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가 37살 때 산부인과 진단을 받았는데 난소나이 41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2년 후, 재진단을 받았을 땐 47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요. 이대로는 영영 임신을 할 수 없을까봐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자 채취를 하기로 마음 먹는데요.

한국에서는 정자 기증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일본에서 다시 한 번 난자 채취를 하고 임신 준비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국에 있는 자신의 얼린 난자는 아기를 갖고 싶지만 생기지 않는 부부들이 자신에게 줄 수 없겠냐고, 그런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그 사연이 모두 절절해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들더라고요.

 

정자 기증을 받는다고 할 때 우리 부모님은 어떤 태도를 취하실까요?

 



사유리의 부모님은 그녀를 존중하는 분들이셨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어떤 선택이든 딸의 의견을 존중하고, 책임을 지도록 도와주는 분들이셨죠. 그런 분들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유리의 자존감이 이토록 높은 것에도 수긍이 갔습니다.

"엄마, 나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야겠어. 정자를 기증받아서." "그래, 그럼 엄마가 병원 알아볼게." 이게 우리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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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유리가 정자를 기증받아서 임신을 했어." "사유리만 안 죽으면 돼. 사유리만 죽지 않으면 난 상관없어." 이게 우리 아빠다.


제 입장이라고 생각을 하면 말문이 턱 막혀요. 저도 사유리 부모님과 같은 교육관으로 아이를 키우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 그럼 엄마가 병원 알아볼게.' 와 같은 말은 선뜻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어떠한 선택이든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지는 인생... 아이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한편, 살아도 보고 싶더라고요. 이렇게까지 자식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부모를 둔 사유리가 놀랍도록 부러웠어요.

일본에서 난자 채취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난자 채취는 여러 개의 난포가 성장하도록 미리 배란 유도제를 맞고, 배란이 되면 마취를 한 후 난소에 주삿바늘을 넣어 난자와 난포액을 뽑아내는 단계를 거친다. 이렇게 채취한 난자와 기증받은 정자로 시험관 수정과 배아(수정란) 자궁 이식을 시도한다. 착상에 실패하면 매달 이 과정을 반복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야 하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위해 드디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데 깊은 안도감이 들었다. 그 감각이 큰 위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매우 지친다고 하는데 난임으로 고생하는 다른 예비 부모들의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해 맘이 안 좋았어요. 이런 과정을 겪고 마침내 얻은 아기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아기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갖게 되면 태어날 아기의 얼굴을 대충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유리는 기증자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추측이 어려웠어요. 그래도 태어날 아기의 성격은 상상 해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기증자의 성격 및 IQ, EQ를 알고 선택했기 때문이었어요. 사유리는 태어날 아기가 이런 점은 갖고 있었으면... 하고 바랐어요.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좋아하는 기증자는 제외했다. 이미 내 쪽에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부계 친척이 있어서 유전되는 질병이 없는 정자를 받아야 했다. 더불어 정서가 안정되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EQ가 높은 기증자의 정자를 선택했다. 그 기증자가 운동을 좋아하고 차분하며 끈기 있는 성격이라고 해서 더 호감이 갔다. 나는 항상 내게 끈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왔는데,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기증자의 정자가 내 쪽의 모자란 면을 채워주길 바랐다. IQ는 내게 크게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나중에 이런 말도 나와요. 사유리가 어릴 때 친구에게 들은 모진 말에 상처를 받아 울면서 엄마에게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때 사유리의 엄마가 "그럼 나도 바보네! 아이스크림 먹을까?" 하며 유쾌하게 넘어가셨대요.

사유리는 엄마에게 삶을 농담처럼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하는데요. 훗날 젠(사유리의 아들 이름)이 밖에서 남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자신도 엄마처럼 행동할거라고 했어요. 행복과 불행은 내가 정하는거지 남이 정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남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아무리 나를 칭찬해도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부끄러운 일이 있다면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감정의 기준이 나에게 있으면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젠이 나의 이런 성격을 닮으면 좋겠다. 젠을 둘러싼 모든 사람이 젠을 불쌍하다고 해도 젠 스스로가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 모두가 젠에게 행복해 보인다고 해도 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내 마음은 찢어질 것이다.


