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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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비하인드도어>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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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이미 유명한 작품들인데 제가 리뷰한 바 있거든요. 아직 못 보셨다면, 참고 해주시길 바라고요. 오늘은, 브레이크다운입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가스라이팅이 난무해요. 특히 이번에는 제가 범인을 맞추지 못 할 정도로 주인공인 캐시 만큼이나 맘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심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소개해볼게요. 참고로 <스포주의>입니다.

줄거리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 캐시는 숲속을 관통해야 하는 블랙워터라는 길을 선택해요. 남편 매튜가 절대 그 길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 결과, 캐시는 그 곳에서 웬 여자와 눈이 마주치게 됩니다. 멈춘 차 안에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던 여자... 누구였을까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당시에는 알지 못 했어요. 하지만 곧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됩니다. 그 여자는 자신과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 제인이었다는 사실을요.

캐시는 죄책감에 휩싸입니다. 당시 무언가 이상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 경찰에 신고해야지 해놓고도 잊어버렸어요, 경찰이 증인을 찾을 때도 뒤늦게 나섰고요. 그래서 그녀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요.

게다가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 타살이었대요. 그가 캐시의 차 번호를 외웠으면 어쩌죠? 그럼 자연히 집 전화번호도 알 수 있게 되는데요. 그 이후 캐시네 집에는 침묵의 전화가 매일 걸려옵니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상대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거예요.

캐시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의 병수발을 해 온 캐시는 그 병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 몹시 걱정하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요즘, 자꾸만 의심스러운 일이 생깁니다. 사람들과의 약속을, 기계 사용법을 잊어버려요. 구매한 물건을 사고 또 사서 주위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요.

분명히 놓여있던 칼이 다시 돌아와보니 없고, 외출하고 와 보니 컵의 위치가 바뀌어 있고, 조용한 집 안에서 나는 기척을 기묘하게도 그녀만 겪어요. 그래서 그녀는 범인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제가요, 캐시만큼이나 맘고생을 했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상황이 그래요. 캐시 입장에서는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 성립이 되어 있고 느닷없이 기계가 말을 듣지 않고 뜬금없는 물건들이 도착해 있는거예요. 하지만 이렇다할 이유는 딱히 모르겠으니 내 잘못인 것만 같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레이철은 그녀가 이렇게 힘들어 할 때마다 위로를 해줍니다. 어느 날은 두 사람이 점심을 함께 먹으려 하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레이철이 급히 가 볼 데가 있다는거예요. 그리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웬 학생이 다가와 '제 친구가 당신의 친구 핸드폰을 훔쳤어요, 미안해요.' 라며 사과하죠.

핸드폰 속에는 캐시의 남편인 매튜와 레이철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요. 이제까지 캐시를 곤궁에 빠뜨렸던 모든 상황의 작전도 함께 적혀 있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캐시는 분노합니다. 창고에 칼이 하나 있었는데, 언론에 보도 된 실제 사건 현장에 사용된 칼이었어요. 그 칼은 왜 그 집 창고에 있는걸까요? 매튜가 범인이어서? 매튜와 연인인 레이철이 범인이어서? 캐시는 두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고 레이철의 행주로 칼을 감싸고, 매튜가 범행 당시 집에 있었기는 하나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경찰에게 늘어놔요.

범인이요? 레이철이었습니다. 저만큼이나 캐시도 놀라요. 그저 복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 그녀가 그랬을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었거든요. 레이철은 캐시의 부모님이 제 2의 딸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녀를 예뻐했는데, 자신에게는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나 캐시의 돈을 빼앗기로 매튜와 모의한 거예요. 그런데 매튜와 자신의 관계를 제인이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캐시에게 말하겠다는 그녀를 죽이게 된... 그런 연유였던거죠.

