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미술에서 일반회화인 그리기보다 중요한 것이 입체 조형활동이에요. 외국의 많은 초등미술 교과과정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입체 조형활동으로 이루어져있어요. 만지고, 자르고, 붙이는 유기적인 조형활동은 생각을 키우는 아주 중요한 요소니까요. 미술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rt)에서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장 하나 더 받는 것이 아니라 입체조형 활동에 의한 창의성계발이나 공간지각력을 키워주는 자기계발이에요. 브레인아트는 그리기와, 차별화된 조형미술 프로그램의 최적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8개월 아기는 아직 소근육의 미발달로 의미 없는 불규칙한 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단계인데요. 현재 받고 있는 퍼포먼스 미술 수업이 그런 과정을 즐기는 수업이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잘 따라가다보니 엄마 욕심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을 하나 더 추가해도 될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브레인아트를 하려고 맘 먹었던 건 아니고, 제가 아는 모든 업체에 전화를 했는데 아쉽게도 제가 사는 지역은 전부 대기를 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한한 빠른 수업이 가능한 곳을 찾고 찾다 알게 된 곳이 이 브레인아트에요. (처음엔 사전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약속을 잡게 됐어요. 수업이 다 끝나고서야 부랴부랴 알아보고 공부 했네요)

상담 할 때, 수업 받는 아이 중 가장 어린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봤어요. 보통 두 돌이 지난 친구들이지만, 18개월이어도 말귀만 다 알아들으면 수업이 가능하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런갑다 하고 맘 놓고 있었죠.


(저와 아이, 선생님은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선생님은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씻으셨어요.)

저는 선생님들이 손을 씻고 거실로 들어오실 때 기운을 민감하게 눈치채는데요. 시작부터 어째 불안하더라구요. 선생님은 아기를 보고 반가워 하지 않고 오늘의 수업에만 관심이 있으셨어요. 아니나다를까 아이는 곧장 울음을 터뜨렸네요. 아이가 이제까지 겪어 왔던 선생님들은 주로 눈을 보고 웃으며 인사하는 일이 가장 최우선이었는데, 평소답지 않게 굳은 분위기를 아이도 느낀 것 같아요.

선생님이 수업만 잘하면 됐지? 라고 하기엔 18개월은 너무 아기잖아요. 왠지 아이를 예뻐하는 분이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수업 전부터 걱정 됐어요.

안고 달래 겨우 진정된 아이를 앉히고, 여하튼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물풍선과 물감, 뭘 하려는 걸까요?


일단 물감통에 물감을 짜보았어요. 다행히 아이에게 기회를 주셨네요. 짜낼 힘이 없으면 함께 해주시고, 낑낑거리며 힘들어 하면 괜찮다는 등의 격려 말씀도 해주셨어요.


활동은 짜낸 물감에 풍선을 콕 찍어 도화지에 묻혀보는 일이었어요. 아이는 어떤 모양이 찍혔는지 유심히 쳐다보지 않고, 크게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네요. 선생님은 찍은 그림으로 애벌레를 만들어 볼 생각이셨대요.


애벌레고 나발이고 18개월은 물감을 치대는걸 가장 좋아해요. 윗 쪽의 동그라미는 선생님이 찍으신거고, 아이는 사진과 같이 손에 물감을 묻히고 촉감을 즐기기 바빴어요. (원래 난화기(2~4세) 아이들은 낙서식 표현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즐겨요. 요맘때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에요.)

 



선생님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셨네요. 아이가 멋쩍을까봐 일부러 제가 아이에게 말을 걸 정도로. (원래 수업할 때 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거든요.) "선생님은 참 조용하시네요." 라고 하니, 현재로써는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재료 탐색에 흠뻑 빠져있는 것 같으니 존중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일리 있는 말이니까요.


선생님은 물감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여러 번 더 짜주셨어요. "물감 더 짜줄까?"
그리고 손으로 문대 사라졌지만 형태가 있었을 적엔 애벌레였던 것을 가리키시며, "이거 뭐야?", 풍선을 가리키시며 "이거 뭐야?", 물감을 가리키시며 "이거 뭐야?"…

"아이가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셔서 대답을 해드렸는데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대답을 자꾸 요구하셔서 머리가 아파왔어요. 노란색 파란색 물풍선을 양손에 들고 "어느 쪽이 파란색이야?" 라는 질문까지는 괜찮았는데 말예요. 이런 부분에서 18개월 아기 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아쉬웠어요.

 



아이는 엄마도 선생님도 쳐다보지 않고 오롯이 물감에만 집중했어요. 자기 손이 스칠 때마다 하얀 도화지가 칠해지는게 신기했는지 여러가지 색깔이 합쳐져 짙은 하나의 색이 되는게 신기했는지 매우 몰입했더라구요.


손이 온통 물감 투성이여서 씻고 왔어요. 이번에는 풍선에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보고 있어요. 스티커는 아마 눈, 코, 입이었던 것 같은데, 풍선이 얼굴이고 그 위에 표정을 자유롭게 만들어보도록 하는거예요. 그리기는 좋아하는가 싶더니 금세 펜을 놓고 스티커도 별 관심 없더라구요.


이번엔 풍선에 찢은 종이를 붙여보고 있네요. 아이는 끈적끈적한 풀에 온관심이 다 쏠렸어요. 풀은 볼 때마다 신기한가봐요. 선생님이랑 저는 내버려뒀어요. 재료를 탐색하고, 그 재료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엔 시키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무언가 해보려 할테니까요.


하지만 이 날은 그냥 풀만 만지다 또 손을 씻고 왔어요. (이 날 손만 한 세 번 씻은 듯) 이번에는 도화지에 사람 얼굴을 그려주시고, 원하는대로 스티커를 붙여보라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하트 스티커에 큰 흥미를 갖지 않아 그려주신 얼굴에 마구그리기만 한 후 펜을 놨네요.


