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특이하죠. 저 사실 며칠 째 고민했거든요. 왜 '투명 카멜레온'인지. 책을 덮은 지는 오래됐는데 제목이 이해가 안 되서 리뷰를 쓰지 못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리뷰를 다 쓰고 나니 이건 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부터 감상에 이르기까지, 제 리뷰 한 번 읽어봐주실래요?


 

if




바 이름입니다. 라디오 디제이를 맡고 있는 기리하타, 예쁘장한 임산부 모모카, 무섭게 생긴 이시노자카, 반반하게 생긴 레이카, 바 사장 데루미, 늘 불상을 깎는 70세 노인 시게마쓰가 늘 이 곳에 모여요. 어느 날 비를 쫄딱 맞은 웬 여인이 이상한 말을 늘어놓고 가죠. 그 다음날 또 찾아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뚝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요.

그 여인의 이름은 미카지 케이입니다. 그녀는 기리하타의 라디오를 듣는 팬이에요. 하지만 라디오는 얼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목소리만큼이나 그가 얼굴도 잘생겼을 줄 착각하고 있었어요. 기리하타는 그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반반하게 생긴 레이카를 앞세워 케이를 속여넘겨요.

하지만 그 계획은 얼마 못 가 들통나고 맙니다. 케이는 흥분하여 바에 모여있던 사람들을 파렴치한 사람들로 몰아가요. 그 중에서도 선두에 서 그녀를 속인 기리하타, 그는 그녀에게 거의 약점이 잡혀버리고 마는데요.

그녀는 그에게 시키는대로 하라고 해요. 그리고 어느 날 이시노자카씨를 데리고 묘지로 오라고 합니다.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한 명에겐 쫓기는 역, 한 명에겐 쫓는 역할을 부여하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추격전을 한바탕 벌이고... 그 후에도 설명은 해주지 않습니다!

+) 왜 부탁을 들어주느냐고요? 기리하타가 케이가 마음에 들었다네요. 일전에 케이 앞에선 디제이가 아닌 척, 전화로는 디제이인 척을 하며 그녀를 속여왔어요. 그 광경을 그녀가 목격했고요.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에 사람들에게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닌거죠.


 

하숙? 동거?




어느 날 케이는 갈 곳이 없다며 기리하타 집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와요. 아,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이랄지 민폐를 부리는 타입은 아니네요.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냅니다.

하지만 함께 살다보니 진지한 얘기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케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불법 폐기처리를 하는 사람 때문에 망하게 돼 길가에 나앉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고 털어놔요. 그래서 그 불법 폐기처리자 즉, 고토라고 하는 사람을 겁주기 위해 여러가지 꾀를 내기 시작한거라고 설명합니다. 그녀가 안쓰러웠던 기리하타는 앞으로도 그녀를 도와주기로 마음 먹어요.


 

콘크리트 벽돌 투하 작전 / 미행 작전 / 독이 든 소라 요리와 새총 작전




<콘크리트 벽돌 투하 작전>은 미카지 케이 혼자 벌인 일입니다. if 건물 위에서 아래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벽돌을 떨어뜨렸어요.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요.

그 다음은 <미행 작전>. 이 때부터는 기리하타가 함께 해요. 고토가 '저번부터 누가 내 목숨을 노리고 있어. 근데 그게 누굴까?' 싶은 시점에 벌인 작전. 쫓기는 역할을 맡게 된 기리하타는 고토가 망하게 만든 회사의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있었어요. (케이가 줌) 고토는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쫓아왔던 거였고요.

마지막 <독이 든 소라 요리와 새총 작전>은 if의 식구들이 함께 합니다. 종업원인 척 고토의 방에 들어가 독이 든 소라 요리를 먹인다는 계획이었죠. 그 정도의 독은 먹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지만, 케이가 원한 건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 인생 똑바로 살아라!' 였기 때문에 아쉬울 건 없었어요.


 

케이의 취직, 사라짐




케이는 if에 취직해요. 어느 날 데루미 사장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홀로 밖에 나와있던 케이가 누군가에게 급히 끌려나갑니다. 소식을 들은 if 식구들은 케이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가죠.

산 속에 들어간 if 식구들, 그들은 큰 구덩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불법 폐기물을 버릴 수 있는 공간. 정당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얌체같은 사람들이 돈을 받은 뒤, 산의 적당한 곳에 커다란 구멍을 파 그 안에 폐기물들을 쏟아붓고 흙으로 덮고 있었어요. 그렇게 벌인 짓을 들키면 폐기업체와 그 쓰레기를 버린 회사는 처분을 받게 되는데 회사가 더 가혹한 처분을 받고, 폐기업체는 이름만 바꿔 또 똑같은 짓을 저지르곤 했죠. 그렇게 도산한 케이 아버지의 복수를 지금 케이가 하고 있는거고요.

if 식구들은 케이가 이 곳으로 끌려갔다고 생각했고 예상과 같이 그 곳에서 케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케이의 아버지도 함께 있었어요. 기리하타에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었거든요. 기리하타는 그녀 말의 모순점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해요. 그리고 알아내요.

