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영화 '다크 플레이스'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니콜라스 홀트, 클로이 모레츠의 활약이 대단한 영화였죠. 특히 클레이 모레츠의 악녀 연기는 그 때까지의 그녀의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요. 원작인 책과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화로 접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원작인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보려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메시지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때는 1985년 캔자스 주 키내키.




낡아빠진 농장 옆 엄마 패티와 첫째 아들 벤, 둘째 딸 미셸, 셋째 딸 데비, 막내 딸 리비가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있는데, 있으나 마나에요. 가족을 돌보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돈이 떨어지면 찾아와 빼앗아가곤 했거든요.

이 집에 크나큰 비극이 찾아옵니다.

막내 딸 리비와 첫째 아들 벤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게 돼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모든 정황이 첫째 아들을 향하고 있었기에... 그는 결국 감옥에 갇히고 마는데요.

그가 감옥에 갇히는 데 큰 공을 한 건 데이가의 막내 딸, 리비였습니다. 리비의 증언이 대단한 증거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그녀의 눈으로 그의 범죄행각을 보았다고 진술 했었습니다.


25년 후...




피해자 기부 성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리비.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편지가 한 통 도착합니다. 발신인은 라일.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라일은 그녀에게 한 클럽을 소개시켜 줍니다. 클럽의 이름은 킬클럽. 주로 죽임을 당한 사람과 사건들을 다시금 조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지요. 그 곳에서 그들은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벤? 그는 진범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난 시간과 생각이 부정 당하는 기분에 리비는 박차고 일어나 분노를 표하고 자리를 뜹니다. 리비는 때때로 오빠인 벤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감옥으로 처넣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러워 하는 리비에게 라일은 리비가 솔깃할 액수의 돈을 제시하며 사건의 전말을 다시금 파헤쳐 보기를 권합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진실에 도달하길 원했죠.

리비는 돈이 없었습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완두콩만큼의 라일과 같은 생각으로, 결국 그녀는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습니다.







패티, 미셸, 데비는 대체 누가 죽인걸까?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지 유추해 보세요.


#1.
패티의 남편 러너




술주정뱅이에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하루살이 러너. 그는 아빠,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찾아올 때는 그나마 있던 작은 돈마저 빼앗아갔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가정의 평안을 깨뜨렸죠.

그는 후에 불법적인 약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그 약은 돌고 돌아 자신의 아들인 벤이 사용하게 됩니다.


#2.
벤의 여자친구 디온드라





디온드라는 영화에서 클레이 모레츠가 연기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인생 막장이었어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다니는 학생이었죠. 학교를 나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술과 담배, 약에까지 거리낌없이 손을 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생활습관은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달라진 건 딱 하나, 돈이 필요하니 벤에게 집에서 돈을 구해오라는 요구가 더해진 것이었죠.


디온드라는 잘 사는 편에 속했는데 임신 사실이 발각되면 그녀는 아버지에게 내쫓길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벤에게 아예 도망 가버리자는 제안을 합니다.


#3.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크리시





어린 학생이었던 크리시는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에게서 관심을 끌어보고자 내뱉었던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가 되어 돌아온 결과였죠.

벤의 엄마인 패티는 크리시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를 행방불명 상태니까요.

허나 패티는 쫓겨납니다.

그녀가 크리시의 집에서 얻은 수확은 단 한 가지, 피해자가 크리시 단 한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4.
크리시의 아빠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아빠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5. 트레이





디온드라, 벤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트레이. 사실상 이 모임의 실세는 트레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은 벤을 더욱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곤 했어요. 그 세 명은 함께 모일 때 악마숭배를 했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약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벤의 아빠를 싫어했어요. 그는 내게 빚을 진 사람이라고, 벤이 보는 앞에서 그를 모욕하기도 했고, 그가 없는 곳에서 또한 벤의 아빠를 욕하기도 했죠.



#6. 혼자 죽지 못 하는 사람들을 대신 죽여주는 사람





사고사로 위장해 죽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죽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망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있었습니다.



#7. 벤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되었기 때문에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사건 당일, 그는 디온드라와 함께 집을 찾았습니다. 돈을 훔치러요.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각이었지만 음, 누군가 잠에서 깨 그의 계획을 방해 했다면요?

그는 여자들이 드글드글한 이 집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공용가구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끓어오르는 욕지거리를 참기가 어려웠지요.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집과 엄마가 싫었습니다.


