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내용(스포주의)

 



그레이스는 평범한 30대 여성이에요. 밀리라고 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을 키우고 있고요. 왜 '키우고'있느냐 하면, 부모님이 밀리를 거두기 싫어해서 그레이스가 동생을 책임지고 있거든요.

어느 날, 공원이었어요. 그레이스와 밀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잭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돼요. 훗날 잭은 그 날 공원에서의 만남으로 그레이스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40대 변호사에요.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들을 변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잘생겼어요. 모두에게 친절하고, 유능한 직업을 가진 그에게 사람들은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은 있는데요.

어릴 적, 잭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괴롭혔어요. 지하실 같은 곳에 가두고 공포스러워 하는 어머니를 보고 즐거워 하곤 했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잭은 처음엔 아버지에게 경멸을 느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이 변모하여 그를 존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지하실에서 나오려 애를 쓸 때, 그걸 막으려고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해요. 그러다 어머니가 죽고 마는데요. 잭은 그 죄를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워요. 그렇게 아버지는 감옥에 갑니다.

경찰이 왔을 때 소년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고 자신은 어머니를 보호하려 했다고 말했어. 그래서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소년은 기뻤지. 소년이 나이가 들자 그 역시 아버지가 그랬듯 자기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어.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이건 그레이스와 잭이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잭이 해준 이야기에요. 잭은 이 이야기 속의 소년을 자기라고 칭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이 얘기를 하기 바로 직전에 잭은 그레이스를 방에 가두고, 앞으로 밀리도 가두겠다고, 내게 공포라는 맛을 보게 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왔다고 고백했거든요.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그레이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밀리를 목적으로 너는 이용할 뿐이라는 말도 해요.)

잭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러했듯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존재로 그레이스를 선택한거예요. 밀리를 약점으로 삼아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그와 결혼을 취소하려 애쓰는데요. 당연히 해주지 않죠. 그래서 그에게서 도망가려 해요. 하지만 그도 쉽지 않습니다. 그레이스가 난동을 부려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다가오면 잭은 그레이스를 조울증이 있는 환자로 만들어서 그녀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느끼게 해요.

그래도 그레이스는 도망갈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요.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 맙니다.

잭은 상대가 공포를 느끼면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공포의 냄새를 맡기 위해 일부러 그레이스가 도망갈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해두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마련해둔 장치이기 때문에 성공할리는 만무하지만요. 탈출에 성공하는 줄 알고 흥분했던 그레이스가 결국은 좌절과 무력감을 느끼는 걸 보고 잭은 기뻐해요. 그리고 네 생각을 내가 전부 꿰뚫고 있다는 얘기를 하죠.

"어디 있어, 그레이스?" 노래 부르는 듯한 나지막한 잭의 목소리가 중앙 홀 쪽에서 들려 더욱 공포스러웠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잭이 킁킁 냄새를 맡는 소리가 들렸다. "음, 공포의 냄새, 너무 좋아." 숨을 하아 내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발소리가 자박자박 점점 가까워 와 나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발소리가 멈췄다.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키고 있는데, 뺨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잭이 속삭였다. "어흥!" 나는 안도감이 뒤섞인 울음을 왈칵 터뜨렸고 잭은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작가가 말미에 '그레이스를 보며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는데, 저는 전혀요? 많은 사람이 그레이스처럼 행동했을 것이고요. 그 중 대다수는 중도에 포기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밀리


지켜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까요. 부모님마저 밀리를 거두기 꺼려하는데, 그레이스는 온 마음으로 밀리를 끌어안아요.

밀리는 다운증후군이 있어 시설에서 지내고 있어요. 밀리는 결혼식 날 그레이스의 들러리를 서기를 원했어요. 하지만 잭이 계단에서 몰래 밀어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었죠. 그 때부터 밀리는 잭을 싫어해요. 하지만 밀리가 잭을 싫어하면 잭이 밀리를 위해 마련한 (끔찍한)방으로 하루라도 빨리 데려올 가능성이 있어, 그레이스는 밀리에게 잭을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해요.

밀리는 똑똑한 아이에요. 그래서 그레이스의 의도를 눈치채고 잭의 앞에서 잭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대신 조지쿠니(조지클루니)는 싫다는 말을 계속 하는데, 조지쿠니가 바로 잭이에요.

그레이스가 잭 때문에 집에 갇혀 밖에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밀리는 시설에서 외로웠어요. 잭이 전한 찾아오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들이 '친구를 만나야 해서', '피곤해서'여서 더 그러했죠.

복수의 계기


그레이스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잭은 그녀를 잡고 벌을 줘요. 지하실에 가두거나, 밥을 주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그래도 그레이스는 참을 수 있었어요. 계속 탈출을 시도해야 했죠. 왜냐하면 잭이 밀리를 '이 집'에 데리고 온다고 했거든요. '이 집'이라는 건, 잭이 마련한, 남들이 보기에는 으리으리한 집인데요. 그레이스에게 벌을 준답시고 가두는 지하실이라는 곳은 끔찍하기 그지없어요.

바닥부터 천장이 모조리 빨강으로 칠해진 곳이고요. 어느 날 잭이 그레이스에게 초상화를 그리라는 요구를 했는데, 그녀가 받은 사진에는 모두 매맞는 여자들의 모습이 담겨있었어요. 자신에게 의뢰를 하러 온 피해자들의 사진들이었죠. 그레이스는 구역질을 참으며 초상화를 그려요.

그리고 그 초상화를 그 빨간 방에 전시합니다. 잭은 밀리를 집에 데리고 오면 이 방에 가두겠다고 얘기해요. 그레이스는 그것만은 막아야 했어요. 왜냐하면 자신이 그 안에 가두어져 봤거든요.

복수


복수를 해야겠다고 그레이스는 다짐해요. 탈출이 끝이 아니라 이 남자를 죽여야겠다고요.

밀리가 지내는 시설에 갔는데, 밀리가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네요.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있대요. 그런데 알고보니 밀리는 약을 먹지 않고 그 약을 모아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레이스를 만나 '조지쿠니 나쁜 남자' 라는 말을 반복하며 이 약을 조지쿠니에게 먹이라고 해요. 그레이스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약을 버리는 척 했는데, 실은 옷소매에 약을 숨겨왔어요. 완벽한 계획을 위해 밀리마저 잠시 속입니다.

잭이 변호사잖아요. 지금 중요한 사건을 하나 맡고 있는데 이제까지 패소를 해본 적 없는 잭이 재판에서 지게 될 위기에 놓여요. 이 시점에 그레이스는 틈을 파고듭니다. 매일 위스키를 나눠 마시자고 해요.

그리고 잭이 패소하고 돌아온 날, 그레이스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위스키에 잘게 부순 약을 타 넣어요. 그리고 대화 도중 갑자기 잭의 얼굴에 위스키를 끼얹어요. 비틀거리는 사이 그레이스는 있는 힘껏 아래로 도망가고요. 하지만 어느새 쫓아온 잭이 그레이스를 지하실에 가두려 해요. 그레이스는 잭에게 매달려요. 매달린 채 바닥까지 내려온 그레이스는 그의 무릎을 꼭 껴안고 힘을 줘 그의 다리를 넘어뜨립니다. 넘어진 그를 지하실에 넣고 그레이스는 결국 문까지 닫는데 성공해요.