이 때쯤, 이제까지 계획했던 결과물을 만든 게 하나도 없다보니 선생님도 '니 하고 싶은대로 해라'라는 느낌이긴 했는데, 교사니까 어느정도 방향은 제시해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네요. 재료 탐색할 시간을 주고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이게 까딱 잘못하면 방치가 되는건데 선이 좀 넘어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아이를 대신해 제가 '다른 놀이는 없나요?' 라고 여쭤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조금 그리는 듯 하다 이번에도 역시 손으로... 물감을 달라고 해서 쭉쭉 짜낸 다음 신나게 손으로... 이제까지 이런 물감놀이를 많이 해왔던지라 사실 아이와 저는 익숙했는데 선생님은 걱정이 많아보이시더라구요. 수업은 이걸로 끝이에요.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가 현재 받고 있는 다른 수업을 계속 받고, 브레인아트는 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하셨어요.

 



저는 5세 이상 아이들을 대하는 것처럼 저희 아이를 대하셔서 평균 몇 살의 아이들을 주로 가르치시느냐고 여쭤보았어요. 6-7세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이제까지 가장 어린 아이는 24개월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오시기전 저희 아이 나이는 알고 오셨을텐데 "많이 어리긴 하네요." 라뇨. 상담할 때 수업이 가능할 거라고 해서 시작한건데. 그래서 제가 느낀 아쉬운 점을 모두 말씀 드렸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곧바로 지사장님께 전화드리니 다음 주 다른 분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네요. 선생님들 스케쥴이 안 되면 직접 오시겠다구요.

어떤 프로그램이고 분위기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 제가 놀랄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음 주 수업을 한 번 더 받아보고 결정 하려 해요.

  참고로 저희 아이가 진행 한 프로그램은 쁘띠플레이(Petit Play)에요. 탐색놀이에 의한 퍼포먼스 미술이구요. 2세 이상 유아를 위한 오감발달 놀이미술 프로그램입니다.  


순서대로 쁘띠아트(3세 이상 유아 대상), 아트플레이(4세 이상), 토드아트(5세~9세), 키즈아트(7세~11세), 아이아트(9세~13세), 주니어아트(12세~15세), 주니어프로(14세~성인)가 있어요.

수업료는 주 1회, 한 달 15만원이구요. 이건 지사마다 다른 듯 해요. 수업 시간은 40분이에요. 이건 연령에 따라 추가로 선택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단 다음 주 수업이 확정이라 받아보고, 지금 하고 있는 방문미술이랑 무엇이 다른지 포스팅 할게요.

반응형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가. 책에서도 꼭 사람 나오는 부분을 세이펜으로 찍으며 반복해서 듣고, 놀이터나 어딘가에 가서도 남녀노소 불문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기를 원해요. 장난감 가게에서는 자기 것도 아니면서 꼭 쥐고 가서 옆에 있는 친구 주는 거 있죠? 그런 모습이 너무너무 예뻐요. 물론 낯가림이 없지는 않지만 본인이 생각했을 때 위험인물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소통 하기를 원하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 집 아가는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아요. 남편은 애가 친구를 원하는 것 같으니 보내고 싶어하는 눈친데, 아파서 입원하는 것 아닌 이상 3살 까지는 무조건 제가 데리고 있으려구요. 그 이유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적지 않겠지만...

여튼, 아기가 인사를 해준다고 늘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몇 번 외면 당하는 뒷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 좋아서 문화센터를 다시 다니기로 했어요. 여기서는 맘껏 인사해도 돼! 네가 좋아하는 사람 천지다!


코시국에 참여 중인 가족이 몇 집이나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꽤 있더라구요. 저희 집 포함 여덟 집 정도는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전에 문화센터에 다녔던 이력이 있는지라 쭈뼛거리지 않고 자리 잡고 앉아 수업에 참여 했어요. 선생님이 적극적인 제게 다가와 첫 날이니까 오늘은 구경만 하셔도 된다고 하셨지만, 활동이 바뀔 때마다 벌떡 벌떡 일어나 참여했어요.



제가 신청한 수업은 <트니트니 키즈챔프>에요. (A부터 E까지 있어요. 제가 신청한 A는 15개월부터 24개월까지) 그런데 저는 중간에 들어왔거든요. 재료비가 40,000원인데 중간에 들어와도 다 내야 하는건가? 싶었는데, 여쭤보니 6회차인가 부터는 재료가 없어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네요.


수업은 선생님이 틀어주신 음악에 맞춰 노래와 율동으로 시작되었어요. 스스로 신체부위를 찾아 짚어보는 노래였는데 좋더라구요.

그 다음 선생님이 요 놀이기구 같은 걸 만들어 주셨어요.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 착지 하는 걸 보고 저도 저희 아가에게 "이거 타볼까? 저기까지 가볼까?" 라고 했는데, 아가는 아직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지 엄마 목을 꼭 끌어 안고 여기저기 탐색하기에 바빴어요.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아기가 놀러온거지 엄마가 놀러온거 아니니까요.


이건 낚싯대로 자석이 부착된 물고기를 잡는 낚시 놀이에요. 아기가 이 때 까지도 두리번 두리번 어색해 하길래 제가 손을 잡아 함께 몇 마리 잡아줬네요. 선생님이 "oo이 잘하네~ 이거 또 잡아볼까?" 라며 계속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셨는데, 젊은 남자 선생님이 참 노련하게 잘하신다 싶더라고요.


보트에요! 한 번에 네 명까지 탈 수 있대요. 저기 보트 주인처럼 앉아있는 아이가 저희 아이에요. 아마 이 때부터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보트는 바퀴가 달려 있어서 선생님이 미는대로 앞으로 쭉쭉 나아갔어요. 한 번에 네 명만 탈 수 있어서 저희 아가도 조금 타다가 다른 아기에게 양보 했네요. 제가 "이제 그만 탈까?" 라고 하던 시점과, 아이가 내리고 싶은 시점이 똑같아서 다행이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옆에서 무슨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이는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제가 아까 그 통나무 놀이기구로 데리고 왔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올려 주면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서 있기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올라가는 모습이에요.