 

단지 고토와 관계된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믿음만 심어주면 되었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고토에게 복수하겠다는 결심을 포기하기를 바랐다.


케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고토에게 복수할 것이 두려워, 고토가 두려워 그들을 말릴 생각으로 그간의 짓들을 저질렀던 것이었어요.
아버지는 고토에게 한 방 먹이려고 이 자리에 나와 있었고, 케이는 말리고 싶었어요.

결국 아버지는 고토를 때리고 말았죠. 그에게는 험상궂은 일행이 있었는데.


 

추격전, 아침




케이와 케이 아버지, 그리고 if의 식구들은 한 밤의 추격전을 벌입니다. 트럭으로 퇴로를 막아버린 고토의 일당과 맞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맘 졸이는 새벽을 보내요. 그 때 기리하타가 나섭니다. "네가 잘못했잖아! 어째서 그렇게 뻔뻔한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겠죠? 소심한 그는 버벅거려요. 하지만 마침내 쏟아내죠. 너 때문에 한 회사가 망했다고! 한 가족이 길에 나앉았다고!

하지만 고토는 끝까지 철면피에요. if 식구들은 이제 저마다의 개인기로 고토를 공격합니다. 험상궂게 생긴 이시노자카의 협박, 새총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연습했던 실력을 뽐내는 시게마쓰, 아! 임산부 모모카는 몸을 조심해야 해서 길이 있을 거라며 먼저 돌려보냈는데요. 내려가는 길에 그녀가 경찰 사이렌을 울려요. "어? 이거 이런 소리도 나네?" 태연히 돌아오면서. 고토는 꼬리에 불이 붙은 뭐 마냥 줄행랑 쳤지요.


 

if 식구들이 기리하타를 따라온 이유




아침이 돼요. 기리하타가 고백합니다. 이제까지 내가 라디오에서 각색한 우리 if 식구들의 이야기는 모두 결말이 조금씩 다르다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매일같이 떠오르는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었죠. 기리하타는 그들에게 미래를 선물해주기 위해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선택 가능한 것 아니냐며 그들을 위로해왔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덜 무겁게 소재화 하여 라디오에 그들의 사연을 띄웠었어요. 그 때 이후로 if 식구들이 서서히 웃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게 바로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리하타를 따라 산까지 올라온 이유에요.

기리하타는 얼마 전 출산한 여동생과 엄마가 계시다고 했었는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그들은 교통사고로 모두 죽었어요. 그는 충격에 휩싸여서 몸이 굳었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는,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 그런 상태에까지 이르러요. 그런 그가 사람들을 위로한거예요.


 

투명 카멜레온




기리하타가 어릴 때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살았었대요. 하루는 그가 자기 집에 카멜레온이 산다며 기리하타를 초대한거예요. 하지만 카멜레온은 보이지 않았죠. 하지만 친구는 정말 카멜레온이 있는 것처럼 행동 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온 기리하타도 자신의 집에 투명 카멜레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인가가 없어지면 '투명 카멜레온이 가져갔구나!', 물건의 위치가 달라져있으면 '투명 카멜레온의 짓이로구나!' 뭐 이런 식으로.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은 점점 희미해져 어느새 잊어버리게 되지만요. 그 때 그 기억을 다 커서 다시 한 번 회상하게 돼요. 왜 그 기억을 떠올린걸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내 상처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책을 다 읽고나서 한동안 멍했어요. 바로 머릿 속을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이 없었어서요. 하지만 아래의 글을 읽고나니 서서히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모두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 때때로 옆얼굴에 다른 사람 같은 표정이 맺힐 때도 있다. 기억은 언제나 사람을 따라다닌다.


누구에게나 투명 카멜레온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그 사람만의, 혹은 나만의 투명 카멜레온. 그건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없는 것이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 사실을 믿는 사람에게는 그건 분명히 존재하고, 내게 영향을 끼치는 것. 등장한 모든 인물에게 투명 카멜레온이 있었어요. 투명 카멜레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건 '기억'이나 '상처'라고 다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전까지 자신을 위한 글을 썼다고 해요.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글을 쓸 수는 없으니 그럼 내가 좋아하는 만족스러운 글을 쓰자 하면서요. 그런데 이 작품, <투명 카멜레온>은 독자들을 위해 썼다고 합니다. 즉,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는거죠.

