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처음으로 기관 생활을 하고 있어요. 아직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요. 그새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가 널널해졌을 것 같지만 더 타이트 해졌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쳤어요.

일단 일정부터. 저는 아침 10시쯤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보내고 있어요. 부지런하지 못한 엄마 때문에 아침 간식은 거의 못 먹고, 첫 번째 활동 시간에 거의 아슬하게 도착하거나 조금 늦게 합류해요.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저희 아이는 담임 선생님과 부담임 선생님이 오시면 그 쪽으로 가겠다고 손은 뻗지만 활동하는 반 앞까진 엄마가 함께 가주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아직 문 앞에서 "안녕~"을 할 수 없어요.

초반 일주일간은 떨어지기 싫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요. 어느 날은 "엄마 같이!" 들어가자고, 또 어느 날은 울지도 않고 들어가더라고요. 놀랍고 대견스럽게도요.

1. 당연한 말이지만 엄마 몸이 편해요.


아이를 맡기고 난 뒤 저는 근처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해요. 저를 심하게 찾거나 혹은 아프면 제가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처음 일주일은 공부고 유튜브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와서 내내 아이 사진만 보고 있다가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고있는 채로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누워 있었어요. 진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이렇게 맘 졸일 정도면 그냥 내가 보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래서 엄마도 적응기간을 가진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그렇게 맘 졸이는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아주 조금씩, 저도 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언제 연락이 올 지 모르니 핸드폰은 늘 벨소리로 해 놓고.

저는 이제까지 어린이집에 아기를 보내고 쉬는 엄마들을 부러워만 했었는데 이제는 제가 그러고 있어요. 물론 엄마 없는 곳에서 혼자 그 낯섦을 이겨내고 있을 아이를 떠올리면 아직도 너무 보고싶어 미치겠지만... 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은 아직 온전히 쉬지 못 하고 있으나 몸은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하는 것 같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보내면 확실히 엄마 몸은 편해요.

2. 하원 후 에너지 충전된 엄마의 찐한 애정 표현 가능


아이가 하원 하려고 문으로 걸어나올 때 무슨 천국에서 천사가 내려오는 것처럼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양 팔을 벌리고 이름을 부르면 아이도 제게 달려와줘요.

그리고 "엄마가 너무 많이 보고싶었어" 라고 말하면 "나도" 라고 꼭 대답해줘서 감동의 쓰나미... T_T 감격적인 모녀상봉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꽈배기 집에서 간식을 먹거나 근처 공원 산책을 하는데요. 요즘 낮에 덥잖아요, 그런데도 짜증이 잘 안 나요...

기다리는 동안 진짜 너무 너무 보고싶었거든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체력이 충전되어서 아이에게 내가 생각하는 애정 표현을 다 해줄 수가 있어요. 이전에는 몸이 힘들어서 생각과는 다르게 짜증을 내기도 했었는데 말예요.

3. 이상해진 낮잠 패턴


이건 단점인 것 같은데요. 놀이학교는 낮잠이 없거든요. 아이가 하원을 하고 조금 놀다 집에 가면 벌써 4시경이에요. 그래서 그 때 바로 안 자면 애매한 시간이 되서 그 날은 낮잠을 못 자는 날이 되버려요.

어쩌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면, 자고 싶은만큼 푹 자야 하는데 하필 방문 수업이 다 네 다섯시에 와서 3-40분 자고 일어날 때도 있고요. (시간 조율이 어렵네요) 그럼 수업을 하면서도 힘들어 하는데 참... 그래서 앞으로는 하원 후 놀지 않고 되도록 빨리 집에 데려와 낮잠을 재우는 방법을 써보려고 생각중이에요.

4. 갑자기 말을 잘해요.


어린이집에 다니면 말문이 트인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러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이를 보면서 확신이랄까... 그런 생각이 든 게 뭐냐면, 평소 아이가 쓰지 않던 말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심심해" 라던가 "살려줘" 라던가!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요구를 할 때 울음이나 옹알이가 아닌 (나름)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을 해요.