지하실은 안에서 열 수 없어요.

통쾌함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부분은 잭의 죽음이 다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레이스는 잭이 그랬던것처럼, 모두에게 피해자인 척을 하며 잭이 저와 통화가 안 된다고 호소해요. 그레이스는 홀로 태국에 와 있는데요. 잭이 서류 작업을 마치고 곧 따라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며, 누구라도 좋으니 좀 도와달라고 그렇게 '남편 잃은 아내'이미지를 써요.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할 말과 행동을 미리 예측하며 매 순간 순간 치밀하게 연기해요.

영국에 있는 잭이 홀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누군가 그녀에게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레이스는 무너지는 척 오열해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었다고 그러더군요.

연대할 누군가


에스터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레이스와 잭을 의뭉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에스터가 실의에 빠진 그레이스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 들려줘요. 잭은 약물과다복용이 아니라 탈수에 의해 죽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남편이 얘기해줬대요. 에스터의 남편은 잭과 같은 변호사거든요. 그리고 잭이 죽어있는 당시를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에스터가 갑자기 물어요. 잭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나느냐고. 잭이 우리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주었던 것, 손을 흔들어 주었던 것이 기억나느냐고. 그레이스는 에스터를 바라봅니다.

잭이 딱 한 번 사람들 앞에서 말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레이스를 감시하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말실수를 했던거죠. 그 때 잭은 밀리를 그들의 집 중 '빨간 방'으로 데려올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에스터는 이 실수를 잊지 않고 있었어요.

그레이스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밀리를 끔찍한 그 방에 데리고 온다는 데 동의했을리가 없어요. 에스터는 내내 의문을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에스터는 그간 잭이 그레이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것, 그레이스가 핸드폰도 이메일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어 퍼즐을 맞춰봤을거예요. 그리고 이 완벽해보이는 가족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어느 순간 눈치챘겠지요.





물리적인 폭력을 당할 경우에는 흔적이 남아요. 하지만 정신적인 폭력을 당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말과 그간의 정황 밖에는 달리 증거가 없습니다. 신호를 보내면 눈치를 채주는 것도 손을 잡아주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피해자는 그레이스처럼 지지 않으려는 마음, 독기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요.

이 책의 원제인 'Behind Closed Doors'란 '은밀히, 비공개로'라는 뜻으로 '밀실 회담을 나누다'등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공식적인 일들도 밀실에서 부당하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아직 너무나 많은 이시대에, 더구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현관문을 닫은 후 개인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떨까? 공식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좋아 보이는 행동을 하고서,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는 자기만의 사악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밀담을 나누는 이들처럼 모든 것에 철저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인간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요즘은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아내를, 남편을,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묘한 덫. 다양한 형태로 이미 많은 가정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적 폭력은 문명의 발달에 따라 분명 줄어들지만, 심리적 폭력은 더욱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 삶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 소설의 악당 잭 역시 아내에게 따귀 한 번 때리지 않고 자신의 가학적 욕망을 관철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노예로 부리고 감금하는 일 정도는 요즘도 너무나 흔하게 일어난다. 어수룩한 사람들만 당하는 일도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그레이스도 충분히 지성인이지만, 남보다 조금 부드럽고 감성적인 성격에 무척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 약점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는 일에 주저가 없는 사람들. 저는 가정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과 염전노예도 떠올랐어요. 심리적 폭력이 갈수록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개인 삶의 틈새로 파고든다는 말이 소름끼쳐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볼 생각이에요. 그 유명한 '테라피스트'를 읽어보려고 하는데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겨서요. 후기가 궁금하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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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작가의 조금은 흔한 제목. 큰 기대 않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서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어요. 마지막에 가서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아야 했고요. 오랜만에 참 좋은 소설을 만났습니다. 소설책을 그리 많이 읽는데 누군가 소설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아 난감할 때가 종종 있었어요. 이젠 주저 않고 이 책을 추천할 것입니다.

내용(스포주의)

 



아사토는 사토코 부부의 소중한 아이에요. 6살이고, 평범하게 유치원에 다녀요. 사토코 부부는 아사토를 무척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해줘요.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유치원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받아보니 아사토가 친한 친구 한 명을 정글짐 위에서 밀어버렸대요. 그래서 그 친구는 다리에 깁스를 하게 되는데요.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등떠밀림을 당한 아이의 입에서 아사토의 이름이 나왔을 뿐 아사토는 친구를 밀지 않았다네요. 몇 번을 물어봐도 아사토는 밀지 않았대요.

그래서 사토코는 아사토를 믿어요. 드세고 교양이 부족해 보이는 친구의 엄마가 자연스럽게 치료비를 요구할 때에도 사토코는 아사토의 말을 믿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아요. 그로인해 그 친구의 엄마에게, 그 친구의 엄마가 소문을 내고 다니는 아사토 친구 엄마들에게도 곱지 못한 시선을 받게 되는데요. 그래도 사토코는 끝까지 아사토를 믿어요. 아사토가 "그냥 내가 밀었다고 할까?" 라고 말을 할 때에도요.

다행히 친구가 실토를 했어요. 정글짐 위에서 자신의 엄마가 하지 말라던 뛰기를 해서 혼날 것이 두려워 사토코에게 밀림을 당해 떨어진 것이라고 거짓말 했다고. 친구 엄마는 울며 사과를 해요.

사토코도 사실 마음 속으로는 실은 아사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하고, 그냥 사과하고 끝낼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그럼 아사토가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이럴 때 아이를 믿어줄 사람은 다름아닌 부모라는 생각에 사토코는 끝까지 아사토를 믿어주었어요.

이건 하나의 일화예요. 이렇게 아이를 믿고, 아끼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화. 사실 사토코네 집엔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사토코 부부는 불임 치료를 오래 받았어요. 하지만 결국 부부는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아요. 몹시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장면 장면엔 저도 심경이 복잡해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비에서 특별 양자 결연 프로그램을 보게 돼요.

양자 결연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의 부모가, 아기를 낳을 수 없지만 아기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의지가 있는 부모에게 입양을 보냅니다.

하루는 양자 결연 설명회를 연다고 하여 아기를 원하는 예비 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데요. 이런 저런 설명을 듣다가 문득 한 남자가 손을 들고 말해요. 입양을 할 수 있는 부모의 나이 얘기가 나왔거든요. 입양을 할 수 있는 부모의 나이는 40살이 최대라는 말에 손을 든 거예요.

마른 남자의 울대뼈가 떨렸다. "나이 많은 부모의 육아는" 하고 가는 목소리로 계속했다.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십 대라서 좋은 면도 많지 않겠습니까? 경제적인 면이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저희는 지금껏 수많은 곳에서 연령 제한을 당했습니다." 조용한 실내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설명회에 참석한 많은 부부들이 자신이 더듬어 온 길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 전해졌다.


