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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율 산후조리원 솔직 후기 / 강동 산후조리원 / 동그라미 산후조리원 본문

유하우스/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 💭

가율 산후조리원 솔직 후기 / 강동 산후조리원 / 동그라미 산후조리원

유하우스 2020. 2. 18. 21:58

 
출산 후 계획했던 조리원 이주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
남편과 돌아가며 아기를 보는데 원하는 시간에 잠을 못 자니 하루만에 둘 다 진이 빠졌다. 이모님 언제 오시기로 했더라........😨 아기가 자는 시간을 틈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도중 아파트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아, 우한폐렴.

구리·남양주를 활보하고 다닌 확진자가 이모님이 꼭 타셔야만 하는 X번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단다.
공기 중으로도 감염이 가능하다는데 굉장히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우리는 당장 예약을 미뤘다. 정확히 말하면 잠복기가 이주니까 그동안 이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는지 지켜보자는 남편의 말에 내가 동의했다.

그리고 이주동안 내가 너무 힘들거라며 남편이 조리원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곳, 엊그제 머물렀던 조리원과 같은 강동에 위치한 이름은 가율산후조리원 되시겠다.

 

필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느낌이다.
쌀쌀하고 차가운 느낌이 아니고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
정면에 티비가 있는데 처음 봤을 땐, 산모들끼리 모여 다함께 티비 보는 시간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이주간 내가 머물렀던 방.
막판으로 갈수록 더 개판오분전이었으므로 위 사진은 굉장히 깨끗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말끔하고 정상적인 방) 이 방에서 가장 좋았던건 창문.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한 눈에 보여 생동감 있었다.

 

휴 그나저나 이 방은 내가 들어오고부터 깨끗했던 순간이 하루도 없었던 듯... 아기 침대는 작고 가벼웠으며 바퀴가 달려 있어 쓸 때마다 편하다고 생각했다.

 

진작에 포스팅 한 적이 있는 유기농 스틸티 락타티.
많이 먹으라고 많이 가져다 주셨는데 귀찮아서 물도 잘 안 마시는 내가 이런 걸 잘 챙겨 먹었을리가 없다. 나를 위한게 아니라 아기를 위해, 수유를 위해 귀찮아도 먹었어야 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좀 후회가 되네.

 

원장 선생님께서 모유수유를 잘하기 위해서는 티도 잘 챙겨 마시고 유축도, 수유도 자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마 응원하는 마음으로 매번 흔쾌히 건네주셨을 것이다. 모유가 잘 나오기 위한 한약도 나는 처음 먹어봤다.

 

무언가를 건네주실때마다 미소가, 그리고 마음이 너무 아름다우신 선생님들.

 

방을 나오면 바로 앞에 반신욕기와 골반 교정기가 있다.
이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대신 이건 여러 번 했다.
손목, 손가락 관절에 좋은 파라핀.
손을 넣었다 뺐다 3~5세트 하고 5분 가량 쉬어준 뒤 떼어주면 된다. 나중에 손목이 너무 아프면 집에 모셔 놓고 싶다.

 

하는 방법은 일단 손을 준비 하고,

 

이렇게 퐁당, 하고 빼면, 손이 점점 커지는 걸 볼 수 있다. 재밌어서 여러 번 했다. 그리고 하면 할수록 로보트 팔이 된다. 뜨거운데 신기하고 재밌었다.

 

보정 없이 보면 이런 느낌. 하고나면 손이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이렇게 파라핀도 하고,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도 본 후 방에 돌아오면...

 

 

미션처럼 밥이 도착해있다. 제 때 안 먹으면 큰일난다.

다음 간식, 점심, 저녁, 영양죽 타임이 금방 금방 다가오기 때문이다. 밥은 주로 생선, 채소, 미역국, 고기반찬이 주로 나오는데 대체로 맛있는 편이었다.

 

식사는 각 방으로 가져다 주시고 다 먹은 식판은 밖에 있는 배식카트에 스스로 가져다 놓는 시스템이다.

