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조압력, 자기보신,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집단주의, 꼬리자르기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동조압력 :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암묵 중에 다수 의견에 맞추는 것을 강제하는 것.

▪️자기보신 : 자기 한 몸의 안전만을 바라고 보호하는 것.




읽는 내내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듯 갑갑했어요. 일본 작품이잖아요, 주제가 국적을 잘 만났다고 생각했네요. 일본 사람들이 특히 잘하는 눈치보기, 과잉충성, 사건은폐, 잘못됐다고 생각 하면서도 휩쓸리기와 같은 모습들을 아주 잘 그려냈습니다.

지독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이런 일본인이 있어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요. 작가도 어디 가서 이런 얘길 대놓고 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라도 목소리를 낸 데 박수쳐주고 싶었어요. 이런 식으로라도 제 목소릴 내야죠.



일부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용 소개부터 갈게요. 🪄




<과거>




이 곳은
유복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것 같은' 하토하 지구입니다. 이 마을은 다른 곳과는 다른 특이점 및 차별점이 있는데요. 일단, <입주 자격 조건>입니다.


  • 1. 남편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자일 것
  • 2. 아내는 전업주부일 것
  • 3. 자녀는 둘 이상이어야 할 것


그래서 기모토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을의 방범대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그녀의 남편은 때때로 그녀를 무시해요. "여자는 몰라도 돼."라면서요.

근데, 이 뿐만이면 다행이게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마을의 방범대원들은 주민들을 옭아매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는 건, 지켜야 하는 규칙을 더 만들었다는 뜻이냐?

하면... 뭐, 그것도 맞는데요. 진짜 특이한 게 곧 나옵니다.



🧩
기모토의 아들 다카유키의 죽음



유치원생이었던 다카유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겁니다. 엄마는 걱정스런 마음에 놀이터에도 가보고, 친구네 집에도 가보고, 마을을 샅샅이 뒤지며 아들을 찾았죠. 하지만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뒤늦게 신고를 하려고 합니다.

그 어느때보다 다급한 순간, 그녀를 멈칫하게 만든 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도 될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요.

마을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을 땐, 꼭 지구대에 먼저 전화 해야하는 게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이 마을 사람들간의 규칙이었거든요.

기모토는 그 규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경찰서에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죠. 경찰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자마자 남편은 아내를 무섭게 노려봅니다. 곧, 마을의 방범대원들에게 급히 연락을 돌린 남편, 방범대원들은 경찰보다 더 빨리 집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경찰에 먼저 전화를 한 기모토에게 무언의 눈치를 주죠.



🧩
목격자의 잘못된 증언



기모토의 아들은 이튿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방범대원 중 한 명이었던 마쓰오가 범행 추정 시각에 동네에서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하는데요. 그 인물은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일하러 들어온 한 노동자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한날 한시 모여 그 베트남인의 집 앞으로 가서 확성기로 그를 불러내고 돌을 던지고, 죄를 인정하라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베트남인은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결백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기모토는 그의 눈을 보고 직감으로 알았습니다.

그는 범인이 아니라고요.



🧩
흐지부지 끝나고 만 범인 찾기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범인을 색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기모토는 사람이 너무 슬프면, 자면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 말일세. 나쁜 짓은 외부에서 들어온 놈이 한다, 우리 마을에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행여 마을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지르기라도 하면 없었던 일처럼 뭉개버리는 거지."

"설마."

"이 마을은 그게 통한다니까."







🧩
하토하 지구에서 벌어진 일가족 실종 사건



19년 전쯤, 하토하 지구에서는 기모토의 아들 다카유키가 유괴되어 죽은 것 말고도 기묘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일가족이 갑자기 실종 되었던 겁니다.

그들은 부동산업자인 노부카와에게 토지를 맡기고 어딘가로 가버렸다고 해요.

마을 사람들은 그 가족의 실종사건은 이 하토하 지구에서 집을 빼고 나간 후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밑에서 이어집니다.