사유리가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리고 뒤이어 젠이 행복한지 불쌍한지는 오직 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 공감해요. 무슨 일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이에요. 이건 애엄마인 제게도 적용 가능한 말인 것 같아요. 사유리는 참 생각이 깊고 배울점이 많아요.



임신 소식을 알릴 현명한 방법

 



이런 사유리에게도 당연히 고민은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법으로 임신을 했기 때문에 연예인인 그녀는 생각이 많았어요. 심지어 만삭 때까지 출연 하고 있던 프로그램에는 펑퍼짐한 옷으로 체형 커버를 하고 다니며 아무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지인들에게도.

아기를 출산하고 이제 이 사실을 어떻게 알릴지에 대해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려고 했다고 해요. 하지만 아기에게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싶은데, 부모인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안되잖아요? 결국 모든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결심해요.

일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방송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어마어마한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중의 반응은 예상과는 정반대의 것이었어요. 비혼 출산을 응원하는 사람들부터 용기 있는 그녀의 선택에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까지. 물론 정상적이지 않은 선택이라며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압도적이었다고 해요.

'슈퍼맨이 돌아왔다' 라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정이 났을 때, 비혼 출산은 가족의 해체를 의미하며 결국은 동성혼을 부추긴다는 식의 시위가 있기도 했다는데요. 프로그램 제작진은 '기획의도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기획의도라는 게 영원불멸은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상황도 변화하는데 그런 변화를 담고자 한다'고, '사회는 하나의 형태로 고정이 안된다'고 말했어요. 무척 공감가는 말이에요. 슈돌은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담담히 보여줄 뿐 무조건 생기발랄하고 재미있는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지만은 않죠. 그렇게 사유리와 젠은 전파를 탔어요.



사유리가 비혼 출산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오래가진 못 했어요. 그닥 긴 여운을 남기진 못 했다고요. 왜 그랬을까요. 사유리는 제게 '외국인' 그리고 '일본인'이란 이미지가 강해요. 우리나라에서 15년 이상 거주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다른 나라에선 낯선 일이 많이 일어나죠. 전쟁도 일어나는데요 뭐...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 다른 문화를 수용하고 있는 외국인이 한 일이라고 하면 어쩐지 내 일 같지 않게 느껴져요. 내 삶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 사유리의 비혼 출산 소식을 접하고도 저 뿐 아니라 사람들도 그렇게 큰 논란으로 여기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만약 한국 사람이었다면? 사유리 말대로 정말 방송가에서 퇴출을 당했을지도 모르죠. 생태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식의 갖가지 이유를 들어 괴롭히는 사람들에 의해서요.

출산 이후에 뉴스 보도를 통해 내 소식을 접하고 나처럼 비혼으로 아이만 낳아 키우고 싶다며 내게 자세한 방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마음이다. '당신은 했으면서 왜 나는 못 하게 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임신과 출산 사실이 한국 사회에 큰 저항 없이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진 데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저 사람은 원래 다른 세계에 사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니까' 하는 외국인을 향한 조금은 배제적인 시선이 아이러니하게도 내 출산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이런 이유로 사유리는 말리는 입장에 서고 싶대요. 그리고 부모 중 한 사람이 아기를 키우고 싶은 경우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줬어요.

'부' 항목은 비워두었다. 내가 직접 낳은 아기이니 아기의 아버지가 없어도 출생신고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와 반대로 아기의 양육자가 아버지뿐인 경우에는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다. 일본도 한국도 결혼하지 않고 아기를 낳은 경우 '친모'만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물학적 친부임을 확인받아도 아기의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친모의 인적 사항을 모른다는 것을 법적으로 증명해야 하거나 친모가 서류상 행방불명 처리되어 있어야 하고 별도의 소송을 거쳐야 하는 등 문제가 아주 복잡했다. 이런 탓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아기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싱글대디가 적지 않다는 기사를 보았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이기 때문에 예방접종도 맞을 수 없고 병원에도 어린이집에도 갈 수 없다고, 한 싱글대디가 울먹이며 토로하고 있었다. 해당 법은 유전자 검사가 발달하기 전에 마련된 것인데 법의 변화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기사 말미에 적혀 있었다. 유기되는 아기를 위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교회나 사찰도 친권이나 가족관계등록법 등 복잡한 문제로 '미등록' 아기를 새로운 가정에 입양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몇 년 전, 한 싱글대디가 친모 증명에 어려움을 겪어 아기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병원도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못해 매우 힘들어하고 계셨는데요. 다행히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이 생긴 이후부터는 아이의 엄마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몰라도 유전자 검사 결과를 거쳐 친부임이 증명 가능한 경우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보육은 엄마 몫'이라는 족쇠가 엄마 뿐 아니라 아기, 아빠까지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1975년 미국에서는 사별한 아내 대신 아기를 키우는 남편에게 보육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 당시 변호사는 사회 보장법에 내재된 젠더 차별은 아내와 남편, 아기 모두를 차별한다고 말한 바 있어요. 그리고 출생신고는 비단 아기의 복지 혜택 문제가 아니에요, 생존 문제지. 당연히 가져야 할 아기의 권리는 지켜줘야해요.

