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우스

[영화 리뷰] 내 안의 그놈 (스포주의) / 넷플릭스 영화 추천 본문

책 읽어주는 엄마/✔️ 책

[영화 리뷰] 내 안의 그놈 (스포주의) / 넷플릭스 영화 추천

유하우스 2020. 2. 7. 10:56

 

 
조리원에 다시 들어 오게 되어 아기가 없을 때 리뷰를 남기기 위해 넷플릭스로 영화를 찾아 봤다.
이 영화는 저번에 아는 형님에 박성웅, 라미란, 진영 배우가 나와 홍보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나 선택하게 되었는데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미쓰 와이프, 육혈포 강도단, 나쁜 피, 양아치 느와르 등을 제작한 강효진 감독은 미쓰 와이프에서도 바디 체인지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소재 자체에 상당한 흥미를 느낀 모양이다.

이야기는 엘리트 건달 아재 판수(박성웅)와 고등학생 동현(진영)이 몸을 부딪혀 영혼이 뒤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진 무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던 동현은 몸 안에 건달 아재가 들어와 두둑한 배짱, 넘사벽 싸움 실력을 단번에 갖게 된다. 바디 체인지 후 동현의 일진 처치하는 모습이 씬 중에서 가장 통쾌했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 또한 그랬다. 또 동현의 아버지(김광규)가 사채 이자 빚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을 때 때마침 나타난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려다 기절한 장면이 있었는데, 다음 장면에서 판수의 부하 만철(이준혁)이 사채업자들을 무력으로 제압한 후 사채의 이자를 뺀 원금만 갚을 수 있도록 정리한 것도 꽤 멋있었다.
(만철이 고등학생 모습인 자신의 상사를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재밌는 것이 깨알 웃음 포인트)

 

 

몸통 박치기로 혼수상태에 빠진 판수의 몸에 깃든 동현의 영혼은 긴 시간 병원에만 누워 있다. 어쩔 도리가 없이 동현, 그러니까 판수의 고등학교 생활은 이어지고 그러다 우연히 같은 반 친구 현정(이수민)이 엄마 라고 부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경악 하게 되는데.

판수는 영혼이 뒤바뀌기 전 일명 은혜를 받으러 분식집을 찾아가 꽁치라면을 시킨 적이 있다.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안 나 그냥 뱉어버리고는 가게를 나오려는데 웬 고등학생이 라면 네 다섯 그릇을 혼자 해치우고는 돈이 없어 죄송하다며 주인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자 이 아저씨가 다 낼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라며 판수를 가리킨다. 그렇게 자리를 떠난 고등학생이 현재 자신의 얼굴인 동현이고, 조만간 쬐깐한 선물 하나 주겠다던 가게 주인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각색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판수는 후에 알게 된다. 본인은 그저 현정이 엄마(라미란)의 꽁치라면 맛이 그리워 분식집을 찾았을 뿐이었는데.

"미선아."

 

 

딸의 친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뒷통수를 후려 갈기고 어디 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며 다소 부드럽게 으름장을 놓는다. 다음 장면, 친자 확인을 마친 동현은 그 어느 때보다 충격에 휩싸인다.

그래서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달려가 묻기도 전에 눈 앞에서 처참하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자신의 딸을 보고 분노를 참지 않는다. 현정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어 마치 슈퍼맨 처럼 존재도 몰랐던 소중한 딸의 일상을 지킨다.

그 옛날, 미선과 판수는 연인 사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판수가 조직 회장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통보하기 전까지 애틋한 사이였다. 미선의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하고 떠난 판수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나쁜 남자다. 그를 아직도 너무 사랑해서 그와 닮은 아이라도 낳아 키우고자 했던 미선에게 별안간 나타나 자신이 판수라며 마음을 뒤흔드는 동현의 존재가 그래서 몹시 불편했던 것이다.

 
하지만 동현의 입장에서 그는 유부남임에도 자신의 숨겨진 딸의 존재를 알았을 때 과거를 숨기거나 현정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일부러 책임지려고 하는 게 아닌 본능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혼수상태에 빠졌던 판수는 영화가 중반을 지나고서야 깨어난다. 건달 아재의 모습으로 소심한 고등학생의 행동을 하는 것이 관객들의 웃음을 꽤 자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심한 행동으로 영화를 끌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판수의 현부인과 장인어른 사이에서 동현의 지시를 받아 말을 전달해주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얘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판수를 현부인은 대뜸 차로 들아받아버린다.

깜짝 놀란 동현이 그를 막아 결과적으로 그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다. 피칠갑을 하고 한 자 한 자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그의 눈엔 사랑하는 딸 현정이가 있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아빠가 사랑하는거 늘 잊지마."

판수도, 미선도, 현정이까지 모두 당황스러워 하는 와중에 나만 눈물 흘리기가 어쩐지 뻘쭘해 눈물을 참았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슬프고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장면이다.
(만약 판수의 가정이 온전한 상태였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로 화두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 남편이라고 한들 차로 받아버리기까지 한 현부인에게 잘 사는 모습으로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했다.)

두 사람의 영혼이 제자리를 찾은 후 그들은 새사람이 되었다. 판수는 조직의 자리를 포기했고(만철이 영화 끝까지 함께 한 걸 보면 손을 씻었는지의 여부는 모르겠다.) 동현은 자신을 괴롭혔던 일진들이 전학 간 학교에서 마치 영웅 대접을 받으며 새로이 학교 생활을 재시작했다.

하교 한 동현과 현정이, 나란히 김밥을 말고 있는 판수와 동현이 아빠, 무거운 짐을 날라다 주는 만철과 그 모든 이에게 지시하고 있는 현정이 엄마. 급작스럽게 화면이 따뜻해진 감이 있지만 그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정도는 얼마든지 이해하고 넘어가줄 수 있다. 가족을 지키는 책임감 있는 자에게는 끊임없이 박수 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감동도 조금, 웃음도 조금이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한 관객들이 분명히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데에는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고.
하지만 내용 면에서 우리의 정서를 해칠만한 요소는 없었다.

 

 
사람에 따라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따뜻함 강도 또한 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킬링타임용이자 매우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1️⃣ 진영 입덕 영화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감한다. 액션씬도, 감정씬도 무난한 정도가 아니라 훌륭하게 소화한다. 맡는 작품마다 역할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언젠가는 '믿고 보는 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그리고 또 놀랐던 것이 조현영 배우의 연기력.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그러고보니 레인보우의 멤버잖아! 연기 잘하는 신인 배우의 탄생인 줄 알았다. 일진 연기를 진짜 맛깔나게 소화한다. 과연 이번에 역할을 잘 만나서 그랬던 것인지, 어떤 역할이든 잘하는 숨은 보석인지, 그녀의 다음 작품을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3️⃣ 이수민 배우는 왕따 당하는 역할이 어색했다. 오히려 전세역전 되어 일진의 목에 식판을 겨누는 장면이 그 어떤 장면보다 자연스러웠다. 통통 튀고 발랄한 캐릭터라 나중에 그에 걸맞는 작품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