이 남자는 마흔 몇 살이었어요. 위의 말처럼 나이가 많으면 경제적으로 그리고 풍부한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인생 선배로서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육아에서 체력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혈기를 잃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존재하는지라 나이 많은 부모의 입양에 대해서는 남자의 말에도 공감이 갔고 동시에...

"특별 양자 결연은 부모를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아이를 원하는 부모가 아이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찾기 위한 겁니다. 모든 활동은 아이의 복지를 위해 그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겁니다." 그녀는 단언했다.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겁니다. 태어난 아이의 심신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도 공감이 갔어요. 사실 입양에 있어 일 순위는 아이여야 함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토코 부부도 그렇고 남자의 말에서도 그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토코 부부는 이 양자 결연 제도를 통해 자식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생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원칙상 그러면 안되지만 생모가 원하고, 또 양부모가 동의하면 딱 한 번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사토코 부부는 아이의 엄마를 만나러 갑니다.

그들은 깜짝 놀라요. 이십대 초반도 고등학생도 아닌 중학생이 그 자리에 부모님과 함께 앉아있었거든요. 그 엄마는 엄마가 될 사람의 손을 잡고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연신 인사를 했어요.

중학생 히카리는


엄격하고 청결한 집안 분위기가 싫어요. 부모님은 착하고 공부 잘하는 딸의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그녀를 그 안에 집어 넣으려 애를 써요. 하지만 히카리는 들어가기를 거부하죠. 부모님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요. 그 무렵 히카리는 첫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는데요. 깨끗하고 엄격한 부모에게 복수라도 하듯 히카리는 피임도 하지 않고 관계를 해버려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남자친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뭐, 그 때까지만해도 남자친구도 히카리를 좋아했어요.

어느 날, 남자친구와 레스토랑에 갔는데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고 화장실에 갔더니 메스꺼운 느낌이 드는거예요. 히카리는 교제 중 임신이 되었어요.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수술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지나 원하든 원치 않든 아기를 낳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요.

엄마는 불같이 화를 냈어요. 그리고 아빠와 엄마, 언니, 히카리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히카리의 일을 히카리에게는 묻지 않고 다같이 앞으로에 대해 상의 해요. 이야기는 입양으로 흘러갑니다. 히카리는 싫다고 해요. 하지만 뭐가 싫은건지, 싫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건지에 대한 계획과 확신은 당연히 없어요.

배가 불러오기 때문에 학교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입양 센터에서 지원하는 기숙사에 숙식하며 출산을 기다립니다.

그 만화는 일례로, 찾아보니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많이 있었다. 이야기마다 '피임할 것'을 권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에는 남자친구가 도망가서 중절하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히카리는 그 이야기들을 현실감 없이 읽었다. 자신은 이렇게 되지 않을 건데, 과하게 협박하는 내용은 어른들이 머리로 생각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중절'에 이르는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바로 임신을 알아차리고 주변 어른들을 끌어들여 마음이 흔들린다. 거기에는 히카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임신해도 바로 배가 불러오지 않는다는 것. 첫 생리가 오기도 전에 임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중절이 불가능한 여섯 달이 지나도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히카리는 어른들을 비웃었죠. 청결하고 성실하게 사는 어른들을. 하지만 히카리만의 잘못이라기엔 그는 너무 어리고 어리숙했어요. 다들 그런 시기가 있었잖아요. 저는 성교육도 교육이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나 교사가 가르쳐 줘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아이는 친구나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요. 잘못된 행위에 대한 댓가가 큰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눈높이에 맞춰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은 교육기관이나 책 등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출산 후


히카리의 남자친구는 중간에서 부모님이 뭐라고 말씀을 하셨는진 몰라도 히카리가 아기를 낳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제 그만 그녀와 이별하고 싶어해요. 히카리는 슬펐어요. 그에게는 이번 일이 하나의 해프닝 혹은 추억으로 남겠지만 그녀에게는 뼈저리게 아픈 일상이었거든요. 그가 훗날 무용담처럼 얘기할만한 일이, 그녀에게는 아니었거든요. 히카리는 배신감과 크나큰 허탈함을 안고 돌아서요.

시간이 흘러 히카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갑니다. 하지만 이 역시 엄마의 성에 차지 않았어요. 더 좋은 학교에 갔으면, 하고 바랐거든요. 히카리는 이제 가출을 결심해요.

가출


허나 갈 데가 있나요? 선택지는 단 하나. 출산을 하기까지 머물렀던 기숙사에 가요. 그리고 여기에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담당자는 다행히 좋은 사람이어서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 후 허락을 받으면 일을 하게 해준다고 해요. 그리고 예상 외로 히카리는 허락을 받아요. 히카리 말로 부모님은 이제 자신을 포기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곧 양자 결연 단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기숙사도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돼요. 히카리는 담당자에게 소개 받은 다른 일을 하러 또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신문 배급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혹독한 일. 하지만 히카리는 성실하게 일해요. 그런데 이 곳은 아무나 일하러 왔다가 인사도 하지 않고 갑자기 무단결근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었어요. 한 여자가 일을 하러 오는데요. 행색이 너저분하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있는 듯 보이는 여자였다고 묘사할게요. 그 여자는 처음엔 히카리와 잘 지냈어요. 그래서 히카리가 마음을 놓고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버리고 마는데, 그 후 여자는 히카리에게 돈을 빌리고 갚다가 안 갚다가를 반복해요.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에게 맞은 듯한 모습으로 히카리에게 보증을 좀 서줄 수 있겠느냐고 하는데요. 히카리는 거절해요.

"도장도 내 것이 아니에요. 이런 건 어디서든 살 수 있잖아요. 필적도 감정하면.", "히카리 짱. 그런데 말이다, 이건 네 이름이야." "그래도" 그때. 양복 차림의 나이 많은 남자가 슬그머니 오더니 테이블을 걷어찼다. 쾅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히카리의 눈앞에서 테이블이 솟구쳐 올랐다. 남자는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깨가 흠칫거려서 입도 뻥긋할 수가 없었다. 남자가 조용히 히카리를 내려다보았다. 눈빛이 싸늘했다. "돈 갚을 만한 일자리를 찾아줄 테니 언제든지 연락해." 히카리는 떨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이상하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도 마치 가위눌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수금이나 구독 권유로 남자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받아 왔다. 그것은 상당히 여유로운 축에 속하며 상냥한 시선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자로서의 자신에게도 관심이 없고 단순한 폭력과 무자비함밖에 없는 이런 눈빛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여자로서 관심이 없을 텐데도 그 싸늘한 눈빛은 마치 히카리를 상품처럼 보고 있었다. 남자가 말한 '돈 갚을 만한 일자리'에 짚이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히카리가 서명했다는 종이를 가지고 웬 남자가 등장하죠. 여자는 이미 도망간 후고요. 히카리는 이후 남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요. 몇 번이나 아니라고 했지만, 남자는 믿어주지 않았어요.

그 때 히카리에게 보호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함께 법의 힘을 빌리려고 도모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히카리는 보호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누구보다 나약한 존재로 비춰졌기 때문에 남자는 어쩔거냔식으로 히카리를 궁지로 몰아넣어요. 일자리를 바꿔 도망쳐 왔는데도 쫓아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히카리는 질려버려요. 그래서 가게의 돈을 훔쳐 남자에게 갖다줘요. 보증을 서지도 않았고, 자신이 빌리지도 않은 돈을.