자, 그래서...
여러분은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실 추적 스릴러답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데이 가는 왜 그런 비극적인 일을 맞아야 했을까요.


다 읽고 난 지금,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패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 애썼어요. 하지만 각지에서 오는 시련들에 끝내는 모든 걸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벤보다, 리비보다, 저는 패티가 가여웠습니다.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엄마, 패티...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듭니다.

그래서 저는 읽기 조잡하단 생각이 들었고, 집중을 잘 하지 못 했었어요. 하지만 마침내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이 책을 놓지 않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즈음 참 기뻤는데... 이 책만 그런 것 같습니다. 저자의 <나를 찾아줘>는 매우 몰입하여 보았거든요.

길리언 플린의 필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을 찾고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이 두껍기 때문에 영화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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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6년에서 1998년 사이 일본에서 일어난 '기타큐슈 감금 살O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책은 대체 왜 만드는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미친 게 분명해, 리뷰에 솔직한 제 심정을 가감없이 털어놓을 예정이었죠.

그런데 중간즈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책을 남기면 지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마저 정신병원을 권유받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거든요.

알고보니 이 책은, 몹시도 잔인하고도 비윤리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범행내용의 수위가 너무 높아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 기타큐슈의 지역에만 보도가 되었을 정도로요.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으며 내용을 공유하고 추천을 해왔었는데, 이 책만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사랑 없는 숲'도요.

이 세상에는 악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동화를 만들었다고 하죠. 하지만 이 사건은, 이 책과 영화는,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서 당신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일주일간 읽었어요. 내내 소름이 끼치고 '사람'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에 덜덜 떠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겨우 '가스라이팅'에 집중하여 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책의 요시오, 실제 범인이었던 마츠나가와 같은 사람이 제 곁엔 과연 없는 것인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츠나가와 같은 사람을 우리는 싸이코패스라고 하죠. 그런데 싸이코패스는 의외로 사람을 죽이기보다 사기를 더 많이 친다고 합니다. 사람을 도구로 보고 제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렇게 돈을 불리는 몇 몇 사람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네요.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더 공부하고,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고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마야가 경찰에게 털어놓으며 시작되는 이야기





마야는 현재 자신이 학대를 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버지 또한 '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시작해요.

선코트마치다 403호에는 요시오, 아쓰코가 살고 있었습니다. 요시오, 아쓰코, 마야는 혈연관계가 아니었어요. 둘 중 누가 데려온 딸도 아니었죠.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
아쓰코와 요시오의 첫만남






지나치게 순진하고 착한 아쓰코에게 말을 걸어오는 요시오, 그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을 가진 남자였습니다. 아쓰코는 처음엔 당연히 그를 경계했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준 그에게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그리고 교제를 시작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요시오는 짐승같은 본성을 드러냅니다. 폭력적인 언행과 물리적인 폭행이 가해졌던 것이죠. 하지만 왜인지 아쓰코는 그를 떠나지 못합니다.

마침내, 그녀의 일기장에 적혀진 옛 남자친구의 일은 사건의 발단이 되어주었습니다. 요시오는 과거의 일을 해명하라며 아쓰코를 몰아세우기 시작해요. 궁지에 몰린 그녀에게 '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담뱃불로 스스로의 몸을 지지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아쓰코는 그 때 분명히 그에게서 도망쳤어야 해요.


#3.
선코트마치다 403호에
고다 야스유키와 마야를 끌어들이다





요시오는 아쓰코에게 남자를 꾀어내라고 협박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만나게 된 남자는 고다 야스유키. 그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만나려 했다는 이유로 요시오에게 발목이 잡히고 맙니다. 그리고 죄책감과 공포감을 세뇌당하죠. 그에게는 고등학생 어린 딸이 있었는데요. 그녀의 이름은 마야였습니다. 그는 그의 딸을 맨션에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받아요.

그렇게 네 사람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요시오는 전기고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문을 통해 그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면 그 모습을 즐기곤 했죠. 요시오는 딸이 보는 앞에서 고다에게 전기충격을 가합니다. 알몸으로 개구리처럼 뛰어다니는 고다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딸.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고문기는 마야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그리고 스위치를 누르기에 이르러요.

숱한 고문과 감시, 억압적인 세뇌와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고다와 마야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요시오에게 일러바치기까지 합니다. 이른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 잘못을 한 사람은 전기고문을 당했거든요.

고다는 결국 죽고 맙니다. 그의 딸의 손에.