 

입실하자마자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
아마 점심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조리원에서는 5시 30분에 이른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그 때 나는 아마 아기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날도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해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나처럼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은 잠이 와야만 잘 수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잠이 쏟아져 아기를 보내고 조금이라도 누워 있으려고 했을 때 아직도 안 먹었냐며 앞으로 삼십분 드리면 되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산모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곳이 커피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쁜 곳이고 교대 근무시 윤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때 이후로 식사가 도착하면 최대한 뜨거울 때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식사를 시작했나, 아직도 먹고 있나 어쩔 땐 노크도 없이 벌컥 벌컥 문을 여는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우울한 기억이다. 식사 도착한지 삼십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문을 열고 고개를 끄덕이신 후 아무 설명도 하지 않으시고 가버리신다. 더이상 먹다간 체할 것 같아서 먹다가 그냥 내놓은 적도 있다. 하루에 간식 포함 산모 식사가 총 다섯 번 나오는데 하루 한 번은 꼭 그러고 가셨다.
퇴실 전날까지...

 

그래도 음식은 맛있다.
매 끼마다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매 끼마다 나오는 샐러드가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오징어순대처럼 집에서는 잘 먹기 힘든 음식도 만들어주셨다. 풍부하게 제공되는 여러 종류의 과일도 최고였다.

 

이건 하루 중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영양죽인데 이제까지 먹느라 바빠 한 번도 사진을 못 찍다가 겨우 한 장 건진거다. 양도 많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

 

영양죽까지 먹고나면 아홉시가 훌쩍 넘어있다.
밖으로 나가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한 번 보고...

돌아오면서 구경하는 불 꺼진 가율도 색다른 분위기다.
여전히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신생아실은 선생님들이 교대로 근무하시는데 베테랑 선생님들답게 아기를 너무나도 잘 케어해주신다. 새벽에는 특히 아기가 우는 소리를 몇 번 못 들어봤다.

 

 

거의 매일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고 좋았다.
위 사진은 컬러 모빌을 만들때인데 선생님 노래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외에도 골반교정, 요가, 초점책 만들기, 우리아기싸인, 아기이름짓기 등 유익한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이 조리원은 마사지로 유명하다. 어떻게 하시길래 유명한거지, 내심 궁금했는데 받고 나서 이유를 알았다. 마사지사 선생님 힘이 장난 아니고, 더 놀라운 건 처음과 끝의 압력이 거의 비슷하다. 이제까지 받아봤던 마사지 중에 최고였음)

 

이건 피자파티.
산모들끼리 좋은 시간 가지라고 준비해주셨다. 덕분에 서로 얼굴만 보고 데면데면 했던 산모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양도 엄청 많이 준비해주시고 오랜만에 먹는 피자. 행복했어요😙

 



이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루 하루가 금방 금방 지나가서 그런 것 같은데 돌아보면 오래도록 잊지 못 할 장면 투성이다.
모유수유가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속상해 하는 내게 가슴 마사지로 도와주시며 유축할 때 함께 해주신 선생님, 무슨 일은 없는지 늘 따뜻한 미소로 먼저 밝게 인사 걸어주신 선생님, 맨발로 하도 돌아다니니까 추우니 양말 꼭 신고 다니라고 걱정해주신 모든 선생님, 아기 보고 싶어 찾아갈때마다 안정된 모습으로 능숙하게 아기를 케어해주시던 신생아실 선생님들, 나올 때 제대로 인사 드리고 나오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특히 정말 친정 엄마처럼 속깊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내 마음을 들어주고자 노력하셨던 선생님께는 너무 감사드린다. 이야기 하다가 눈물 흐를 뻔 했는데 겨우 참았던 건 비밀... 나는 그 분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중요한 무언가를 얻었다.

'나도 이런 엄마가 되야지.'

자신감 넘치고, 상대방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안 되더라도 헤아리려 노력하고, 늘 밝게 웃고, 딸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의 표현을 아끼지 않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이 나에게 믿고 기댈 수 있을만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 분의 웃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 훗날 둘째를 갖고 조리원을 다시 기웃거릴 때, 그 분이 가율에 남아 계신다면 한치 망설임 없이 입실하고 싶다.

내 몸의 회복과 아이의 케어를 위해 들어가게 된 조리원인데 예상치 못한 소중한 추억을 얻고 나올 수 있던 것이 너무 감사하다.
식사 시간에 문 좀 열면 어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좋으신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누군가 내게 추천 해주고 싶은 조리원이 있냐고 물으면 한치 망설임 없이 가율산후조리원이라고 얘기할거다. 여긴 성격이 지독하게 꼬인 사람 아닌 이상은 거진 다 만족하고 돌아올 수 있을만한 곳이다. 아, 거의 이십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퇴실하고 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집만 가까우면 둘째 갖기 전에 놀러 가고 싶다. 아니아니, 인사 드리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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