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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존 그린 - 이름을 말해줘 (스포주의)

유하우스 2020. 2. 8. 11:29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로 큰 사랑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 된 <안녕, 헤이즐>은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너무나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영화의 리뷰를 보니, '한동안 여운이 남는 멋진 영화', '따뜻한 듯 아픈 영화',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달라지게 하는 영화' 등의 극찬이 주를 이루었는데 책을 보며 내가 느낀 작가의 이야기 방식이 그의 작품을 접하는 모두에게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이름을 말해줘'에서 그는 같은 이름의 여자만 19명을 사귀는 신동을 통해 사춘기 소년소녀의 풋내기 사랑과 어설픈 실수, 찬란하고 아름다운 청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신동소리를 듣고 자란 19살의 콜린은 사랑을 '수학적 그래프 공식'으로 만들어 19명의 캐서린에게 차인 이유를 알게 되길 원했는데 그와 더불어, 공식을 만듦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명백한 사실을 콜린 스스로 실토했던 부분이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콜린이 무려 19번이나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에게 차이는 기분을 나는 잘 모르지만, 친한 친구와 자동차 여행을 한다고 긴 시간 집을 떠나있는건 당연해 보인다. (그것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제대로 된 형태로 만져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물론 19살의 콜린이 한층 성숙되기 위해 하산과 여행을 떠난 건 아니었겠지만 여행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로 인해 콜린은 많은 것을 배웠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유레카!"라고 외치는 콜린에게 하산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사랑은 공식화 될 수 없다는 걸 설득하지 않는 일도 친구 입장에선 쉬운게 아니었을텐데 콜린은 친구도 참 잘둔 것 같다.

어느 날 콜린은, 솔직하고 순수한 소녀 린지에 끌려 양아치 '또다콜(또 다른 이름의 콜린)'을 물리치고, 캐서린이 아닌 여자와 컴컴한 동굴에서 단 둘이 뽀뽀를 하기에까지 이른다. 콜린이 이제까지 19명의 캐서린을 만나왔던 건, 그저 우연이었다고 콜린은 이야기 하지만 필연으로 만들어낸 인위적인 과거 반복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해보면, 지나왔던 캐서린들을 학문처럼 공부했던 것이 어쩌면 19번이나 차일 수 있었던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난생 처음 캐서린이 아닌 여자와 뽀뽀한 순간, 콜린은 비로소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콜린이 우연한 여행을 계기로 강박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건샷(머물렀던 장소)을 떠나는 장면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하산과 자동차 여행을 하러 처음 건샷에 왔을 때 얼굴에 가득했던 근심은 어딘가로 묻혀버리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설렘의 아우라가 온 몸 곳곳에서 피어났다. 사랑은 손가락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말이 새삼 교훈처럼 느껴진다.

더불어 등장인물들이 미성년자여서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19살의 콜린, 하산, 린지, '또다콜'은 이제 겨우 첫 발을 떼었기에 나로서는 그저 부러워서 심장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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