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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크레용 8월 4주차 / 느릿느릿 달팽이 🐌 본문

유하우스/엄마표놀이 & 유아수업 👩‍👦

노래하는크레용 8월 4주차 / 느릿느릿 달팽이 🐌

유하우스 2021. 8. 27. 11:00


저번 주에 이어 반가운 얼굴, 달팽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무려 실물이 찾아 왔습니다. 노크는 생태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의 수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포스팅을 꾸준히 보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크는 1주차 음악, 2주차에 미술 수업을 합니다. 저번주에 달님과 함께 달님을 닮은 핑거심벌, 롤리팝드럼을 두드려봤던 거 기억나시나요?

 

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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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 슬펐던 팽이에게 달이 큰 선물을 주었었잖아요. 내용이 참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번 주 수업이 끝나면서 선생님이 다음주엔 진짜 달팽이가 찾아올거라 하셨는데 이상하게 크게 기대가 되진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떤 수업이든 달님을 만났던 시간보다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수업이 되지는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이 맞았어요. 하지만 오늘 수업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답니다. 온몸을 던져서 놀았어요.


수업은 깔고 앉은 비닐에 애벌레(일명 팽이)를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어요. 오른쪽 피카소 뺨치는 작품(낙서 아님)은 저희 아가가 그린거구요. 오른쪽으로 쓱 왼쪽으로 쓱! 터치 한 번만 해도 어른 두 명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었었네요.

 


그 다음으로는 사진으로 보면 확인하실 수 있는 선명한 달팽이 사진을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여기서 달팽이에 대해 짧게 짚고 넘어가볼까요.

🐌 ❓달팽이는 자웅동체에요. 하지만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아 번식하죠. 대부분의 달팽이들은 '성별이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해요. 수분손실을 막기 위하여 낮에는 달팽이 껍데기 속에 막을 쳐놓고 다른 데 붙어 있거나, 돌 밑에 숨어 있고요. 밤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곰팡이 같은 균류, 식물의 잎 등을 갉아먹어요.

달팽이는 초식성이지만, 동물의 사체나 탈피 중인 곤충을 먹기도 한답니다. 반려 달팽이의 경우에는 주로 당근이나 오이, 상추 같는 채소를 주면 잘 먹어요. (당근 같은 단단한 먹이는 감자칼로 얇게 깎아주면 더 잘 먹어요)

끝으로, 야생의 달팽이는 생태계의 순환자, 환경미화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위에서 달팽이는 주로 곰팡이 같은 균류를 먹고 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개중에는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기생 생물류를 먹기도 해요. 그것들을 잘게 분해한 후 배출하는 배설물은 비료가 되어 자연계의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답니다.


한 생물을 요약하여 소개해 드리려니 칸이 심히 모자라네요. 쨌든, 달팽이가 수분보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우리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봅시다.


달팽이는 선생님의 조심스런 손길 아래 팩 따위에서 들려 꺼내졌어요. 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투명 플라스틱 위에 달팽이를 올려 놓아 주셨구요. 사진을 보시면 고사리 같은 손이 분무기를 들고 있죠? 미동도 없는 달팽이에게 수분보충을 핑계 삼아 밍기적 거리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함이었어요.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 달팽이가 조금 움직이더라구요. 저는 태어나서 달팽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인데, 신기했습니다.


달팽이를 만지기 전에는 선생님과 아이가 약속을 하나 했어요. 달팽이를 세게 누르면 달팽이가 아파하니 절대 세게 누르지 않고 살살 달래듯이 만지기로요. 아이는 일단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한 눈치였어요.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이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뭐 이건 제가 엄마라서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걸수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달팽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때는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상추를 주니까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갉아먹기 바빴는데요. 오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이건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 작은 녀석이 먹긴 엄청 먹고 또 엄청 싼다고 하네요? 그 응가 냄새는 정말 고약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섭취한 채소의 색깔대로 응가를 눈다고 하는데 뭔가 신비롭고, 갈수록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려 달팽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계시는 것 같았는데, 요 작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하나 도와준다는 점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대단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이건 알로에젤이에요. 뜬금없이 웬 알로에냐구요? 달팽이를 만졌을 때 점액을 느꼈거든요. 끈적끈적한 달팽이 점액을 이 날의 수업재료로 사용하기에는 양이 적고, 비인간적이니 알로에젤을 대신 활용한 것 같아요.

