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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슈스케 - 투명 카멜레온 서평, 제목의 의미?

유하우스 2022. 9. 6. 22:49

 


제목이 특이하죠. 저 사실 며칠 째 고민했거든요. 왜 '투명 카멜레온'인지. 책을 덮은 지는 오래됐는데 제목이 이해가 안 되서 리뷰를 쓰지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리뷰를 다 쓰고 나니 이건 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부터 감상에 이르기까지, 제 리뷰 한 번 읽어봐주실래요?


 

if




바 이름입니다. 라디오 디제이를 맡고 있는 기리하타, 예쁘장한 임산부 모모카, 무섭게 생긴 이시노자카, 반반하게 생긴 레이카, 바 사장 데루미, 늘 불상을 깎는 70세 노인 시게마쓰가 늘 이 곳에 모여요. 어느 날 비를 쫄딱 맞은 웬 여인이 이상한 말을 늘어놓고 가죠. 그 다음날 또 찾아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뚝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요.

그 여인의 이름은 미카지 케이입니다. 그녀는 기리하타의 라디오를 듣는 팬이에요. 하지만 라디오는 얼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만큼이나 그가 얼굴도 잘생겼을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 기리하타는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반반하게 생긴 레이카를 앞세워 케이를 속여넘겨요.

하지만 그 계획은 얼마 못 가 들통나고 맙니다. 케이는 흥분하여 바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파렴치한 사람들로 몰아가요. 그 중에서도 선두에 서 그녀를 속인 기리하타, 그는 그녀에게 거의 약점이 잡혀버리고 마는데요.

그녀는 그에게 시키는대로 하라고 해요. 그리고 어느 날 이시노자카씨를 데리고 묘지로 오라고 합니다.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한 명에겐 쫓기는 역, 한 명에겐 쫓는 역할을 부여하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추격전을 한바탕 벌이고... 그 후에도 설명은 해주지 않습니다!

+) 왜 부탁을 들어주느냐고요? 기리하타가 케이가 마음에 들었다네요. 일전에 케이 앞에선 디제이가 아닌 척, 전화로는 디제이인 척을 하며 그녀를 속여왔어요. 그 광경을 그녀가 목격했고요.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에 사람들에게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닌거죠.


 

하숙? 동거?




어느 날 케이는 갈 곳이 없다며 기리하타 집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와요. 아,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이랄지 민폐를 부리는 타입은 아니네요.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냅니다.

하지만 함께 살다보니 진지한 얘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케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불법 폐기처리를 하는 사람 때문에 망하게 돼 길가에 나앉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고 털어놔요. 그래서 그 불법 폐기처리자 즉, 고토라고 하는 사람을 겁주기 위해 여러가지 꾀를 내기 시작한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녀가 안쓰러웠던 기리하타는 앞으로도 그녀를 도와주기로 마음 먹어요.


 

콘크리트 벽돌 투하 작전 / 미행 작전 / 독이 든 소라 요리와 새총 작전




<콘크리트 벽돌 투하 작전>은 미카지 케이 혼자 벌인 일입니다. if 건물 위에서 아래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벽돌을 떨어뜨렸어요.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요.

그 다음은 <미행 작전>. 이 때부터는 기리하타가 함께 해요. 고토가 '저번부터 누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어. 근데 그게 누굴까?' 싶은 시점에 벌인 작전. 쫓기는 역할을 맡게 된 기리하타는 고토가 망하게 만든 회사의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있었어요. (케이가 줌) 고토는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쫓아왔던 거였고요.

마지막 <독이 든 소라 요리와 새총 작전>은 if의 식구들이 함께 합니다. 종업원인 척 고토의 방에 들어가 독이 든 소라 요리를 먹인다는 계획이었죠. 그 정도의 독은 먹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지만, 케이가 원한 건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 인생 똑바로 살아라!' 였기 때문에 아쉬울 건 없었어요.


 

케이의 취직, 사라짐




케이는 if에 취직해요. 어느 날 데루미 사장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홀로 밖에 나와있던 케이가 누군가에게 급히 끌려나갑니다. 소식을 들은 if 식구들은 케이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가죠.

산 속에 들어간 if 식구들, 그들은 큰 구덩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불법 폐기물을 버릴 수 있는 공간. 정당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얌체같은 사람들이 돈을 받은 뒤, 산의 적당한 곳에 커다란 구멍을 파 그 안에 폐기물들을 쏟아붓고 흙으로 덮고 있었어요. 그렇게 벌인 짓을 들키면 폐기업체와 그 쓰레기를 버린 회사는 처분을 받게 되는데 회사가 더 가혹한 처분을 받고, 폐기업체는 이름만 바꿔 또 똑같은 짓을 저지르곤 했죠. 그렇게 도산한 케이 아버지의 복수를 지금 케이가 하고 있는거고요.

if 식구들은 케이가 이 곳으로 끌려갔다고 생각했고 예상과 같이 그 곳에서 케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케이의 아버지도 함께 있었어요. 기리하타에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었거든요. 기리하타는 그녀 말의 모순점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해요. 그리고 알아내요.