그리고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우리가 쉽게 펼쳐드는 아기 그림책엔 응당 엄마 아빠가 등장해요. '곰 세마리' 노래도 그렇고요. 아기가 있으면 엄마 아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식당 종업원의 응대부터 공공기관의 서류까지 모든 것이 엄마, 아빠, 아이로 이루어진 가정을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는 사유리의 말에 말문이 막혔어요. "아빠는 어디 있어?", "엄마는 어디 있어?" 같은 말도 앞으론 조심하려고요.

앞으로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더 많은 형태의 삶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10년만 지나도, 아니 5년만 지나도 나와 젠 같은 가족은 너무 흔해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때 그 모양이 어떻든, 이유가 무엇이든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세상은 젠이 살아갈 세상이기도 하니까.

 

 

엄마

 



아기 곰이 귀여워서 만지려고 하면 어디선가 엄마 곰이 튀어나와 공격할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자기 새끼를 지키려는 본능은 누구나 다 같은가봐요. 작년, 사유리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참 논란거리가 되었었는데요.

아파트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그녀는 아기를 데리고 근처 카페로 대피했어요. 하지만 급하게 내려오느라 핸드폰이며 신분증을 모두 놓고 오는 바람에 QR코드 체크, 신분증 확인 후 수기명부 작성을 할 수가 없었어요. 사유리는 아들이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떨고있는 걸 보고 잠시만 실내에 있으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직원은 끝내 거절을 했다고 하죠. 그리고 사태가 수습된 이후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아이가 추위에 떨고 있는 상황인데 핸드폰이 없다는 이유로 매장에서 쫓아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는데요. 스타벅스 측은 정부 방역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고자 노력한 부분이라는 해명을 내놨었어요.

기사가 난 후 사유리는 해당 카페에 재방문해 직원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고 해요. 이 분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일텐데 내 자식 지키자고 함부로 대한 것이 미안했다면서요.

사유리는 원래 그렇게 감정에 치우쳐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래요. 그런데 아이가 품에 있으니 신경이 오로지 아이에게로만 향해서 평소 자기 답지 않은 행동이 나왔다고 하네요.

엄마가 아이를 안고 공포영화를 보면 공포감을 두 배 이상 크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보았다. 품 안의 아기를 지키려는 보호본능이 머릿속에 경고음을 더 세게 울리는 것이다. 그 보호본능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게끔 시야를 차단하고 몸과 마음을 자극한다. 경험해보니 그건 이성으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날 뼛속 깊이 깨달았다.


사유리는 비혼 출산이라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지만 진심으로 아기를 사랑해요. 육아 이야기는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립기도 반갑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빠가 없어서 체력적인 문제에 닥칠 때는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하지만 부부싸움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어 그건 또 좋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네요. 훗날 젠이 아빠를 찾으면 어떻게 대처할지 그건 오롯이 엄마인 사유리 몫이에요. 누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요. 사유리는 잘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유리와 함께 자라는 젠도 바르고 씩씩하게 잘 클 것 같고요.

자고 있는 젠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전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젠을 위해서 엄마도 열심히 살게. 젠도 나 자신도 열심히 돌볼게.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임신을 하기에 적당한 나이란 게 존재하는데, 여성은 그 시기에 다른 일에 더 몰두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임신과 출산과 육아는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니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죠. 그래서 더더욱 난자 냉동 시술에 관한 정보는 알고 있어야겠다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에요. 임신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요.