참고로 매일 집에 전화를 걸어오던 사람은 매튜였습니다. 레이철 못지 않게 매튜도 어마어마해요. 그는 캐시와 한 집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캐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동시에 가하는 가스라이팅이, 돌이켜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고 소름끼쳐 혐오감이 들더라고요.


주인공, 캐시



 

그녀는 끝까지 불쌍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문자를 보고 난 뒤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과 어긋났던 사람을 모두 다시 찾아가요. 그리고 묻습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말 했었느냐고. '아니? 네 친구가 그러던데?', '남편이 그러던데요?' 사람들은 대답하죠. 나도 엄마처럼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던 캐시. 그녀는 정상이었습니다. 망상증 환자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들에게 복수를 하죠.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연출하고 제 3자가 그들을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게끔 만드는 수법. 그러다 운 좋게 제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거고요.

만일 내가 그 핸드폰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나를 배신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슬픔에 빠져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 점박이 암소(가게 이름)에서 수화기를 통해 매튜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속임수의 실타래가 풀리던 순간, 결심한 것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 두 사람을 동시에 잃어 속상한 마음이 컸을텐데 분노를 동력 삼아 진정한 복수란 이런것이다, 본때를 보여준 게 아주 멋져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세요?

 

 

레이철



 

처음부터 제인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제까지의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까봐 그랬겠죠. 캐시의 돈을 뺏어야 하는데 매튜와의 관계가 들켜버리면 안 되니까 그녀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엄연한 범죄를 두둔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요.

아빠가 레이철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아 얼마나 소외된 기분을 느꼈을지, 내가 이해했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을 여의고 캐시의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고 자란 레이철. 제 2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녀도 그들을 진짜 부모처럼 의지하고 따랐던걸까요? 진한 배신감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이에요. 어떻게 나에게는 유산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레이철은 이해할 수가 없었대요.

사실 캐시는 레이철의 마흔 살 생일 선물로 집을 사 두었어요. 생일에 맞춰 주려고 했던 거지요. '선물을 조금 더 일찍 주어야 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레이철은 착한 친구를 두었었답니다.



 

 

남편 매튜는 레이철에게 끌려다닌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을래요. 저는 처음엔 매튜가 범인인 줄 알았어요. 캐시가 집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녀를 위로할 뿐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 나중에는 캐시가 범인이 아닐까도 생각 했었습니다. 건망증이 너무 심해 제인을 죽인 이유를 무의식 중에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었어요. 친구 존이 범인인 것 같기도, 범인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제 머릿 속 용의자 선상에 레이철은 없었기에 결과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깜빡 속아 넘어갔어요. 여러분은 어떠셨어요? 초반에 눈치를 채버려서 책 자체가 재미 없었다는 분도 계셨는데, 저는 그 분이 눈치가 참 빠른 분인 것 같아요.

이전에 읽었던 저자의 책들과 비교하면 흡인력은 역시나 마지막 100장 정도에 몰빵이 되어있었던 것 같고요. 소재는 역시나 참신했습니다. B. A. 패리스는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막장 스토리를 너무나 잘 풀어 써요. 어딘가에서는 정말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은해 사건이 생각 났습니다. 내가 믿고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가 나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면. 언젠가부터는 그 사실을 내가 눈치를 채겠지만, 그 때 즈음엔 이미 내가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고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깨닫게 되지요. 심리를 조작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니, 사람의 기능을 망가뜨려 놓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놀겠다는 말과 같은데 이건 개중에서도 아주 사악한 짓 같아요.



 

 

의사마저도 두 사람의 계략에 놀아나 그녀가 정신증 환자인 줄 알고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만약 내가 캐시의 입장이라면, 이 세상에 나 말고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있다면...