엄마 손을 잡고 영차영차. 마지막엔 푹신한 매트로 착지를 하면 되는거예요. 그런데 멈칫 하길래 제가 안아 올려서 슈웅~ 하고 내려줬어요. 이 날 웃는 걸 이 때 처음 봤네요.


오늘의 활동이 다 끝나고나서는 선생님이 비눗방울을 불어주셨어요. 내내 제 품에 있다가 이 때 처음으로 달려나가더라구요. 저희 아이 포함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구 귀여워. 기분이 좋았나봐요. 혹 아이가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진 않을까 염려도 했는데, 다음주부터 맘 편히 다닐 수 있겠어요.


비눗방울까지 다 즐기고나서 손과 발에 도장을 찍는 것으로 정말 마무리가 됐어요. 도장은 받고 싶은 사람만 받는거라 몇 명의 아이들만 몰려 들었는데 저도 그 사이에 꼈... 첫 날이라 유달리 더 의욕이 앞섰던 것 같네요.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트니트니 여권이라는 것도 받아왔어요. 매주 수업이 끝날 때마다 선생님이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신대요.





아기가 신체 활동 욕구가 강한데 제게 그 부분은 분명히 한계였어요. 그래서 체육 수업을 하나 끊어줄까, 근데 집에서 하는 일대일 수업은 재미도 의미도 없을 것 같은데 어쩌지- 고민하던 차에 요일과 시간이 딱 맞는 액티브한 프로그램을 발견한 거예요. 트니트니는 원래 유명한 강좌라 기회가 생기면 언젠가 하려고 했는데 잘 됐지 뭐예요.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며 다녀보려 해요.

집에 와서 아이에게 "오늘 재밌었어? 다음주에 또 갈까?"라고 물어보니 "응!"이라네요. 다음주가 기다려져요. 🌼

반응형



지난주에 이어 수박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미술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집에서 곯아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눈 뜨자마자 선생님 얼굴 보고는 천천히 정신차리고, 여느때와 같이 수업 하더라구요.


수업은 수박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위사진 외에도 수박을 반으로 쪼갠 사진, 덩굴에 수박이 싸인 사진, 팥빙수에 수박이 들어간 사진, 수박젤리 사진 등을 설명과 함께 천천히 보여주셨어요. 첨부 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선생님이 매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죠? 수박 그림이 그려진 매트와 사진을 비교해 주고 계시는 거예요.


이건 이에요. 엄마 공, 아기 공이라고 칭하시던데요. 아이가 이 공을 참 좋아했어요. 공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지요. 저희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고, 그저 단순하게 시간 때우기 식으로 수업하는 분이 아니셔서 역시나 튀겨보고 굴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주셨어요.


저 같으면 옷 속에 넣어 볼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따로 해보려구요. 조심스레 배를 쓰다듬으며 아기를 품고 있는 임산부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17개월 아기에게 이르긴 하지만 이 안에 동생이 있다는 상황극도 해보면 좋겠어요. 어리둥절 하거나 관심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선생님을 따라 공을 배 안에 집어 넣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요. 이제 공이 사라져도 어디로 갔는지 당황하지 않고, 선생님 배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네요. (감회에 젖는 엄마...)

이 외에도 다양한 공놀이는 계속 되었어요. 아이를 안고 공중부양한 채로 공을 발로 뻥뻥 차볼 수 있게 해주셨구요, 공을 베고 누워 자는 척을 하기도 하셨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도 선생님 옆에 아기공을 베고 눕더라구요. 그리고 짐볼처럼 엉덩이에 깔고 앉아 통통 튀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높이 높이 튀겨보기도, 멀리 멀리 굴려보기도 했답니다.



다른 수업의 어떤 선생님은 풍선이 주제였던 날, 풍선을 불어준 뒤 좋아하고 있는 아이에게 리액션만 하고 가신 날이 있어요. 뭔가 이상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른 친구들은 풍선을 이용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했더라구요. 안 그래도 간단한 놀이 재료인데,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느껴지는 태도, 말투, 눈빛, 목소리로 수업을 했던 것이 떠올라 화가 났어요. 그 선생님은 이전부터 느꼈지만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말씀 드리고, 본사에도 알렸네요. 노크 선생님은 보시다시피 간단한 놀이 재료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비슷한 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뚜렷이 비교가 되네요.


포슬포슬, 사락사락 초록색 습자지는 수박의 덩쿨 역할을 맡아주었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수업을 할 땐 왠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져요. 나중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준다면 매트에 가득 담아 놀게 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 날 아이는 큰 관심은 안 보였어요. 아마 수박 공에 관심을 다 빼앗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수박 덩쿨은 수박을 숨기고, 아이도 덮어주었어요. 그 안에 파묻혀 웃으면서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기 표정과 눈빛이 생생해요.


바구니 두 개에 펠트지와 까만 줄을 붙여 수박 모양을 만들었더라구요. 열리는 부분엔 아니나 다를까 벨크로가 붙어 있었구요. (노크는 벨크로를 참 좋아해요) 그 안에는 이와 같은 네모난 수박 조각들이 가득 들어 있었답니다.


그리고 뚜껑을 뒤집으면 조각을 넣을 수 있는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 있어 소근육을 정교하게 쓰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저희 아기가 너무나 좋아했어요. 선생님과 방긋방긋 웃으며 놀다가 웃음기 싹 거두고 집중모드!

수박 조각으로는 선생님이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주시고, 쌓고 무너뜨리기도 해보았어요. 수박 조각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만져보니 가볍고 살짝 말랑하더라구요.


교재의 왼쪽에 초록색 수박, 오른쪽엔 하얀색 수박이 보이시죠. 수박 줄기를 그려보고, 초록색으로 색칠도 유도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 아가는 교재도, 롤러도 아닌 까만 물감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손이 빈틈없이 까매지는게 신기했나봐요.