 

단지 고토와 관계된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믿음만 심어주면 되었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고토에게 복수하겠다는 결심을 포기하기를 바랐다.


케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고토에게 복수할 것이 두려워, 고토가 두려워 그들을 말릴 생각으로 그간의 짓들을 저질렀던 것이었어요.
아버지는 고토에게 한 방 먹이려고 이 자리에 나와 있었고, 케이는 말리고 싶었어요.

결국 아버지는 고토를 때리고 말았죠. 그에게는 험상궂은 일행이 있었는데.


 

추격전, 아침




케이와 케이 아버지, 그리고 if의 식구들은 한 밤의 추격전을 벌입니다. 트럭으로 퇴로를 막아버린 고토의 일당과 맞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맘 졸이는 새벽을 보내요. 그 때 기리하타가 나섭니다. "네가 잘못했잖아! 어째서 그렇게 뻔뻔한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겠죠? 소심한 그는 버벅거려요. 하지만 마침내 쏟아내죠. 너 때문에 한 회사가 망했다고! 한 가족이 길에 나앉았다고!

하지만 고토는 끝까지 철면피에요. if 식구들은 이제 저마다의 개인기로 고토를 공격합니다. 험상궂게 생긴 이시노자카의 협박, 새총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연습했던 실력을 뽐내는 시게마쓰, 아! 임산부 모모카는 몸을 조심해야 해서 길이 있을 거라며 먼저 돌려보냈는데요. 내려가는 길에 그녀가 경찰 사이렌을 울려요. "어? 이거 이런 소리도 나네?" 태연히 돌아오면서. 고토는 꼬리에 불이 붙은 뭐 마냥 줄행랑 쳤지요.


 

if 식구들이 기리하타를 따라온 이유




아침이 돼요. 기리하타가 고백합니다. 이제까지 내가 라디오에서 각색한 우리 if 식구들의 이야기는 모두 결말이 조금씩 다르다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매일같이 떠오르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었죠. 기리하타는 그들에게 미래를 선물해주기 위해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선택 가능한 것 아니냐며 그들을 위로해왔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덜 무겁게 소재화 하여 라디오에 그들의 사연을 띄웠었어요. 그 때 이후로 if 식구들이 서서히 웃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게 바로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리하타를 따라 산까지 올라온 이유에요.

기리하타는 얼마 전 출산한 여동생과 엄마가 계시다고 했었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그들은 교통사고로 모두 죽었어요. 그는 충격에 휩싸여서 몸이 굳었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는,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그런 상태에까지 이르러요. 그런 그가 사람들을 위로한거예요.


 

투명 카멜레온




기리하타가 어릴 때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살았었대요. 하루는 그가 자기 집에 카멜레온이 산다며 기리하타를 초대한거예요. 하지만 카멜레온은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친구는 정말 카멜레온이 있는 것처럼 행동 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온 기리하타도 자신의 집에 투명 카멜레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인가가 없어지면 '투명 카멜레온이 가져갔구나!', 물건의 위치가 달라져있으면 '투명 카멜레온의 짓이로구나!' 뭐 이런 식으로.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 어느새 잊어버리게 되지만요. 그 때 그 기억을 다 커서 다시 한 번 회상하게 돼요. 왜 그 기억을 떠올린걸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내 상처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책을 다 읽고나서 한동안 멍했어요. 바로 머릿 속을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이 없었어서요. 하지만 아래의 글을 읽고나니 서서히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모두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 때때로 옆얼굴에 다른 사람 같은 표정이 맺힐 때도 있다. 기억은 언제나 사람을 따라다닌다.


누구에게나 투명 카멜레온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그 사람만의, 혹은 나만의 투명 카멜레온. 그건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없는 것이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 사실을 믿는 사람에게는 그건 분명히 존재하고, 내게 영향을 끼치는 것. 등장한 모든 인물에게 투명 카멜레온이 있었어요. 투명 카멜레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건 '기억'이나 '상처'라고 다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전까지 자신을 위한 글을 썼다고 해요.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글을 쓸 수는 없으니 그럼 내가 좋아하는 만족스러운 글을 쓰자 하면서요. 그런데 이 작품, <투명 카멜레온>은 독자들을 위해 썼다고 합니다. 즉,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는거죠.

기리하타가 전하는 메시지를 당신은 어떻게 받아보셨나요? 저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웃는 사람,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사람이 나와요.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죠. 내 카멜레온도 가엽지만, 다른 사람들도 가여워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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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롭거나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그 감정을 배출한다. 약자는 그 배출구로 희생된다. 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울 때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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