요시오는 내가 한 일이 아니라며 왜 그렇게 심한 전류를 흘려 보냈느냐고, 그렇게까지 괴롭혀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마야를 나무라요. 따지고보면, 요시오는 그가 죽는 순간 가담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세뇌를 시켰을 뿐이죠. 다만, 그건 증거가 없으니까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면 끝입니다. 막상 죽인 건 그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죽은 고다의 몸은 마야와 아쓰코가 썰어서 해체하고, 들키지 않도록 만들어 강에 흘려보냅니다.



#4.
선코트마치다 403호에
아쓰코의 가족을 끌어들이다






돈이 필요해진 요시오는 아쓰코에게 돈을 구해오라고 요구하고, 아쓰코는 집에 찾아갑니다. 고다를 해체할 때 사진을 들고서요.

요시오는 당신들의 딸이 누군가를 죽였으므로 경찰서에 가서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협박이죠. 아쓰코의 아버지는 그렇게 요시오에게 돈을 구해다줍니다.

그런 시간이 지속 되던 어느 날, 요시오는 자신들의 맨션에 아쓰코 일가족을 모두 데리고 와요. 그리고 감금을 시작합니다.

아쓰코의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그녀의 남편, 그리고 조카 두 명. 총 6명은 교묘한 이간질과 협박으로 세뇌를 당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런 것이었습니다.

고다 때처럼, 잘못을 한 사람을 내게 이르면 그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 잘못을 한 사람은 전기고문을 당한다.

왜 이런 바보같은 협박에 세뇌를 당하느냐고요?

사람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고 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법입니다. 요시오는 벌을 주는 존재였어요. 요시오가 스스로 '내가 너희들 위에 군림하겠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가 만든 상황 속에서 아쓰코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아빠의, 엄마의, 언니의, 동생의, 조카들의 잘못을 요시오에게 일러바쳤던 겁니다.

이 뿐만이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요시오라는 짐승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쓰코의 아버지에게 밖에서 돈을 구해오라며 대출을 강요하고, 받아오지 못 하면 고문하고, 아쓰코와 그녀의 언니, 엄마와 육체적인 관계를 갖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었던 조카들에게도 고문을 가했습니다. 밥은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주었고, 잘못을 하면 욕실에 가두어버렸죠. 방에 있을 때도 편히 있을 수 없었어요. 일자로 서 있어야 했습니다. 잠은 앉아서 자야했고요.

그리고 그러한 나날 속에서 그가 그들에게서 빼앗은 건 돈과 시간, 인간의 존엄성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족의 개념도 빼앗았습니다.

아쓰코 가족은 이제는 부모 자식간의 사랑과 포용 같은 것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어요. 요시오는 자신의 눈 밖에 나는 사람은 죽여버리자고 마음 먹었는데요. 절대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가족의 손을 빌렸어요.

이를테면, 조카가 이제 10살이 되어 경찰에 진술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는데, 쟤가 이제까지의 네 범행을 불어버려도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죠. 가스라이팅이요.

그렇게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딸이 부모를 죽이고, 이모가 조카를 죽이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5.
신고와 세이코의 평화로운 나날에
끼어든 사부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자그마한 집을 구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고, 또 사랑하며 사는 신고와 세이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어느 날, 사부로라는 웬 곰 같은 남자가 나타나요. 세이코는 그가 자신의 아빠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를 대접해주고, 당분간 함께 살면 안 되겠느냐는 경악스러운 제안을 하는데요.

사부로는 노숙자처럼 허름한 옷에, 갈 곳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사랑하는 세이코의 아빠라는데 모질게 내칠 순 없었겠죠. 너무나 싫지만 그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의 생활패턴을 지켜보니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어요. 산책을 나가는가 싶어 따라가보면 의자에 앉아 웬 맨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한 여자를 쫓아다니고, 그 여자가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곳에 똑같이 들어가는 거 있죠? 남자가요.

그러던 어느 날, 신고는 우연히 사부로의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의문의 간장통 같은 소스병을 발견합니다. 간장보다는 조금 더 붉고 진한 농도의 것.

사부로는 왜 네 개의 피를 가지고 다녔던 걸까요?



#6.
마야와 아쓰코의 상반된 진술






학대받은 고등학생 마야와 처음에는 요시오와 연인관계였던 아쓰코의 진술이 엇갈리는 순간이 옵니다. 처음에는 그럴 듯 하여 몽타주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요시오의 행방을 묻는 질문, 사부로에 관한 질문에 관해서는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합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소설이라 실화의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한 듯 합니다. 각색 된 부분도 있고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는데요. 실상은 이보다 더 잔인했습니다.