그래서 저 롤러 자국은 선생님이 하신거예요. 저희 아이도 함께 해보기는 했지만, 까만 물감을 손으로 가리키며 빨리 더 달라고 재촉하는 시간이 더 많았네요. 이렇게 손에 잔뜩 묻히고는 과연 어디에 찍었을까요?


무릎에 찍었어요. 늘 본인의 몸을 도화지 삼아 쓱쓱... 👩🏻‍🎨 교재에는 선생님이 팔을 잡아 도와주셔서 그린거고요. 선생님이 제게 조금 더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는데, 얼마 안 가 옷이며 몸이며 난리통이 될 것 같아 조용히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네요. 선생님은 자연스럽고, 아이가 놀라지 않게 물감통을 숨겨주셨어요.

오늘의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는 바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안고 화장실로 직행, 물감을 씻었어요. 생각보다 잘 씻겨 내려가더라고요. 다음주는 음악 수업이네요. 일주일 뒤인데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반응형



오늘의 수업을 위해 찾아 온 친구는 바로 수박이에요. 이제 무더운 여름이다보니 저번주는 바람, 이번주는 수박- 주제가 시원하네요.

선생님은 준비해오신 음원을 틀고 노래와 간단한 율동을 보여주셨어요. 커다랗고 동그란 수박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 위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그대로 내려와 아기를 가두기도 하고, 두 손으로 동그라미, 주먹쥐어 동그라미 등, '동글동글'을 이해하기 쉽도록 가지각색의 동그라미를 몸으로 표현해주기도 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멀찍이 앉아있는 아이에게 다가와 교감하려고 노력하신 선생님께 감동 받았네요. 그냥 한 자리에 앉아 보여주기만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러고보니 노크는 유독 벨크로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이 날도 수박 찍찍이를 붙이고 떼는 활동을 했네요. 그리고 무언가 다른 것도 붙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요.

사진 속 아이가 두드리고 있는 악기는 스터드럼이에요.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말렛이고요. 말렛으로 스터드럼(스터실로폰드럼) 안을 휘리릭 하고 돌리면 부드러운 실로폰 소리가 나요. 들으시면 놀라실거예요. 정말 맑고 고운 소리가 나거든요. 왜 실로폰은 쨍하잖아요. 근데 이건 꼭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아요. 이 악기는 음악 수업에 종종 등장하는데, 아이가 흥미를 가지면 따로 구매하려구요.


아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두드리고만 있으니,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볼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사진으로 봐도 저와 선생님 거리가 가까운게 느껴지시죠? 직업이지만 민망할 수도 있는데 개의치 않고 아이와 즐겁게 놀이하는 일에만 온 관심을 쏟아주시는 선생님께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사전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사진을 찍는 이유는 아이 일상을 기록하고 있어서이고, 찍을 때 선생님 얼굴이 나오지 않게 주의하겠다고요. 혹 얼굴이 나온 사진을 포스팅 해야 할 땐 스티커 처리를 하고, 업로드를 한 뒤 다 지우고 있어요. 또한, 사진을 찍을 땐 수업에 지장이 가지 않게 무음 카메라로 아주 빠르게 찍고 내려놓는답니다.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함께 찍히는 선생님 입장도 당연히 생각해야 하니까요.


이 날도 스토리텔링을 해주셨는데 빠르게 지나가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보통 준비물은 선생님 재량에 따라 꺼내기도 안 꺼내기도 하는데 저희 선생님은 많이 꺼내시는 편이라 30분 동안 어떤 것들이 지나갔는지 다 외우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수업 만족도는 최고)


초록색 동그란 펠트지에는 수박 줄무늬 찍찍이를 붙여 수박을 만들어 보았어요. 선생님이 줄무늬를 꺼내자마자 아이가 가져가서 스스로 만들어보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앞으로 뭘 해야 하는 활동인지 알고 행동하는 것 같았어요.


사진 순서가 이게 먼저인데 크게 상관 없으니 언급하고만 넘어갈게요. 수박 줄무늬는 이 펠트지 안에서 꺼냈어요. 펠트지에 지퍼가 붙어있더라구요. 요즘 한창 지퍼에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는 터라 이 역시 스스로 했답니다. 지퍼가 아니라 그냥 줄무늬를 붙여도 되었을텐데 섬세하죠.


수박 모양 드럼이에요. 수박 노래를 부르며 함께 두드려보았어요. 이건 롤리팝 드럼이랑 이미지만 다른게 아닐까? 생각해요. 드럼채도 같구요, 소리도 비슷해요.


그리고 이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다른 집은 어떻게 수업 했나 블로그를 둘러보았는데요. 수업 중 마음에 드는 교구를 구매하여 엄마표 악기 수업을 해주시는 분을 봤어요. 적극적이고 열의가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했네요. 악기 구매가 가능한가봐요. 그 분의 선생님이 이런 어머님은 드물다고 얘기 하셨다는데, 흔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따로 전해 듣지 못했나봐요. (알았어도 인터넷으로 구매 했을 것 같긴 하지만..) 여튼 몰랐던 사실이라서 적어봐요.

또, 노크는 음원자체 제작하는데 마음에 들면 다운로드를 받을 수도 있답니다. (회원만 사용 가능) 하지만 저는 이제까지 다운로드까지 받고싶을만큼 좋았던 음원은 없었네요.

[음원 다운로드 방법]
1. '플레이스토어-비트플레이어'
2. 당사에서 발급한 아이디, 비밀번호 통해 에듀프라임 음원사이트 접속
3. 강의실 입장-현재 수업중인 단계의 음원 클릭
4. 다운받은 음원은 비트플레이어를 통해 재생가능


이야기가 샜네요! 수박인데 수박씨를 빼놓을 수 없죠. 수박씨 모양에 벨크로(찍찍이)가 붙어있어 아이가 쉽게 붙여볼 수 있었어요. 아쉬운점이 있다면, 평소 아이에게 수박을 먹일 때 먹기 편하도록 자른 수박을 가져다 주다보니 씨가 알알이 박힌 단면을 실제로 볼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그림책으로 본 적이 있어 낯설진 않았겠지만 엄마인 저는 쪼끔 아쉬웠네요.