🧩
지구장 대리 노부카와



지구장이었던 스가이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뒤는 이제 노부카와라는 사람이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가이처럼 앞에 나와 진두지휘를 하지 않고 자신은 스가이의 대리일 뿐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태세를 취하는데요. 실제로는 마을의 모든 일이 노부카와의 지휘 아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 되면 자신은 살짝 담가두었던 발을 바로 빼고 발뺌하려는 속셈이었죠. 그래서 지구장 '대리'라는 방패막이를 앞세웠던겁니다. 졸렬한 사람이죠.

노부카와가 지구장 대리가 된 후 마을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그의 아내가 무심결에 한 말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규칙'이 되고 또, '법'이 되고는 했어요.


실제로 쓰레기 배출 규칙이며 공원에서 놀이기구를 없앤 것, 밤 외출을 제한한 것도 전부 노부카와 부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렇다고 명령조로 말한 것도 아니고 넋두리처럼 툭 흘리기만 해도 널리 퍼져나가, "그 댁 부인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하며 동조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당연'하게 굳어졌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고자 하는 문제의식도 없이, 마을의 운영 방침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노부카와 부부의 암묵적인 지시를 주위 사람들이 따르는 형태로 '당연'해졌다.




🧩 료코 가족의 이사



그런 하토하 지구에 어느 날, 료코 가족이 이사를 옵니다. 료코, 남편,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였죠. 료코는 바로 옆 집에 사는 기모토와 가까이 지내게 됩니다. 그녀는 기모토가 어린 아들을 안타깝게 잃은 사연을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진심어린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데요. 그런 료코의 태도를 보고 서서히 기모토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마을엔...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해요.


하토하 지구 주민 여러분께. 남B2에 사는 사람이 마을의 안전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특히 여자쪽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우리를 중상모략 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 주민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여자쪽'이라는 건, 료코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누가 이런 소문을 내고 있는걸까요?

아니,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료코가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거죠?



<현재>





♟️
변호사 이와타, 조사원 마사키



변호사 이와타를 찾아 온 한 소녀는 제 가족을 찾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가족을 알지는 못 하나 이제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왜 나를 버리고 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해요. 그래야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도 정립이 될 거라면서 말이죠.

이와타는 조사원 마사키에게 그녀의 가족을 찾으라는 임무를 내립니다. (그(마사키)와 그녀(이와타)는 마사키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얽힌 신뢰할 수 있는 관계) 마사키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이번에도 그녀의 임무를 잘 수행해보려고 합니다.

이와타는 마사키에게 정보를 흘려요. 그렇게 마사키는 하토하 지구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
실종된 일가족의 딸, 마키



가족을 찾아 하토하 지구를 찾은 마키를 미행하다가 마사키는 위험에 처한 그녀를 구해주게 되고, 그리하여 둘은 함께 다니는 처지가 됩니다.

하지만 마키가 마을 주민들에게 실종된 일가족 사건을 수없이 물어도 돌아오는 건 싸늘한 반응들 뿐이었어요. (더 적확한 표현은 '적의를 드러냈음'이 맞아요.) 도무지 꼬인 실타래는 풀릴 줄을 몰랐죠.

료코(마키가 엄마라고 주장하는)의 집을 찾은 뒤 그 근처에 사는 이웃에게 한 번 더 정보를 구할 때, 문을 열고 나온 여자는 바로 옛날에 아들을 잃은 기모토였습니다. 기모토는 마키를 보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 해요.



♟️
사람들의 죽음



얼마 뒤 마키는 경찰서에 참고인 자격으로 앉아있습니다. 누군가 죽었는데 그 자리에 마키가 함께 있었거든요.

마사키는 이와타와 또 다른 변호사의 도움으로 마키를 보호하고, 이번에는 진실을 향해 눈을 더 똑바로 뜹니다.

마을 주민들은 마키와 마사키가 묵고 있던 숙소에 찾아와 '이 마을에 나쁜 사람은 없다!', '여자를 죽인 범인은 그 안에 있다!'며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졌어요. 19년 전, 기모토의 아들 다카유키가 유괴되었을 때, 애먼 베트남인을 목격자의 증언 하나에만 의지해 범인으로 몰아갔을 때처럼요.

아, 그런데 마키의 부모는 정말 누가 죽인걸까요? 아니면 어딘가에 살아있는걸까요? 그녀는 왜 그런 험한 짓을 당해야 했던걸까요?