어디서든 사람을 죽이고, 사건을 은폐하고, 죽은 몸을 쓰레기 버리듯 처리하고,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냥 죽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잔인하게 훼손하는 사람들도 있죠. 한 명만 죽이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개중에서도 마츠나가와 같은 사람들이 가장 소름 끼칩니다. 인간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내게 해를 끼칠 것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짓밟고 처분해 버리라고 지시하죠. 그들에게 상대의 인격이나 존엄성은 관심 없습니다.
그는 재판 당시 법정에서도 만담을 하듯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죄의식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나는 무고라는 듯 당당한 미소를 지은 모습마저 포착이 됩니다.

저는 그래도 인간이므로, 사회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도 인간의 선함을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아니네요.

마츠나가나 유영철 같은 사람들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에요. 같은 인간이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교화가 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계기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죽이는 사람들을 더욱 경계하고 멀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끝으로, 하이라이트 나누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모든 범죄에 이유를 밝힐 가치가 없다. 절도든, 살O이든, 치한이든 엿보기든 범죄는 범죄다. 나쁜 것은 나쁘다. 이유가 있는 없든 용서받을 수 없다. 범죄 사실만 확인되면 그에 맞는 벌을 준다. 그거면 된다.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리면 끝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은 범죄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범죄가 발생하는 정신적, 사회적 구조를 해명하고 범죄자를 이해하려고 한다. 거기에서 도출된 이론을 통해서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게 과연 전부일까.

인간은 무서운 것이 아닐까.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건 당연히 무섭지만, 가해자가 되는 것도 똑같이 무서운 일이다. 자기 안에도 범죄의 싹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언제 자신도 범죄자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알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자신과 범죄자는 뭐가 다른가. 범죄자가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과의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무서운 일은 그 경계선이 없는 것이다.

우메키 요시오를 체포하고 범행 이유를 자백시켜서 그의 지난 인생을 바라보았을 때 자신들과 요시오 사이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극 중 아쓰코의 실존 인물인 준코는 실은 마츠나가의 지시와 세뇌에 의해 벌인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사형을 선고 받았었지만 준코의 심리상태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 등을 보고 법원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이죠.

마츠나가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준코와 그의 가족들에게 서로가 서로를 죽이라고
가스라이팅 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가 됐어요. 준코의 아버지와 그녀의 언니의 남편에게는 그녀가 저지른 범행의 흔적을 지우도록 시켰습니다. 증거은닉을 함으로써 그들은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 됐고요.

죄를 짓도록 만드는 겁니다. 인간은 피해자가 되는 일도 무섭지만, 가해자가 되는 일도 똑같이 무서운 것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사람을 망가뜨리는 교묘하고도 치밀한 가스라이팅이 그 무엇보다 무섭다는 겁니다.


"납땜인두... 물론 그 이야기만으로도 무섭지만, 이제 별로 놀라게 되지 않는 저 자신이... 저는 더 무섭네요."

분명 사람은 익숙해진다. 즐거운 일에도, 괴로운 일에도, 상냥함에도, 미움에도. 남에게 상처 주는 일에도.




강한 자극을 받으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돼요.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그래서 무섭다고 하죠. 제가 요즘들어 생각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은 여기서 더 나빠질 수 있다.'

내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내 사정은 개의치 않고 상황은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비윤리적이고 상식적이지 않다면 멈춰야 합니다. 익숙해지기 전에. 나도 모르는 새 그 강도를 더 높이기 전에요.


"녀석들은 다른 사람들을 동족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단순히 먹잇감으로만 보죠. 사랑도 하지 않고, 동정도 하지 않아요. 양심 따위는 아예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고. 인간 시늉을 하며 상대를 속이다가, 본성을 드러내서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시작해요.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괴롭혀서 돈을 토하게 하고, 그야말로 골수까지 빨아먹고,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여서 버리죠. 그게 녀석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일상이죠.

더 나쁜 건, 녀석들이 인간 사회의 규칙을 숙지하고 있다는 거예요. 절대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요. 그저 그 규칙을 따를 생각이 없는 거죠. 그 정글에서 인간을 먹잇감으로 해서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놈들이 분명히 있어요. 사람의 탈을 쓴 짐승 말이에요. 하지만 슬프게도 사회는 그걸 인식하고 있지 않아요."