이건 리듬체조할 때 쓰는 리본 같이 생긴건데 수업 내용과는 무관하나 아이가 좋아해서 저도 좋았어요. 두 개의 리본을 마구 흔들면서 함박웃음을 짓더라구요.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어요.





삼십 분이라는 수업 시간이 평소 같으면 아쉬워야 하는데 이 날은 알차게 놀았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이 끝나도 전혀 아쉽지 않았답니다. 열정과 애정으로 아이와 교감하려 애쓰신 선생님 덕분이지요. 삼십 분이라는 시간이 아쉽지 않다고 느껴본 적이 처음이라 놀랐고, 다른 선생님들과의 역량차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곧 이사를 가요. 너무 아쉬워요. 물론 그 곳에서도 아이는 다른 선생님과 수업하며 잘 놀겠지만 눈빛, 말투, 표정, 행동, 수업 방식 하나하나 다 제 맘에 쏙 드는 이런 선생님은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반응형



지난 시간에 이어 나나(원숭이 이름)가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만 데리고 왔더라고요. 덕분에 오늘도 강아지, 토끼, 원숭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오늘 유독 무거운 가방을 두 개나 짊어지고 힘겹게 들어오셨어요.


오늘 수업은 바나나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사진은 없지만 여러개의 바나나, 한 개의 바나나, 바나나를 깐 사진, 바나나를 썰어놓은 사진을 차례차례 천천히, 밝고 경쾌한 설명과 함께 보여주셨답니다.

그리고나서는 이 바나나 나무가 등장했어요.
바나나 나무인데 바나나가 없어 이 때 눈치챘지만, 펠트바나나가 나올 때까지 얌전히 있었어요.


처음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바나나를 붙였어요. 그러더니 엄마 품을 나서 스스로 바나나를 척척 붙이더라고요. 찍찍이가 좀 정없게(?) 붙어있었으면 서운할 뻔 했는데, 아기가 어디에 붙여도 쉽게 붙어 좋았어요. 그리고 바나나 안에는 하얀 알맹이가 들어있었어요. 어떤 건 삑삑이 신발처럼 삑삑 소리가 나고, 어떤 건 종이 구길 때 나는 꾸깃꾸깃 소리가 나더라구요. (선생님 재량 따라 다른데 삑삑이, 빨대, 솜, 콩 등이 들어간대요) 교구를 신경써서 만든다고 느꼈네요.


선생님이 평소보다 더 큰 가방을 들고 오신 이유는 밑에 깐 노란 매트와 (김장매트) 이 백업스펀지 때문이었어요. 매트도 커서 많은 양의 백업이 필요했어요. 쏟을 때도 아이가 보고 즐거울 수 있도록 위에서 와르르~ 하고 쏟아주셨답니다.


아이는 가방에서 뭐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이 노란 백업으로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쌓기도 해보고, 선생님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걸 보기도 했어요. (언제나 선생님의 노고에는 감사를ㅠㅠ)


저번 주 만났던 동물 친구들을 또 만났다고 했잖아요. 아이는 보자마자 빨리 달라며 손으로 재촉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노란 백업을 먹여줬어요. 요즘은 밥 먹을 때에도 엄마 한 입, 아빠 한 입, 곰돌이 한 입, 뽀로로 한 입…. 꼭 한 입씩 나눠주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요 시기 아이들은 다 그러나요? 여튼 동물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백업을 주었어요.


토끼 교구 귀엽죠? 동물 교구는 가면에 통을 붙여 입을 만들었더라고요. 노크 교구는 볼 때마다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마지막은 바나나 도장을 찍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색깔이 연해서 그런지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리를 떠버렸어요. 그래서 사진 속 도장은 전부 흥미를 끌기 위해 애쓰신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참, 바나나가 주제여서 사실 2주 차 미술시간에는 바나나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어요. 여쭤보니 바나나는 이동 중에 무르거나 색깔이 변할 수도 있어 준비하지 않으셨다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여담) 당연한 소리지만 어떤 수업이든 선생님이 참 중요해요. 아이의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보는 눈이 점점 길러지고 있는 듯 하네요. 저는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또 민감한지도 알아가고 있어요.

저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은 싫어요. 재미있는 표현을 쓰고 아기어로 말을 해도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거나, 토라진 친구 흉내를 너무 자주 내는 선생님이요. 어린 아기가 벌써부터 토라진 친구 앞에서 당황스러워 할 필요는 없잖아요. 또, 감정기복이 심해 매주 수업스타일이 널뛰는 선생님도 싫어요.

자질부족이나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목격 되면 가차없이 따져 묻거나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 요청을 드리면 되는데 말하기 애매한 것들 있죠? (이를테면 본연의 성격 같은...)
사실 저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바로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얘기도 몇 번 드렸어요. 근데 아무리 좋게 말을 한다 해도 이런게 또 쌓이면 불편하시겠죠. 이건 피드백이 아이에게 오는 아이의 일이기도 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지금 몸이 힘든것만큼 머리가 아프다던 지인의 말이 자꾸 떠올라요.
어떤 느낌인지 살짝 알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이 있겠죠? 엄마도 상대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아이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좋은 방법이요.

반응형



'히히호호'는 생후 6개월부터 수업이 가능한 히히와, 24개월부터 수업이 가능한 호호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히히호호에 전화를 걸었을 때 우리 아가는 6개월이어서 바로 수업이 가능한 상태였는데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로부터 6개월을 더 기다렸다. 음,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스케쥴을 넣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차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궁금했다. 히히호호는 워낙 유명한데다 실제로 추천도 많이 받았던 곳인지라 하다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고 싶었다.