한 아들이 유괴되고 끔찍한 죽음을 겪어야 했던 것과, 료코 가족이 일순 실종되었던 것, 그리고 마키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소란스러워진 마을 사이, 무언가 접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느낀점 나눠요🐬





하토하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부르짖었습니다. 특히 방범대원들이 그랬죠. 그래서 그 신념에 어긋나거나 어긋나려 하는 사람들을 보면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달려가 사정없이 물어뜯어버렸습니다. 그들은 '규칙'을 어긴 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싫으면 이사를 가라고 했는데, 글쎄요...

마을엔 그렇게 단순한 사람들만, 바람대로 범죄를 전혀 저지르지 않는 깨끗한 사람들만, 모여살고 있는 게 아니었는데요.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 하는 사람들도 섞여 있었을 테고요.

그냥 순응하고 있는거죠. 말하지 않는다고, 대두되지 않는다고, 그게 다 '옳은 일'인 건 아니잖아요. 단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당연하다는 듯 터부시되는 모습들이 착잡했어요.

저는 신안 염전 노예가 생각나더군요. 공무원마저 도와주지 않는 곳에서 힘없는 개인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같은 인간을 '주인님'이라고 말하는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역시 이번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하토하 지구에서는 개인의 목소리를 아예 싹이 날 때부터 즈려밟고 짓이겨버렸습니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습니다.

사람은 누군가 그렇게 당하는 걸 보기만 해도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여유로운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죠. 인간의 악마같은 면모 중 하나인데요, 무력으로 제압하고, 본보기를 보여줘서 대들지 못 하게 하고, 눈치를 보게 만들고, 마침내는 '내 생각'을 바꾸게 하는... 그런 것들이요.

일본은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매우 많이 의식하기 때문에 이런 게 심합니다. 누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눈치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추측을 냉큼 잡아 공공연한 사실로 만들기도 하죠.

당연히 눈치를 주는 사람도 문젭니다. 눈치를 주는 사람은 내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상대를 주무르고 싶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어요. 나중에 문제가 커지면, '나는 그러라고 한 적 없어.' 발뺌을 하려는 거고요. 이렇게 음침한 행동은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많이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주범이 되기는 싫고 상대는 괴롭히고 싶고, 그럼 그들은 주변에 말을 흘리거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누명을 씌우기도 하고,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하고요. 직접적인 폭력을 써서 경찰에 잡혀가는 짓은 가급적 하지 않습니다. 하더라도 무리 속에 숨어서 하지.

차라리 대놓고 말하고 좋고 싫은 점을 명확히 하는 게 더 나은데, 그럴 용기는 또 없는 게 나약한 그들의 공통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점점 일본처럼 이렇게 영악한 방식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있는 학부모다보니 가장 먼저 학교폭력이 걱정됐는데요. 만일, 사건이 발생하면 내 아이는 무조건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셋 중 하나의 역할을 해야만 하니까요. 가스라이팅에 속아넘어가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줘야겠다는 새삼스런 다짐을 오늘도 또 해봅니다.

치사하고, 역겨우면서 더러운 속내를 오랜 시간 읽었더니 탄산이 땡깁니다.🥤사이다 곁에 두고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이런 마음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작가로선 큰 수확일 것입니다. 사노 히로미는 이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가 되었는데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저는 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압박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자연스럽게 모두가 하고 있기에 나도 하고 있는 것들, 한 번도 '왜?' 하고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 실은 하지 않으면 내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들 있죠?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놓은 것이라 할지라도 의심해봐야지, 그리고 그것이 부당한 일이라면 언젠가는 그 천장이 부서지게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내야지, 하고요.

