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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생활/🎨 나의 일상

이사하는 중에 사기꾼 만난 썰 (고소완료)

유하우스 2021. 11. 3. 00:52


살다 살다 이렇게 허술하고 안쓰러운 사기꾼은 처음 보는데 피해 금액이 어디 내보이기 부끄러운 지경이라 그냥 넘어갈까 하다 하는 행동이 너무 괘씸해서 그냥 고소하기로 했다.

피해자는 이제까지 나 포함 9명이고,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연락이 계속 옴) 아마 오늘도 열심히 활개를 치고 다닌 것 같은데.

이미 마무리 한 사건이 아니라 구체적인 업체명과 개인정보는 삼간다. 보시며 "아, 이런 수법을 쓰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겠구나" 정도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법  

 


사기꾼은 공사 착수 전 계약금으로 지급액의 7~80%를 요구한다고 한다. (나는 50%만 주었다) 다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돈을 모두 입금해버린 경우도 있었는데 들어보니 시공기사일정 확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잔금까지 모두 받아간 것이었다.

수중에 돈이 들어 온 사기꾼은 이제 연락을 잘 받지 않는다. 잘 받지 않는거지 아예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 사기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은 약속을 미룬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애타는 쪽은 피해자이며, 피해금액이 소액일 경우 '똥밟았네!' 단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기꾼이 모습을 드러내는 날. 약속이 중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 시간은 의미가 없다. 쨌든, 스믈스믈 모습을 드러낸 그는 미진한 작업을 한다. 엉뚱한 자재를 들여오거나, 대충 시공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하자보수를 요구하면 해줄 것처럼 대답은 하지만 당연히 해주지 않는다. (여기서도 포기나 도망이 아닌 연락은 뜨문뜨문 받으며 차일피일 미룬다는 게 핵심)

여기서 사기꾼이 질질 끌며 어찌 저찌 상당 부분 공사가 진행된 경우 사기죄 성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피해자도 있다. 이 경우 민사로 가면 되긴 하지만, 알다시피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해당 피해자는 사건이 벌어진 시점부터 몇 달 동안 사기꾼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 부모를 찾아가기까지 했다고.

수법은 상황에 따라 다 다르지만 대개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단 결론을 내렸다.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엿보이는게 나 포함 다른 피해자들을 열받게 하는 키포인트다.
"돈 때문이 아니라, 괘씸해서요."

  나같은 경우  

 


이사를 하고 그 집의 가벽을 허문 후 마감을 맡긴 것이었다. 우리(남편과 나)가 직접 구한 것은 아니고, 가벽 철거하는 분께 소개를 해달라고 해서 그 분이 인터넷에 구인 글을 올려 오게 된 것.

하지만 얼굴을 보기 전부터 뭔가 이상했다. 약속한 날짜를 자꾸만 미루는게, 평소 그런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이 "어째 사기꾼 같아" 라고까지 했다.

A : 10월 15일이 입주청소에요.
B : 아, 그래요? 그럼 시공은 3일에 걸쳐 이루어지니까 제가 12일부터 14일까지 갈게요.

개뿔 단 하루도 오지 않았다. 그로인해 우리는 잡아놓은 다른 일정들을 다 뒤로 미루어야 했다.

 



하지만 입주청소만은 취소를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입주가 코앞이라 일정이 너무 촉박해 다른 곳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기꾼은 시공 시 본인이 입주청소까지 해주겠다는 정성스런 헛소리를)

다시 본인이 잡은 약속일(17~19)이 다가왔다.

17일. 전화도 문자도 안 되어 이 사람을 소개시켜 준 철거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왜 그러지? 제가 한 번 해볼게요' 우리 전화는 일부러 안 받았던 거다. 바로 연락이 되어, 오늘은 안 되고 내일 가겠다는 지금 생각하면 황망한 약속을 다시 한 번 잡았다.

18일. 3일동안 해야 하는 공사를 하루나 빼먹었으니, 오전 10시로 약속을 잡았다. "곧 도착해요" 곧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2시 도착.

불안했던 남편이 하루종일 감시를 하고 있던 터에 게으름 피우거나 중간에 도망가지 못했던 것 같다. 늦었지만 이제 시공 좀 하겠구나 싶었는데...