그리고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에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함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을 수 있기를. 아기를 위해 더 열심히 살겠다고 얘기한 사유리, 사랑이법을 추진한 사랑이 아빠처럼 저도 제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방법을 생각해볼 거예요.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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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박진영 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져서 책을 찾아봤어요. '미안해' 라는 책을 낸 적이 있더군요. 저는 2년전이긴 하지만 그나마 신간인 '무엇을 위해 살죠?' 를 읽어봤습니다.


이 책은 반 이상이 종교에 대한 이야기에요. 기독교요. 박진영이 이렇게 독실한 크리스찬일 줄 몰랐네요.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유념하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흐름은 초등학교서부터 대학교, 스타가 되기까지, 연예계 생활, 엔터테인먼트 사업, 미국 진출, 이혼, 그리고 종교 이야기로 이어져요. 워낙 푹 빠져 읽었던 책이기 때문에 이번 책은 책갈피가 적습니다.

• 초등학교 - 인생의 목표가 정해지다


🍀 박진영은 솔직한 노래가사를 쓰기로 유명하죠. 저는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정말 궁금했어요. 초등학생 시절, 한 여학생을 좋아하게 되었대요. 그런데 이루어지진 않았고요. 사랑이 이루어지면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나봐요. 그 사건을 시작으로 그는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에 대한 환상을 갖게 돼요.

하지만 그 후에도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어느 날은, 사랑하는 그녀에게 차인 뒤 누군가에게 그녀와 누군가가 사랑에 빠졌단 얘기를 전해 들어요. 찾아가보니 그 당시 박진영의 눈엔 더없이 멋있는 사람이었던거죠. 그 때부터 박진영은 그 사람을 이기기 위해 노력해요.

• 대학교 - 가수가 돼야겠어


🍀 고등학교 시절 얘기 하나 할게요. 전교 회장을 뽑는데 놀기 좋아하던 그가 뜬금없이 출마를 하기로 결심해요. 그리고 당선이 되고요! 그의 공약은 축제를 더 재미난 것으로 바꾼단 것이었어요.

축제가 시작되기 전, 그는 무대에 올라요. 그리고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를 한 몸으로 받은 그는 자신이 무대 체질이란 걸 깨달아요. (아이유도 학창시절, 선생님이 축제에 한 번 올라보라고 해서 올랐다가 자신이 무대 체질이란 걸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런 얘길 들으면 마치 미래가 정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 가수가 되는 길은 그렇게 험난하진 않았단 것 같아요. 누구의 소개로, 혹은 우연히, 그렇게 시작을 하게 돼요. 데뷔를 한 이 후의 이야기는 좀 다르지만, 몇 년을 갈고 닦아 연예인이 되었다! 이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학창 시절, 좋아했던 그녀와 사귀는 남자를 목표를 삼았다고 했었잖아요. 스타가 된 이후, 그러니까 '날 떠나지마'와 같은 히트곡으로 모두가 알아보는 스타가 된 이후 우연히 그를 마주쳤다고 하는데요. 그가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cd를 건넸다고 해요. 자신의 cd를요.

가만히 cd를 듣는데 노래는 형편 없고, 춤도 못 춰서 실망을 했다고 하네요. 이런 사람을 목표로 내가 달려왔다니... 하면서요.

• 사업가 - JYP엔터테인먼트


🍀 박진영이 우리나라 3대 기획사의 대표가 될 줄 누가 예상 했겠습니까. 처음에는 BTS를 만든 방시혁 대표와 함께 일했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방시혁은 서울대, 박진영은 연세대 출신이죠.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박진영은 겸손이 몸에 배어서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지 모르는 것 같아요. 어쩌면 자기 자신도요. 저는 머리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학창 시절 내내 놀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연세대를 갔을까요? 아버지가 대학에 가면 좋은 차를 사주시겠다고 했다지만요, 노베이스에서 연대갈 정도가 되려면 무지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시잖아요. 노는 걸 끊고 공부를 했겠죠. 그 의지부터 성실성 모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를 차린 것도 가수를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 삼아 설립을 했다고 해요. 음악 만들 줄 알고, 어떻게 유통되는지 아니까 대담하게 만든거예요.

