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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월 아기 엄마의 둘째 고민 ft.인간은 망각의 동물 본문

유하우스/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 💭

32개월 아기 엄마의 둘째 고민 ft.인간은 망각의 동물

유하우스 2022. 9. 20. 14:16


아이가 어느덧 32개월이 되었어요. 산후조리원에서 속싸개에 포옥 싸여 안겨있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느껴지네요. 그리고 동시에 이제까지 일어났던 일들과 감정 역시 머리를 싹 스쳐지나가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그러잖아요. 그 때는 참 괴로웠는데 지금은 또 어찌어찌 살고있네? 하면서요. 아이를 낳고 저는 제 인생에 둘째는 결단코 없을거라고 단정지었어요. 이 수술대 위에 누울 일이, 신생아를 돌보는 일이 다신 없을거라고. 그런데...

요즘 좀 살만한지(?) 그 고통과 힘듦을 좀 잊어버렸나봐요. 감히 둘째아이를 생각하고 있네요. 하지만 신중해야 할 문제죠. 아이를 갖고싶은 마음과 주저되는 마음, 공존하다 못해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주제에 대해 오늘은 글을 써보려 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맘때쯤 이런 고민을 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둘째를 낳고 싶은 이유



 

1️⃣ 저나 남편이 먼저 죽거나 아니면 가정이 붕괴되었을 경우에 혼자면 외로울까봐요.

물론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부재하다면 형제자매가 있어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일거예요. 그래도 적어도, 혼자 있는 것 보다는 둘에게 둘인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거죠. 혹여나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곁에 있는 누군가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을 해준다면 몇 번이고 일어날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부모는 계속해서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왔을 때 텅 빈 그 공간을 아이가 매일 매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반찬이 부실하더라도 같이 밥을 먹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시에는 서로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무의식은 반드시 상대에게 힘과 위로를 얻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자식이 하나보다는 둘인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2️⃣ 협동 그리고 배려, 자신의 것을 지키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을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남편과 결혼을 하고 많은 조율 끝에 지금은 조금 협동이 가능해졌어요. 아주 아주 많이 노력해서 배려를 할 수 있게 됐고요. 내 것을 지키는 힘이 '저도 모르게' 강해졌습니다. 그 과정이 어쨌든, 험난했든 그렇지 않았든, 현재의 저는 예전보다 확실히 성장했어요.

결혼은 2-30년을 모르고 지냈던 사람과 함께 사는 거라서 맞춰 가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비교대상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여기서 우리는 '저도 모르게' 여러가지 스킬을 습득했다는 데에 중점을 한 번 둬 볼까요? 이 집에서 내가 살아 나가야 하니까 양보해야 하는 것들, 양보할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을 대화나 다툼을 통해서 얻는 거예요.

부모자식간에서도 충분히 공감 능력을 키울 수는 있지만 또래와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노는 방법, 놀다가 싸웠을 때 대처하는 방법, 고마워, 미안해 라는 말을 적절한 때 사용할 수 있는 센스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3️⃣ 서로에게 '내 편'이 하나 더 있다는 느낌.

사실 저는 형제가 있기는 하지만 혼자 컸어요. 그래서 잘은 모르는데요. 주변의 형제자매가 있는 친구들을 보면, 기쁜 일은 주로 혼자 기뻐하는데(?) 안 좋은 일이 닥치면 서로 가만히 있지 않더라고요. 사이가 안 좋은 형제자매의 경우에도 웬만한 일은 '혼자 처리해라' 싶다가도, 너무 힘들어 하면 누구보다 더 빨리 그 일을 해결하려 하는 걸 봤어요. (물론, 케이스바이케이스이긴 합니다.)

제가 아이들 양육을 잘하면요. 비교하지 않고 키우면요.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과 기쁨, 그리고 위로가 되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둘째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를 위해서 둘째 아이를 갖고 싶다' 는 이유는 상당히 이기적인 것 같고요. 세상에 나온 축복 그 자체인 두 아이들 모두를 위한 이유, 그 이유들을 한 번 정리해봤어요. 자, 이번에는... 둘째를 낳기 어려운, 낳기가 주저되는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둘째를 낳는 일이 주저되는 이유



 

1️⃣ 사실 이게 현재로서는 거의 99프로에 달하는 이유입니다. 제 체력 때문인데요. 너어무 힘들어요, 육아가... 제가 육아 힘들다고 징징대는 글을 이 블로그에서 몇 개는 보셨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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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체력은 충전이 되지를 않아서 지금도 야금야금 떨어지고만 있는데요. 이 체력으로 어떻게 신생아를, 백일동안, 일 년동안, 원더윅스를, 이앓이를, 재접근기를... 견디죠?

부끄러운 얘기입니다만 저는 몸과 마음이 무척 힘에 부쳤던 날, 아이에게 화를 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엉엉 울고... 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참지 못 하고. 그런데 둘째 아이를 낳으면 지금보다 적어도 5배는 더 힘들다는데 제가 화를 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아이들에게 제가 화를 낼까봐 무서워요. 그럴바엔, 나를 낳아준 보호자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화를 내는데 그럴바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나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에요. 저는 전업주부라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해요. 하지만 체력! 이 체력 때문에 둘째 아이 갖기가 망설여지네요. 참고로 운동도 했었는데, 한 번 하고 집에 돌아오면 에너지가 다 소진되서 첫째 아이를 돌볼 기력이 없더라고요. 체력을 기르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 이 부분은 찬찬히 다시 생각해볼게요.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의 방법으로.



 

 

2️⃣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시기 질투할지도요.

언젠가 오은영 박사님이 그랬어요. 집에 둘째가 생긴다는 건 첫째에게 이런 느낌이라고요. 내 남편이 새 여자를 데리고 와서 '이제 앞으로 같이 살거야!' 라고 선언하는 느낌이라고.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하고, 무섭고, 얼떨떨하고, 짜증나겠어요?

그리고 둘째 같은 경우에도 나이차이가 좀 나면 모르겠는데, 별로 나지 않는 경우에는 옷이나 장난감을 함께 공유하는 집이 많잖아요. 아주 어릴 때는 인식을 못 할 거예요. 좀 크면, 사진으로 확인을 하면, 그 때 볼멘소리가 나오겠죠? 아, 이 정돈 귀여운 수준이네요.

이 부분은 아이들이 느낄 외로움이 가장 걱정이에요. 둘째를 낳기로 결심을 했다면 내 소중한 보물들이 슬픈 마음을 덜 느끼도록 육아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3️⃣ 첫째 아이에게 소홀해질까봐, 둘째 아이는 대충 키우게 될까봐.

첫째는 말그대로 애지중지 하며 키웠어요.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다 사주고. 둘째는 두 번째 육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덜 노력할 것 같아요. 해봤으니까 경험에 의거해 육아를 하겠죠.

그런데 저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부족함을 느끼면 어쩌죠? '엄마는 나보다 언니(동생)를 더 예뻐해.'... 으, 노력을 하는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느껴지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정말 고민이에요. 남편은 둘째를 갖고 싶어하는 눈친데 저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직 마음을 굳히지 못하고 있어요. 보통 이맘때쯤 둘째를 갖는다 하시더라고요. 제 주변에서도 임신 중인 엄마들이 꽤 있고요.

하지만 '낳고 보자' 는 안 될 것 같아요.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하자!' 는 아닌 것 같아서요. 요즘 안그래도 신경쓸 게 많은데 머리가 아프네요.

혹여나 둘째가 생기면 남편에게 알리자마자 블로그에 글 쓰러 올게요.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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