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의 대가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상영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이번에는 특히 더 유달리 복잡하고 긴 이야기였는데요.

<희망의 끈> 등장인물도 많고, 전개방식이 순서대로가 아닌지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안내 드릴게요.

등장인물이 많다고 했으니 각 인물들에 대한 설명부터 해봅니다. 🙋🏻‍♀️




등장인물,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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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부 :

열 살 남짓 되던 두 아이를 지진으로 인해 잃어요. 이후 그의 인생도 생기를 잃습니다. 마침내 그와 그의 아내가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아기를 맞이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데요. 하지만 아내의 나이가 많아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낳은 소중한 그들의 딸의 이름,
모나.

죽은 두 아이의 몫까지 행복하길 바라며 금이야옥이야 애지중지 키우죠.

비록 그의
아내는 모나가 어릴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그는 엄마의 역할까지 도맡아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일까요?
모나는 아빠에게 냉담합니다.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독자인 저도 자꾸만 이런 모나 앞에서 멈칫하고, 솔직해지지 못 하는 유키노부에 의문이 들었는데요.

그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걸까요?

그리고 아빠는 '야요이 찻집'에 왜 자꾸 들르는 걸까요. 찻집 사장인 야요이가 마음에 들어서? 아님 그저 차가 맛있어서?

실은 유키노부와 죽은 그의 아내 레이코는 모나에게 말 못할 비밀을 모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는 모나에게, 그리고 '야요이 찻집'의 야요이에게, 그 비밀을 이야기 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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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코 :

유키노부의 아내. 지진으로 소중한 두 아이를 잃었죠.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아이가 필요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요. 남편과 레이코는 아직 모나가 뱃 속에 있을 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나를 낳을지 안 낳을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어요. 더 정확히는 아기를 낳는 레이코의 선택에 달려 있었죠.

그녀는 모나를 낳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모나를 사랑으로 보살펴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야기 해야 합니다. 죽음이 코 앞에 당도해 있는 레이코가 말을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남편인 유키노부라도 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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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이 :

'야오이 찻집'을 운영하는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운 여성. 10년 전 이혼했고, 그들 사이에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죽임을 당합니다.
원한관계도, 사소한 금전문제도 없던 그녀를 누가, 대체, 왜 죽인걸까요?

형사들은 그녀의 지인들은 물론이고 통화를 한 모든 이를 추적조사합니다. 그 조사란 것은 꽤 먼 옛날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그녀와 그녀의 전남편인 와타누키는 아이를 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마침내 체외수정을 하지만 그 또한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았고요. 야요이는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보는 게 간절한 사람이었죠.  

이 이야기는 그녀의 죽음과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실은 이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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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누키 :

야요이 못지 않게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남자. 야요이의 전남편이었죠.

그녀와는 10년 전에 이혼을 했음에도 그녀의 사후처리를 도맡겠다고 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 형사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다유코라는 여성과 동거중에 있는데요. 아이를 가지지 못 하는 다유코와도 곧 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야요이가 죽은 뒤 그는 눈에 띄게 초조하고 불안한 듯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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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유코 :

학창시절에 아기를 지운 경험이 있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당연히 주변에서 만류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한 유부남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다유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듯 보였습니다. 부인과 헤어지고 다유코와 아기를 낳아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달콤한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남자였죠.

그리고 마침내 다유코에게 아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유부남은 당황스러워하며 일단은 아기를 지우자고 합니다. 아기가 있으면 이혼이 어렵다는 등의 갖가지 핑계를 들면서요. 그의 설득에 다유코는 피눈물을 흘리며 두 번째 아기를 지우게 됩니다.

그리고 곧 그에게 이별통보를 받아요.

패닉이 온 다유코는 그가 건네는 돈을 무시하고 그에게 다시 한 번 아기를 갖자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말로는 차에서 비참하게 내동댕이 쳐진 후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찾아온 사랑인 와타누키는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두 번의 수술로 다유코에게는 아기가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아기를 원하는 남자를 이제야 만났는데.

어느 날, 그의 전부인인
야요이가 그를 불러내요. 그 이후 와타누키는 그녀는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 불안을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그들의 안정된 생활을 깨뜨린 야요이에게 화가 난 다유코는 그녀를 찾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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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미야 :

야요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그런데 사건만을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에요. 그의 복잡하게 얽힌 사연도 조명을 받고 있죠.