그가 만든 가수는 god, 별, 비, 노을, 원더걸스... 지면이 모자라 그들과 함께 하며 느낀 여러 일들은 많은 부분 생략 되었어요. 그래서 그의 사업가로서의 성공이 누군가에겐 쉬워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결코 아니겠지만요.

• 미국 진출 - 최초의 절망


🍀 한창 잘 나가던 때 박진영은 또 한 번의 도전을 해요. 그는 적합한 친구들을 데리고 미국 진출을 꾀하는데요. 자금을 대는 일이 어려웠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아서요. 모든 걸 자신의 돈으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잘 풀리게 되어 가수들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요. 그런데 이게 웬 일?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고 말아요. 세계 금융 시장은 무너지고, 음반사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바쁘고, 결국 그의 프로젝트는 모두 무산되고 맙니다.

그를 믿고 나중에는 회사에서도 돈을 융통해 줍니다. 그런데 그런 사태가 일어났으니... 운이 나빴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그 일로 인해 회사는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한국에 돌아온 그는 사람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았고요.

• 이혼 - 부서진 꿈


🍀 사랑하는 그녀와 결혼을 했던 그의 마음에 텅 빈 감정이 점점 자리잡습니다. 이 공허하고 허탈한 감정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가 않는데요. 결국,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꿈꾸던 그는 아내와 이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은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오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그제서야 진지하게 던져요.

• 성경 - 믿기로 결심하다


🍀 그는 많은 종교서적을 읽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중에서 성경이 가장 논리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이제부터 그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얼마나 성경을 많이 읽었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나면 그에 맞는 성경구절을 적어놓고, 그와 비슷한 구절도 적어놓고, 거의 무슨 누르면 나오는 컴퓨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그의 고민은 가히 가볍다고 여길 만한 일이 아니었어요. 믿는데, 믿어지지 않는거예요. 무슨 말이냐하면, 성경에서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잖아요. 그런데 그 사실은 믿는데 '정말 내 죄가 사해졌는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대요. (정말로 답답했는지 이 얘기를 라디오스타 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까지 얘기 했더라고요) 그렇게 7년의 시간을 보내요.

그러던 어느 날, 성경의 어느 말씀을 제 얘기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그 때는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는 것이었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신앙심이 깊은 분들은 공감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 만한 대목이었습니다.

• 구원과 행위 - 구원은 취소될 수 있나?


🍀 구원이란 단어가 나올 때마다 흠칫해요.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얘기가 항간에 떠돌았었잖아요.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런데 이건 저도 한참 교회에 다닐 때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행위로 인해 우리가 죄 사함을 받았다고 배웠는데, 깨닫고 회개를 한다고 한들 앞으로 또 죄를 저지르면요? 그럼 구원이 취소되는건가요? 인간이기에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건 불가능한데 한 번 구원을 받았다고 그걸로 정말 끝인건지가 궁금했어요.

박진영은 예수님이 우리의 과거의 죄와 미래의 죄까지도 포함하여 용서를 해주셨다고 그 사실을 진실로 믿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도 이렇게 배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쁜 짓을 하면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도 같네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대단히 확신을 가지고 말해요.

이 외에 누가 천국에 가는지 참교회는 어떻게 구별하는지 박진영 본인의 삶은 누구를 위해 사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모두 종교 색채가 짙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는 게 좋겠고요.

 



종교 이야기를 쭈욱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보통은 목사님이 하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자신이 납득이 가지 않으면 해소를 하기 위해 스스로 알 때까지 공부를 하는 모습이 집념 있어 보였어요. 원래 성격인 것 같아서 '이런 성격이라면 뭘 했어도 성공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마지막 즈음엔 자신이 건강과 사업과 음악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뭘 어떻게 먹는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음악은 어떻게 만드는지.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얘기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억에 남는 부분 공유해볼게요.