기리하타가 전하는 메시지를 당신은 어떻게 받아보셨나요? 저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웃는 사람,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사람이 나와요.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죠. 내 카멜레온도 가엽지만, 다른 사람들도 가여워한 시간이었어요.

 

 

[책] 미치오슈스케 -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모든 진상의 키워드는 인간의 주관

인간은 외롭거나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그 감정을 배출한다. 약자는 그 배출구로 희생된다. 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울 때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쳐 들어간다.

hyunaver.tistory.com

미치오슈스케의 다른 책 리뷰입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혹은, 흥미가 생기셨다면 저자의 다른 책도 한 번 구경해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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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롭거나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그 감정을 배출한다. 약자는 그 배출구로 희생된다. 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울 때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보고 듣고 기억하는 일들을 제멋대로 비틀어버린다. 이 소설은 그처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사람을 죽이고, 그 몸을 운반하고, 다리를 꺾거나 입에 비누를 넣는 등 괴상망측한 행동을 일상처럼 일삼고 환생, 학대, 이상성욕, 트라우마 등 무거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점 인지하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늘도 스포주의*





주인공 미치오는 집에 유인물을 가져다주라는 이와무라 선생님의 부탁에 S의 집으로 가요. 하지만 거기엔 목을 길게 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S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죠. 미치오는 다시 학교로 가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립니다. 그리고 선생님, 형사 두 명과 함께 집에 가니 S의 몸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는데요. 대체 누가 가지고 간 것일까요?

 

누군가 미치오에게 말을 걸어요. "미치오!" 말을 한 사람, 아니 곤충은 다름아닌 거미였어요. 거미는 자신이 S라고 소개를 해요. 거미로 환생을 했대요. 그리고 미치오에게 부탁해요. 자신의 몸을 찾아달라고.

 

 



S와 미치오 그리고 세살배기 미치오의 동생 미카는 꽤 열심히 범인색출에 몰두합니다. 그들이 주목한 범인은 이와무라 선생님이었는데요. S의 제안으로 그들은 이와무라 선생님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것에까지 성공해요. S의 몸을 이와무라 선생님이 가져갔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거기서 본 것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어요. 어린 남학생들의 사진, 싫다고는 하지만 진짜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 비디오 속 알몸의 S모습. 미치오는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S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음을 인식하고 의심을 하고 또 싸우기도 해요.

S의 집 가까이에 다이조 라는 할아버지가 살아요. 다이조는 우연히 만난 미치오에게 이와무라 선생님이 쓴 자신의 뒤틀린 욕망이 담긴 책의 존재를 알려줘요. 자신의 그릇된 욕망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S를 죽인 게 아닐까, 미치오는 이제 거의 확신해요. 그래서 형사에게 언제 밀고를 할지 기회만 엿봐요. 그런데 진짜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일까요?





1️⃣ S
죽은 뒤 거미로 환생한 아이. 심한 사시에, 어머니와 살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어요.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S에게 다가오기를 꺼려했죠. 지나가는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칼처럼 날카롭게 느껴졌을까 안타까웠어요.

억울하고 억눌린 감정을 분출 할 방도가 없는 S는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맙니다. 힘없는 개와 고양이를 노려 그들을 죽이는 거요. S가 살고 있는 N마을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한 후 입엔 비누, 다리는 반대로 꺾여 있는 괴상한 사건이 9번이나 발생해요. 그런데 S는 죽이기만 했을 뿐 다리를 부러뜨리지는 않았다네요?

S가 죽인 동물의 다리를 부러뜨린 사람은 다리를 부러뜨리다 우연히 창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S와 눈이 마주쳐요. 그 때 S는 동정과 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동질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해요. 그 후로 S는 먼저 몹쓸 짓을 하고 그 사람을 위해 지도에 자리 표시를 해 그 사람 집 앞에 놓아둡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거예요.

S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요. 이마저도 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마음이 얼마나 지옥같았으면 그런 행위를 하고, 끝까지 그런 걸 우정이랍시고 주다니. 하지만 따돌림을 당해 억울했던 S처럼 이유없이 죽은 동물들도 힘들고 슬펐겠죠. 그저 9개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넘어간 게 아쉬워요.

 

 



2️⃣ S의 어머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런데 둘이 어떠한 시간을 보냈는지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S의 엄마가 뭔가를 숨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S가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작가가 그렇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싶어요.

3️⃣ 도코할머니
미치오가 고민상담을 하러 가는 따뜻한 할머니에요. 미치오가 뭔가를 부탁하면 도코할머니는 이상한 주문을 외운 후 실마리가 될 힌트를 꼭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에이고(냄새)'라는 키워드를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지요.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날 도코할머니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던 것처럼 끔찍한 일을 당해요. 과연 누가 그런걸까요.