우리 아이는 현재 16개월이고 수업을 받은지는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수업료가 다른 방문수업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선생님이 챙겨오시는 준비물이 비교적 간소하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준비물을 많이 챙겨오신다고 해도 아이가 관심이 없으면 말짱도루묵이므로, 주어진 재료로 아이에 맞춰 수업을 해주실 선생님이 가장 중요한데, 그 부분에 있어 만족스러워서 수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

*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히히 프로그램은 신체놀이, 생태놀이, 식재료놀이, 표현놀이로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을 돕고자 한다. 이와같은 오감수업은 영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진행된다.


이 날은 콩이 두부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맷돌이 등장했다. 맷돌은 종이로 만들어졌고, 가운데로 콩을 넣으면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이 활동 전에는 비닐에 콩을 깔아놓고, 소리도 들어보고 만져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이 맷돌이 등장하고부터는 아기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활동이라 나도 신기해하며 쳐다만 봤다.


맷돌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바로 이 두부. 아이는 빵칼로 두부를 썰어보고, 손가락을 찔러보고, 손으로 뭉그러뜨리기도 하며 실컷 촉감놀이를 했다. 그런데 마음에 걸렸던 건, 두부가 생두부였다는거다. 선생님은 두부를 자리에서 바로 뜯어 오픈하셨다. 우리 아가는 다행히 먹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바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있을텐데(먹어도 되는 두부라고는 하셨지만) 재료를 데쳐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이렇게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집에서 두부로 촉감놀이를 해주는 경우라면 빨대를 비롯해 각종 조리도구를 동원해도 좋을 것이다. 뒤집개나 채망으로 눌러 보고, 숟가락이나 미니국자로 떠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개중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기억해두었다가 찰흙이나 모래, 물감놀이를 할 때 꺼내주면 좋은 아이템이 되어줄 지 모른다.


이 날은 월 1회 생태수업으로 올챙이와 개구리가 집에 찾아왔었다. 수업 계획안을 미리 받아보고 수업 전, 나는 선생님께 우린 눈으로만 보겠다고 말을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인간의 호기심과 놀이를 위해 관찰통 안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가는 책에서도 동물들이 나오면 손으로 쓰다듬는 아이인데... 선생님은 수업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구리를 활용할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 합리화 했다. 이유는 부끄러워서 말 안하련다. (이기적인 마음)
최대한 눈으로 보되 만지고 싶어할 땐 조심히, 살살, 놀라지 않게 만져야 한다고 아이에게 얘기해주었다.

 



다행인지 뭔지 아이는 생각보다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개구리가 폴짝 폴짝 뛸 때마다 엄마만 소리를 질렀다. 풀어놓은 올챙이들은 선생님이 숟가락으로 퍼서 종이컵에 옮기는(...) 활동을 알려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잘한건가 싶다. 여하튼 이 날은 개구리와 올챙이의 생김새와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들을 자연스럽게 익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날의 주제는 기억이 안 난다. 침까지 흘리며 물감놀이에 집중한 우리 아가가 제일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아이의 손과 발에 물감을 쭈욱 쭈욱 짜주셨다. 아이는 손에 묻혀진 물감들을 비비적 댈 때의 느낌이 좋은지 비비고, 또 짜달라고 하고, 비비고를 반복했다.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평소 선생님이 오시면 수업 내내 내 무릎에 앉아있기도 하는데, 이 날은 엄마에게 멀리 떨어져 앉아 물감에만 흠뻑 빠졌었다.

 



그나저나 너무 좋아하길래 "엄마가 물감놀이 준비 해줄게!" 라고 해놓고, 여지껏 못 해주고 있어 미안하네...😢 이제까지 물감놀이를 하고 나면 뒷처리에 혼이 쏙 빠졌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물감놀이 한 번 하고 나면 엄마 두 시간은 쉬어야 돼... 가능하니 아가...

참고로 물감은 KC인증, 천연원료로 만든 것들을 사용한다.


이 날은 생크림을 만져보았다. 다른 아이들은 믹서기를 이용하기도 하던데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이 거품기를 선택하신 것 같았다. 선생님과 함께 생크림을 휘저어보기도 하고, 조금 꾸덕해진 생크림을 와플 사진에 발라보기도 하고, 조금 뒤엔 부드러운 생크림을 손으로 맘껏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가 돌이 지났을 때니까 사실 조금쯤 맛보아도 되었을 때인데 한 입도 먹지 않아 좀 의외였다. 당연히 입에 가져갈 줄 알았는데.


이 날은 인형이 목욕을 하러 들어가기부터 하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해보았다. 하지만 이 때는 역할놀이에 아직 관심이 없었던지라 아쉽지만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하면 이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텐데.

좋았던 건 욕조에 들어가기 전 샤워볼을 이용해 몸에 비누칠을 하고, 하고 나와서는 수건으로 몸을 톡톡 닦는 일련의 과정들이 생략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는 것 같았다.


여러 집을 방문하시는 선생님은 말씀은 안 하셔도 코시국이 무서우실게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의 어린이집에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한창 떠들썩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 중 한 아이의 집에서 방문수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집도 비상 아닌 비상이 걸렸었다. 다행히 그 아이는 확진은 아니었고 자가격리 중이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2주 간 수업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가는 '선생님'이라는 말만 나와도 인터폰을 가리키며 저기로 선생님 얼굴이 보인다고 반가워 하는 앤데, 넘 아쉬웠다. 그런 일로 최근 2주 동안의 수업 내용은 내가 모른다. 사진은 마지막 수업 때의 장면이다.