아야코라는 여성에게 받은 전화 내용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아빠가 살아있다고, 병실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전한 아야코는 아빠의 딸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야코와는 이복남매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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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코 :

마쓰미야의 엄마. 마쓰미야에게 아빠는 어릴 적 죽었다고 설명해오곤 했어요. 그녀는 벌어진 상황에 맞닥뜨리기를 거부하다가 마침내 비밀을 털어놉니다.

그녀와 그의 남편이 될 뻔 했던 사람 즉, 마쓰미야의 친아빠와의 관계는 평탄한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유부남이었어요. 아이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곧 이혼 할 것이라며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길 원했습니다. 그의 현부인은 자신이 모르는 불쾌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사이에 생긴 아이, 마쓰미야는 세상빛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아빠 없이 자라나야 했는데요. 이유인즉슨, 아빠가 전부인에게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려서요.

마쓰미야의 엄마는 그렇게 홀로 마쓰미야를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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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미야의 아버지 :

본인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그 안에 마쓰미야의 이름을 적시했죠. 그의 딸은 유언장을 미리 열어보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생전에 마쓰미야를 또 보게 되리라곤 그도 기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무척 길죠? 이야기 여러개가 겹쳐 있어요. 순서도 제각각이고요. 드라마나 영화로 접했다면 좀 나앗을지도 모르지만 책으로 읽으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습니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몰입해 읽어 재미는 있었지만요.)

이야기는 아기를 낳고 싶은 여성, 낳고 싶은 남성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에 크게 치우쳐진 것 같아요. 솔직히 읽으면서 작가가 남자라 여성에 공감을 못 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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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두 번 지운
경험이 있는 다유코






다유코는 아기를 두 번 지웠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지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의하여 내린 결론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술을 마치고 온 본인에게 돈을 주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유부남에게 자기와 다시 한 번 더 아기를 갖자고 매달리는 여성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미쳤다고 봐야 옳은 게 아닐까요.

학창시절에 실수로 갖게 된 아기를 낳고 싶어할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작가가 다유코를 이상하게 이해한 것 같아요. 작중에 다유코가 말해요. '아기를 낳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그녀가 바란 건 타인의 인정과 관심, 사랑이었지 진정한 아기가 아니었어요. 다유코에게는 다른 아기들을 예뻐하거나 그리워하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보여지지 않습니다.

다유코를 그저 아기를 원하는 인물로만 보기에는 오류가 있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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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미야의 어머니 다쓰코,
자발적인 미혼모






그녀는 유부남과 관계를 지속해오다 그가 떠나자 그 몰래 그와 함께 만든 아기를 낳죠. 태어날 아기의 입장은 왜 생각을 안 하는가요.

저 같으면 마쓰미야를 낳지 않았을 겁니다. 마쓰미야를 위해서. 최근, '낳음 당했다'는 표현을 들었어요. 매우 거친 표현이라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그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부모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음이 전해집니다. 왜 출발선에서부터 차별이 있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통한의 외침을 모른 척 하지 마세요.

각자의 사정은 다 다릅니다. 원하지 않았는데 미혼모, 미혼부가 된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연예인 사유리처럼 책임감과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자발적인 미혼부모가 되신 분들도 많죠.

이야기 속 마쓰미야의 어머니는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생명은 소중하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는 게 맞는걸까요.



함께 읽고 싶은 하이라이트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부모에게 자식은 마음의 버팀목이고 인생의 보람이야.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야. 그게 정상이라고." "우리 집은 정상이 아니야.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누구 대신이었어. 자식 둘을 잃은 엄마 아빠가 자신들의 슬픔을 달래려고 낳은 아이잖아. 어릴 적부터 줄곧 그런 말을 들었어. 모나는 저 세상으로 간 언니와 오빠 몫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중략)

"나는 나야. 누군가를 대신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죽은 사람 몫까지 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낳았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저도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꾹꾹 눌러 참을 뿐이죠... 부모는 태어난 아기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없을 때 혼자 겪어내야 할 여러 상황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함께 연습도 해야 해요.

내 아이에게 나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거나 소망을 투영하지 않도록 애씁니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 좋은 곳에 취업을 하면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지양하고. 부모는 그저 본보기를 보여주고, 방법을 알려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오롯이 아이가 하는거라고요.

모나에게 자연스럽게 가했던 압박과 통제를 통해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때로는 많은 것을 보지 못 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너를 여러 가지로 힘들게 하고 말았지만, 무엇이 모나에게 최선인지 아빠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어. 네게 결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단다. 어떻게든 너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지. 왜냐하면..." 유키노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아빠는 모나를 사랑하니까."