인간에게는 가슴에서 느껴진 모티프를 영원히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시간의 노예로 사는 우리의 유한함을 슬퍼하며 영원한 것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느껴진 그 감정을 영원히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결과 만들어진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 공감해요. 시간의 유한함을 아쉬워 하며 남기는 것들 중엔 일기도 있어요. 예전에 쓴 글을 보면 별 거 아닌 글임에도 감정이 벅차오를 때가 있죠. 당시에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노래였는데 몇 년이 흐른 뒤 들으면 그 시절을 회상케 해서 그 노래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음악은 또 아름답기 때문에 더욱 이런 감성에 젖어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가슴으로 시작해서 가슴으로 완성하는 사람은 대박을 터뜨릴진 몰라도 롱런하기 힘들고 머리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하는 사람은 롱런을 할진 몰라도 대박을 터뜨리기 힘들다. 가슴으로 시작해서 머리로 완성하라.


🍀 가슴을 울리는 발라드 한 곡이 생각나요. 좋은 노래였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시간이 지나자 노래도 가수도 조용히 사라졌어요. 감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게 노래라고 하지만 노래 자랑이 아니라 사업이기도 하기에 감정에 호소만 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죠. 그렇다고 개성이 없이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금방 밑천을 드러낼테고요.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을 영리하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 대중들과 소통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트렌드와 흐름을 잘 읽는 게 중요하죠.

사람들 앞에서 조심하려고 하지 말고 조심할 게 없는 사람이 되자.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이 거짓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이나 행동은 사람들이 없는 데서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어 하나라도 방송에서 쓸 수 없는 말은 사석에서도 쓰지 않으려고 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욕설은 하지 않는다. 내 핸드폰이 해킹 되어 세상에 공개 돼도 문제가 될 게 없는 삶을 살려고 한다. 누구와 만나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세상에 다 알려져도 문제될 게 없는 삶. 그게 하루 하루 내가 살아가는 기준이다.


🍀 학창시절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박진영이 연예인이 되고 사업가가 되고 지금은 아빠가 되면서 많이 변한 느낌이에요. 특히 저는 '꽉 잡은 이 손' 이라는 노래를 듣고 느꼈는데 아마 종교와 가족의 힘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대표로서의 책임감도 한 몫 하겠죠.)

이렇게 사는 건 힘들 것 같지만 이 책을 보면 박진영은 잘할 것 같고, 저도 시간과 정신, 경제적 여유만 뒷받침 된다면 이렇게 먹고, 쉬고, 생활하고 싶더라고요. 한마디로 그냥 부러웠습니다.





저는 박진영의 곡이 진심을 담은 게 보여서 좋아해요. '네가 사는 그 집', '이 노래', '꽉 잡은 이 손' 같은 것들이요. 모든 곡에 음악가의 진심이 들어가 있지만 박진영의 곡은 일부러 날 것 느낌을 덜 뺀 느낌이랄까요? 이건 박진영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바로 옆에서 불러주는 듯한 노래 많이 들려주었으면 좋겠어요.

**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반 이상 나옵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책이기 때문에 리뷰 먼저 읽어보신 뒤 보시길 권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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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개그맨 김영철. 개그맨 중에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어쨌든 다수가 그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는 그를 스타특강쇼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았다. 거기서 그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신의 공부법, 노하우들을 잘난 체 싹 빼고 담백하게 들려주었더랬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CNN 좀 그만 보라고. 그리고 새로 알게 된 표현이 있으면 학원이든 어디든 가서 좀 써먹으라고.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하도 답답하단 표정으로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경청하여 듣고 있었다.

영어학원을 무려 20년 넘게 다녔다고 한다. 10년도 놀라운데 20년? 이건 성실하단 말론 부족하다. 무언가 그의 마음을 강하게 잡아 끌었던 것 같다.

그의 꿈은 영어로 시트콤을 찍는 것이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꿈을 꾸고 있기에 유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못 웃기는 개그맨이라며 그 자체를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나는 똑똑하고 열정 가득한 이 개그맨의 앞날이 기대된다. 영어학원을 20년이나 다닌 그 집념으로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아래는 내가 책을 읽다가 인상 깊어 책갈피를 해 둔 것이다. 내 생각도 함께 덧붙여 보겠다.

오래전에 읽은 칼럼이 생각난다.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면 행복해질 확률이 낮아진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은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소소하고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복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 소소하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말은 주변에서도 많이 듣는데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란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행복은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지금 심장이 뛰는 것, 사랑하는 아이를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것, 전화를 들어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 모두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은 슬프게도 행복만 유독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다. 늘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일까?