알로에젤은 발라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시원하구요. 달팽이 점액처럼 끈적끈적 하지는 않지만 물처럼 흐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움켜쥘 수도 있고, 원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만져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모든 알로에젤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냄새도 좋더라고요. 선생님은 알로에젤 한 팩을 그 자리에서 뜯어 모두 짜주셨는데, 양이 꽤 많아서 제대로 촉감놀이 하는 기분이 나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는 뭐 물 만난 고기마냥 좋아했지요. 두 손으로 선생님이 짜주시는 알로에젤을 받으면서 양손 가득 넘쳐 흐르는 알로에젤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고, 바닥에 뿌려진 젤을 가지고 미끄덩 거리는 느낌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경험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나 선생님이 알로에젤을 손에 짜주시는 그 순간이었어요. 저희 아이는 물감도 그렇고 언제나 손에 짜여지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하더라구요. 왜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블로그에 사진을 최대 8장 정도만 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내용이 잘려 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텐데, 그렇게 잘려 나간 부분은 제가 최대한 설명으로 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위 사진은 알로에젤 위에 선생님이 노란색 물감과 분홍색 물감을 짜주신 후 아이와 함께 합동하여 섞어놓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애벌레를 그려주린건데요. 그림은 애벌레 말고도 별, 나비, 고래 등을 더 그려주셨어요.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자마자 저희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치대어 없애버려서 요 사진은 매우 희귀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감의 질척함 그리고 알로에젤의 미끈함이 합쳐져 새로운 촉감이 탄생하였어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비로소 달팽이 점액과 비슷한 촉감이 만들어졌단 생각이 들었네요.

선생님은 수업 전 제게 먼저, 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주시고, 오늘 그렇게 진행이 되어도 괜찮겠느냐는 여부를 물어봐주셨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씻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제 아이에게 서보라고 하니 조금 두려워 해서 선생님이 두 팔을 잡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셨어요. 그러면서 정말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미끄덩 미끄덩 하게 해주셨네요. 아이는 처음엔 두려워 하는 눈치더니만 나중엔 즐겼어요.


물감은 손과 발을 비롯해 옷은 물론이고 거의 온 몸에 다 묻어버렸습니다. (머리에 안 묻은게 어디에요) 하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씻으면 되니까 크게 상관 없구요.

선생님은 제자리 뛰기, 앉아서 스케이트 타기 등을 하게 해주셨어요. 아이는 마스크를 썼는데도 즐거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으로한껏 놀았습니다. 수업 시간이 30분인 것이 오늘은 특히 더 아쉬운 날이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치 티비 전원 끄듯 갑자기 중단을 해야만 하다니. 체력만 허락한다면 제가 해주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고 안타까웠네요.

 


오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구요. 씻기는게 무척 힘들 것 같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서 오늘도 역시나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알았는데 물감놀이를 하는 도중 선생님 양말에 물감이 묻었었네요. 수업할 때 전혀 몰랐었는데. 저희가 화장실로 씻으러 갈 때 닦아내셨는지 양말을 갈아 신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 선생님을 보면 '극한직업'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돌아가실 때 별 건 아니지만 음료수라도 꼭 챙겨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이가 19개월이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겪어봤는데, 이 선생님은 유독 더 특별해요. 미혼인데 아이를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스킬들과 애정이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건지 모르겠어요. 이제 곧 이사를 가는데 기준이 높아져 버려서 큰일입니다.

그럼 이만 글은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도 시간과 기타 여건이 허락한다면 수업 후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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