내가 나를 끝까지 믿어줄 수 있을까요?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B. A. 패리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요. 내가 내 말을 잘 들어줘야지. 나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하고요. 이번에도 역시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이 작가. 피 한 방울 안 나오는데 어쩜 그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지 몰라요. 리뷰는 이만 마칠게요. 제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읽고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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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를 때만해도 무서운 책일 줄 몰랐는데, 상당히 옥죄어오는 소설이더고만요. 한 편의 공포영화를 글로 풀어놓은 것 같아서 중간에 멈추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려운 존재'도 내내 멈춰있을 것 같아 차라리 후루룩 읽어버리자! 싶어 금세 완독했던 책입니다.

📬
줄거리 먼저 이야기 해볼게요. 스포주의!



초등학생 유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를 맞아요. 새아버지는 세 사람의 단란한 가정을 꿈꿉니다. 엄마, 본인, 그리고 엄마 뱃속의 아기. 새아버지가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도 자연히 그 곳에 머물고, 유마는 여름방학 동안만 새아버지의 동생 즉 삼촌과 함께 살 것을 제안하듯 강요 받는데요. (초등학생인데!) 하지만 다행인 건 유마가 삼촌을 좋아한단거예요. 변변찮은 사람 같긴 하지만 자유분방하고 또 새아버지와 다른 이미지가 퍽 마음에 들거든요. 삼촌은 유마를 자신의 별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변변찮은 삼촌이 이런 별장을...?!'

별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근사했어요. 사실 그 별장은 별장 앞에 있는 숲에서 행방불명 되었던 아이를 되찾아 준 부모에게 받은 보답이었답니다. 이름은 '고무로 저택'.

행방불명이요? 숲, 일명 사사숲이라고 부르는데요. 사사숲에만 가면 아이들이 없어지는거예요. 운이 좋아 돌아온다고 해도 이전에 내가 알던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마치 다른 무엇인가 내 아이 옷을 입고 있는 느낌? 그래서 삼촌은 유마에게 신신당부 해요. 절대 사사숲에 가면 안 된다고!

유마는 유별난 애예요.


현재 살고 있는 세계 말고 다른 세계를 이계라고 합니다. 유마는 이계에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어요.

 

 

 

 

첫 번째 이계는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길을 팔이 긴 '무엇'에게 쫓기며 쉼없이 뛰는 것이었어요. 끝나지 않는 길을 '무엇'은 긴 팔을 휘적휘적 대며 끊임없이 쫓아와요. 묘사로 상상을 해 봤을 때 사람은 아니었어요. 겁주기 위해, 사람이 아닌 것이 그냥 사람을 골려주려고 쫓아오는 느낌.

저는 유마의 첫 번째 이계에서 그 무엇의 존재와 행동이 아닌 다른 것에 섬뜩함을 느꼈는데요. 초등학생 아이가 괴상망측한 무엇에게 쫓기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눈만 빼꼼 내밀고 구경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아요. 집집마다 붙어있는 사람들의 눈이 얼굴이 표정이, 이상했어요.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이 부분 소름돋는 장면일 것 같아요.

두 번째 이계는 학교가 배경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은 물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지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하나로 유마를 공포에 떨게 만들어요.

편하게 그냥 하이힐이라고 할게요. 하이힐은 각 교실 문을 하나하나 열어봐요. '누가 있나?'가 아닌 '아무도 없는거 맞지?'의 느낌으로.

그러다 하이힐은 유마의 소리를 들어요. 그렇게 시작된 학교에서의 추격전은 유마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드는데요. 독자 입장에선 그다지 몰입이 잘 되진 않았어서 전 그냥 그랬어요.

자, 여하튼.. 이러한 경험들을 한 적이 있는 유마가 음산한 사사숲, 고무로 저택에 머물게 되었으니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리가요?

매일 밤 빈 집에서 인기척을 느껴요.


들어가기 전에 잠깐. 저는 매일 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유마가 왜 나돌아다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하는 건 어째서일까', '~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런 표현이 유독 많이 나와서 지겹다는 생각을 좀 했네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넘어가지 않는 게 유달리 많았어요.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라 그랬나.