하지만 제게 가장 놀라운 변화는 말이 많아졌다는 것도 쓰지 않던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의사를 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졌다는 거예요.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자기가 아는 단어로 열심히 문장을 만들어 말을 해요. 안 되면 바디랭귀지를 동원하구요. (그마저도 안 되면 화냄)


신기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제 생각보다 다양한 단어와 문장을 구사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저와 애기 아빠는 아이가 원에 가서 이상한 말을 하지 않도록 더욱 더 입조심을 하기로 했어요. 🤝

5. 하원 후 엄마 아빠의 불같은 육아 (부작용으로 이어짐)


하원을 하고 나면 아이가 예뻐 죽을 것 같아요.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이실거예요. 그래서 저는 원래 4시부터 8시까지 공부를 하는데 때때로 그 시간에 아이와 놀러가곤 했어요.

다닌 지 삼 주가 다 되어간다고 했잖아요. 이제까지 하원하고 집에 있었던 날을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원한 아이를 데리고, 아니 정확히는 낮잠도 푹 자지 못한 아이를 데리고 저희는 온갖 키즈카페, 동물원, 부모님댁을 전전하며 아이를 웃게 해주기에 바빴어요.

좋아하더라구요. 좋아하는 곳에 데려갔으니까. 그런데 그만 부작용이 터져버렸어요. 차마 그거까진 생각을 못 했는데...

아이가 몹시 피곤했을 걸 간과한거예요. 누가 그랬는데 첫 기관에 다닌다는 건, 아빠가 회사를 마치고 퇴근한거나 다름없다고요. 그 정도로 피곤한거라고요. 아이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 아이의 몸을 힘들게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등원을 했는데 20분만에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열이 38도라구요.



아침까진 괜찮았었기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바로 데리고 나와 소아과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편도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하시는 말이...

"혹시 아기 잠을 못 잤나요? 왜 어른도 피곤하면 목이 붓는데 아기도 똑같아요. 주말 내내 신나게 논 모양이에요. 목이 부었네요."

 



실은 어제 낮잠을 3시간 15분이나 잤어요. 그리고 밤엔 잠을 설쳤고요. 설치면서 계속 울었어요. 그러면서 목이 부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요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부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아이에게 참 미안하더라고요.

세상에 아기가 잠이 부족해 낮잠을 3시간이 넘게 자고 목이 붓다니. 이렇게 선넘는 육아가 어디 있나...

애기 아빠와 저는 반성하고 집에서 아기를 돌봤어요. 아기는 보고만 있어도 예쁜데,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만 무리를 해버렸던 것 같아요. 이제 적당히 하려구요. 놀이학교는 선생님께서 컨디션이 괜찮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보내도 괜찮다고 하셨는데 내일모레까지는 데리고 있어볼 생각이에요. 38도의 열이 금방 잡힐 것 같지 않아서요. (내렸다가 금방 또 올라갈 수 있는거니까)



 


사실 마지막 부제를 쓰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황당하죠? 저도 황당해요. 부모가 피곤한 것도 아니고 아이가 피곤한 육아라니🤦‍♀️ 이제 아이가 다 나을 때까지는 간호에 힘쓰고요. 다 나으면 앞으로는 오바하지 않는 육아를 할 거예요. 아이도 힘들고 사실 저도 힘들어서...;;

대충 이런 일들이 있었네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것처럼 적응기간은 쉽지 않고, 생각한 것처럼 엄마 몸은 참 편하네요.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경직된 우리 모녀가 힘을 풀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요. 부디 아이가 기관에 잘 적응해주면 좋겠어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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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까지는 무조건 데리고 있으려던 제가 드디어 아이를 기관에 보냅니다. 더이상 제가 무리해서 데리고 있으면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남편도, 할머니도, 심지어 상담센터의 심리상담사 선생님 마저도(상담 시작 전 이번에는 보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보세요) 저에게 빨리 보내라고 하셨었는데 드디어 드디어 보내네요.