두려웠다. 궁지에 몰렸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공포와 끝까지 내몰린 심정을 부디 다른 사람도 알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남자들과 히카리 사이에는 조리 있게 말로 따지는 상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
그런데 어떻게 했어야 옳았다는 걸까. 하마노는 자기한테 왜 상담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 말대로 상담하지 않은 쪽은 히카리다. 하지만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갚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 주지 않았다.


히카리에게 보호자가 있었더라면. 가족, 친구, 친척, 연인... 그 중 하나라도 곁을 지켜주었더라면. 히카리는 남의 돈을 갖다 줬기 때문에 이제 그 돈을 갚아야 해요.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요?

 

 

 

6년만의 재회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를 찾아가요. 기숙사에서 나올 때 우연히 자신의 서류를 봤거든요. 양부모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전화번호까지 모조리 외워두었어요. 그래서 찾아가기 전, 몇 번씩 전화를 걸기도 했어요. 물론 이 쪽에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요. 한 번, 자신이 낳은 그 아이가 전화를 받았을 때 히카리는 멈칫해요.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의 아파트 앞에서 이렇게 좋은 집에서, 내가 낳은 아이를 데리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거냐고. 뻔뻔한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분노해요. 당시 히카리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아이를 돌려주세요.

 



제가 낳은 아이니까 돌려달라고. 돌려줄 수 없다면 돈이라도 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할 날짜를 잡아요.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의 집으로 오게 됩니다. 그런데 히카리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게 돼요.

사토코 부부가 화가 났어요. 당연하죠. 그런데 화가 난 이유는 우리 아들의 엄마, 내 아들을 낳아준 우리의 엄마를 그녀가 모독하고 있음에 화가 난 거였어요. 아들의 생모는 아이를 우리에게 건넬 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잘 부탁한다고 거듭 부탁을 했었는데, 이렇게 아이와 돈을 엮어 얘기 할 사람이 아니라고요. 사토코 부부는 몹시 불쾌해 했어요.

"아이 엄마가 자금의 아사토를 만나고 싶어 하거나 아사토를 도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거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돈 이야기가 나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아이의... 우리의 엄마는 그런 말을 꺼낼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는 대화를 하고 있던 중, 아사토가 유치원에서 돌아옵니다.

아사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히카리는 무너지고 말아요. 그리고 사토코 부부 앞에 머리를 처박고 죄송하다고. 저는 아이의 생모가 아니라고 사과해요.

히카리는 임신 중에 아사토와 바다를 보았어요. 꼬맹아, 하고 불렀고요. 보호하듯 손을 얹고 함께 걸었어요.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힘내자"라고 말했어요. 너와 바다를 본 이 순간을 오래 오래 기억하겠다고. 히카리는 다짐 했었어요. 히카리에게 아사토는 그런 존재에요. 입양을 보냈지만 소중한 존재.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존재.

그리고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와의 대화를 통해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지만 그 집에서는 버림받지 않고 보살핌 받는 존재로 함께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비참해야 함에도 편안한 마음이 돼요.

하지만 허한 마음이 채워지진 않죠. 히카리는 사토코 부부의 집에서 나와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돈을 갚으라고 재촉 당하지 않는 곳, 범죄 혐의를 받지 않는 곳, 부모님에게 절망을 안기지 않는 곳으로. 멍하니 육교 위에서 아래를 흘러가는 차량을 봐요. 그렇게 저녁이 되고 해가 저물었나 싶을 무렵, 하늘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나요. 두껍고 낮게 깔린 구름 너머로 울리던 천둥소리가 가까워지고, 갑자기 쏟아진 비는 히카리의 온 몸을 순식간에 적십니다. 이대로.

그 때 누군가 갑자기 등을 탁 하고 쳐요. 언제 어디부터 달려왔는지 모를 사토코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찾았다."라고. 그리고 히카리에게 몸을 기댄 채 서 있는 아사토도 보이고요. 사토코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어요. 비에 젖어 이마에 앞머리가 들러붙어 있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쫓아 보내서. 미안해요, 알아보지도 못하고."

 



아사토 앞에서 한껏 예민해지는 촉이 그녀를 알아보게 만들었던걸까요. 누구냐고 묻는 아들에게 사토코는 "아사토의 '히로시마 엄마'야." 라고 얘기해요. 사토코는 평소에 입양을 했다는 사실과 낳아준 엄마는 히로시마(아사토가 태어난 곳)에 있다는 얘기를 줄곧 해왔었거든요. 사토코는 히카리를 아사토의 엄마가 아니라고 단언했을 때와 똑같이, 주저도 망설임도 없이 얘기해요.

비가 차츰 잦아들더니 빗줄기가 점점 가늘어져요. 빛나는 빗 속에서, 아사토의 맑은 두 눈이 두 엄마를 바라봐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입양 가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실제 입양 가정을 취재하고 자료를 조사했다고 해요. 실제 입양 가정 중에선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사람들은 생모를 질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를 낳아 준 덕분에 입양할 수 있었다며 생모까지 포함해 한 가족으로 여기는 집이 의외로 많다고 하네요.

오랜 불임 치료 끝 축복처럼 품에 온 아이. 사토코 부부는 히카리에게 빛을 받았어요. 그리고 빛을 잃어버린 히카리에게 사토코 부부는 그녀를 마음속에서 보호하며 혈연보다 단단한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드는 것으로 또 다른 빛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히카리는 낳아 준 부모님과의 관계가 붕괴되어 연락도 하지 않고 살아요. 세상에는 크기도 색깔도 모두 제각각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죠. 내가 아는 게 전부라고 착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어요.

입양을 하는 입장 그리고 아이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입장 모두에 이입을 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올해들어 가장 흥미롭게 본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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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개그맨 김영철. 개그맨 중에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어쨌든 다수가 그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는 그를 스타특강쇼라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았다. 거기서 그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신의 공부법, 노하우들을 잘난 체 싹 빼고 담백하게 들려주었더랬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CNN 좀 그만 보라고. 그리고 새로 알게 된 표현이 있으면 학원이든 어디든 가서 좀 써먹으라고.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하도 답답하단 표정으로 말을 해서 나도 모르게 경청하여 듣고 있었다.

영어학원을 무려 20년 넘게 다녔다고 한다. 10년도 놀라운데 20년? 이건 성실하단 말론 부족하다. 무언가 그의 마음을 강하게 잡아 끌었던 것 같다.

그의 꿈은 영어로 시트콤을 찍는 것이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꿈을 꾸고 있기에 유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못 웃기는 개그맨이라며 그 자체를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나는 똑똑하고 열정 가득한 이 개그맨의 앞날이 기대된다. 영어학원을 20년이나 다닌 그 집념으로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아래는 내가 책을 읽다가 인상 깊어 책갈피를 해 둔 것이다. 내 생각도 함께 덧붙여 보겠다.