4️⃣ 다이조 할아버지
다이조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근데 다이조 할아버지는 몰랐대요. 집에 찾아오는 삼색고양이가 도코할머니일 줄. 도코할머니가 환생하여 고양이가 된 거였더라고요. S가 죽고 더 이상 부러뜨릴 것이 없자 정이 들었던 고양이에게 몹쓸 짓을 해버린 다이조.

S가 지도를 준 사람은 다이조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다이조는 다리를 부러뜨릴까요?

어릴 적, 엄마가 돌아가시자 이웃집 아줌마들은 엄마를 둘러싸고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렸어요. 그 중 한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고 다이조는 패닉 상태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마는데요. 그게 실은 장례절차 중 하나였거든요. 아줌마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다이조는 엄마가 아줌마의 남편들과 밤늦게 어울려서 아줌마들이 복수를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다이조는 엄마의 관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이조는 아줌마들에게 한을 품은 엄마가 관 안에서 스스로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개가 끌고 갔나 그래요.) 그리고 하필이면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린 아줌마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 다이조는 엄마에게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맙니다.

노인이 된 다이조 앞에 하루는 뺑소니를 당한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어요. "용서하지 않을거야." 다이조를 뺑소니범이라고 오해한 여학생이 말해요. 다이조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랬듯 이 여학생이 나중에 관에서 나와 자신에게 복수를 하지 못하게 그 때 그 아줌마들처럼 다리를 부러뜨려요.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S에게 건네받은 지도의 장소에 가 매번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다이조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인물이죠. 극심한 트라우마에 일흔이 될 때까지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또한 소중한 동물들의 생명을 앗아간 데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무고한 다른 생명을 해치면 안되죠.

 

 



5️⃣ 미치오
미치오는 초등학생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예요. 어렸을 때 엄마를 깜짝 놀래켜주고 싶어 했던 장난이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를 유산시키는 결과를 낳은 후 엄마에겐 투명인간보다 못 한 취급을 받아요. 엄마는 항상 미카만 찾아요. 미치오의 동생이요.

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다시는 임신을 못 하는 몸이 되었는데 어떻게 미카를 낳았을까요? 엄마는 인형을 보고 미카라고 부르고, 미치오는 도마뱀을 보고 미카라고 불러요. 둘 다 정신병에 걸린거예요.

미치오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미카를 부러워 합니다. 아빠는 늘 피곤한 눈을 한 그냥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에요. 미치오의 엄마가 미치오에게 퍼붓는 악담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미치오가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고 하자 '너보다 기분 나쁘니?', S사건의 목격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번에도 네가 죽였지?' 하지만 미치오는 순한 양처럼 그 자리를 뜨거나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어요.

미치오는 거미가 된 S, 도마뱀이 된 미카, 고양이가 된 도코할머니, 곱등이가 된 다이조 할아버지를 병에 넣고 돌봐주어요. 모두 외로움과 공허함이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다이조 할아버지를 무섭게 몰아부치는 미치오의 분노가 인상적인데요. 그게 그 아이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S는 미치오 때문에 죽었답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기로 했는데 미치오는 연극이 하기 싫어서 S의 집에 가서 S에게 죽어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S는 그렇게 된 것이고요. 미치오는 왜 이런 아이가 된걸까요.


"저뿐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저는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참 사랑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에 무시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해서 얼마나 서글프고 화가나고 원망스러웠겠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이 필수인데 말이에요. 아이에게 부모는 신이라고 하잖아요. 신이 자신을 외면해버리면... 거기다 미치오의 신은 미치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겠죠. 그래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도피했던거고.

슈스케의 소설에는 인간의 생각과 착각, 잘못 듣는 것들이 진상을 가로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우리 인간이 사소한 생각에 쉽게 좌우되고, 보지 않았는데 보았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독자는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깨닫게 된다.


늘 생각을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라고 누가 그랬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실도 정말 참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생각만으로 일, 관계를 그르친 적이 몇 번 있어요. 내 생각이 내 주관에 의해 해석된 것인지 남들이 들어도 납득할 만한 일인지 이제 잘 가려야겠죠.

그나저나 다이조, 미치오의 트라우마가 만든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네요. 트라우마 관리도 필요한 것 같아요.

끝으로... 이야기가 맥거핀으로 이용만 되고 스르르 사라져버린 것이 있어요. 이와무라 선생님의 악취미.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악질 중에 악질이죠. 그것도 선생님이. 근데 책에서는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도 자연스럽게 묻혀졌어요. 생각할거리나 교훈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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