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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서] 김진선 - 제로육아, 실망했다가 급할 때 약 찾듯 찾은 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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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서] 김진선 - 제로육아, 실망했다가 급할 때 약 찾듯 찾은 책.

유하우스 2022. 4. 24. 13:50


실은 이 책은 너무 오랜 기간 나눠 읽는 바람에 잊어버린 내용이 상당히 많기는 합니다. 이 글은 제가 책을 읽다가 하이라이트 해 둔 내용을 다시 읽고 기억을 되살려가며 제 생각을 적는 것으로 하려고 해요. 목차 소개 및 진지한 서평글이 아니니 참고 부탁드려요.

이 글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받았던 느낌, 그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었습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의사가 집필한 책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전혀 무뚝뚝하거나 무겁지 않고 (제 편견입니다) 친근함으로 중무장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어요. 하은맘의 불량육아, 라는 책이 생각날 정도로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육아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으라고 얘길 합니다.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친구 만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이에게 말 많이 안 걸어도 괜찮아요' 등등.. 제가 평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육아지침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어서 신선하고 또 놀라웠어요.

 

 


저자는 본인의 육아경험과 때로는 과학적 근거를 들어 부모를 안심시키려 부단히 애를 쓰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경험만 주욱 늘어놓았다면 읽다가 관뒀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납득이 갈 만한 근거를 들어주기도 하고 뛰어난 글솜씨로 설득에 성공을 하기도 해서 덕분에 완독을 했던 것 같아요. 중간 중간 독자에게 말을 거는 듯, 장난을 치는 듯, 가볍고 재미있는 구절도 눈에 자주 띄었었네요.



하이라이트 해 둔 부분을 가져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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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의 성장,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라는 챕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아이들 어릴 때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도로 뱃속에 집어넣을 수 없는 한, 엄마의 에너지는 아이로 향할 수 밖에요. 그만큼 '나의 성장 속도'는 정체하는 것처럼 보일 테고요. 하지만 진짜 멈춰있는 건 아니죠. 위로 올라가던 화살표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 그것도 어마어마한 속도로요. 아이로 인해 인생의 폭이 얼마나 넓어졌습니까? 혼자였을 때보다 10배는 넓어지지 않았나요?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잖아요.


이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던 거라 잠깐 멍- 해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위만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잖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기가 나오고나서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는 솔직히 사람 안 변한다, 라는 말에 이제는 동의 안 해요. 아기 낳고 키우면 변할 수도 있다고 믿어요.

저는 사랑이 뭔지를 잘 몰랐던 사람인데 지금은 매일 매일 눈으로 보이는 사랑을 경험하고 살아요. 육아를 하기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기를 예뻐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정도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요. 그리고 풀밭의 풀과 꽃을 이렇게 유심히 바라보고 예뻐하게 될 줄도 몰랐어요. 이제는 다른 아기들을 무심히 바라보지 않고요. 식당에서 시끄러운 아기와 밥을 먹는 엄마를 흘겨보지도 않습니다. (밥 먹는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엄마를 질책하지도 않고요)

저자님이 인생이 옆으로 넓어졌다고 하셨는데 말씀 잘하셨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저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어요. 비단 아기와 아기 엄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간,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됐어요. 시간이 없어 위로 올라가지 못해 나는 정체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아기는 존재 자체 그 하나만으로 제게 커다란 배움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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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느 부분이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짧고 굵어요.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 키우기를 즐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이 한 문장은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육아를 잘 못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 속에서 괴로워 할 때, 불현듯 나의 아기에 대한 사랑이 의심이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문장이 그거 아니라고, 제 먹구름 가득한 생각에 대고 손을 휘휘 저어주는 것 같아서 되게 고마웠어요.

보고 있는데 보고 싶은, 때로는 보기만 했는데 눈가가 시큰거리는 놀랍고도 대단한 이 존재에 대한 감정을 저는 이제 헷갈리지 않을거예요. 육아가 힘든 것 뿐,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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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도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소심하다고 겁쟁이 아닙니다. "무서우면 안 해도 돼. 세상에 억지로 꼭 해야 되는 일이란 없어.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야. 너 겁쟁이 아니야." 그렇게 말해주세요.


이건 아기 뿐 아니라 다 큰 어른인 제게도 해주시는 말씀 같았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회사에 입사할 때만큼이나 퇴사할 때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죠.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육아에 적용을 해보면... 아이가 두려워 할 때 이런 말이 선뜻 나올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부모 마음에 '이겨냈으면' 하고,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성장했으면' 할테니까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땐 항상 그 어떤 것보다 아이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게 중요하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구절이었습니다. 너무 멋진 말인 것 같아요.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야. 너 겁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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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떼지 않았을 때, 주위로부터 오는 걱정 공격에 대한 쿨한 방어 모습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가 기저귀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아요. 주변에서 걱정하면 자신감 더 떨어지니까, 앞으로 그런 얘기 우리 집에서 하지 말아주세요. 애 들으면 큰일나요."


정확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 걱정 공격'이 들어오면 이렇게 대답하래요. 너무 쿨하고 멋지지 않나요?





넘쳐나는 육아 정보에 지친 부모님들의 짐을 덜 수 있게 도와주는 육아서, 제로육아. 쓰고보니 제로육아만의 매력이 담긴 구절을 제가 가져오지는 못한 것 같네요. 아쉽지만, 남들은 다 저기 앞서 부지런히 걷고 뛰고 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직접 한 번 봐보세요.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좋아지실겁니다.

저는 처음엔 '너무 다 괜찮다는 거 아니야?' 싶어 대충 쓴 책이 아닐까 의심까지 했었는데 아이를 방치하란 의도였다면 보다가 책을 덮었겠죠? 부모가 숨 쉴 구멍을 스스로 좀 만들란 얘깁니다. 육아가 힘들어 눈물이 나는 날, 저는 아기 낮잠을 재우자마자 멘토 선생님을 찾듯 제로육아를 찾았었어요.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는 말이 듣고 싶었거든요.

저에게 그랬듯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작가님 책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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