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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본문

유하우스/엄마표놀이 & 유아수업 👩‍👦

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유하우스 2021. 8. 17. 06:23


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때보다 마음이 더욱 몽글몽글 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시작은 폼폼이로 만든 애벌레의 등장으로 시작됐어요. 막대기를 끼워, 막대기를 움직일 때마다 애벌레도 꼬물꼬물 거렸는데요. 저는 신박하다고 생각했으나 저희 아이는 싫은지 무서운지 제게 와 도리질을 치더라구요. (직접 조작해보면 좋았을텐데, 아쉬워라) 요 애벌레 이름은 팽이래요.

왜 팽이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수업 중간에 물어보기도 뭐해서 혼자 유추해봤어요. 결국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하며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지만요.


저 동그란 테이프심같은 것의 이름은 지관이라고 해요. 알록달록 색지를 붙여 애벌레의 몸통을 만들었네요. 실에 끼워 직접 한 마리의 애벌레를 완성해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려 하셨어요. 요앞전에, 지관통을 덜 낯설게 하려는 의도로 손에도 발에도 끼워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는데 아이가 그걸 너무 재미있어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해도 아니라고, 다시 손에 끼우라고, 그래서 한참 그러고 놀다 여차저차 이 순서까지 왔어요.


완성된 지관 애벌레는 시키지 않아도 실을 들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더라구요. (아마 몬테소리에서 끌고 다니던 애벌레가 생각나 자연스럽게 그리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애벌레를 완성하기 전에는 선생님이 쌓기를 보여주셨어요. 늘 다양하게 놀아주셔서 너무 감사한 우리 선생님.


스토리텔링은 빠지면 섭하죠. 오늘은 귀여운 애벌레 친구와 거북이, 그리고 천둥이 등장했는데요. 이야기는 이래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와서 거북이는 등껍질 속으로 얼굴을 쏘옥 숨겼는데, 달팽이는 집이 없어 내리는 비를 다 맞았어요. 너무 슬펐던 달팽이는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나도 집을 갖게 해달라고요. 그랬더니 달님이 내려와...


직접 애벌레의 집이 되어주었어요! 나이가 들었는지 제가 뭐가 잘못된건지 저 너무 감동 받았어요. 그래서 관객마냥 "우와~~" 수업에 끼어들면 안 되는데 참을 수가 없었네요. 팽이는 이제 달팽이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저희 아이는 팽이에게 달님을 붙여달라는 권유에도 응하지 않았어요. 너무너무 반가운 친구를 만나 애정을 과시하느라 바빴거든요.

저희 아이는 매일 밤, 하늘에 달이 떠 있으면 저와 함께 인사를 나누어요. 없으면 달님이 바쁜가봐, 왔으면 또 오셨어요? 하면서요. 달님을 보면 아이는 손가락질을 하고, 인사를 하고, 눈을 못 떼요. 저는 아이 앞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다쟁이라 아무 말 없는 달이랑도 계속 얘기해요. 이 시간을 날이 갈수록 아이가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서 이제는 달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그 달을 요즘은 못 보고 있어요. 요즘 잘 안 보이더라구요.


아이가 오옥! 오오옥! 하면서 좋아하는 달이라 제게도 특별해요. 남들이 보기엔 그냥 노란 동그라미일 뿐이겠지만 말이에요. 평소 달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져온 아이가, 선생님이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하며 꺼내주신 달을 눈에 띄게 너무 좋아해서 저는 또 감동을 받아버렸어요. 아이는 달을 가지고 소파로 갔어요. 그리고 깔고 앉고, 드러 눕고, 안아주고 난리가 났어요. 선생님이 제게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하실 정도로요.



달님에게 건넨 인사는 우연히 시작되었는데 아이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의욕이 불타오르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볼 기회를 아주 아주 많이 제공해줄게.


그렇게 좋아하는 달님을 깔고 앉고(애정표현임) 이번에는 핑거심벌을 만져보고 있어요. 처음엔 종인 줄 알았는데요. 소리가 비슷해서요. 가까이서 보니 작은 심벌즈더라구요. 심벌즈 어떻게 치는 지 아시죠? 박수치듯 짝짝짝 치면 귀 찢어지는 거 아시죠. 요 작은 핑거심벌도 마찬가지에요. 양손에 하나씩 잡고 위에서 아래로 스치듯이 때려야 하는거에요. 핑거심벌은 오늘 처음 봤는데 귀엽고, 영롱한 소리에 반했어요.


롤리팝 드럼이네요. 위의 핑거심벌은 보름달과 같은 모양이라서 나왔던 것 같구요. 롤리팝드럼은 뭐 이것도 같은 이유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달팽이의 등껍질을 연상시켜 주셨어요. 저희 집에 있던 곰돌이 푸우 등에 올려 달팽이가 되었다고 해주셨어요. 푸우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도 보여주셨구요. 귀엽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같지 않나요?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달을 치울 때 아이가 울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그러진 않더라고요. 오늘 수업은 다른 때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노래하며 커다란 달을 가방에서 꺼낼 때, 손을 뻗으며 눈을 반짝거리던 그 표정과 몸짓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다음주 수업은 미술로, 실제 달팽이가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노크는 생태 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기대가 되네요. 수업이 끝나고 바로 잊어버리지 않게 달팽이 책을 왕창 준비해 두어야겠어요.

요즘은 하룻밤 잠만 자고 일어나도 어디서 일 년은 지내다 온 아이처럼 폭풍 성장을 해서 놀라워요. 말도 하루에 두 단어 혹은 두 문장씩 구사하고 있어요. 돌 즈음 개인기가 한 달에 하나씩 늘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두 개씩 느는 느낌이예요. 오늘도 아이와 편안하고 질좋은 시간 보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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