 



아이는 모형 빵을 들고 있다. 선생님이 가방에서 제일 먼저 꺼내신 준비물이 저 모형 빵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고나서도 돌려주지 않아 다른 걸로 시선을 끈 뒤 아이가 모르게 가방에 쏙 넣어야 했다.
선생님은 오븐에 그려진 요리사 아저씨 흉내를 내며 식빵을 구워주셨다. 사실 이 날의 핵심은 빵에 눈 코 입(교재)을 붙여 엄마 아빠를 만들어보고, 딸기와 초코 소스를 뿌려 치덕거려보고, 식빵을 체망에 걸러 빵가루를 만들어보는 거였는데 이미 사진이 너무 많이 첨부 되어 넣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는 식빵에 물을 넣어 뭉쳐 만든 (엄마는 먹지 않았으면 했던) 빵을 열심히 입에 넣었다. 차라리 물을 넣지 않았을 때 먹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평소에도 빵을 좋아하는 애라 한 번 입에 들어가면 계속 들어갈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도 탁자에 올려둔 빵을 가리키며 더 달라고 나를 채근했다.

_
내일은 2주만에 선생님을 뵙는 날이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고 하며, 수업도 원래대로 다니고 계신다고 한다. 간만의 수업이라 아이가 더 반가워 할 것 같다. 보강은 내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반응형



우리 아이는 현재 16개월이다. 생후 3년이 뇌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이므로 나는 유아교육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방문수업은 원래 미술수업 그리고 체육수업으로 스케쥴을 짜려 했었는데 지금 듣고 있는 두 개의 수업이 다 마음에 들어 일단은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오늘 소개하는 '노래하는크레용'은 별 기대않고 시작했다가 발목잡힌(?) 케이스다.

노래하는크레용은 영유아 음악 미술 통합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스토리텔링과 음악 미술 퍼포먼스인데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음악과 미술이 연계되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선생님에게서 계획안을 받아보면 4주간의 수업 내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노크는 4주를 2주씩 나눠 하나의 스토리로 처음 1주는 음악 그 다음 1주는 미술 이렇게 수업을 한다. 음악은 카쥬, 핸드벨, 컵타, 공명실로폰, 리듬패턴과 같은 일상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악기를 수업 내용에 맞추어 연주해본다. 낯선 악기들이지만 수업 내용과 연관되어 진행되므로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 날은 놀이터를 주제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다. 아이는 아직 어려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선생님이 들고 있는 캐릭터에 더 흥미를 보였지만 선생님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의성어 의태어를 고루 사용하여 즐겁고 신나는 놀이터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려 애쓰셨다. 사진은 놀이터를 주제로 한 노래에 맞춰, 바구니를 뒤집어 엎은 후 마라카스박자에 맞춰 두드려 보는 것이다. 수업일이 오래 지나 정확히 어떤 박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뒤로 보이는 악기는 구슬이 시청각을 자극하는 레인보우쉐이커다. 시선을 사로잡게 생겼지만 우리 아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이 외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는 전부 다 까먹었다. 선생님 일명 똑똑쌤은 엄청 큰 가방에서 마치 도라에몽처럼 필요한 수업 재료들을 그 때 그 때 꺼내신다.


이 날은 호박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잘린 사진 뒤로 호박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주머니는 같은 색깔 주머니에 넣어보게끔 만들어져 색깔 인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날의 악기는 핸드벨과 투톤귀로였다. 투톤귀로는 호박 노래에 맞추어 두드리고 긁어보며 소리를 듣고, 사진에 나오지 못한 핸드벨로는 "호!박!"이라는 노래의 음에 맞춰 높은 도와 낮은 도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오선을 나타낸 호박넝쿨을 통해 줄 칸 개념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같은 색 호박에 핸드벨을 놓고 각각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아이가 16개월인데 벌써 이런 수업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학습이 아니고 놀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싫어하면 다른 걸 꺼내 보여주면 되고 아예 수업을 거부한다면 선생님과 까꿍놀이와 같은 상호작용을 하면 된다. 처음부터 나는 아이에게 가르치려는 마음이 아닌 그저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높은 도와 낮은 도는 당연히 구별하지 못해도 된다. 다만 말 못하는 아기가 실로폰에 흥미를 가질지 투톤귀로에 흥미를 가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는 주고 싶은 것이다.


일주일 후 호박이 다시 찾아왔다. 이 날은 쿠키생지에 호박 모양 쿠키틀을 눌러 실제 쿠키를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를 위해 선생님이 미니오븐을 가지고 오셨다. (매주 '그저 떼운다'는 느낌 없이 수업이 준비되는 점이 참 좋다.) 오븐에 들어간 쿠키가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갖출 때까지 아이는 호박씨로 촉감놀이를 했다.

촉감놀이를 할 때마다 아이가 좋아하니까 평소 집에서도 자주 해주고 싶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미안하다. 키즈카페에서도 편백나무존을 그렇게 애정하는데 하다못해 두부 한 번을 못해줬네.


안타깝게도 완성된 쿠키는 아이가 좋아하면서 멀리 가지고 가버려 사진이 없다. 아, 참고로 아이 옷은 수업시 더러워질 수 있으니 지저분해져도 되는 옷이나 미술 가운을 입혀달라는 사전 안내를 미리 듣고 입힌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수업할 때 늘 내 무릎에 앉는다. 아무래도 주1회 30분 수업이다보니 선생님이 오시면 좋기는 하지만 엄마는 있어야 되나보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금세 쫓아와 무릎 강아지 하는 우리 아가.

나는 아이에게 이 날 쿠키를 처음 먹여보았다. 아주 살짝 느낌만 보라고 준거였는데 쿠키를 양 손에 들고 엄마 피해 도망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결국 그 날 세 개 정도의 쿠키를 전부 다 먹었다. 엄마가 한 입만 달라고 부탁해도 도리질을 하며 혼자 다 먹었다. (그러다 한 입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이 날의 주제는 젖소와 양이었다. 젖소와 양의 울음소리를 노래를 통해 들어보고 울음소리를 2분 음표와 온음표의 음가로 연주 해보았다. 사용한 악기는 롤리팝탬버린과 탬버린, 키즈드럼 그리고 손에 있는건 뭔지 모르겠다. 이 전에는 부직포로 만든 양에 복슬복슬한 털을 붙여주고, 소에게는 스포이드로 빨아들인 까만 물감을 뿌려 얼룩무늬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우리 아이는 다른 무엇보다 스포이드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까지 누르면 나간다 라고 알고 있었을건데, 이건 누르면 빨아들이니. 그래서 이 날은 선생님이 스포이드를 두 개 남겨주고 가셨다. 예전엔 물감 푼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넣고 한창 촉감을 즐기던 아이를 위해 수업이 끝나고 대야에 그 물을 옮겨 담아 계속 놀게 해주었던 적도 있다. 그 때처럼 열정적으로 몰입하지는 않았지만 신기했나보다.