마지막입니다.


"부모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말이 있어요. 아마 외국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을 거예요.

사람은 개개인의 인간성이 그렇게 된 이유를 양육 방법에서 찾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죠. 하지만 예외도 있어요. 내가 교도소에서 만난 사기꾼이 정말 그랬어요.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고 집도 유복했던 것 같은데 부모나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어요. 사회는 먹잇감으로 넘치고 있어서 그걸 다 먹어치울 생각이었다고 진지하게 말했어요. 처음에는 강한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아직 복역 중인데, 가능하면 평생 교도소에서 못 나오게 했으면 싶어요. 아니, 내보내서는 안돼요.

놈들을 교정하고 교육시키는 일은 불가능 해요.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건 놈들과 철저하게 접촉을 피하는 것뿐이에요.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싸우는 수밖에 없어요. 같은 인간이라고 방심했다가는 반드시 험한 꼴을 당해요.

녀석들과는 공존할 수 없어요.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사나운 짐승이에요."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을 경계해야겠습니다. 멀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보는 눈을 길러야겠어요. 상종하지 않고, 교도소에 갇히기를 기다릴게요.

짐승의 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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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롭거나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그 감정을 배출한다. 약자는 그 배출구로 희생된다. 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울 때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보고 듣고 기억하는 일들을 제멋대로 비틀어버린다. 이 소설은 그처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사람을 죽이고, 그 몸을 운반하고, 다리를 꺾거나 입에 비누를 넣는 등 괴상망측한 행동을 일상처럼 일삼고 환생, 학대, 이상성욕, 트라우마 등 무거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점 인지하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늘도 스포주의*





주인공 미치오는 집에 유인물을 가져다주라는 이와무라 선생님의 부탁에 S의 집으로 가요. 하지만 거기엔 목을 길게 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S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죠. 미치오는 다시 학교로 가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립니다. 그리고 선생님, 형사 두 명과 함께 집에 가니 S의 몸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는데요. 대체 누가 가지고 간 것일까요?

 

누군가 미치오에게 말을 걸어요. "미치오!" 말을 한 사람, 아니 곤충은 다름아닌 거미였어요. 거미는 자신이 S라고 소개를 해요. 거미로 환생을 했대요. 그리고 미치오에게 부탁해요. 자신의 몸을 찾아달라고.

 

 



S와 미치오 그리고 세살배기 미치오의 동생 미카는 꽤 열심히 범인색출에 몰두합니다. 그들이 주목한 범인은 이와무라 선생님이었는데요. S의 제안으로 그들은 이와무라 선생님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것에까지 성공해요. S의 몸을 이와무라 선생님이 가져갔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거기서 본 것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어요. 어린 남학생들의 사진, 싫다고는 하지만 진짜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 비디오 속 알몸의 S모습. 미치오는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S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음을 인식하고 의심을 하고 또 싸우기도 해요.

S의 집 가까이에 다이조 라는 할아버지가 살아요. 다이조는 우연히 만난 미치오에게 이와무라 선생님이 쓴 자신의 뒤틀린 욕망이 담긴 책의 존재를 알려줘요. 자신의 그릇된 욕망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S를 죽인 게 아닐까, 미치오는 이제 거의 확신해요. 그래서 형사에게 언제 밀고를 할지 기회만 엿봐요. 그런데 진짜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일까요?





1️⃣ S
죽은 뒤 거미로 환생한 아이. 심한 사시에, 어머니와 살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어요.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S에게 다가오기를 꺼려했죠. 지나가는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칼처럼 날카롭게 느껴졌을까 안타까웠어요.

억울하고 억눌린 감정을 분출 할 방도가 없는 S는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맙니다. 힘없는 개와 고양이를 노려 그들을 죽이는 거요. S가 살고 있는 N마을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한 후 입엔 비누, 다리는 반대로 꺾여 있는 괴상한 사건이 9번이나 발생해요. 그런데 S는 죽이기만 했을 뿐 다리를 부러뜨리지는 않았다네요?

S가 죽인 동물의 다리를 부러뜨린 사람은 다리를 부러뜨리다 우연히 창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S와 눈이 마주쳐요. 그 때 S는 동정과 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동질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해요. 그 후로 S는 먼저 몹쓸 짓을 하고 그 사람을 위해 지도에 자리 표시를 해 그 사람 집 앞에 놓아둡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거예요.