그럼 여러분도 여러분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다음 책리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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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롭거나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그 감정을 배출한다. 약자는 그 배출구로 희생된다. 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울 때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보고 듣고 기억하는 일들을 제멋대로 비틀어버린다. 이 소설은 그처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사람을 죽이고, 그 몸을 운반하고, 다리를 꺾거나 입에 비누를 넣는 등 괴상망측한 행동을 일상처럼 일삼고 환생, 학대, 이상성욕, 트라우마 등 무거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점 인지하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늘도 스포주의*





주인공 미치오는 집에 유인물을 가져다주라는 이와무라 선생님의 부탁에 S의 집으로 가요. 하지만 거기엔 목을 길게 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S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죠. 미치오는 다시 학교로 가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립니다. 그리고 선생님, 형사 두 명과 함께 집에 가니 S의 몸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는데요. 대체 누가 가지고 간 것일까요?

 

누군가 미치오에게 말을 걸어요. "미치오!" 말을 한 사람, 아니 곤충은 다름아닌 거미였어요. 거미는 자신이 S라고 소개를 해요. 거미로 환생을 했대요. 그리고 미치오에게 부탁해요. 자신의 몸을 찾아달라고.

 

 



S와 미치오 그리고 세살배기 미치오의 동생 미카는 꽤 열심히 범인색출에 몰두합니다. 그들이 주목한 범인은 이와무라 선생님이었는데요. S의 제안으로 그들은 이와무라 선생님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것에까지 성공해요. S의 몸을 이와무라 선생님이 가져갔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거기서 본 것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어요. 어린 남학생들의 사진, 싫다고는 하지만 진짜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 비디오 속 알몸의 S모습. 미치오는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S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음을 인식하고 의심을 하고 또 싸우기도 해요.

S의 집 가까이에 다이조 라는 할아버지가 살아요. 다이조는 우연히 만난 미치오에게 이와무라 선생님이 쓴 자신의 뒤틀린 욕망이 담긴 책의 존재를 알려줘요. 자신의 그릇된 욕망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S를 죽인 게 아닐까, 미치오는 이제 거의 확신해요. 그래서 형사에게 언제 밀고를 할지 기회만 엿봐요. 그런데 진짜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일까요?





1️⃣ S
죽은 뒤 거미로 환생한 아이. 심한 사시에, 어머니와 살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어요.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S에게 다가오기를 꺼려했죠. 지나가는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칼처럼 날카롭게 느껴졌을까 안타까웠어요.

억울하고 억눌린 감정을 분출 할 방도가 없는 S는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맙니다. 힘없는 개와 고양이를 노려 그들을 죽이는 거요. S가 살고 있는 N마을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한 후 입엔 비누, 다리는 반대로 꺾여 있는 괴상한 사건이 9번이나 발생해요. 그런데 S는 죽이기만 했을 뿐 다리를 부러뜨리지는 않았다네요?

S가 죽인 동물의 다리를 부러뜨린 사람은 다리를 부러뜨리다 우연히 창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S와 눈이 마주쳐요. 그 때 S는 동정과 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동질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해요. 그 후로 S는 먼저 몹쓸 짓을 하고 그 사람을 위해 지도에 자리 표시를 해 그 사람 집 앞에 놓아둡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거예요.

S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요. 이마저도 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마음이 얼마나 지옥같았으면 그런 행위를 하고, 끝까지 그런 걸 우정이랍시고 주다니. 하지만 따돌림을 당해 억울했던 S처럼 이유없이 죽은 동물들도 힘들고 슬펐겠죠. 그저 9개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넘어간 게 아쉬워요.

 

 



2️⃣ S의 어머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런데 둘이 어떠한 시간을 보냈는지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S의 엄마가 뭔가를 숨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S가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작가가 그렇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싶어요.

3️⃣ 도코할머니
미치오가 고민상담을 하러 가는 따뜻한 할머니에요. 미치오가 뭔가를 부탁하면 도코할머니는 이상한 주문을 외운 후 실마리가 될 힌트를 꼭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에이고(냄새)'라는 키워드를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지요.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날 도코할머니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던 것처럼 끔찍한 일을 당해요. 과연 누가 그런걸까요.

4️⃣ 다이조 할아버지
다이조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근데 다이조 할아버지는 몰랐대요. 집에 찾아오는 삼색고양이가 도코할머니일 줄. 도코할머니가 환생하여 고양이가 된 거였더라고요. S가 죽고 더 이상 부러뜨릴 것이 없자 정이 들었던 고양이에게 몹쓸 짓을 해버린 다이조.

