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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평일에 간 동물원, 어떤 모습일까?

유하우스 2021. 3. 22. 18:12



실제로 기린은 이렇게 작지 않고 사자와 호랑이도 모형처럼, 그림처럼 귀엽게 생기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동물원에 갔다. 하지만 많이 나와있지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서 좀 놀랐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보고 온 동물들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날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날도 안 좋고 아이까지 떼쓰는 상황이었다면 최악의 기억으로 남을 뻔 했다.


을씨년스러운 입구 분위기. 사실 사진이 좀 차갑게 나왔는데 이 정도는 아니고, 얇은 원피스에 라이더자켓 하나만 걸치고 간 내가 조금 걷다보니 자켓은 벗어야 할 정도의 날씨였다.

우리는 성인 둘에 아이 한 명이어서 총 10,000원을 냈다. 이렇게 저렴한 이유는 13개월 아기가 무료이고, 리프트와 코끼리열차를 제외한 오로지 동물원 입장 가격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리프트는 탈 수 없고, 푸쉬카를 가지고 가서 코끼리열차도 포기해야했다.) 표를 끊으러 가기까지 주차장에서 동물원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아이가 탈 것을 타고 있을 때는 그렇게 멀지 않은데, 그냥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다. 체감 15분에서 20분 정도.

<동물원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중고생): 3,000원
어린이(6~12세): 2,000원
유아(36개월~5세): 무료입장
[무료대상(※리프트 탑승료 유료※): 유아, 경로자, 장애인 1~3급, 장애인 4~6급, 국가유공자(본인, 배우자, 유족본인), 참전용사증 소지자]

<운영시간>
3월~10월: 09:00~19:00(입장마감 18:00)
11월~2월: 09:00~18:00(입장마감 17:00)


2021년 1월 1일부터는 산림욕장 및 동물원 둘레를 무료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등산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았나보다. 사진에 잘 담긴건지 모르겠는데 이 날은 특히 날씨가 좋았다. 서울대공원에 오는 길목에서 벚꽃마저 발견했으니 슬쩍 봄이 오는구나, 싶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참 좋았을건데.


동물원 안에는 따로 찍진 못했지만 유모차대여소가 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 거의 유모차를 끌고있어서 오늘 무슨 날인가 했는데, 동물원이 워낙 크다보니 유모차를 대여한 거였다. 나는 호기롭게 푸쉬카를 가지고 갔는데 울퉁불퉁한 길에서 아이가 그 충격을 소리와 느낌으로 다 받는 것 같아 석연찮았다. 아이가 푸쉬카를 좋아하지만 않았더라면 바로 유모차를 대여했을거다.

 



그리고 나는 금요일, 평일에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유난히 없고 한적한 느낌이었다. 이런 시국이 아니었다면, 또 주말이었다면 아마 사람들로 바글바글했겠지?


기린을 보고 싶어서 간 동물원이었는데 결국 기린은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사육사분께 오늘 못 보냐고 여쭤봤더니 어디로 가시면 거울을 통해 볼 수 있을거라고 해서 찾아봤더니만, 아무리 찾아도 그 어디를 못 찾아서 결국 못 봤다. 기린 목이 저렇게 길고 키도 크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리고 올라가는 길목에 어린이 체험놀이터 기린나라가 공사중이었다. 현수막에는 8월 예정이라고 되어 있었다.


제1아프리카관의 사막여우 방사장. 사막여우 네 마리가 사이좋게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다. 야행성 동물이라서 밤에 열심히 놀고, 이제 자는가보다. 사막여우의 귀는 열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또 청각이 발달하여 소리도 매우 잘 듣는다. 동물원에 오기 전에는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려 했었는데 막상 오고 보니 '집에 있는 고양이랑 비슷해!' 이딴 소리만 해댔던 게 의아하다. 이 안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함께 생활하고있다. 국제적멸종위기급 2급에 처한 친구들이라 더욱 건강했으면 좋겠다.