오래전에 읽은 칼럼이 생각난다.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면 행복해질 확률이 낮아진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은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소소하고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복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 소소하고 작은 것에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말은 주변에서도 많이 듣는데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란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행복은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지금 심장이 뛰는 것, 사랑하는 아이를 언제든 볼 수 있다는 것, 전화를 들어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 모두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은 슬프게도 행복만 유독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다. 늘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일까?

행복이란 뭘까. 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데 정답 비슷한 말을 우연히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외수 선생님과 방송할 때였다. 내가 쉬는 시간에 글 잘 쓰는 법을 여쭤보니 꿀팁을 하나 주셨다. "영철이 얘기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 있지? 모니터 앞에서 그 사람에게 얘기하듯 써. 쭉 쓰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면 끝!"


☘ 이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내게도 꿀팁이라 책갈피를 해뒀었다. 매일 일기도 쓰고 블로그에 글도 자주 올리는데 때때로 글쓰기가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얘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쓴다면 이전보다 술술 쓰여질테지.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지.

결심은 문득 하는 것


☘ 새해나 기념일을 기준으로 우리는 새사람이 되고자 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그 때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작심삼일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까지 한다. 보너스로 괜한 자책까지. 결심은 거창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번뜩 떠올랐을 때 문득 하는 거다. 나도 이런 생각을 갖고 살고 있어서 공감이 갔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잘하는 게 된다.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인스타그램을 잘하게 되고, 라디오가 좋아 계속 듣다 보면 음악과 시사 상식이 풍부해지고, 그렇게 조금은 잘하는 게 생긴다. 나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배워본다. 배우다가 재밌으면 열심히 해본다. 그러다 보면 배우고 싶은 게 할 수 있는 게 되고 잘하는 게 된다.


☘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시작하기. 그 시간이 쌓여서 잘하는 일이 된다. 누군 처음부터 잘했나! 매일 하다보니 잘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거지.

공부도 마찬가지다. 책도 마찬가지고. 하기 싫어도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세 번, 하지 않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그러다보면 고맙게도 내 몸에 습관이란 게 배니까.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잘 하는 일이 되어있다.

"기사님, 배가 고프시다는 말씀에 제가 마음이 좀 편치 않았어요. 집에 있는 게 과일하고 잡채랑 이런 것밖에 없네요. 이동하시기 전, 음식이 따뜻할 때 꼭 드시고 일하셔요. 젓가락과 반찬통은 돌려주시지 않아도 되고요. 되도록 식사는 거르지 마세요. 좋은 오후 되세요!"


☘ 택배를 시켰는데 택배 기사가 '내가 지금 배가 고파 올라갈 힘이 없으니 내려와서 물건을 가지고 가라.' 라고 했단다. 황당해서 10초 가량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데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아니면 서서히 언성이 높아졌거나?

김영철은 처음 주문 할 때 기사님이 물건을 집 앞에 놓아두고 가시기로 했었다고 일단 설명을 하고, 기사분이 집으로 올라오시는 동안 남들과 다른 행동을 했다.

냉장고를 열어 도시락을 싼 것이다. 배가 고파 올라갈 힘이 없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여서. 그것도 냉장고에 있는 음식 하나를 건넨 게 아니라 도시락 통을 꺼내 밥, 반찬, 과일, 물까지 담아 그럴듯한 도시락을 만들었다. 거기다 위와 같은 편지도 썼다.

 

김영철이 비단 연예인이라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것인가? 김영철은 본인의 어머니가 이런 분이셨기에 자신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연예인이라 그런 행동을 했다고 쳐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택배 기사님은 미안한 기색을 드러내셨다고 한다. 나였다면 절대 하지 못 했을 행동인데... 평소에 어떤 마음을 유지하고 있어야 이런 행동이 나오는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고마운 일화였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이따금 나오는데 하이라이트를 해두지 않아 공유할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가족을 무척 사랑한단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조언을 할 때,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배려심이 깊어 보였다. 그저 안아주거나 흘리듯 건네는 따뜻한 말이 전부인 듯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좋겠네.

또한 의외였던 점은 생각보다 글을 잘 쓴다는 것. 군대에서는 상도 받았단다. 때때로 멈칫하게 하는 문장들이 있어 놀랄 때가 있었다.

열심히 사는 착한 사람, 김영철. 언젠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러다 나중에 나 잘 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은 제발 좀 그렇게 되라며 웃고 넘겼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나중에 그가 꿈을 이뤘을 때 그 말이 생각날 것 같다. 보란듯이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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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외롭거나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그 감정을 배출한다. 약자는 그 배출구로 희생된다. 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괴로울 때 자신이 만든 세계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보고 듣고 기억하는 일들을 제멋대로 비틀어버린다. 이 소설은 그처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 책에서는 일단 사람을 죽이고, 그 몸을 운반하고, 다리를 꺾거나 입에 비누를 넣는 등 괴상망측한 행동을 일상처럼 일삼고 환생, 학대, 이상성욕, 트라우마 등 무거운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점 인지하고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늘도 스포주의*





주인공 미치오는 집에 유인물을 가져다주라는 이와무라 선생님의 부탁에 S의 집으로 가요. 하지만 거기엔 목을 길게 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S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죠. 미치오는 다시 학교로 가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립니다. 그리고 선생님, 형사 두 명과 함께 집에 가니 S의 몸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는데요. 대체 누가 가지고 간 것일까요?

 

누군가 미치오에게 말을 걸어요. "미치오!" 말을 한 사람, 아니 곤충은 다름아닌 거미였어요. 거미는 자신이 S라고 소개를 해요. 거미로 환생을 했대요. 그리고 미치오에게 부탁해요. 자신의 몸을 찾아달라고.

 

 



S와 미치오 그리고 세살배기 미치오의 동생 미카는 꽤 열심히 범인색출에 몰두합니다. 그들이 주목한 범인은 이와무라 선생님이었는데요. S의 제안으로 그들은 이와무라 선생님의 집에 몰래 침입하는 것에까지 성공해요. S의 몸을 이와무라 선생님이 가져갔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거기서 본 것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어요. 어린 남학생들의 사진, 싫다고는 하지만 진짜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 비디오 속 알몸의 S모습. 미치오는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S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않음을 인식하고 의심을 하고 또 싸우기도 해요.

S의 집 가까이에 다이조 라는 할아버지가 살아요. 다이조는 우연히 만난 미치오에게 이와무라 선생님이 쓴 자신의 뒤틀린 욕망이 담긴 책의 존재를 알려줘요. 자신의 그릇된 욕망이 세상에 드러날까 두려워 S를 죽인 게 아닐까, 미치오는 이제 거의 확신해요. 그래서 형사에게 언제 밀고를 할지 기회만 엿봐요. 그런데 진짜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일까요?





1️⃣ S
죽은 뒤 거미로 환생한 아이. 심한 사시에, 어머니와 살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어요.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S에게 다가오기를 꺼려했죠. 지나가는 아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칼처럼 날카롭게 느껴졌을까 안타까웠어요.