S가 지도를 준 사람은 다이조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다이조는 다리를 부러뜨릴까요?

어릴 적, 엄마가 돌아가시자 이웃집 아줌마들은 엄마를 둘러싸고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렸어요. 그 중 한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고 다이조는 패닉 상태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마는데요. 그게 실은 장례절차 중 하나였거든요. 아줌마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다이조는 엄마가 아줌마의 남편들과 밤늦게 어울려서 아줌마들이 복수를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다이조는 엄마의 관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이조는 아줌마들에게 한을 품은 엄마가 관 안에서 스스로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개가 끌고 갔나 그래요.) 그리고 하필이면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린 아줌마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 다이조는 엄마에게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맙니다.

노인이 된 다이조 앞에 하루는 뺑소니를 당한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어요. "용서하지 않을거야." 다이조를 뺑소니범이라고 오해한 여학생이 말해요. 다이조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랬듯 이 여학생이 나중에 관에서 나와 자신에게 복수를 하지 못하게 그 때 그 아줌마들처럼 다리를 부러뜨려요.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S에게 건네받은 지도의 장소에 가 매번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다이조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인물이죠. 극심한 트라우마에 일흔이 될 때까지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또한 소중한 동물들의 생명을 앗아간 데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무고한 다른 생명을 해치면 안되죠.

 

 



5️⃣ 미치오
미치오는 초등학생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예요. 어렸을 때 엄마를 깜짝 놀래켜주고 싶어 했던 장난이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를 유산시키는 결과를 낳은 후 엄마에겐 투명인간보다 못 한 취급을 받아요. 엄마는 항상 미카만 찾아요. 미치오의 동생이요.

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다시는 임신을 못 하는 몸이 되었는데 어떻게 미카를 낳았을까요? 엄마는 인형을 보고 미카라고 부르고, 미치오는 도마뱀을 보고 미카라고 불러요. 둘 다 정신병에 걸린거예요.

미치오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미카를 부러워 합니다. 아빠는 늘 피곤한 눈을 한 그냥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에요. 미치오의 엄마가 미치오에게 퍼붓는 악담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미치오가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고 하자 '너보다 기분 나쁘니?', S사건의 목격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번에도 네가 죽였지?' 하지만 미치오는 순한 양처럼 그 자리를 뜨거나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어요.

미치오는 거미가 된 S, 도마뱀이 된 미카, 고양이가 된 도코할머니, 곱등이가 된 다이조 할아버지를 병에 넣고 돌봐주어요. 모두 외로움과 공허함이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다이조 할아버지를 무섭게 몰아부치는 미치오의 분노가 인상적인데요. 그게 그 아이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S는 미치오 때문에 죽었답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기로 했는데 미치오는 연극이 하기 싫어서 S의 집에 가서 S에게 죽어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S는 그렇게 된 것이고요. 미치오는 왜 이런 아이가 된걸까요.


"저뿐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저는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참 사랑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에 무시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해서 얼마나 서글프고 화가나고 원망스러웠겠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이 필수인데 말이에요. 아이에게 부모는 신이라고 하잖아요. 신이 자신을 외면해버리면... 거기다 미치오의 신은 미치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겠죠. 그래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도피했던거고.

슈스케의 소설에는 인간의 생각과 착각, 잘못 듣는 것들이 진상을 가로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우리 인간이 사소한 생각에 쉽게 좌우되고, 보지 않았는데 보았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독자는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깨닫게 된다.


늘 생각을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라고 누가 그랬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실도 정말 참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생각만으로 일, 관계를 그르친 적이 몇 번 있어요. 내 생각이 내 주관에 의해 해석된 것인지 남들이 들어도 납득할 만한 일인지 이제 잘 가려야겠죠.

그나저나 다이조, 미치오의 트라우마가 만든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네요. 트라우마 관리도 필요한 것 같아요.

끝으로... 이야기가 맥거핀으로 이용만 되고 스르르 사라져버린 것이 있어요. 이와무라 선생님의 악취미.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악질 중에 악질이죠. 그것도 선생님이. 근데 책에서는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도 자연스럽게 묻혀졌어요. 생각할거리나 교훈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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