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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꽃 피기 전의 올림픽공원 나들이 (이번주안에 꽃이 피겠죠) 본문

유하우스/아이랑 가기 좋은 곳 🤹🏻‍♀️

아기와 꽃 피기 전의 올림픽공원 나들이 (이번주안에 꽃이 피겠죠)

유하우스 2022. 4. 5. 19:19


집에만 있는 아이와 바람 쐬러 올림픽공원에 갔어요. 마침 오늘은 날씨가 몹시도 좋았답니다. 따뜻하고 쌀쌀한. 바람이 불고, 구름은 선명한 그런 날이었어요.

이제 봄이잖아요. 지인인 다른 엄마들이 벚꽃, 개나리 사진을 많이도 보내왔어요. 사실 전 꽃 관심도 없어요. 근데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대 가득 안고 올림픽공원에 발을 디뎠답니다.

택시에서 내리니 장미광장이 가장 먼저 보였어요. 구름은 꼭 그림 같은데 아래는 아직 스산하죠. 아직 장미는 피지 않았어요.


장미가시만 잔뜩 구경하며 걸었어요. 입구 쪽에 미세먼지, 강수확률, 오늘의 날씨를 차례대로 보여주는 전광판이 눈에 띄었는데 오늘은 비도, 미세먼지도 없는 날이라고 하더군요.

걸었어요. 계속 걷고,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게 보이면 같이 가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또 걷고. 꽃은 많이 피지 않았었어요. 벚꽃? 드물게 피어 다른 엄마들이 귀중해서 보내준 것이란 걸 이제야 알았고요.. 그렇게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들이 아름다워 보일때마다 눈에 가득 담았답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그런 시간이었던지라 슬쩍 출출해져서 아이와 카페에 들어갔어요. 저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이는 블루베리 머핀과 뽀로로 음료수를 마시며 배를 채웠네요. 우리 빵순이 아가, 빵을 무지하게 좋아해요.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서 치우는데만 한참 걸렸던 자리를 원상복구 시켜놓고 밖으로 나왔어요. 콘서트 홀이 바로 옆에 있었고 그 옆에 천막을 쳐 놓은 곳이 있었는데 거기 연예인들의 손자국을 본따 만든 것들이 많길래 그 위에 손을 가져다대보며 놀았어요. 아이는 천막 안에 우리만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만져보면서 한참을 머물고 싶어하더라고요. (카페 위치는 장미광장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오다보면 있어요. 한 3분만 걸으시면 될듯요)

나와서 또 걷다보니 새가 보였어요. 아이는 새를 좋아해요. "짹짹!!!"


아니 그러고보니... 이 따스한 봄날, 아이가 겨울부츠와 패딩을 입고 있네요. 혹 춥지는 않을까 패딩을 입힌 엄마와 겨울 부츠에 아직 미련을 놓지 못한 아이의 컬레버레이션입니다.

어쨌거나 비둘기들은 쫓아가니 날아갔어요. 이 이후로도 아이와 저는 발 닿는 곳 어디든 목적지 없이 자유롭게 걸었어요. 넓은 주차장, 밤나무 밑, 웬 큰 돌덩이 앞에서 한참씩...

그리고 계단오르내리기도 도합 열 번은 한 것 같아요. 엄마 손 꼭 잡고 올라갔다가, 엄마 손 꼭 잡고 내려오기를. 언젠가는 혼자서 할 일이라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었네요.


이런 사소한 것들로도 오래도록 잘 놀아요. 이래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장난감이 필요가 없다니까요. 나뭇잎, 돌, 안전콘, 계단 등 모든게 다 장난감이에요. 그리고 바람도 맞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강아지도 새도 보고, 날아가는 비행기도 보고.. 책에서 백 번 보던 거 직접 몸으로 겪는거 보니 속이 다 시원했던 거 있죠.


물론 동굴에 내내 숨어있다가 일 년만에 나온 건 아니지만 요즘 날이 풀려 더욱 나오고 싶었던지라! 행복감이 배가 되어 표현이 오버스러워지네요.

아쉽지만 어느덧 아이 낮잠시간이 되어 발길은 돌릴 수 밖에 없었어요. 아이는 안아주자마자 포옥 안겨 잤고요. 졸렸나봐요. 스르르.. 단 몇 분만에 딥슬립한 아이를 껴안고 저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4월 초에요. 이제 일주일 안에 벚꽃이 피겠어요. 원래 꽃 관심도 없는 사람입니다만 이번엔 보려고요. 만개한 벚꽃 봐야겠어요. 아니, 보여주고 싶어요.

마스크 벗고 돌아다니면 참 좋을텐데 그거 하나 아쉽네요. 올림픽공원 공기가 좋던데.. 여하튼, 코로나로 인해 울적했던 마음, 그리고 육아로 인해 지쳐있던 마음, 자연이 주는 선물에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짧게 왔다 가는 반가운 손님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도 아이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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