 남편이나 애먼 데 화풀이를 하고, 아기는 그 옆에서 더 크게 울고요.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 육아가 정말 힘든 것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인내하고 초인적인 힘으로 버티고 있는 아내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쉬게 해주거나 그게 힘들다면 따뜻하고 감동적인 말 한 마디라도 해주세요. (예를들어, "oo는 당신을 엄마로 만난 게 가장 큰 복인 것 같아")
육아도 양보다 질이잖아요. 아기를 위해서 엄마도 휴식이 필요해요.
아기를 위해 해야할 일
감정적이고, 지나친 거절은 아이를 좌절시키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혀요. 영어 수학 만큼이나 중요한게 사회성인데, 이러한 태도는 향후 아이의 대인관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매 분 매 초 주의하고 있어요. 아기가 위험한 행동을 했을 경우 훈육이나 긴 설명 보다는 단호하고 간단명료한 말로 바로 제지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안아주고,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하루가 다르게 커서 때로는 어린이 같지만 실은 발달상 아직 뇌 발달이 미숙한 아기잖아요. 그리고 성장의 다음 단계를 밟는게 얼마나 무섭고 긴장되고 떨리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스킨십, 애정표현을 아낌없이 해주는 일인 것 같아서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요. 내 품에서 안정감을 얻고, 세상을 탐색할 에너지를 얻도록. 그럼 자연스럽게 저와 아기의 애착관계도 긍정적으로 형성이 되겠지요.
대충 힘들다는 말을 참 길게도 썼네요. 하지만 힘든만큼 행복해요. 아이가 스스로 이것저것 막 해보려 하고, 터득하는 말이 하나 둘 늘어가고, 엄마 아빠 행동을 모방할 때는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요. 물론 그냥 있을 때도 그냥 바라만 보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예쁘지만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뭐가 불편한지 자꾸 뒤척거리네요. 곧 옆에 가서 저도 누워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하우스 > 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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