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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히가시노게이고 - 명탐정의 규칙

유하우스 2020. 2. 14. 10:51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게이고가 추리 소설을 낱낱이 파헤치고 나섰다.

밀실 X인, 다잉 메세지, 무대의 고립, 토막 X인, 동요 X인 등 책을 읽는 우리 모두는 그것을 이미 "뻔하다"거나, "진부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치 금기사항이라도 된 듯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 '명탐정 코난'을 예로 들면, 제대로 된 추리와 범인을 잡은 적이 없는 형사와, 범인을 지목해야 할 때 바닥에 픽 하고 쓰러져 틀리지도 않고 언제나 정답 만을 얘기하는 명탐정, 그리고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또 모처럼 놀러간 휴가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는 X인 사건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추리소설에서 주요한 장면들이 반복 되었음에도 장소만 살짝, 트릭의 스케일이 살짝 달라질 뿐인 또 다른 책을 집어드는건 어째서일까.

히가시노게이고는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여편의 작품을 써낸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다. 추리소설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수십여편 속 수백천명의 범인을 만나봤단 뜻이다. 그는 명백한 작가임에도, 이 책에서는 독자의 입장에 서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깊게 생각하기 귀찮은 것'들을 우리를 대표하여 으름장 놓아준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무언가에 깊이 골몰한 시간이 남들보다 탁월한 누군가 그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니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전개는,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지방 경찰 본부 수사 1과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여느 추리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X인 사건을 처리해 나가면서 중간 중간 '도저히 못 참겠다!' 싶다고 느껴질 때 책에서 나와, '죽기 전에 다잉메세지는 왜 남기는거야? 그리고 의문스러운 메세지를 남길 바에는 차라리 범인 이름을 적는게 더 낫지 않아?' 라고 하소연을 하고, '그래, 이렇게나 추리소설의 규칙을 파헤쳤으면 이제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겠다.' 고 생각 할 찰나,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이 범인이 되어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탐정 추리 소설의 경우 주인공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 나타난 '추리소설에서 방귀 깨나 뀌는 사람들'의 대거 출연은 소재거리에서부터 신선하다고 느꼈다.
자기 자신이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이라서 작가와 독자가 적당히 서로를 속이고 책장을 넘기는 것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자기 성찰과 비판의 무대를 써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리소설의 특징상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장치가 생긴다면 부자연스러울 것이 자명하다. 이렇듯 작가에게도 늘 숙제 같은 고충이 있을 걸로 생각되는 한편, 독자인 나는 추리소설의 한정적인 작법을 보면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작가를 남몰래 구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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