S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요. 이마저도 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마음이 얼마나 지옥같았으면 그런 행위를 하고, 끝까지 그런 걸 우정이랍시고 주다니. 하지만 따돌림을 당해 억울했던 S처럼 이유없이 죽은 동물들도 힘들고 슬펐겠죠. 그저 9개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넘어간 게 아쉬워요.

 

 



2️⃣ S의 어머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런데 둘이 어떠한 시간을 보냈는지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S의 엄마가 뭔가를 숨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S가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작가가 그렇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싶어요.

3️⃣ 도코할머니
미치오가 고민상담을 하러 가는 따뜻한 할머니에요. 미치오가 뭔가를 부탁하면 도코할머니는 이상한 주문을 외운 후 실마리가 될 힌트를 꼭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에이고(냄새)'라는 키워드를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지요.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날 도코할머니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던 것처럼 끔찍한 일을 당해요. 과연 누가 그런걸까요.

4️⃣ 다이조 할아버지
다이조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근데 다이조 할아버지는 몰랐대요. 집에 찾아오는 삼색고양이가 도코할머니일 줄. 도코할머니가 환생하여 고양이가 된 거였더라고요. S가 죽고 더 이상 부러뜨릴 것이 없자 정이 들었던 고양이에게 몹쓸 짓을 해버린 다이조.

S가 지도를 준 사람은 다이조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다이조는 다리를 부러뜨릴까요?

어릴 적, 엄마가 돌아가시자 이웃집 아줌마들은 엄마를 둘러싸고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렸어요. 그 중 한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고 다이조는 패닉 상태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마는데요. 그게 실은 장례절차 중 하나였거든요. 아줌마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다이조는 엄마가 아줌마의 남편들과 밤늦게 어울려서 아줌마들이 복수를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다이조는 엄마의 관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이조는 아줌마들에게 한을 품은 엄마가 관 안에서 스스로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개가 끌고 갔나 그래요.) 그리고 하필이면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린 아줌마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 다이조는 엄마에게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맙니다.

노인이 된 다이조 앞에 하루는 뺑소니를 당한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어요. "용서하지 않을거야." 다이조를 뺑소니범이라고 오해한 여학생이 말해요. 다이조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랬듯 이 여학생이 나중에 관에서 나와 자신에게 복수를 하지 못하게 그 때 그 아줌마들처럼 다리를 부러뜨려요.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S에게 건네받은 지도의 장소에 가 매번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다이조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인물이죠. 극심한 트라우마에 일흔이 될 때까지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또한 소중한 동물들의 생명을 앗아간 데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무고한 다른 생명을 해치면 안되죠.

 

 



5️⃣ 미치오
미치오는 초등학생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예요. 어렸을 때 엄마를 깜짝 놀래켜주고 싶어 했던 장난이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를 유산시키는 결과를 낳은 후 엄마에겐 투명인간보다 못 한 취급을 받아요. 엄마는 항상 미카만 찾아요. 미치오의 동생이요.

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다시는 임신을 못 하는 몸이 되었는데 어떻게 미카를 낳았을까요? 엄마는 인형을 보고 미카라고 부르고, 미치오는 도마뱀을 보고 미카라고 불러요. 둘 다 정신병에 걸린거예요.

미치오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미카를 부러워 합니다. 아빠는 늘 피곤한 눈을 한 그냥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에요. 미치오의 엄마가 미치오에게 퍼붓는 악담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미치오가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고 하자 '너보다 기분 나쁘니?', S사건의 목격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번에도 네가 죽였지?' 하지만 미치오는 순한 양처럼 그 자리를 뜨거나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어요.

미치오는 거미가 된 S, 도마뱀이 된 미카, 고양이가 된 도코할머니, 곱등이가 된 다이조 할아버지를 병에 넣고 돌봐주어요. 모두 외로움과 공허함이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다이조 할아버지를 무섭게 몰아부치는 미치오의 분노가 인상적인데요. 그게 그 아이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S는 미치오 때문에 죽었답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기로 했는데 미치오는 연극이 하기 싫어서 S의 집에 가서 S에게 죽어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S는 그렇게 된 것이고요. 미치오는 왜 이런 아이가 된걸까요.


"저뿐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저는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참 사랑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에 무시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해서 얼마나 서글프고 화가나고 원망스러웠겠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이 필수인데 말이에요. 아이에게 부모는 신이라고 하잖아요. 신이 자신을 외면해버리면... 거기다 미치오의 신은 미치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겠죠. 그래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도피했던거고.