억울하고 억눌린 감정을 분출 할 방도가 없는 S는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맙니다. 힘없는 개와 고양이를 노려 그들을 죽이는 거요. S가 살고 있는 N마을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한 후 입엔 비누, 다리는 반대로 꺾여 있는 괴상한 사건이 9번이나 발생해요. 그런데 S는 죽이기만 했을 뿐 다리를 부러뜨리지는 않았다네요?

S가 죽인 동물의 다리를 부러뜨린 사람은 다리를 부러뜨리다 우연히 창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S와 눈이 마주쳐요. 그 때 S는 동정과 안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합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동질감을 느낀 것 같기도 해요. 그 후로 S는 먼저 몹쓸 짓을 하고 그 사람을 위해 지도에 자리 표시를 해 그 사람 집 앞에 놓아둡니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거예요.

S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요. 이마저도 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마음이 얼마나 지옥같았으면 그런 행위를 하고, 끝까지 그런 걸 우정이랍시고 주다니. 하지만 따돌림을 당해 억울했던 S처럼 이유없이 죽은 동물들도 힘들고 슬펐겠죠. 그저 9개의 에피소드로 치부하고 넘어간 게 아쉬워요.

 

 



2️⃣ S의 어머니
아들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그런데 둘이 어떠한 시간을 보냈는지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S의 엄마가 뭔가를 숨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S가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작가가 그렇게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싶어요.

3️⃣ 도코할머니
미치오가 고민상담을 하러 가는 따뜻한 할머니에요. 미치오가 뭔가를 부탁하면 도코할머니는 이상한 주문을 외운 후 실마리가 될 힌트를 꼭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에이고(냄새)'라는 키워드를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지요. 하지만 슬프게도 어느 날 도코할머니는 개와 고양이가 죽임을 당했던 것처럼 끔찍한 일을 당해요. 과연 누가 그런걸까요.

4️⃣ 다이조 할아버지
다이조 할아버지가 그랬어요. 근데 다이조 할아버지는 몰랐대요. 집에 찾아오는 삼색고양이가 도코할머니일 줄. 도코할머니가 환생하여 고양이가 된 거였더라고요. S가 죽고 더 이상 부러뜨릴 것이 없자 정이 들었던 고양이에게 몹쓸 짓을 해버린 다이조.

S가 지도를 준 사람은 다이조 할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다이조는 다리를 부러뜨릴까요?

어릴 적, 엄마가 돌아가시자 이웃집 아줌마들은 엄마를 둘러싸고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렸어요. 그 중 한 아줌마와 눈이 마주치고 다이조는 패닉 상태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마는데요. 그게 실은 장례절차 중 하나였거든요. 아줌마들이 악의가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다이조는 엄마가 아줌마의 남편들과 밤늦게 어울려서 아줌마들이 복수를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어느 날, 다이조는 엄마의 관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이조는 아줌마들에게 한을 품은 엄마가 관 안에서 스스로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개가 끌고 갔나 그래요.) 그리고 하필이면 엄마의 다리를 부러뜨린 아줌마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해를 입는 일이 발생해, 다이조는 엄마에게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맙니다.

노인이 된 다이조 앞에 하루는 뺑소니를 당한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어요. "용서하지 않을거야." 다이조를 뺑소니범이라고 오해한 여학생이 말해요. 다이조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랬듯 이 여학생이 나중에 관에서 나와 자신에게 복수를 하지 못하게 그 때 그 아줌마들처럼 다리를 부러뜨려요.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S에게 건네받은 지도의 장소에 가 매번 똑같은 짓을 저지릅니다. 다이조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인물이죠. 극심한 트라우마에 일흔이 될 때까지 시달리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또한 소중한 동물들의 생명을 앗아간 데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무고한 다른 생명을 해치면 안되죠.

 

 



5️⃣ 미치오
미치오는 초등학생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예요. 어렸을 때 엄마를 깜짝 놀래켜주고 싶어 했던 장난이 엄마 뱃속에 있던 아기를 유산시키는 결과를 낳은 후 엄마에겐 투명인간보다 못 한 취급을 받아요. 엄마는 항상 미카만 찾아요. 미치오의 동생이요.

그 일이 있은 후 엄마는 다시는 임신을 못 하는 몸이 되었는데 어떻게 미카를 낳았을까요? 엄마는 인형을 보고 미카라고 부르고, 미치오는 도마뱀을 보고 미카라고 불러요. 둘 다 정신병에 걸린거예요.

미치오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라며 미카를 부러워 합니다. 아빠는 늘 피곤한 눈을 한 그냥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에요. 미치오의 엄마가 미치오에게 퍼붓는 악담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미치오가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고 하자 '너보다 기분 나쁘니?', S사건의 목격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번에도 네가 죽였지?' 하지만 미치오는 순한 양처럼 그 자리를 뜨거나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어요.

미치오는 거미가 된 S, 도마뱀이 된 미카, 고양이가 된 도코할머니, 곱등이가 된 다이조 할아버지를 병에 넣고 돌봐주어요. 모두 외로움과 공허함이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이야기 후반부에 다이조 할아버지를 무섭게 몰아부치는 미치오의 분노가 인상적인데요. 그게 그 아이의 본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S는 미치오 때문에 죽었답니다. 학교에서 연극을 하기로 했는데 미치오는 연극이 하기 싫어서 S의 집에 가서 S에게 죽어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S는 그렇게 된 것이고요. 미치오는 왜 이런 아이가 된걸까요.


"저뿐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저는 부모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참 사랑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에 무시를 당하고 인정받지 못해서 얼마나 서글프고 화가나고 원망스러웠겠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이 필수인데 말이에요. 아이에게 부모는 신이라고 하잖아요. 신이 자신을 외면해버리면... 거기다 미치오의 신은 미치오에게 악담을 퍼부었어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겠죠. 그래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도피했던거고.

슈스케의 소설에는 인간의 생각과 착각, 잘못 듣는 것들이 진상을 가로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우리 인간이 사소한 생각에 쉽게 좌우되고, 보지 않았는데 보았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독자는 인정사정없이 철저히 깨닫게 된다.


늘 생각을 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생각이라고 다 옳은 건 아니라고 누가 그랬는데, 내가 알고 있는 사실도 정말 참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생각만으로 일, 관계를 그르친 적이 몇 번 있어요. 내 생각이 내 주관에 의해 해석된 것인지 남들이 들어도 납득할 만한 일인지 이제 잘 가려야겠죠.

그나저나 다이조, 미치오의 트라우마가 만든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네요. 트라우마 관리도 필요한 것 같아요.

끝으로... 이야기가 맥거핀으로 이용만 되고 스르르 사라져버린 것이 있어요. 이와무라 선생님의 악취미.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 건 악질 중에 악질이죠. 그것도 선생님이. 근데 책에서는 이와무라 선생님이 범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도 자연스럽게 묻혀졌어요. 생각할거리나 교훈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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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를 때만해도 무서운 책일 줄 몰랐는데, 상당히 옥죄어오는 소설이더고만요. 한 편의 공포영화를 글로 풀어놓은 것 같아서 중간에 멈추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두려운 존재'도 내내 멈춰있을 것 같아 차라리 후루룩 읽어버리자! 싶어 금세 완독했던 책입니다.