어린이집은 네 군데 상담을 받아봤어요. 그런데 어떤 곳은 시설이 너무 낙후되었고, 어떤 곳은 원장선생님이 아이를 돌보는 일임에도 불구 기다란 손톱과 피어싱, 다른 아이에게 지시적인 어투로 명령 하시는 걸 보고 마음을 단념했었어요. 그래서 집과는 거리가 있어도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면 되니까 눈을 좀 돌려보기로 했답니다.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놀이학교였는데요. 남편이 이 곳 평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름은 위즈아일랜드에요.

들어가자마자 넓고 깨끗한 시설에 놀랐어요. 놀이실, 요리실, 취침공간, 영어를 하는 곳도 따로 있고(원어민 선생님 상주), 체육&요가실까지 있더군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1. 눈이 마주치는 선생님들마다 환한 미소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해주시는 모습
2. 원장님과 상담을 하는 동안 아이와 놀아주시는 선생님

3. 선생님과 함께 놀며 제 집 마냥 뛰고 웃고 행복해보이는 아이의 모습


이제까지 상담을 받아왔던 곳은 선생님들이 왜인지 주눅이 들어있거나 원장님과 서먹한 게 느껴져서 저까지 어색하고 그랬는데, 여긴 선생님들 표정이 밝더라고요. 그게 안심이었던 이유는 여러 아이를 도맡아 관리 하셔야 하는 선생님 컨디션에 따라 보육과 교육의 질이 달라지므로 힘들고 지치면 제가 그랬듯 아이에게 악영향이 갈 수도 있는거니까요. 선생님들 표정이 대체로 다 밝으시다는 데에서 안심을 했습니다.

또한 아이가 들어가는 반의 담임 선생님은 아니셨지만, 아이와 무척 잘 놀아주셨던 선생님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원래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은 낯설어서 부모 품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리거든요. 그런데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다니?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습니다. 간식도 주시고, 장난감 바이올린도 멋지게 켜주시고, 나중에는 저희(엄마아빠)가 보이지 않아도 선생님과 단 둘이 꺄르르 놀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선생님들 표정이 밝고 아이에게 잘해주셔도,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면 말짱도루묵이죠. 이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할머니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하더라고요. 단순히 장난감이 많아 그랬다기보단 선생님의 진심과 스킬이 통했던 것 같아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비용은 첫 달 200만원 넘게 들었네요. 입학금, 원비 포함이요. (교재비 별도) 그런데 모두 다 더해도 160만원 정도 될 것 같은데 제가 모르는 항목이 추가된 것 같아 내일 여쭤볼 생각이에요. 첫 날만 이렇고 다음 달부터는 교재비 포함 150만원 정도 들 것 같습니다. 보육료 지원은 안돼요.

놀이학교 특징은 30분마다 놀이가 바뀐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아이에 따라 조율 가능하다고 하고요. 하루에 7개 정도의 놀이를 하는데 이 모든 활동을 다 하고 갈 수 있게 해주신다고 하셨어요.

또 다른 특징은 낮잠이 없다는 것이에요.


저희 아이는 집까지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적응기간이 끝나면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2시 40분쯤 아마 잠들지 싶어요. 다른 아이들은 하원 후 집에 가서 자거나 아니면 낮잠을 자지 않고 일찍 잠에 든다고 하네요.

 


교복, 체육복도 따로 있는데 예뻤어요. 참! 그리고 이것도 좋았는데요. 들어가자마자 전체 CCTV를 볼 수가 있어요. 보통은 원장실에 설치되어 있던데 여긴 신발장에 아예 공개를 해놨더라고요. 물론 원에 가야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조금이나마 안심되었어요.



내일부터 적응기간을 한 시간씩 가져볼 생각이에요. 집이 멀어 저는 근처에 있을 계획이고요. 아효, 모든 어머님들이 아이 첫 기관에 보낼 때 이렇게 떨리셨겠죠.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아이 말문 터지고, 배변훈련 되었을 때 보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정말 새삼 가정보육 하시는 분들 대단합니다.) 너무 긴장되네요.

아이가 부디 즐겁고 편안하게, 상처 안 받고 다녔으면 좋겠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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