멀리서 찍어 작아 보이는데 150kg대의 무게를 자랑하는 타조다.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 외로이 서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키가 무척 크다던데. 다음번에 볼 땐 이보다는 가까이 볼 수 있겠지?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오래살아서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래) 별다른 걱정 없는 친구다. 담에 또 보자.


이 정도면 숨은 원숭이를 찾아보세요 수준인데 사진 속에 원숭이가 있긴 있어요. 이름은 아누비스개코원숭이였던가? 원숭이도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아누비스개코원숭이는 무리 생활을 하는데, 한 번에 150마리가 모여 산다. 엄격한 사회생활을 하고, 한 무리에서 세네마리의 수컷 원숭이가 통솔하여 생활한다.


미안한데 너네 아누비스개코원숭이 맞지? 왜 그렇게들 서로 등 돌리고 앉아있어. 싸웠어? 근데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면, 새삼 유리 안에 갇혀있는 아이들이 가여워진다. 인간이 가장 무서워.


동물들을 보러 간건지 원숭이들을 보러간건지 모르겠다. 망토원숭이다. 수컷은 머리와 어깨에 갈기가 있는데 보자마자 얘가 수컷이구나 하고 딱 알 정도다. 역시 무리생활을 하고, 몇 분 지켜보면 서열이 눈에 띄기도 한다.


또, 거친 땅에서도 적응을 잘한단다. 나무타기도 잘한다고 적혀있는데 아기 망토원숭이가 조그만 몸으로 나무를 미끄럼틀 타듯 내려갔다가 영차영차 다시 올라와서는 또 주루룩 내려가던 모습이 생각난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성질은, 우리가 조금 떨어진 옆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오 분에 한 번 꼴로 싸우는 소리를 들었을 때 몸소 알게 되었다. 정말 가열차게 싸우더라. 잘 읽어보면 송곳니가 5cm나 되기 때문에 표범이나 자칼과 같은 맹수와도 두려워 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는 것과 망토원숭이가 이집트인들에겐 매우 신성한 존재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동물들이 너무 나오지 않아 원숭이들이 이렇게 대거 나와있는 모습에 아마 흥분했던 것 같다. 망토원숭이 사진만 주구장창 찍었네. 사육사 노트는 글이 작기 때문에 옮겨 적어보겠다.

'암컷 망토원숭이의 엉덩이가 빨갛고 클수록 수컷에게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해요.', '망토원숭이 서열 싸움으로 인하여 종종 다치는 개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관찰하여 치료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가 밥 먹으면서 들었던 살벌한 그 소리들이 다 서열싸움이었나보다.


제3아프리카관이다. 사자, 치타, 하이에나 등을 볼 수 있는 곳. 남편이 빨리 보고 싶다며 날 버리고 뛰어내려갔던 곳. 사자는 겨울을 제외한 계절은 상시 방사하고 있으며, 영하 5도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역시 동물의 왕 사자. 대우를 어마무시하게 해주고 있다. 근데 사자는 야행성동물이라 새벽이나 오전에 활발하게 활동하므로 우리가 갔을 땐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계속 잠만 잤다. 하루 20시간 이상 잠을 자는데, 사자가 깨어 노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운이 좋은 것 같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등 돌린채 잠만 자니까 아빠가 옆에서 "여기 보고 자던가" 라고 했다. 빵터짐. 다른 사람들 후기 보면 사자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그러던데, 싸우라는 건 절대 아니지만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 건 너무 아쉽다.


너네 단체로 안 좋은 일 있었니? 치타다. 치타는 CITES I에 지정된 국제적 희귀종이다. 치타는 주로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등에 서식하는데 서울대공원에 있는 치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반입해온 걸로 알고있다. 모두 알다시피 치타는 지상 포유류중 가장 빠른 동물이고, 최고 시속 113km까지 달린다. (이건 tmi인데 땅에서는 치타가 달리기 1등이지만 사실 가장 빠른 동물은 매다. 최고 속도가 390km/h나 된다.)