📬
줄거리 먼저 이야기 해볼게요. 스포주의!



초등학생 유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를 맞아요. 새아버지는 세 사람의 단란한 가정을 꿈꿉니다. 엄마, 본인, 그리고 엄마 뱃속의 아기. 새아버지가 해외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도 자연히 그 곳에 머물고, 유마는 여름방학 동안만 새아버지의 동생 즉 삼촌과 함께 살 것을 제안하듯 강요 받는데요. (초등학생인데!) 하지만 다행인 건 유마가 삼촌을 좋아한단거예요. 변변찮은 사람 같긴 하지만 자유분방하고 또 새아버지와 다른 이미지가 퍽 마음에 들거든요. 삼촌은 유마를 자신의 별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변변찮은 삼촌이 이런 별장을...?!'

별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근사했어요. 사실 그 별장은 별장 앞에 있는 숲에서 행방불명 되었던 아이를 되찾아 준 부모에게 받은 보답이었답니다. 이름은 '고무로 저택'.

행방불명이요? 숲, 일명 사사숲이라고 부르는데요. 사사숲에만 가면 아이들이 없어지는거예요. 운이 좋아 돌아온다고 해도 이전에 내가 알던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고요. 마치 다른 무엇인가 내 아이 옷을 입고 있는 느낌? 그래서 삼촌은 유마에게 신신당부 해요. 절대 사사숲에 가면 안 된다고!

유마는 유별난 애예요.


현재 살고 있는 세계 말고 다른 세계를 이계라고 합니다. 유마는 이계에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어요.

 

 

 

 

첫 번째 이계는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길을 팔이 긴 '무엇'에게 쫓기며 쉼없이 뛰는 것이었어요. 끝나지 않는 길을 '무엇'은 긴 팔을 휘적휘적 대며 끊임없이 쫓아와요. 묘사로 상상을 해 봤을 때 사람은 아니었어요. 겁주기 위해, 사람이 아닌 것이 그냥 사람을 골려주려고 쫓아오는 느낌.

저는 유마의 첫 번째 이계에서 그 무엇의 존재와 행동이 아닌 다른 것에 섬뜩함을 느꼈는데요. 초등학생 아이가 괴상망측한 무엇에게 쫓기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눈만 빼꼼 내밀고 구경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아요. 집집마다 붙어있는 사람들의 눈이 얼굴이 표정이, 이상했어요.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이 부분 소름돋는 장면일 것 같아요.

두 번째 이계는 학교가 배경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은 물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지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하나로 유마를 공포에 떨게 만들어요.

편하게 그냥 하이힐이라고 할게요. 하이힐은 각 교실 문을 하나하나 열어봐요. '누가 있나?'가 아닌 '아무도 없는거 맞지?'의 느낌으로.

그러다 하이힐은 유마의 소리를 들어요. 그렇게 시작된 학교에서의 추격전은 유마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드는데요. 독자 입장에선 그다지 몰입이 잘 되진 않았어서 전 그냥 그랬어요.

자, 여하튼.. 이러한 경험들을 한 적이 있는 유마가 음산한 사사숲, 고무로 저택에 머물게 되었으니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리가요?

매일 밤 빈 집에서 인기척을 느껴요.


들어가기 전에 잠깐. 저는 매일 밤 그렇게 두려움에 떨면서 유마가 왜 나돌아다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하는 건 어째서일까', '~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런 표현이 유독 많이 나와서 지겹다는 생각을 좀 했네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넘어가지 않는 게 유달리 많았어요. 주인공이 초등학생이라 그랬나.

 

 

 

유마는 밤중에 들리는 인기척에 괴로워합니다. 그러다 문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눈과 눈이 마주치고 경악해요. 그 눈은 세이, 그러니까 삼촌의 애인 사토미(같이 삶)의 아들이었는데요. 실은, 유마가 멋대로 질문 하고 멋대로 단정 지어 결론 내린 것이었던 것 뿐이었죠. 그 아이는 세이가 아니라 사사숲에서 행방불명된 아이였거든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젠 이 세상에 없는 아이요.

이 사실을 모르는 유마는 세이가 사사숲에 가자고 했을 때 함께 따라나서요.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고요. 유마와 세이가 숲에 들어간 후 일어나는 일들은 폐쇄공포증을 느끼시는 분들은 읽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숲에서 유마는 세이를 잃어버려요. 그러다 좁은 굴에서 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무서운 소리와 형체에 끊임없이 쫓기게 되는데요. 이 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질질 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도망이 끝난 지점에 정신을 차려보니 그 곳은 고무로 저택. 바로 삼촌이 행방불명된 아이(세이. 원래 이름은 고이즈미 마사토)를 죽인 곳에 와 있었어요.

삼촌...?


말없이 사사숲에 간 유마에게 화가 난 삼촌은 유마에게 크게 화를 내고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해 돈을 요구합니다. 이게 마가의 반전 중 하나에요. 목소리 변조를 해서 유괴범인양 협박을 해요.

삼촌은 유마를 집 안에 가두는데요.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고도 했지만 번번히 가로막히게 됩니다. 그러다 갑자기 철컥.

문이 열려요. 밖에 나가니 아무도 없네요. 아주 조심히 밖으로 나오는 유마. 하지만 곧 삼촌에게 발각됩니다. 포박당한 상태로 삼촌에게 이끌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지금이야!" 유마만 그 소리를 들었어요. 그순간 삼촌의 다리를 잡고, 위험한 구간에 서 있던 삼촌은 중심을 잃고 밖으로 떨어져요. 그렇게 삼촌도 세이처럼 세상을 떠나게 돼요.

삼촌이 나쁜 사람일 거라는 건 예상했어요. 근데 내용 자체가 쫄깃한 맛이 없다보니 저도모르게 삼촌에 기대를 좀 했던 모양이에요. 상당히 나쁜 사람으로 그려져 큰 반전을 안겨줄 줄 알았어요. 삼촌은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요. 다 허술해요. 작가님, 이렇게 재미 없는 사람에게 큰 비중을 안겨주시다니요..

유마


엄마와 다시 만나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시간이 꽤 흐른 뒤 유마는 다시 고무로 저택 앞에 가 봅니다. 차마 들어갈 용기는 없어 문 앞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요. 그러다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새아빠가 죽은 일에 죄책감을 느끼냐?"

이미 죽은 아이의 목소리, 세이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유마의 새아빠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일부러 두고 온거야."

내내 조용하고 얌전한 모습만 비추던 유마의 다른 면을 보게 되어 가장 의외라고 생각했던 장면이었어요. 새아빠는 유마의 RC카를 밟고 넘어져 돌아가셨습니다. 거의 처음으로 유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장면.

느낀점 📬


이 책에는 대부분 사람이 아닌 것들이 유마를 괴롭혀요. (삼촌 빼고) 하지만 그것들이 유마를 해했나요, 신체에 일격을 가했나요. 그것들은 유마의 돈을 빼앗거나 목숨을 위협하거나 인격을 유린하진 않았어요. 그저 놀래키고 장난쳤을 뿐.