 



19일. 오지 않았다. 마지막 날 무슨 대화를 나누었냐면, 그게 아마 3시 30분이었을건데, 언제 오냐는 연락에 '이따 연락할게요' 라는 문자 답장이 왔고-

A : 내일 새집증후군 청소일이라 오늘 꼭 오셔야 합니다.
B : 마루반장이랑 통화 중이에요.
A : 어떻게 됐습니까?
B : 마루반장이 자재를 못 구했어요. 입주 전까지 시공 해드릴게요.

원래 18일로 잡아두었던 새집증후군 청소를 너 땜에 20일로 미룬 상태였는데.

20일 - 새집증후군 청소
21일 - 책장 및 싱크대 갈갈이 등 설치 (그나마 여유)
22일 - 가구 들어오는 날
23일 - 입주

우린 21일 딱 하루만 가능했지만 중요한 건 남편이 이미 많이 지쳤고,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이 사람에겐 도저히 일을 맡길 수가 없었다.

결국 자재며 마감 업체를 하나하나 다 알아보았다.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내일 해줄 곳을 찾기란... 결국 20일과 21일에 걸쳐 도배와 마루 시공이 가능한 곳을 찾긴 찾았으나 이 때 마음고생한 남편을 떠올리면 지금도 안쓰럽다.

20일 방문 예정이었던 새집증후군 업체는 우리의 사정을 듣고 19일 새벽에 오셔 20일 아침까지 조용히 청소를 해주시고 가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피해

 


약속한 셋째 날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결국은 남편이 자재부터 마감 업체 하나하나 다시 다 구해야했다. 그로인해 발생한 금액은 146만원. (피해액은 따로) 그런데 어차피 도배랑 마루는 어디든 맡기면 다 저 정도 금액이 나온다. 화가 나는 건, 애초에 하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이었을거란 사실.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의도적으로 연락을 안 받고 거짓말, 말도 안 되는 핑계 대며 우리 뿐 아닌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앗아가고 그로인한 마음고생까지 가능만 하다면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입주일까지 잡혀 있는 일정들이 무엇이고 변동 가능한 것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이 화가 난다.

우리는 약속한 3일 중 왔었던 하루의 일당을 제하고 선입금한 계약금의 일부는 환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순순히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 입금은 커녕 연락 한 통이 없다. 입금 할 의지가 없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겠냐는 말에, 오늘까지만 기다리겠다는 말에도 답장이 없다.

  고소  

 


오기로 했던 마지막 날 '입주 전까지 해드릴게요' 라는 그 말에 우리가 넘어갔다면? 어쩌면 가구 하나 옮기지 않은 빈 집에 덜렁 입주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입주 청소까지 해주겠다는 말에 그래도 최대한 붙들고 있었던 건데(입주청소와 마루+도배를 하루 걸쳐 매일 진행하기엔 일정이 너무 빠듯했음) 사실 손절한 그 시기도 늦은거지만 그 때라도 놓기를 참 잘한 것 같다.

어차피 맘 먹고 사기치고 돌아다니는 인간이라 입주까지 시공해 줄 마음도 없었을 거고 그로인해 우리 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던 난처해 죽을지경이던 1도 상관이 없었을거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데, 너도 도리란 게 요만큼은 있을텐데? 끝까지 사람을 곤경에 처하게 하려고?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다. 남편은 제지했지만 나는 카페에서 피해자들을 모았다. 근데 이미 유명한 사기꾼이라 고소가 진행중이어서 의도치않게 숟가락 얹는 모양새가 되었네. (피해자 중에는 나보다 더 치졸한 방식으로 당해 속앓이가 심할 것 같은 사람이 많았다)

나는 워낙 소액이라 사실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도와준다'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깔려있다. 소송이 힘들고 지치면 언제든 취하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이 일을 교훈 삼아 지내도 아무 문제 없다.

그리고 피해자가 많아 실형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콧노래가 나올 지경인데 굳이 붙들고 있는 이유는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상에 타격감은 제로다. 때때로 블로그에 올릴 만한 글이 없을 때 포스팅이나 두어 번 하려고 한다. 이 글은 기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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