작가는 꼭 완전한 형태의 가정이 아니어도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 가정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야오이와 레이코, 다유코의 쉽지 않은 임신과 불임치료 이야기가 주를 이뤄 솔직히 이 생각에 가닿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만.

동상이몽에서 군인 아빠와 중학생 여자아이의 고민이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그 고민보다는 군인 아빠가 새아빠라는 사실에 객석은 더 많이 술렁였죠. 군인 아빠는 아빠 이름 앞에 굳이 '새'자를 붙여야 하느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영상 메시지를 하나 남겼는데요.

"세상이 다 너를 배신해도 아빠만큼은 네 편이라는 거. 내가 지켜준다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비춘 여자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나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동상이몽 여자아이도 모나도, 어쩌면 진심어린 부모의 그런 말, 행동, 눈빛이 간절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꾼 히가시노게이고의 필력은 여전합니다. 술술 읽혀요. 아시죠?

다만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집중 하셔야 해요... 집중하지 않으면 생각이 여러갈래로 뻗어 혼란스러울 수 있거든요.

수정란, 임신, 불임치료, 미혼부모가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은 이 주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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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전개가 헷갈렸어요. 이야기는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나의 시점, 아빠의 시점, 심지어 경찰의 시점까지 나옵니다. 이 책은 곧 호주에서 영화화가 될 예정이에요. 그 때도 많은 사람들을 매혹을 시킬 수가 있을지... 저는 힘들었지만 궁금하기는 하네요. 제목이 조금 난폭하죠? 하지만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별다른 일 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던 킴벌리 리미(이하 킴)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요. 당신이 실은 '새미 웬트'라는 사람이고, 당신은 어릴 적 납치를 당했다면서 말이죠.

 

 

과거

 



* 앞으로의 이야기는 스포가 될 수 있사오니 책을 읽으실 예정인 분들은 주의하여 주세요. 새미 웬트가 두 살이었을 때 이야기에요. 그녀의 부모는 별안간 집에서, 다른 곳도 아닌 무려 집에서. 아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의 오빠인 스튜어트, 즉 킴을 찾아왔던 그 남자가 그녀를 데리고 잠시 정원에 나갔다가 망원경을 가지러 집에 들어가는 사이에 비극을 맞지요. 단 5분.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아기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부모, 잭과 몰리

 



부모는 당연히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아빠는 잭이고 엄마는 몰리에요. 작가가 등장인물 거의 전부를 다 조명해서 저는 조금 피로감을 느꼈지만,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하는 데에는 성공을 한 것 같아요. 잭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 볼게요.

잭은 남자이고, 남자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대상은 옆 집 사는 트래비스. 엄마 몰리는 사이비 교회의 광신도 입니다. 그 교회라는 곳은 뱀을 만져요. 뱀을 만지다가 죽은 사람이 더러 있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져요. 이 교회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성경 구절에 조금만 어긋난 행동을 하면 그들은 멋대로 의식을 치릅니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 사람을 데리고 와 자기들 딴에 무언가를 퇴치하는 행동을 하지요. 잭은 이 의식을 어릴 적에 받은 적이 있어요. 그는 남자를 좋아하니까요.

몰리는 잭으로부터 전도를 받아 다니기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그 때의 잭보다 더 열성적으로 교회를 믿습니다. 제가 흘리듯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 부분 상당히 중요해요.

스튜의 짐작이었나? 몰리는 산후 우울증을 앓았을 거라네요. 실제로 그녀는 태어난 새미 웬트가 예쁘지 않다고, 모성애를 가지고 싶다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어린 새미 웬트가 끊임없이 울어대면 방 안에 가두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괴로워 하기만 했습니다.

아니 그래서, 새미 웬트는 누가 데리고 간 거냐고요? 설마, 아무리 아기가 예쁘지 않다고 한들... 제 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기라도 했다는 말이에요?

 

현재

 



킴은 이제껏 자신을 키워준 엄마가 친엄마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전자 확인을 했거든요. 하지만 엄마는 이미 돌아가신 후였기 때문에 이제까지 왜 한 마디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지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빠에게 물어요.

