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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코로나 확진, 일단 엄마와 20개월 아기는 음성 (자가격리 시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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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코로나 확진, 일단 엄마와 20개월 아기는 음성 (자가격리 시작)

유하우스 2021. 9. 20. 22:42


1. 음성인지 양성인지 모르겠는데 일단 양성처럼 행동하세요.

애기 아빠는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 왔어요. 그 때마다 늘 음성이 떠서 초반엔 다행이라고 생각 했고, 또 한편으론 '생각보다 잘 안 걸리는 거 아니야..?' 라는 안일하고 멍청한 생각도 했었네요.

그러던 어느 날, 검사를 받고 왔는데 보건소에서 '음성인지 양성인지 정확하지 않으니 내일 다시 검사를 하러 오라' 하더라고요. 그리고 하러 오시기까지 행동은 양성인 것처럼 해달라고 말씀 하셨어요.


그래서 남편은 자가격리에 들어갔어요. 안 방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 혹 나와야 하면 우리가 집에없을 때 잠시 나왔다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검사를 마치고 다음 날 검사 결과를 받은 게 양성이었어요.


2. 엄마와 20개월 아기도 첫 코로나 검사

신생아도 검사 받는 이 시국에 20개월이 뭔 대수냐 싶겠지만 아프다는 얘기가 많아 엄마로서 너무 걱정스러웠어요. 가까운 보건소에 가 절차를 마치고 엄마 먼저 검사를 받았습니다.

코에 뭐가 쑤욱 하고 들어왔다 나갔는데 눈물이 찔끔. 그리고 아기는 의료진이 직접 나와 검사를 해주셨어요. "선생님이 아프지 않게 해줄게. 좀만 참아." 라고 하셨는데, 이미 선생님이 걸어오시는 걸 보는 순간부터 울음이 터졌네요.

하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검사를 마쳤어요. 바로 안아주고 달래주니까 눈물도 금방 그치고.. 기특한 우리 딸.


3. 시설로 들어간 아빠

양성 판정을 받은 날로부터 이틀 뒤, 그러니까 어제 아빠는 격리시설로 들어갔어요. 구급차가 데리러 왔다고 하네요. 안산에서 다른 확진자들과 모여 충남 아산에 있는 시설로 함께 이동했다고 하는데 정말 격리시설이 부족한가보다 싶었습니다.

확진자 격리시설 내, 배정받은 2인실 방


남편과 저는 이와중에 일인실을 내심 바랐지만 배정은 이인실로 받았어요. 착한 중학생 남자아이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대요.

격리시설에서 제공하는 밥


밥은 삼시세끼 다 제공을 해준다고 합니다. 내 몸 아파서 들어간 시설인데 이렇게까지 잘 챙겨주다니 좀 놀랐어요.

하지만 밥이고 자시고 남편은 아파서 죽겠나봐요. 오히려 시설에 들어가서 열이 오른 것 같더라고요. 갑자기 38도를 찍어서 새벽 내내 끙끙 앓았다고 하던데 너무 안쓰러워요.


그리고 아빠와 저희(저와 아기)는 하루에 두 세번 꼴로 영상통화를 하는데요. 한 번은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옆 방에 엄마와 초등학생 아이 두 명이 같이 들어왔는데 애들이 엄마랑 꺄르르 신나하는 소리를 들으니 아기가 새삼 더 보고싶다고요. 저는 '그 엄마, 애들 앞에서 힘든 걸 티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고 계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 음성 판정 받은 아기와 엄마는 집에서 자가격리 시작

저와 아기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엊그제부터 집 밖느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도 못 버리고요, 필요한 물품은 택배로 배달 받아야 합니다.

기간은 2주에요. 정말 착잡하네요. 저 혼자라면, 저는 뭐 집순이니까 그러려니 할텐데 하루에 한 번씩 밖에 나가기를 습관처럼 해오던 아기는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

어제 방역팀에서 오셔서 집 전체 소독을 해주셨어요. 이 소독약이라는게 굉장히 매워서 방역복 입지 않은 모든 사람들(아마도 공무원 한 분과, 저와 아기)이 다 기침을 했는데, 나중에 아기는 토까지 하더라고요. 매운기는 30분 정도 후에 사라졌어요.


5. 음성 판정 받았지만 잠복기가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코로나는 5-7일, 늦으면 2주까지도 잠복기가 있죠. 지금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저도 언제 양성이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실 굉장히 불안합니다. 일주일 뒤에 증상을 보여 끙끙 앓을 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사실 저는 언제 양성이 떠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하루 10시간 넘게 붙어 있던 남편이잖아요. 느낌상 왠지 양성이 뜰 것 같고, 끝까지 음성이라면 운이 상당히 좋은거 아닐까요.


6. 이주 간 외출 못 하는 아기와

사놓고 못 봤던 책, 활용 못 하고 있던 활동지, 스티커북 등 아낌없이 써버리려고요. 그리고 바깥 생각이 덜 나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려 해요. 어젠 제가 피곤해서 주문을 못 했는데 오늘 아빠와 통화하니 본인이 집으로 주문해 두었다고 하데요.


자가격리 기간은 이제 다 아시다시피 2주고요. 저는 정확히 9월 18일부터 10일 3일 정오까지 그 어디도 나가지 못합니다. 오늘이 20일 밤이니까 겨우 3일 지난거죠? 아직은 어찌저찌 버티고 있는데 불안하네요. 아기가 '이상하다. 왜 밖에 안 나가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곤혹스러워질 것 같아요. 미안하다 아가...😔





남편은 시설에 최소 10일은 머물러야 한대요. 그리고 저와 아기는 14일 동안 외출 금지고요. 여기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거일 것 같아요.

남편은 완치 판정 받고 집에 돌아오면 끝이지만, 저와 아기는 2주 겨우 버텨낸 후에 양성 판정을 받으면 또 시설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럼 근 한 달을 아무데도 못 나가고 감옥신세를 면할 수가 없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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