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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삶에서 지독하게 도망치고 싶었던 사람의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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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삶에서 지독하게 도망치고 싶었던 사람의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유하우스 2024. 4. 26. 01:08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 좋아하세요? 그럼 가가형사를 알고 계시겠네요. 이 책은 '신참자'시리즈의 완결편이고, 마지막이라선지 가가형사의 숨겨진 가정사가 나와요. 이전에 읽은 '희망의 끈'에서는 마츠미야 형사의 가정사가 나왔었는데 말이죠.

마츠미야와 가가는 사촌지간이에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의 가정사는 그들을 한층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흥미롭고요.)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을 읽다보면 소설 속에 있는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2020년, 아베히로시(가가 역)와 마츠시마 나나코(히로미 역)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개봉이 된 바 있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입니다.

저는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는데 원작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은 없는 것 같았어요.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편한 쪽을 선택해서 보세요.

자, 이제 중요한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1️⃣ 가가형사의 엄마 유리코



여자 혼자 외딴 곳에 왔습니다. 곧, 술집에 취업을 하는데요. 그녀는 음울해 보이면서도 밝고, 밝아보이는 듯 하면서도 제 얘기를 도통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를 취업 시켜준 술집 사장은 그녀가 신경이 쓰이면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려니, 참견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야 했던걸까요? 결근이 잦았던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숨을 거둔 채 자택에서 발견되고 맙니다.

타살의 정황도 없고,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혼자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정리가 되었어요. 그녀가 살던 집을 정리할 때는 보증인이었던 술집 사장이 그 역을 맡아야 했는데요. 유골이며 유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곤란을 겪고 있을 즈음, 가게에서 그녀와 친근해 보였던 와타베라는 남자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덕에 사장은 그녀의 아들인 '가가'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훗날 가가는 와타베라는 남성을 찾고싶어 합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가가는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2️⃣ 두 죽음. 그 사이엔 어떤 연관이?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성이 코시카와 무츠오라는 사람의 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그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교집합이 없었는데요. 곧, 그 동네의 한 오두막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또 누군가가 죽은 채 발견됩니다.

형사들은 두 사건을 동일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증거를 찾기 시작해요.



3️⃣ 아사이 히로미



한때는 연극배우를 하기도 했던 연극 연출가 아사이 히로미. 그녀가 왜 용의자의 선상에 올랐느냐 하면, 오시타니가 죽기 전에 히로미를 만나러 도쿄로 갔었기 때문이죠. 오시타니가 일하는 곳에서 히로미의 엄마를 발견했는데 그 사실을 알려주러 간 것이었어요.

허나 히로미에게 엄마는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에게 빚을 잔뜩 떠넘기고 도망갔고, 그로인해 빚쟁이는 날마다 집에 찾아왔으며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히로미는 그 후 보육원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고요. 몇 십년 동안 연락이 끊긴 엄마를 누군가 발견했다 한들 그건 히로미완 관계 없는 일이었습니다.



4️⃣ 집주인과 노숙자



형사들은 오시타니와 오두막에서 불타 죽은 노숙자를 누군가가 죽인거라 생각했지만, DNA감정 결과 코시카와 무츠코(오시타니가 죽은 집의 주인)와 노숙자는 동일인물이라는 결론에 이르러요.

죽은 남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숱한 탐문수사가 이뤄집니다.



5️⃣ 나에무라 선생님



오시타니와 히로미의 접점을 찾아 헤매던 중, 그들의 중학교 시절 은사였던 나에무라 선생님에 대한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였는데요.

생전의 그는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어요. 가정이 있음에도 내연녀를 몰래 만났고, 그녀에게 값비싼 악세사리를 사주는 등의 행위로 부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곤 했죠.

형사들은 나에무라 선생님과 히로미, 오시타니의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당시 함께 재학했던 동창생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6️⃣ 과거에 사라진 히로미



하지만 중학교 동창생들은 히로미를 잘 기억하지 못 했어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지막이 흐지부지한 모습이었거든요.

히로미의 아버지는 건물에서 투신해 죽었는데요. 생각해보면 당시 그 작은 동네에서 '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자체가 의아한 일입니다. 그들은 그후 히로미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를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어쩐지, 누군가 히로미를 감싸주고 보호해주는 느낌이 들지요.



7️⃣ 가가 어머니의 달력, 코시카와 집에 있던 달력



가가 형사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할 때 보관해 놓은 것 중 하나가 달력입니다. 그 달력에는 달마다 다리 이름이 달리 쓰여져 있었는데요.

오시타니가 죽은 집, 그러니까 코시카와의 집에서도 달마다 다른 다리 이름이 반복되는 게 발견 되었어요.

필적 감정을 해보니 두 달력은 모두 똑같은 인물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와타베와 코시카와는 동일인물이었던 거예요.



8️⃣ 다리들



가가는 히로미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그 다리들에 서 있는 그녀의 사진을 찾기 시작합니다. 다리 씻기 행사가 있던 날, 사진을 찍은 자들에게 부탁을 하죠.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그 다리'들'에 서 있었던 걸까요?



9️⃣ 검도잡지



가가는 검도에 출중합니다. 잡지에도 실린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히로미가 자신의 연극 부원들에게 검도를 가르쳐달라며 찾아온 적이 있을 정도로요.



🔟 히로미는 가가를 어떻게 찾아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가 그를 찾은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노력이고 필연이었죠. 그런데 그녀는 왜, 가가 형사를 만나고자 했던걸까요?



☑️ 다시 한 번, 히로미.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히로미를 찾아갑니다. 먹잇감을 앞둔 사냥꾼 같은 가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해요. DNA 채취를 위해 그녀의 집에서 몰래 머리카락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가는 과연 누구와 히로미의 DNA를 대조해 볼까요? 그녀는 누군가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그 누군가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 일이 일어났던 것이죠.

수수께끼의 비밀은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힌트만 주자면요. 히로미의 가족들은 그들의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가 이 책의 핵심이에요. 그 이야기가 끝난 후 자연스레 범인도 검거가 되고요. 음... 그래도 아직 아리송 하시죠?

저도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읽는 내내 단서가 별로 없어 의문만을 계속 읽는 게 솔직히 힘들었어요. 막판에 그간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는 한 방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히가시노게이고' 라는 말엔 동의하고 말았지만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군요.




 



이 책에는 다양한 부모들이 나옵니다.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 심지어는 아이를 위해 도망가는 사람 등...

그들은 모두 겉으로는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다곤 하나 결국 또 저 편한 결론들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부모가 되었다 해도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동물인 것 같아요. 끝내 죽음을 택한 누군가마저 저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 그것만이 최선이었다고 한다면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셋팅이 되어 태어났다고 밖에 볼 수 없고...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나니 씁쓸하기 그지없어요.


또, 저는 욕 먹어야 마땅한 사람에 대한 단죄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분노했는데 이런 걸 여운이라 해야 할지... 는 잘 모르겠어요. 책을 덮어도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는 그와 같은 사람은 언젠가 제 목도 조를 것 같아 찜찜합니다. 볕들 구멍 하나 없었던 참혹한 그의 삶에 대입을 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안쓰럽지만, 그에 의해 희생 당한 피해자는요. (왜 작가님마저 조명 해주지 않으셨나요?) 그에게 그랬듯 피해자에게도 가족이 있었는데요.

실제로는 이보다 더 흉악한 인간이 많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저는 이만 이 책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메시지를 발견하시기를 바랄게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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