 

부모, 패트릭과 돌아가신 엄마

 



아빠는 과거를 깜깜한 바다라고 표현 했어요. 그 안에는 상어가 있다면서요. 들어가지 말라는 아빠의 불안한 마음을 담은 은유였지요. 하지만 킴은 들어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 인해... 돌아가신 엄마는 아빠가 데려온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신 고마운 분이며 패트릭이라는 나의 아빠는 교회의 목사가 마음대로 새미 웬트를 데리고 의식을 치르기 전에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주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당시 패트릭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목사의 동생인 베키 크리치라는 여자와 함께였지요. 베키 크리치와 패트릭은 목사의 광기에 가까운 의식이 너무도 끔찍했어요. 그 의식을 치르다 죽게 된 아이들이 여럿이었는데, 죽으면 목사는 오히려 주께서 뜻을 가지고 데려가신 거라고 말을 하곤 했거든요. 그들은 새미 웬트의 엄마인 몰리와 베키 크리치의 오빠인 목사가 두 살배기 아기를 데리고 의식을 치를 것을 눈치채고 그녀를 데리고 도망가기로 한 것이었어요.

베키 크리치, 즉 새미 웬트에게는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그녀. 안타깝게도 그녀는 오빠와 싸우다 죽게 됩니다. 이 장면이 나중에 영화로 나오면 어떻게 재현이 될 지 참 궁금해요.

후에 다 큰 킴이 목사를 찾아가 진실을 알게 되기를 원하는데 그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죠. 킴은 뱀이 우글우글한 빛도 하나 없는 공간에 갇혀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장면 정말 소름 돋았어요. 영상이라면 스킵 하고 싶을 정도로요.

 

지금

 



패트릭은 어릴 적 어린 아이를 데리고 도망을 친 것으로 기소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킴은 패트릭을 원망할 수 있을까요? 비록 낳아준 부모가 아니기는 하지만 친부모 이상의 몫을 해 주었잖아요.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재판을 보러 다시 돌아오리라는 걸 알았다. 달리 어쩌겠는가? 아빠는 내 가족이었다.

 


 

제목의 의미

 

 

끝으로...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킴이 놀랍고도 충격적인 일들을 겪었을 때만 해도 두 살 배기 어린 아기였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었어요. '사실'은 그 자리에 언제나 있었지만, 킴의 기억에는 '어디에도 없는 아이'였으니까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녀는 이야기 합니다.

새미의 허리에 감긴 붉은색 실이 보였다. 새미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실을 잡아당겼지만, 이번에는 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새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실을 따라갔다. 한 손 한 손, 어둠을 뚫고 빛 속으로.

 

 




책의 자랑을 대신 해주겠습니다. 빅토리안 프리미어 문학상 수상, 호주 아마존 베스트셀러, 전 세계 17개국에 번역 출간 되었다고 합니다. 출간 두 달 만에 2만 5천만 부가 팔렸으며 데뷔 작으로는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곧 미국의 한 컨텐츠와 호주의 카버 필름스에서 영화화가 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책을 재밌게 읽으셨던 분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어요 :)

그의 두 번째 소설 The wife and the widow도 문학상 Ned Kelly Awards에서 2020년 최고의 범죄 소설로 뽑혔다고 하는데요, 데뷔작의 성공이 그저 단순한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저는 일부러 찾아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확 까놓고 말해 제 입 맛엔 안 맞아서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책의 말미에 작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독자가 귀중한 시간을 들여 책을 읽어주는 만큼 작가는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고. 저는 주시는 걸 다 못 받아 먹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 다르다는 것! 누군가에겐 최악이었어도 내게는 최고일 수 있지요. 부디 좋은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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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비하인드도어>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고 궁금해하느라 내내 기가 빨렸는데, 진상이 밝혀지고 그 사람이 실은 어떤 인간이었는지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짜릿 그 자체. 내용 소개해볼게요.

 

테라피스트 내용(스포주의)



앨리스와 레오는 짧은 기간, 그것도 주말 연애를 마치고 결혼에 골인합니다. 호화로운 주택에 함께 살게 돼요. 이 주택단지에는 다른 부부들도 살고 있는데요. 탐신네, 이브네, 마리아네, 로나 아주머니네... 이웃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네요? 텃세를 부리는걸까요?

앨리스는 알게 돼요. 이 집에서 누군가 죽었음을.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죽은 사람은 니나라는 여자이고, 범인은 올리브라는 남자로 둘은 사이 좋은 부부였다는데요.