행복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 정답 비슷한 말을 우연히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외수 선생님과 방송할 때였다. 내가 쉬는 시간에 글 잘 쓰는 법을 여쭤보니 꿀팁을 하나 주셨다. "영철이 얘기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 있지? 모니터 앞에서 그 사람에게 얘기하듯 써. 쭉 쓰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면 끝!"


☘ 이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내게도 꿀팁이라 책갈피를 해뒀었다. 매일 일기도 쓰고 블로그에 글도 자주 올리는데 때때로 글쓰기가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얘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쓴다면 이전보다 술술 쓰여질테지.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지.

결심은 문득 하는 것


☘ 새해나 기념일을 기준으로 우리는 새사람이 되고자 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 때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작심삼일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까지 한다. 보너스로 괜한 자책까지. 결심은 거창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번뜩 떠올랐을 때 문득 하는 거다. 나도 이런 생각을 갖고 살고 있어서 공감이 갔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잘하는 게 된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인스타그램을 잘하게 되고, 라디오가 좋아 계속 듣다 보면 음악과 시사 상식이 풍부해지고, 그렇게 조금은 잘하는 게 생긴다. 나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배워본다. 배우다가 재밌으면 열심히 해본다. 그러다 보면 배우고 싶은 게 할 수 있는 게 되고 잘하는 게 된다.


☘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시작하기. 그 시간이 쌓여서 잘하는 일이 된다. 누군 처음부터 잘했나! 매일 하다보니 잘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거지.

공부도 마찬가지다. 책도 마찬가지고. 하기 싫어도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세 번, 하지 않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그러다보면 고맙게도 내 몸에 습관이란 게 배니까.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잘 하는 일이 되어있다.

"기사님, 배가 고프시다는 말씀에 제가 마음이 좀 편치 않았어요. 집에 있는 게 과일하고 잡채랑 이런 것밖에 없네요. 이동하시기 전, 음식이 따뜻할 때 꼭 드시고 일하셔요. 젓가락과 반찬통은 돌려주시지 않아도 되고요. 되도록 식사는 거르지 마세요. 좋은 오후 되세요!"


☘ 택배를 시켰는데 택배 기사가 '내가 지금 배가 고파 올라갈 힘이 없으니 내려와서 물건을 가지고 가라.' 라고 했단다. 황당해서 10초 가량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데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아니면 서서히 언성이 높아졌거나?

김영철은 처음 주문 할 때 기사님이 물건을 집 앞에 놓아두고 가시기로 했었다고 일단 설명을 하고, 기사분이 집으로 올라오시는 동안 남들과 다른 행동을 했다.

냉장고를 열어 도시락을 싼 것이다. 배가 고파 올라갈 힘이 없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여서. 그것도 냉장고에 있는 음식 하나를 건넨 게 아니라 도시락 통을 꺼내 밥, 반찬, 과일, 물까지 담아 그럴듯한 도시락을 만들었다. 거기다 위와 같은 편지도 썼다.

 

김영철이 비단 연예인이라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인가? 김영철은 본인의 어머니가 이런 분이셨기에 자신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연예인이라 그런 행동을 했다고 쳐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택배 기사님은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셨다고 한다. 나였다면 절대 하지 못 했을 행동인데... 평소에 어떤 마음을 유지하고 있어야 이런 행동이 나오는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고마운 일화였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이따금 나오는데 하이라이트를 해두지 않아 공유할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가족을 무척 사랑한단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조언을 할 때,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배려심이 깊어 보였다. 그저 안아주거나 흘리듯 건네는 따뜻한 말이 전부인 듯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좋겠네.

또한 의외였던 점은 생각보다 글을 잘 쓴다는 것. 군대에서는 상도 받았단다. 때때로 멈칫하게 하는 문장들이 있어 놀랄 때가 있었다.

열심히 사는 착한 사람, 김영철. 언젠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러다 나중에 나 잘 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제발 좀 그렇게 되라며 웃고 넘겼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중에 그가 꿈을 이뤘을 때 그 말이 생각날 것 같다. 보란듯이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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