가려던 참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하는 소리를 듣고 돌아와보니 치타가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그냥 갔음 클날 뻔 했지 뭐야! 그런데 나는 사진을 봐도 치타, 표범, 재규어 구분이 어렵다. 얼굴, 무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옆에서 남편이 아는체를 했는데 아직까진 그냥 모르고 살고 싶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지만 치타도 맘껏 달려야 하는데 갇혀있는 모습이 참 가여워 보이지만, 치타는 야생에서보다 사육시에 2배가 더 넘게 사는 동물이라 그렇구나 한다. 하지만 갑갑하겠지. 아이는 동물원에서 요 치타를 가장 가까이에서 봤다. 집에 있는 고양이랑 앉아있는 폼이 비슷해 엄마가 옆에서 계속 고양이 얘기를 했는데 우리 아가는 과연 치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나올 친구는 화질이 정말 안 좋고 또 뒤돌아 있어서 차라리 설명이 더 나을 것 같아 설명 먼저 첨부했다. 귀가 세모나면 줄무늬 하이에나, 귀가 동그라면 점박이 하이에나 라는데 이 친구는 사진에 귀가 세모낳게 찍혔지만 점박이 하이에나일 것이다. 갈기가 없기 때문이다.


후에 알아보니 줄무늬하이에나는 동양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사는 곳이 달라 헷갈릴 염려는 없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검은 반점에 귀가 둥글면 점박이 하이에나, 검은 세로줄 무늬에 귀가 뾰족하면 줄무늬 하이에나. 너무 멀어 이것도 확대해 찍은거라 아이는 아마 못 봤을 가능성이 큰데 다음에 또 와서 보면 되지 뭐. 휴- 이제까지 사막여우랑 원숭이, 치타만 제대로 봤네.


미안한데 누가 아시아물소고 큰뿔소니? 이 안에서는 비슷한 습성을 가진 아시아물소와 큰뿔소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시아물소는 아프리카물소완 다르게 오래전부터 가축화되어 사람들과 친근하다고 알려져있다. 나는 아프리카물소가 보고싶었다.

 



아프리카물소는 아프리카의 야수다. 힘은 웬만한 경차가 들이받는것과 맞먹어 사자도 치명상을 입기 일쑤고, 치타와 표범은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물소는 무리지어 다니는 동물인데 요런 애들이 떼로 몰려 달려든다고 생각해봐라. 살벌하다. 서울대공원에 이 아프리카물소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못 봤지만, 이런 애들은 대체 어떻게 데리고 왔을까 싶다.


동물원에는 진이 다 빠진 부모님이 아기 혼자 놀게 둔 채 의자에 축 늘어져 계셨다. (이 사진과 무관) 육아로 힘든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부모에게 소소한 즐거움마저 안겨주지 않는 한적하고 을씨년스러운 동물원이라니... 그래도 그나마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다. 춥기까지 했으면 최악이었을 뻔 했지.


이건 가이드맵인데 필요하신 분들은 클릭한 후 확대하여 보시길 추천드린다. 우린 가이드맵 없이 돌아다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호랑이를 볼 수 있는데 옆으로 꺾은 걸 나중에 알고 후회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처럼 넓은 서울대공원. 어릴 때 가보고 오랜만에 간 것이었는데, 이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이야. 동물원 후기인데 마지막까지 공사장 사진으로 마무으리! 근데 아이들이 안 나온걸 어떡합니까 흑흑.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이런 분위기였다. 드넓은 산책로 느낌? 산책하시는 분들은 좋을 것 같았다. 날씨도 좋고, 사람도 적고, 걷다보면 동물들도 보이고. 나는 괜히 억울해서 돌아오는 길에 츄러스 두 개 사먹었는데 그마저도 딱딱해서 먹다 버려버렸다.

부디 다음 소풍 땐 코로나가 끝나있길 바란다. 북적이는거 싫어하는데 아이에게 봄에, 주말에,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동물원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사실 이번 소풍도 딸래미랑 함께 한 시간이었기에 내겐 소중한 추억이다. 남편이랑 둘이 갔으면(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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