니나가 바람을 폈대요. 그리고 그 사실을 그녀는 이웃인 로나 아주머니에게 털어놓았다고 해요. 그 다음날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돼요. 로나 아주머니는 진술했어요. 니나가 죽기 전, 올리브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고. 하지만 올리브는 그 날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공원에 앉아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어요.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걸까요?

사건은 올리브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종결이 되버리고 맙니다. 그가 정말 진범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이제 가릴수가 없어요. 이웃들은 찜찜하지만 한편으론 안심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올리브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호소할 때 이웃들은 불안했거든요. 니나가 바람을 폈다고 했죠? 올리브가 아니라면 바람을 피운 사람이 죽였을 가능성이 크겠죠. 그런데 그러려면 그 자가 누구인지 이웃들을 의심해봐야 하고, 그 중엔 내 남편도 속해있기 때문에 내 남편도 의심을 해봐야 해요. 그리고 만일 바람 피운 상대가 범인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와이프가 니나를 죽일수도 있는거예요. 이러한 가능성들이 그들의 숨통을 조였던 모양입니다. 올리브가 사건을 끝내주자 이웃들은 더는 파헤치려 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요.

 

앨리스의 혼란


앨리스는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집들이 파티를 엽니다. 그런데 그 날, 웬 남자가 나타나요. '누가 아직 안 온걸까?' 어림짐작 하던 앨리스는 그 자가 '팀'이라고 확정을 지어버려요. 그는 자신이 누구라고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파티가 끝나고야 알았어요. 팀이 파티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럼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그는 앨리스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자신이 죽은 니나 사건을 재조사하는 사립탐정이라고 소개하러 오는데요. 앨리스는 이 니나 사건을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죽은 자신의 언니 이름이 니나였거든요. 그리고 언니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자기라는 죄책감을 평생 갖고 살고 있었고요. 판결에서마저 무죄를 받아 벌을 받을 기회마저 빼앗긴 앨리스에요. 앨리스는 옛날부터 '니나'라는 이름만 들으면 집착 수준으로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사립탐정 즉, 토머스는 자신이 올리브 누나의 부탁을 받아 움직이는거라고 얘기해요. 올리브의 누나는 현재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이며, 자신의 동생은 무죄이니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는가봐요.






앨리스는 당시 자신의 남편 레오를 의심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집에 커다란 비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오가 자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불신으로 변한 상태에서, '그가 니나를 죽이고 범인이 범행현장에 다시 오듯 돌아온 건 아닐까.' 퍼즐을 맞춰보는 중이었죠.

남편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증거들은 속속들이 등장합니다. 일례를 얘기하자면 여권. 여권을 확인하니 그 안의 이름은 앨리스가 알고 있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여권 속 이름으로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그가 실은 감옥 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요. 다른 집 다 놔두고 왜 꼭 이 집에 살려는 고집을 부렸는지, 왜 아내인 내게 이름을 거짓말 했는지... 레오를 향한 앨리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비슷한 시간, 이웃사람들은 여전히 앨리스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나마 친한 사람이었던 이브는 앨리스를 이해하는 듯 보였지만 책의 후반부에 탐신이 "당신은 망상증 환자예요!" 라고 말할 때 평소와는 달리 이브가 탐신을 제지하지 않죠. 마치 어느정도는 그 말에 동조한다는 듯이요.

앨리스는 우리 집에 웬 남자가 왔었고, 그 남자는 사립탐정이며, 올리브 누나의 부탁을 받아 사건을 재조사 하고 있다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거듭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왜 끝난 일을 다시 화두에 올리느냐며 그녀를 못마땅해했죠. 특히 탐신이요. 그녀는 폭발해요. 당신은 우리 모두를 의심하고 있고, 우리는 당신이 말한 그 남자를 보지 못했다. 이제 좀 그만하라고 말이예요.

생각해보면요... 토머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앨리스네 집에 왔거든요. 그런데 이웃들은 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대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반전


토머스는 로나 아주머니의 아들이었어요. 부모를 폭행하는 못된 아들, 실명은 존이었죠. 그리고 니나 사건의 범인도 그였습니다. 이웃들이 이제껏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로나 아주머니네서 앨리스 집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올리브는 누나가 없어요!"