슈스케의 소설에는 인간의 생각과 착각, 잘못 듣는 것들이 진상을 가로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우리 인간이 사소한 생각에 쉽게 좌우되고, 보지 않았는데 보았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독자는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깨닫게 된다.


늘 생각을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라고 누가 그랬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실도 정말 참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생각만으로 일, 관계를 그르친 적이 몇 번 있어요. 내 생각이 내 주관에 의해 해석된 것인지 남들이 들어도 납득할 만한 일인지 이제 잘 가려야겠죠.

그나저나 다이조, 미치오의 트라우마가 만든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네요. 트라우마 관리도 필요한 것 같아요.

끝으로... 이야기가 맥거핀으로 이용만 되고 스르르 사라져버린 것이 있어요. 이와무라 선생님의 악취미.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악질 중에 악질이죠. 그것도 선생님이. 근데 책에서는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도 자연스럽게 묻혀졌어요. 생각할거리나 교훈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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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를 때만해도 무서운 책일 줄 몰랐는데, 상당히 옥죄어오는 소설이더고만요. 한 편의 공포영화를 글로 풀어놓은 것 같아서 중간에 멈추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려운 존재'도 내내 멈춰있을 것 같아 차라리 후루룩 읽어버리자! 싶어 금세 완독했던 책입니다.

📬
줄거리 먼저 이야기 해볼게요. 스포주의!



초등학생 유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를 맞아요. 새아버지는 세 사람의 단란한 가정을 꿈꿉니다. 엄마, 본인, 그리고 엄마 뱃속의 아기. 새아버지가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도 자연히 그 곳에 머물고, 유마는 여름방학 동안만 새아버지의 동생 즉 삼촌과 함께 살 것을 제안하듯 강요 받는데요. (초등학생인데!) 하지만 다행인 건 유마가 삼촌을 좋아한단거예요. 변변찮은 사람 같긴 하지만 자유분방하고 또 새아버지와 다른 이미지가 퍽 마음에 들거든요. 삼촌은 유마를 자신의 별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변변찮은 삼촌이 이런 별장을...?!'

별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근사했어요. 사실 그 별장은 별장 앞에 있는 숲에서 행방불명 되었던 아이를 되찾아 준 부모에게 받은 보답이었답니다. 이름은 '고무로 저택'.

행방불명이요? 숲, 일명 사사숲이라고 부르는데요. 사사숲에만 가면 아이들이 없어지는거예요. 운이 좋아 돌아온다고 해도 이전에 내가 알던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마치 다른 무엇인가 내 아이 옷을 입고 있는 느낌? 그래서 삼촌은 유마에게 신신당부 해요. 절대 사사숲에 가면 안 된다고!

유마는 유별난 애예요.


현재 살고 있는 세계 말고 다른 세계를 이계라고 합니다. 유마는 이계에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어요.

 

 

 

 

첫 번째 이계는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길을 팔이 긴 '무엇'에게 쫓기며 쉼없이 뛰는 것이었어요. 끝나지 않는 길을 '무엇'은 긴 팔을 휘적휘적 대며 끊임없이 쫓아와요. 묘사로 상상을 해 봤을 때 사람은 아니었어요. 겁주기 위해, 사람이 아닌 것이 그냥 사람을 골려주려고 쫓아오는 느낌.

저는 유마의 첫 번째 이계에서 그 무엇의 존재와 행동이 아닌 다른 것에 섬뜩함을 느꼈는데요. 초등학생 아이가 괴상망측한 무엇에게 쫓기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눈만 빼꼼 내밀고 구경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아요. 집집마다 붙어있는 사람들의 눈이 얼굴이 표정이, 이상했어요.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이 부분 소름돋는 장면일 것 같아요.

두 번째 이계는 학교가 배경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은 물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지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하나로 유마를 공포에 떨게 만들어요.

편하게 그냥 하이힐이라고 할게요. 하이힐은 각 교실 문을 하나하나 열어봐요. '누가 있나?'가 아닌 '아무도 없는거 맞지?'의 느낌으로.

그러다 하이힐은 유마의 소리를 들어요. 그렇게 시작된 학교에서의 추격전은 유마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드는데요. 독자 입장에선 그다지 몰입이 잘 되진 않았어서 전 그냥 그랬어요.

