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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하타사와 세이고, 구도 치나쓰 -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스포주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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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하타사와 세이고, 구도 치나쓰 -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스포주의)

유하우스 2020. 2. 10. 11:24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부모들의 상태를 보니 아이들이 그 지경인 것도 이해가 된다.

부모들은 느닷없는 연락을 받고 한날 한시에 학교로 소집했다.

굳은 표정의 담임과 교장선생님을 보며 어떤 이는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그렇다.
오늘 아침, 한 아이가 빨랫줄로 목을 매 교실에서 생을 달리했다.
그리고 죽은 그녀가 남겨놓은 몇 장의 유서가 부모들을 모이게 한 것이다.

 



자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언행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부모들은 굳이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가해자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각 반에 전담 선생님과 함께 배치된 아이들은 자살 소식을 듣고도 개의치 않아하며 아직도 집에 가면 안되냐는 둥, 피자를 먹고 싶다는 둥 소집해 모인 부모들의 축소판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모인 부모들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고 무언의 약속을 강요했다. 아무리 유서를 많이 써놓고 죽어도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춰버리면 그만이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가해자들의 부모가 그것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먹어버리면 그만이라는 듯이 말이다.
수적으로 우세한 일은 옳은 것이 아니라도 따라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피해자와 그 부모가 홀로 얼마나 분하고 원통할지 짐작이 어렵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 측에 문제가 없음을 스스로에게 억지로 확인시키고자 죽은 피해자 아이의 입장에 서보지 못했고, 가해자 부모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자기 자식을 변호하기 바빴다. (그 변호라는 것에는 현실 부정, 아이의 정서불안, 학교와 담임의 지도 부족, 삐뚤어진 피해자, 피해자 부모의 사람 됨됨이와 경제 수준, 누명 등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반성하지 않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몸만 큰 모습으로 매우 희화적이었다.

책에서는 다행히 노부부 중 경찰 시절을 보낸 할아버지의 양심 고백으로 사태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현실은 픽션보다 늘 지독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사실 그들도 진정한 반성을 한 것은 아니고 '같은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잠시 입을 다물었다고 보는게 옳다.) 이런걸 보면 사람은 참 나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

 



그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감상문을 내놓을까?
일본 드라마 <라이프>의 마나미처럼 집단 따돌림 주동자였음에도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면 반드시 도와주고 싶습니다.'라고 얘기할까?
자기 자식이 죽은 피해 학생의 도시락에 흙을 넣거나 강제로 악한 짓을 시켰어도 '부모는 자식의 마지막 보루'라는 말을 핑계로 끝까지 눈 가리고 아웅할까?

이런 책은 예방주사처럼 세상에 때묻기 전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자식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예뻐 보이겠지만 양심을 속여서는 안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생각은 희미해지겠지만 작가는 더더욱 그러면 안된다.
이다지도 힘든 일을 지키는 부모들은 얼마나 대단한가. 정글같은 사회에서 양심은 그저 입바른 소리에 지나지 않고 옳은 것을 따르면 그것은 내 자식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니까 말이다.

학교폭력이 비단 아이들의 문제라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말그대로 크나 큰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
피어나지 못한 영혼들이 끝없이 죽어나가도 확실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세간의 이목을 끌면 그만인 사람들의 동정여론이 텔레비전을 보는 부모들에게 '피해자가 되느니 가해자가 되었으면' 하는 식의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진심으로 학교폭력이 단절되는 사회 분위기가 이루어질 수는 없을까. 나의 양심은 그게 네 역할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이 책은 영화화 되어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연자 중 한 명인 오달수 배우의 미투 사건 논란이 터지고 개봉은 무기한 연기 되었다. 오달수 배우 부분을 편집하고 새 배우를 물색해 재촬영 하려고 했으나 개봉을 연기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꾸었다고.
(참고로 오달수 배우는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돌입한 '요시찰'이라는 독립영화로 우리와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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