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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 (서울숲 씨어터 2관) 관람 후기 +자리 추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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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 (서울숲 씨어터 2관) 관람 후기 +자리 추천

유하우스 2023. 1. 30. 13:40


문득 아이와 공연이 너무 보고싶어 급예매를 하고 보러 갔어요. 장수탕 선녀님은 유퀴즈에도 나오신 바 있는 백희나 작가님의 작품이죠.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시라면, 이 책을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도 최소한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갓 4살이 된 우리 아이는 공연 관람이 처음은 아니었는데요. 이제까지 본 공연 중 가장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5-6세 친구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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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 분들의 탄탄한 노래와 연기 실력, 화려하면서 동시에 잘 짜여진 무대 연출, 매끄러운 흐름의 내용이 더 어린 아이들의 시선도 잘 잡아끈 것 같아요.

이제까지 보아왔던 핑크퐁, 트니트니와 같은 공연을 오늘의 공연과 비교 한 번 해 볼까요. 전자는 정말 어린 친구들, 부모님 품에 안겨 보아야 하거나 두돌 전후의 아이들이 많았어요. 후자는 생각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줄 아는 나이의 아이들이 많았고요. 두돌 아이들은 심하면 큰 소리로 우는 게 울어 뭣하면 부모님이 데리고 나가는데, 큰 아이들은 "어? 저기에 엄마 있는데?", "말을 해야지!" 와 같이 생각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자연스러워 확실히 더 소란스러웠습니다. 흡사 키즈 영화관에 온 듯도 했어요.

하지만 싫었다는 건 아니에요. 악의 없이 그저 몰라서 그런거니까요. 제 아이도 언젠가 그 나이가 될텐데 잘 몰라서 한 행동을 어른들이 지나치게 꾸중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부모는 공연 에티켓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는 그럴 수 있지만 부모는 그러면 안 됩니다.

서두가 길었네요. 티켓 정보와 기타 안내사항 말씀 드려 볼게요. 저는 일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오후 2시 공연이었고요. 예매처는 인터파크였어요. 가격은 1인에 39,000원이어서 두 명에 78,000원, 그런데 거기에 예매 수수료 2,000원이 붙어 총 80,000원을 결제 했네요. 공연장은 서울숲 씨어터 2관이었습니다.

 


서울숲 씨어터의 정확한 주소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32-14(성수동1가, 갤러리아 포레)'입니다. G층에 위치해 있고요. 참고로 B2가 G층이니 혼동 없으시길 바랍니다. G층에 내리면 오른쪽으로는 장수탕선녀님, 왼쪽으로는 알사탕 공연이 진행 중인 걸 확인 하실 수 있어요. 여기서부터는 매표소, 공연장이 한 눈에 보이므로 따로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장수탕선녀님은 뮤지컬이에요. 공연 시간은 60분이고요. 관람은 12개월 이상부터 가능합니다. (만 12개월 미만 유아는 관람이 제한 돼요.) 24개월 미만의 유아 증빙자료 즉, 의료보험증이나 등본 등을 지참하여 보여주면 무료입장을 할 수가 있다고 하네요. 사진은 보시다시피 매표소인데, 매표소는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오픈을 한다고 해요.

매표소에서 이름과 전화번호 뒷자리를 알려드리자 조회 후 티켓을 주셨어요. 그리고 티켓과 함께 다음과 같은 종이를 또 한 장 주셨는데요.

 


우리가 앞으로 들어가게 될 공간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라고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 하시면 돼요. 하지만 필수는 아니니 그냥 조용히 구경만 하고 싶으시다면 그리 하셔도 됩니다. 저는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이 선물은 입욕권, 요구르트, 팔찌 열쇠, 때수건 등 모두 뜯어낼 수 있게 이미 줄이 그어져 있는데요. (그림에도 나와 있긴 하지만)즐기는 순서를 설명 드리면... 일단 입욕권을 뜯어 탈의실 입구에 넣고요. 탈의실에 옷을 맡긴 후 열쇠는 잃어 버리지 않도록 팔에 꼭 채웁니다. 그리고 오래 된 체중계와 세신대에 누워 때를 밀어요. 마지막은 냉탕으로 가 주인공 덕지처럼 수영을 어푸어푸! 그리고 뒤이어 종이에서 요구룽 이미지를 떼어 내어 포토존에서 선녀님과도 다정스런 기념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이 곳은 매표소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보이는 공연장 및 굿즈샵(혹은 전시장)이에요. 위 사진을 찍은 곳은 그 중에서도 가장 핫플레이스였고요. 사람들이 쉴 틈 없이 줄을 서고 있었어요.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빨리 빨리 찍고 자리를 비켜주더군요.

 


공연을 보기 전에는 이게 뭔가 했어요? 저는 책으로도 장수탕선녀님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데 공연을 다 보고 나오니 이 장면이 달리 보였었네요.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장면이에요.

 


제가 사진을 전체적으로 찍지 못 하고 일부만 찍어 좁아 보이는데 꽤 넓은 공간이었어요. 이 부분은 작가님 소개와 책 등을 전시해 둔 곳이에요. 저처럼 내용을 아예 몰라 공연 전에 책을 접하고 싶다 하시는 분은 이 쪽으로 가서 샘플책을 한 번 보세요. 글밥이 많지 않아 어른이면 한 1분 내에 읽을 수 있을겁니다.