자, 여하튼.. 이러한 경험들을 한 적이 있는 유마가 음산한 사사숲, 고무로 저택에 머물게 되었으니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리가요?

매일 밤 빈 집에서 인기척을 느껴요.


들어가기 전에 잠깐. 저는 매일 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유마가 왜 나돌아다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하는 건 어째서일까', '~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런 표현이 유독 많이 나와서 지겹다는 생각을 좀 했네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넘어가지 않는 게 유달리 많았어요.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라 그랬나.

 

 

 

유마는 밤중에 들리는 인기척에 괴로워합니다. 그러다 문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눈과 눈이 마주치고 경악해요. 그 눈은 세이, 그러니까 삼촌의 애인 사토미(같이 삶)의 아들이었는데요. 실은, 유마가 멋대로 질문 하고 멋대로 단정 지어 결론 내린 것이었던 것 뿐이었죠. 그 아이는 세이가 아니라 사사숲에서 행방불명된 아이였거든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아이요.

이 사실을 모르는 유마는 세이가 사사숲에 가자고 했을 때 함께 따라나서요.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고요. 유마와 세이가 숲에 들어간 후 일어나는 일들은 폐쇄공포증을 느끼시는 분들은 읽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숲에서 유마는 세이를 잃어버려요. 그러다 좁은 굴에서 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무서운 소리와 형체에 끊임없이 쫓기게 되는데요. 이 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질질 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도망이 끝난 지점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 곳은 고무로 저택. 바로 삼촌이 행방불명된 아이(세이. 원래 이름은 고이즈미 마사토)를 죽인 곳에 와 있었어요.

삼촌...?


말없이 사사숲에 간 유마에게 화가 난 삼촌은 유마에게 크게 화를 내고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해 돈을 요구합니다. 이게 마가의 반전 중 하나에요. 목소리 변조를 해서 유괴범인양 협박을 해요.

삼촌은 유마를 집 안에 가두는데요.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고도 했지만 번번히 가로막히게 됩니다. 그러다 갑자기 철컥.

문이 열려요. 밖에 나가니 아무도 없네요. 아주 조심히 밖으로 나오는 유마. 하지만 곧 삼촌에게 발각됩니다. 포박당한 상태로 삼촌에게 이끌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지금이야!" 유마만 그 소리를 들었어요. 그순간 삼촌의 다리를 잡고, 위험한 구간에 서 있던 삼촌은 중심을 잃고 밖으로 떨어져요. 그렇게 삼촌도 세이처럼 세상을 떠나게 돼요.

삼촌이 나쁜 사람일 거라는 건 예상했어요. 근데 내용 자체가 쫄깃한 맛이 없다보니 저도모르게 삼촌에 기대를 좀 했던 모양이에요. 상당히 나쁜 사람으로 그려져 큰 반전을 안겨줄 줄 알았어요. 삼촌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요. 다 허술해요. 작가님, 이렇게 재미 없는 사람에게 큰 비중을 안겨주시다니요..

유마


엄마와 다시 만나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시간이 꽤 흐른 뒤 유마는 다시 고무로 저택 앞에 가 봅니다. 차마 들어갈 용기는 없어 문 앞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요. 그러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새아빠가 죽은 일에 죄책감을 느끼냐?"

이미 죽은 아이의 목소리, 세이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유마의 새아빠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일부러 두고 온거야."

내내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만 비추던 유마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가장 의외라고 생각했던 장면이었어요. 새아빠는 유마의 RC카를 밟고 넘어져 돌아가셨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유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장면.

느낀점 📬


이 책에는 대부분 사람이 아닌 것들이 유마를 괴롭혀요. (삼촌 빼고) 하지만 그것들이 유마를 해했나요, 신체에 일격을 가했나요. 그것들은 유마의 돈을 빼앗거나 목숨을 위협하거나 인격을 유린하진 않았어요. 그저 놀래키고 장난쳤을 뿐.

 


그에비해 사람은 돈 때문에 가족을 감금하고, 돈과 생명을 교환하려 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입에 올리며 안주처럼 뜯어댔어요. 유마의 새아버지는 초등학생 아이를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았고요. 그럼 그 아이는 어디서 밥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요? 아이를 보호할 여력이 있는 보호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봐요. 다시 한 번, 진짜 공포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은 영혼이 무섭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근데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덴, 역시 사람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공포소설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설이긴 했습니다.

 

✔참고로 '마가'는 미쓰다신지의 <집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흉가', '화가' 편이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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