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책을 고르다보면 창작동화나 과학책은 열심히 찾아보면서도, 전래동화는 왠지 '나 어릴 때 읽었던 그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와 다시 읽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하고, 토끼는 말로 위기를 빠져나가고, 작은 동물들이 힘을 합쳐 호랑이를 혼내주기도 하죠.
 
그리고 전래동화는 원래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라 같은 이야기라도 책마다 세부 내용이나 결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선과 악, 갈등과 위기, 문제 해결처럼 비교적 뚜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아이가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게 생각해 볼 거리가 생긴다는 특징도 있고요. 
 
이번에는 너무 무겁거나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7살 아이가 재미있게 읽으면서 이야깃거리도 많은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5권 선정해봤어요. 
 

 

호랑이와 곶감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기가 곶감이라는 말에 울음을 뚝!
 
우리 전래동화에 호랑이는 정말 자주 등장하지만, 이렇게 허당인 호랑이도 없어요. 
 
아기를 잡아먹으려고 집 근처에 숨어 있던 호랑이가 엄마의 "곶감 줄게" 라는 말에 아기가 울음을 그치는 걸 보고, 곶감이 자기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라고 착각하게 되는 내용이죠. 
 
7살쯤이면 이제 단순히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모습만 보고 웃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호랑이는 왜 곶감을 무서워했어?" 라는 질문으로 착각을 이해해보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다 읽고나서 아이에게, "그래, 왜 호랑이는 곶감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섭다고 생각했을까?" 라고 물어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대답이 나올지도 몰라요. 
 
이 책은 실제로 여러 전래동화 선집과 어린이용 콘텐츠에 꾸준히 포함되는 아주 대표적인 옛이야기예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할머니를 도와주는 건 대단한 영웅들이 아니에요. 이 책은 밤, 자라, 물찌똥, 멍석, 지게 같은 작고 평범한 존재들이 하나씩 힘을 보태면서 호랑이를 물리치는 내용이죠.
 
판본에 따라 등장하는 존재와 표현에는 차이가 조금씩 있고요.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도 할 수 있겠습니다. 
 
"혼자서는 호랑이를 못 이겼는데 마침내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협동이라는 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통해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에게 쫓기는 오누이 이야기. 유명하죠?
 
어릴 때 읽었던 사람이라면 하늘에 대고 동아줄을 내려달라고 비는 장면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이야기가 꽤 긴장감 있죠. 
 
호랑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오누이는 도망치고, 마지막에는 하늘에 도움을 청하고... 
 
무엇보다 7살 정도가 되면, "오누이는 어떻게 호랑이가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까?" 와 같이 이야기 속 단서를 찾아보는 일도 재미있답니다.  
 
다만,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는 장면 등은 판본에 따라 꽤 무섭게 표현되기도 해서, 겁이 많은 아이라면 그림과 표현 수위를 먼저 한 번 보고 골라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방귀쟁이 며느리

 
 
 
전래동화가 꼭 교훈적이고 진지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저는 7살 아이에게 몇 권 골라줘야 한다면 이런 이야기도 꼭 섞어주고 싶어요. 
 
방귀를 참느라 힘들어하던 며느리가 결국 엄청난 방귀를 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과장된 상황 자체가 웃음 포인트예요. 
 
방귀라는 소재부터 아이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높고, 반복과 과장이 들어간 옛이야기 특유의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답니다. 
 
무조건 "착하게 살아야 해!" 와 같은 결론을 찾기보다는, 옛날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깔깔 웃었겠구나 하고 읽어도 충분해요. 
 


토끼와 자라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러 육지로 나온 자라. 하지만 잡혀간 토끼는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지요. 
 
"내 간 육지에 놓고 왔는데?"
 
기지를 발휘해 자라를 속이고 다시 육지로 돌아옵니다.
 
7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기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를 찾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위기에 빠진 토끼가 어떻게 꾀를 내어 빠져나오는지 지켜보고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있거든요. 
 
읽고나서, "토끼가 진짜 간을 두고 온 걸까?", "자라는 왜 그 말을 믿었을까?" 하고 물어보면 아이도 이야기 속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게 돼요. 


7살에는 전래동화를 이렇게 읽어봐도 좋아요

 

 
전래동화를 읽을 때마다 꼭 마지막에 "그래서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요?" 하고 정답을 찾아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호랑이는 진짜 곶감이 뭔지 알았을까?"
"내가 오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토끼 말고 너라면 자라한테 뭐라고 했을 것 같아?"
 
이렇게 한마디씩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어지고 풍성해지죠. 
 
본래 전래동화의 교육적 가치 역시 단순히 교훈 문장을 외우게 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이야기와 상황을 통해 아이가 가치와 행동을 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어릴 때 내가 읽었던 이야기를 내 아이와 나란히 앉아 또 다시 읽고 있다는 것도 묘한 재미인 것 같고...
 
내용은 똑같은데, 그 때는 내가 오누이 편이었다면 이제는 자꾸 이야기 속 엄마부터 보이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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