토머스는 올리브 누나의 부탁을 받아 조사하고 있는거라고 했는데. 여느때처럼 그와 나란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탐신에게 받은 문자가 촉발점이 되어 앨리스는 떨기 시작해요. 그리고 올리브에게 정말 누나가 없는지 확인을 해달라고 레오에게 보낸 문자의 답장을 토머스가 목격한 순간, 그의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는 앨리스를 묶고 그녀의 머리를 잘라요. 그는 다른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고 이용하는데 기쁨을 느끼는 성격장애자였어요. 로나 아주머니는 뒤에서 황망히 그를 바라만 보는데요. 폭주기관차인 아들을 말릴 힘이 없어서요. 그 순간 로나 아주머니의 남편인 에드워드 아저씨가 충격으로 돌아가세요. 앨리스와 로나 아주머니는 용기를 내서 토머스를 쓰러뜨리고, 무차별적으로 타격을 가해 그에게 벗어나요.

앰뷸런스 안에서 앨리스와 로나 아주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에요.

 

"아주머니가 제 목숨을 구했어요. 그게 아주머니가 한 일이에요. 아주머니가 제 목숨을 살렸어요." 그리고 몸을 내밀어 아주머니에게 키스했다. "고마워요."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엄마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모자를 하나로 묶고 있던 탯줄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도록 그토록 잔인하게 잘라버린 엄마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때 아주머니가 갑자기 기운이 나는 듯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내가 댁의 목숨을 구했다면, 날 위해 한 가지만 해줄래요?" 아주머니가 물었다. "그리고 우리 바깥양반을 위해. 바깥양반도 그걸 원할 거예요." "물론이죠, 뭐든지요." "살아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당신 몫의 인생을 살아요. 지난 20년 동안 과거 속에서 살았잖아요. 이제 온전한 삶이 주어졌으니 죄책감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니까."


'니나' 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라고요. 죄책감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요. 물론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합니다.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는 사고였어요.

이런 말도 나옵니다. '법원이 나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나는 처벌받을 권리를 빼앗겼고 그때부터 스스로를 벌해왔다.' 고... 앨리스가 잡은 운전대의 차 안에 사랑하는 언니와 엄마가 있었고 모두에게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던 것 뿐...

 

그래서 그런거였다. 그가 옥살이를 했다는 걸 알았을 때 용서하지 못한 건 그의 범죄 이력이 아니라 질투 때문이었다. 나는 과거에 발이 묶여 있는데, 그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속죄하고 새인생을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샘났다. 안 그래도 그가 니나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던 차에 혼란이 더욱 심해졌고, 그래서 신뢰해도 될 것 같은 그 사람에게, 로나 아주머니의 은밀한 경고로 의도치 않게 생긴 불신과 의심이 주변 사람들과의 우정을 물들이기 시작하면서 한결같음을 상징하게 된 그 사람에게 의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토머스 그레인저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건 오직 그가 밤중에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내게 두려움을 주입시켰다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내가 그의 손에 놀아나서 자초한 일이다.


죄책감으로 시작된 상상이 결국은 앨리스를 집어삼켜 일어난 비극. 내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고 끝내는 나조차도 믿을수가 없게 되는. 한마디로 주제에 딱 맞는 주인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앨리스는 토머스에게 놀아났어요. 그가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게임말 같았죠.

생각해보면 죄책감은 얼마나 무서운 감정인가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머리를 마비시키죠. 죄책감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나를 슬프게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아요. 앨리스는 로나 아주머니에게 삶의 큰 지혜를 배웠어요. 작중의 앨리스처럼 죄책감으로 내 삶을 갉아먹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제 글을 읽고, 괴로운 그 감정에서 벗어나면 좋겠어요. 토머스처럼 내 그 감정을 이용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요.






토머스의 정체가 드러나기전까진 누가 누구를 해하지도, 그런 시도를 하지도 않는데 쫄깃한 긴장감이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근데 영화로 치자면 마지막 10분을 위해 모든 시간에 누군가를 의심하고 실망하고 의심하고 실망하고의 연속이라 저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치고 힘들었던 책이었기도 합니다. 재미가 후반에 너무 몰빵되어 있어요.

 

다들 올리버가 니나를 죽였다고 그렇게 빠르게 인정한 데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 누군가를, 니나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되는 서클의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게 누구일까?


이 긴장감을 너무 오래 가져가야 해요. 전에 읽었던 저자의 <비하인드도어> 같은 경우 주인공의 본모습이 빨리 드러났고, 그 후 각기 다른 씬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도 다른 책을 또 읽어보려 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조금 루즈한 편이었으나 가독성은 좋았거든요. (저자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음에 읽어볼 책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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