 


그에비해 사람은 돈 때문에 가족을 감금하고, 돈과 생명을 교환하려 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입에 올리며 안주처럼 뜯어댔어요. 유마의 새아버지는 초등학생 아이를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았고요. 그럼 그 아이는 어디서 밥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요? 아이를 보호할 여력이 있는 보호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봐요. 다시 한 번, 진짜 공포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은 영혼이 무섭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근데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덴, 역시 사람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공포소설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소설이긴 했습니다.

 

✔참고로 '마가'는 미쓰다신지의 <집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흉가', '화가' 편이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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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백화점>
2021년 밀리 독서 대상 '올해의 책'에 선정,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 도서, 밀리 독서 리포트 2021에 소개 📚

 

원래 판타지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데 하도 밀리의서재에 많이 보여 그냥 한 번 읽어보았어요. 순서 무시하고 다짜고짜 총평 할게요. 등장인물들의 입체감이나 개연성이 부족해 탄탄한 느낌은 못 받았고요. 소재는 신선해요. 그리고 작가님 글도 잘 쓰세요. 빠져들어요. 이 책을 시작으로 판타지소설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하고 있어요.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에서는


다양한 꿈을 팝니다. 하늘을 날아볼수도 있고, 그리웠던 사람을 만나볼수도, 타인의 삶을 살아볼수도 있어요. 금액이요? 맞아요 당연히 돈 내야죠. 후불이고, 느끼는 감정만 반납을 하면 돼요. 쉽죠.

읽으면서 저는 지난 내 꿈을 돌아봤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꿈이 없어 나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은 없는건가.. 하는 섭섭함도 들었고, 수학문제가 하도 안 풀려서 내내 씨름하다 마침내 꿈에서 그 문제를 풀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토록 생생한 꿈을 꿀 정도로 나는 이제까지 가슴 터지게 무언가 갈망을 해 본 적이 없는건가.. 싶기도 했어요. 꿈을 다채롭게 꾸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각설하고 이제 기억에 남는 책 내용 공유해볼게요. 스포일러가 될 지도 모르겠어요.

🍃

이건 답을 내리지 못해 조금 답답한 마음에 쓰는 내용인데요.

 

 



한 아이가 5살 때 즈음 부모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아이는 꿈을 사서 부모가 너무 슬퍼하지 않을 타이밍에 맞춰 꿈을 꿀 수 있게 해줍니다. 짠! 하고 꿈 속에 자기가 나타나는거죠. 반가워하는 부모에게 아이는 나 잘 있다고, 밑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었다고 얘기해줘요. 왜 인생을 살다보면 안 좋은 기억이 있게 마련인데 나는 좋은 기억밖에 없다고 기특하고 슬픈 얘기까지 합니다.

꿈에서 깬 부부는 예상과 달리 오열하지 않고 그저 이불을 움켜쥐고 서로 마주본 채 이 이야기를 끝내요.

부부는 왜 그러고 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근데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상상을 해야 했네요. 나를 먼저 떠난 내 아이가 내 꿈에 나타나 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는?

매일 매일 무너져내리는 가슴이 그 날은 안 무너질까요 과연. 오히려 더 슬프진 않을지. 아니면 어제보단 더 밝게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지.. 저는 아직도 제 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상상일뿐인데 너무 가혹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겐 지금 현재 진행중일 크나큰 아픔일텐데 공감을 해보려 애를 써도 안 되었어요.

상상으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런걸 두고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이라고 하는거구나 싶었어요.


🍃

악몽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게요.

당신은 어떤 꿈을 악몽이라고 보시나요?


귀신이 나오는 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혹자는, 그리고 저는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다시 떠오르는 꿈을 악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선 갑자기 악몽의 좋은 점, 그러니까 장점을 찾아내요.

책에선 가짓수를 나누진 않았지만 저는 두 가지로 나눠봤는데요. 첫째는, 안도.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악몽을 꾸고 난 후 안도를 느끼기도 합니다.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으니까요. 안도는 좋은 감정이죠.

예를들어, 군대를 전역한 군인이 다신 돌아가기 싫은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꿨다고 쳐요. 꿈에서 깨면 이내 현실감각을 되찾아 안도의 감정을 느낄거예요. 그리고 더 나아가 감사의 마음을 느끼면 이건 거의 일석이조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요?

 

 



둘째는, 해결하지 않고 지나간 내 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것.

트라우마. 무섭죠. 꿈에서조차 다시 겪기 싫은게 트라우마일겁니다. 그런데 그 꿈을 만드는 제작자가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에는 있어요. 그리고 달러구트는 그 제작자를 독려하기까지 하는데요. 기억하기도 싫은 그 시간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그 꿈이 과연 내게 어떤 도움을 줄까요?

매일 나를 따라다니며 조금씩 갉아먹는 트라우마지만 저는 때때로 이 사실을 망각합니다. 그게 편하니까요. 하지만 내 안의 나는, 그 시간의 나는, 해결되지 않은 그 시간 속에서 아마 해결이 될 때까지 괴롭힘을 당할테죠. 그래서 저는 10살의 저, 18살의 저, 24살의 저 등 매순간의 저와 눈 맞추고 진솔한 대화를 하려 애를 씁니다.

특히나 '트라우마'라면요, 우리는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어도 반드시 내 안의 나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만 하잖아요. 아니면 내가 너무 가여우니까. 달러구트는 누군가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악몽을 만드는 제작자를 독려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악몽을 꾸고, 다시 한 번 그 시간으로 돌아가 상황과 감정을 다시금 겪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단 한 가지 '감정'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 때의 나를 꼭 안아주며 대화 나누고 이제는 내게 힘이 되어줄 만한 감정을 선택 하는게 트라우마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한 번에 될 리는 당연히 만무하지만요.

제가 지금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데 반드시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 시간을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이요.

여튼.. 괴로운 꿈을 꾸고 나서 가만히 묵상하는 시간을 앞으론 꼭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입체감이 부족해요.

등장인물들에 친근감을 느끼기 어려웠어요.


이제 내용에서 걸어나와 책 표지를 보고 드는 생각을 적어볼까 하는데요. 물론 제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 수 있습니다. 달러구트는 능력있고 동시에 포용력 있으며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인물이라고 저는 해석했어요. 그런데 달러구트 만큼이나 비중있는 역을 맡은 직원 페니에게선 이렇다할 특징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그냥 일 열심히 하고, 적당히 호기심 있어요. 사람들과 깊은 애정을 나누거나 갈등을 겪는 일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작가님이 독자를 등장인물이 아닌 이 신선한 내용 자체에 빠트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그러셨나 싶기도 한데.. 누군가에게는 큰 단점으로 다가가 혹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쓰고 싶은데 늦었네요. 그래도 2편이 남아있어요. 놀랍지만 저는 해리포터도 읽지 않은 사람이에요. 판타지소설을 그 정도로 즐겨 읽지 않는 스타일이란 말이에요. 근데 달러구트 꿈백화점 2편은 읽어보려고요. 입체감이 부족하단 얘기를 했지만 저는 이것들을 뛰어넘는 이 신선한 소재에 큰 매력을 느꼈거든요. 😉

2편도 가능하면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2편에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더욱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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