이 외에도 열쇠고리, 연습장, 때타올, 엽서, 장수탕선녀님 OST 앨범 등을 팔고 있었어요. 처음에 저는 '공연 시작 전에 물건을 사라고 아예 전시를 해두다니. 보기 좋진 않네...' 싶었는데, 공연이 끝나고나서는 책을 구매하고 있는 제 모습... 약간 머쓱 했네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은 편이었어요. 포토존은 물론이고 카운터에도 어른과 아이가 그야말로 바글바글 했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사람들 사이의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 괜찮았답니다. 다 아기 엄마 아빠라 그런지 경우 없는, 무례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리고 공연 시작 10분 전, 착석을 위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한 방석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는 90정도거든요. 그런데 방석 하나를 깔았더니 앞 줄에 앉은 어른들 머리에 시야가 가려져서 공연 내내 '두 개 깔 걸...' 하는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다는 슬픈 소식 전해 드립니다.

 

* 서울숲 씨어터 2관 좌석 팁 드릴게요. 저희는 B구역 5열 15, 16번 좌석에 앉았었습니다. 무대 기준 왼쪽인데요. 전체적으로 배우분들이 가운데 아니면 왼쪽에서 연기를 많이 하셨어요. (무대기준) 아이는 방석을 두 개 깔 걸, 하고 후회했지만 입구와 가까운 쪽, B구역으로 예매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C구역의 맨 앞이나 그 뒷 줄로 예매할 것 같아요. 공연장에 따라 맨 앞좌석에 앉으면 공연 내내 목을 치켜 들고 바라보아야 해서 힘들 때가 있는데 여긴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무대 기준 정중앙이나 왼쪽, 그리고 가능하면 앞 좌석 추천드려요.

 


공연 중 사진 촬영은 당연히 안 돼요. 위 사진은 커튼콜 때 찍은 사진이에요. 이마저도 공연에 너무 빠져있던 나머지 배우 분들 다 인사하시고 들어가는 와중에 다급히 찍은 거고요.

 

장수탕선녀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 드려 볼게요.



주인공 덕지는요. 주말마다 엄마와 목욕탕에 가요. 근처에 멋드러진 스파랜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늘 오래된 장수탕이라는 목욕탕만 가지요. 덕지는 냉탕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온탕이랑 때미는 걸 싫어하는 평범한 여자 아이에요. 엄마는 덕지가 세신대에 누워 때를 밀면 요구르트를 사 준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덕지는 싫고, 무서운 걸 이겨낼 용기가 없었답니다. 장수탕선녀님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장수탕선녀님은 탕 속에서 만난 할머니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녀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어요. 선녀님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비슷한 자신의 이야기를 덕지에게 들려줘요. 덕지는 아리송해 하면서도 선녀님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요.

그리고 덕지는 선녀님과 탕 속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선녀님은 탕 속에서 노는 다양한 방법을 알고 계셨어요. 잠수도 하고, 물장구도 치면서. 그러다 아래로, 아주 아주 깊은 곳으로 손을 잡고 내려가게 되는데, 선녀님이 네 덕분에 가고 싶었던 곳에 갈 수 있었다며 덕지에게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나죠. 할머니는 사람들이 마시고 다니는 저게 도대체 뭐냐고 덕지에게 묻습니다. 과연 그건 무엇이었을까요? 다행스럽게도 그건 덕지가 할머니에게 구해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요. 덕지가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어요. 덕지는 과연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덕지의 선택 이후 덕지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물음표에 대한 답은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일부러 블라인드 처리 했습니다. 책 혹은 뮤지컬 공연으로 확인해 주세요 :)


 




혹자는 이 공연이 재밌기도 하지만 몹시 슬프다고도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덕지 엄마가 자는 덕지를 보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잘 모르겠다'고 한 부분이 슬펐어요. 그리고 책이나 공연에서나 덕지 엄마는 꽤 무뚝뚝한 편으로 나오는데 그런 사람이 아이가 잘 때 그런 말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가슴에 더 와닿더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빛이 났던 건 덕지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된 선녀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자신이 이제껏 두려워 하고 용기를 낼 수 없었던 부분을 타파하려 애를 쓰죠. 얼마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가요. 이건 덕지가 어린 아이여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느끼는 감동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 이젠 검은색이 되어 버린 제 마음 속에도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너도 저럴 때가 있지 않았어?'.

 


가슴이 울렁거렸어요. 그리고 동시에 백희나 작가님의 능력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공연은 60분인데 책은 어른 기준 1분이면 다 읽어요. 그렇게 짧은 내용의 책인데요. 그 안에 한 사람의 내면에 말을 거는 힘이 있어요. 알사탕, 이상한 엄마, 장수탕선녀님, 구름빵... 모두 작가님의 유명한 작품이죠.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기대가 됩니다. 도서관에 갈 때 찾아봐야겠어요. 작가님의 명성엔 이유가 있는 듯 해요.

마지막으로 배우분들의 연기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제가 이제까지 보아온 모든 공연을 통틀어 탑클래스의 실력이셨습니다. 솔직히 연기는 잘 볼 줄 몰라요, 그런데 노래 실력은 관객석에 앉아 있던 부모들의 거의 반사에 가까운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 낼만큼 훌륭했습니다. 특히 선녀님이요. 가수의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아이는 공연이 끝나고 이제 일어나야 할 때, '한 번 더 보고싶어' 라고 했습니다. 갓 4살이 된 36개월 아이에게는 조금 이해가 어려운 작품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화려한 무대 연출과 음악, 영상미, 아니면 그 무엇에 아이도 마음을 빼앗겨 그런 말을 했던 것일테죠. 여하튼 36개월 아이에게도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공연이 다 끝나고나서 직관적으로 강하게 와닿는 교훈이 없어 조금 심심하게 느끼는 분이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와닿았던 작품이었다고 정리할게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세요. 큰 감동이 당신에게도 찾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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