 

 

 

유마는 밤중에 들리는 인기척에 괴로워합니다. 그러다 문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눈과 눈이 마주치고 경악해요. 그 눈은 세이, 그러니까 삼촌의 애인 사토미(같이 삶)의 아들이었는데요. 실은, 유마가 멋대로 질문 하고 멋대로 단정 지어 결론 내린 것이었던 것 뿐이었죠. 그 아이는 세이가 아니라 사사숲에서 행방불명된 아이였거든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아이요.

이 사실을 모르는 유마는 세이가 사사숲에 가자고 했을 때 함께 따라나서요.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고요. 유마와 세이가 숲에 들어간 후 일어나는 일들은 폐쇄공포증을 느끼시는 분들은 읽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숲에서 유마는 세이를 잃어버려요. 그러다 좁은 굴에서 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무서운 소리와 형체에 끊임없이 쫓기게 되는데요. 이 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질질 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도망이 끝난 지점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 곳은 고무로 저택. 바로 삼촌이 행방불명된 아이(세이. 원래 이름은 고이즈미 마사토)를 죽인 곳에 와 있었어요.

삼촌...?


말없이 사사숲에 간 유마에게 화가 난 삼촌은 유마에게 크게 화를 내고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해 돈을 요구합니다. 이게 마가의 반전 중 하나에요. 목소리 변조를 해서 유괴범인양 협박을 해요.

삼촌은 유마를 집 안에 가두는데요.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고도 했지만 번번히 가로막히게 됩니다. 그러다 갑자기 철컥.

문이 열려요. 밖에 나가니 아무도 없네요. 아주 조심히 밖으로 나오는 유마. 하지만 곧 삼촌에게 발각됩니다. 포박당한 상태로 삼촌에게 이끌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지금이야!" 유마만 그 소리를 들었어요. 그순간 삼촌의 다리를 잡고, 위험한 구간에 서 있던 삼촌은 중심을 잃고 밖으로 떨어져요. 그렇게 삼촌도 세이처럼 세상을 떠나게 돼요.

삼촌이 나쁜 사람일 거라는 건 예상했어요. 근데 내용 자체가 쫄깃한 맛이 없다보니 저도모르게 삼촌에 기대를 좀 했던 모양이에요. 상당히 나쁜 사람으로 그려져 큰 반전을 안겨줄 줄 알았어요. 삼촌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요. 다 허술해요. 작가님, 이렇게 재미 없는 사람에게 큰 비중을 안겨주시다니요..

유마


엄마와 다시 만나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시간이 꽤 흐른 뒤 유마는 다시 고무로 저택 앞에 가 봅니다. 차마 들어갈 용기는 없어 문 앞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요. 그러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새아빠가 죽은 일에 죄책감을 느끼냐?"

이미 죽은 아이의 목소리, 세이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유마의 새아빠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일부러 두고 온거야."

내내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만 비추던 유마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가장 의외라고 생각했던 장면이었어요. 새아빠는 유마의 RC카를 밟고 넘어져 돌아가셨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유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장면.

느낀점 📬


이 책에는 대부분 사람이 아닌 것들이 유마를 괴롭혀요. (삼촌 빼고) 하지만 그것들이 유마를 해했나요, 신체에 일격을 가했나요. 그것들은 유마의 돈을 빼앗거나 목숨을 위협하거나 인격을 유린하진 않았어요. 그저 놀래키고 장난쳤을 뿐.

 


그에비해 사람은 돈 때문에 가족을 감금하고, 돈과 생명을 교환하려 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입에 올리며 안주처럼 뜯어댔어요. 유마의 새아버지는 초등학생 아이를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았고요. 그럼 그 아이는 어디서 밥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요? 아이를 보호할 여력이 있는 보호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봐요. 다시 한 번, 진짜 공포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은 영혼이 무섭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근데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덴, 역시 사람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공포소설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설이긴 했습니다.

 

✔참고로 '마가'는 미쓰다신지의 <집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흉가', '화가' 편이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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