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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생활/🍽 생활아이템 & 맛집리뷰

[후구오네짜글이] 감자햄짜글이 후기

유하우스 2021. 1. 5. 01:47




어휴, 저번에 어느 집 짜글이 먹고 입도 속도 다 버려서 확 리뷰 솔직하게 써버릴까 하다 그 집 욕만 먹을 것 같아 시간 낭비란 생각에 접었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짜글이가 먹고 싶어 주문한 거였는데, 너무 맛이 없어져 주문서를 다시 보니 다른 집에 주문을 잘못 넣었던 것이었다. 나는 원래 이 집에서 시킬 생각이었다.

후구오네짜글이 감자햄짜글이


[주문내역]
감자햄짜글이 소(1-2인) 14,900원
밥 1개 추가 1,500원

간단하게 밥에 찌개가 먹고 싶어 주문했다. 밥만 먹어도 든든한 한국사람인데 다른 주메뉴는 딱히 필요 없을 것 같아 이 정도만 주문했다. 계란찜은 주문을 하지도, 리뷰이벤트에 참여해 받은 것도 아닌데 온 걸 보면 아마 메뉴에 포함되어 있는건가보다.


김가루는 따로 왔고, 내가 직접 넣은 것이다.

이 집의 특징은 감자가 슬라이스 되어 얇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입에 넣자마자 으스러질 정도의 두께는 아니다. 짜글이는 무조건 밥이랑 같이 먹는 메뉴라서 감자가 크면 자칫 퍽퍽할 수 있는데, 슬라이스 되어 있어 으깨려면 잘 으깨지기도 하고 먹기 편해 좋았던 것 같다.


사진상으로는 두께감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적당하다.
하지만 이 집은 김치, 고기, 소세지, 감자 중 순위를 매기라면 아쉽게도 감자가 꼴찌다.


왜냐하면, 김치가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치 단독 사진이 없다는게 아이러니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찍기까지 한 고기보다 김치가 한 수위였다.

한국사람이라 왠만한 김치는 거의 다 먹어봤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정말 아삭했다. 평소에 그렇게 김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아니 평소엔 오히려 감자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도, 너무 끓이면 김치가 물러지기도 할텐데 대충 만든게 아닌 잘 끓인 찌개라는게 티가나서 감히 감자를 제치고 일등을 줄 수 밖에 없었다.

가끔 어떤 집은 김치찌개라지만, 아무리 김치가 들어간 찌개 짜글이라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큰 김치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다. 높은 확률로 그런 김치들은 무슨 김치찜도 아니고, 젓가락으로 찌르면 방금 갓 쪄낸 고구마마냥 젓가락이 푸욱 들어가버린다. 김치찌개의 생명은 김치인데.


밥은 2인분 정도가 왔다. 짜글이가 1-2인용이라 그런지 밥도 많이 온 것 같다. 밥심으로 육아하는 이 아줌마는 밥 많이 주는 사람 좋아한다.

김가루는 사진을 찍기 위해 넣은 상태 그대로인데, 사실 있으나 없으나 맛이 비슷하기 때문에 안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짠 걸 먹고 싶어서 고민 없이 바로 넣었다.

소세지는 싸구려 맛이 나지 않는다. 부드러웠다.
김치, 고기, 소세지, 감자가 순위 매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다면 나는 김치-고기-소세지-감자 순으로 순위를 매기고 싶다. 사진 속 고기는 살코기가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데, 고기마다 살코기가 많았으며 쫄깃했다. 아니 나, 김치찌개 하나 시켜놓고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있네. 메뉴는 간단하지만 설명해주고 싶은게 많아 그런다.


계란찜은 물이 많았다. 퍽퍽하지 않고, 약간 탕 같은 계란찜. 계란 먹고 따로 물을 떠먹을 수도 있다.

김치찌개 질리면 계란찜 먹고, 계란찜 질리면 김치찌개 먹고 이런 식이었다. 김치찌개가 매운 음식이라 계란찜이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엽떡의 쿨피스 같은 존재랄까. 모처럼 든든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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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구오네짜글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김치찌개 맛이다. '평범한 김치찌개'라고 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집에서 엄마가 해주셨던 김치찌개의 맛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거 맞다. 추억맛이라고 할까. 아니, 나는 조금 더 솔직하게 엄마가 이런 김치찌개를 해주신 적이 없으므로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친구 엄마가 친구 먹으라고 해놓고 나가신 살짝 식은 김치찌개를 떠올렸다. (오그라드는거 아는데 다 먹고나서 개인 카톡에까지 이런 말을 써놓았을 정도니, 엄청 하고 싶은 말인 모양이므로 이해 바랍니다.)

최근 일인데, 예전에 한 번 후구오네를 먹고 다시 먹으려고 배달의민족을 뒤졌다가 다른 집에 잘못 주문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음식을 다 버렸는데, 짜글이가 생각보다 쉬운 음식이 아니라는 걸 그 맛없는 집 음식을 먹고 깨달았다. 김치찌개 안에 들어가는 재료 구성은 비슷한데 어떻게 그렇게 차이가 날까. 생각해보면 나도 집에서 김치찌개는 많이 해 먹어봤는데, 의외로 짜글이는 해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밥도둑인데 왜 그랬을까.

언젠가 우리 아이가 커서 엄마의 김치찌개를 내가 이렇게 느꼈듯 느껴주면 고마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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