노크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미니오븐에 호박 모양 쿠키를 구워주질 하질 않나 장갑에 우유(인지 흰 물감인지)를 담아 소젖을 짜보게 하질 않나. 처음에는 통통한 장갑을 만져보기만 하다 선생님이 장갑 끝을 조금 달라주시자 본격적으로 우유를 짜보았다. 어른인 내가 볼 땐 흥미로워 보이는데 정작 우리 아이는 시큰둥 했지만... 아마 소젖을 짠다는 느낌보단 장갑을 누르니 흰 물이 나오네 이 정도로만 이해한 것 같았다. 하긴 소젖을 짜는 모습을 먼저 본 적이 있었어야 뭐가 뭔지 알지.


이 날은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벚꽃 등 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지금 풍선으로 제작된 폭죽교구를 이용해 꽃잎을 날려주고 계시고 있다. 뻥! 소리가 나며 하늘로 솟구치는 꽃잎이 아름다웠다. 아이가 교구를 만져보았을 땐 뽕! 소리와 함께 한 두개의 꽃잎이 하늘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귀여워흑흑) 이 전에는 속이 텅 빈 꽃모양 그림에 물을 묻힌 플레이콘을 붙여 나만의 꽃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참고로 플레이콘은 옥수수전분과 식용색소를 이용해 만들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플레이콘에 큰 관심이 없어 이 활동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가 선생님을 기다리는만큼 나도 수업을 기다린다. 우리 아이를 예뻐해주시는 모습과 알찬 시간이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나도 잠깐이나마 힐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동화구연이라던가 위와 같은 꽃을 주제로 한 수업은 더더욱 그렇다.

시간체크는 수시로 한다. 근데 눈 한 번 깜빡 하고 뜬 것 같은 3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아 늘 아쉽다. 한 달에 4번, 주1회 수업에 120,000원이면 하루 30분이 30,000원인데 4-50분 수업은 선생님이 힘들어서인가. 그래서 수업 시간에 늦으시거나 할 때엔 나도 모르게 좀 예민해진다. 늦으신만큼 보충은 해주고 가시지만 일찍 오셔서 최대한 늦게 가셨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마음이...


1주차 음악시간이었다. 당근밭에 가고 싶은 토순이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직접 당근을 뽑아 토순이와 신호등을 건너 당근밭(엄마)에 도착해야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의 쉼표, 음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신호등인데 사진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미 첨부된 사진이 너무 많아 생략하려 한다. 실제적이고 큼지막한 신호등을 건너며 아이는 즐거워했다. (내게 건너오는 순간의 사진들이 다 웃고 있었다) 갑자기 주저 앉아 바구니에서 당근을 꺼내려고 할 때 선생님이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하셨던 말도 기억이 난다.

2주차 미술시간에는 당근 그림에 크레용으로 색칠을 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찐당근을 빵칼로 잘라보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아주 푸욱 익혀왔는지 쉽게 잘렸다. 나중에는 그런 당근을 손으로 으깨보기도 하고 짤주머니에 넣어 당근즙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선생님과의 밀도 있는 상호작용으로 아이는 이 날도 참 즐거워 했다.

_
수업은 진행중이다. 이번 주는 여러 크기의 을 이용하여 놀았다. 교구와 악기를 이용하여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배워보는 시간이었다고 다른 분께 들었는데 글쎄 난 그것까진 모르겠다. 그리고 수업 준비물이 간소한 편이라 이번주는 내심 걱정 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선생님은 간단한 재료만으로도 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이끌어내셨다. 새삼 선생님을 잘 만나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는 스터드럼(스터실로폰드럼)이라고 하는 악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음계가 표현되는 악기인데, 말렛이라고 하는 봉을 드럼 안에 집어넣고 휘리릭 돌리면 맑은 실로폰 비슷한 소리가 난다. 우리 아기는 처음 보았을 땐 시큰둥 하다 나중에 제 손에 악기가 쥐여졌을 때 스스로 소리를 내보곤 뒤늦게 흥미를 가졌다. 이처럼 노크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닌 조금은 생소한 악기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참 좋다. 다음 주는 미술수업이다. 5월 계획안을 꼼꼼이 살펴보지 못해 준비물 및 수업내용은 아직 모르겠으나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이면 무엇이든 아기가 좋아할 것 같아 나도 벌써 기다려진다.

수업을 시작한 지는 지금 5개월이 되어가는데 아이가 '선생님'소리만 들으면 인터폰을 가리킬 정도로 방문수업을 기다리게 되어,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면 자다 깨서 기분이 언짢을 때도 함박웃음을 보여주어, 짧은 시간이나마 하루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수업이라고 생각하여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반응형

 

몬테소리란? 유아의 발달 수준과 흥미, 동기와 욕구 등을 중요시하는 유아 중심 교육이자, 여러 영역에서의 균형 있는 발달을 추구하는 전인 교육이다. 센터에 다닌지 6개월 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문화센터, 방문수업 모두 통틀어 몬테소리를 하길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

몬테소리의 창시자 마리아 몬테소리 여사는 "새로운 교육이란 아이들을 존중하고 어린이의 존재 그 자체를 발견하는 것이며, 그 다음으로는 어린이가 성숙하기 위해 나아가려 할 때 필요한 도움 즉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어린이는 어른과 다르다는 원칙을 가지고, 정서적, 지적, 신체적으로 고루 키워져야 할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 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몬테소리 라고 하면 할 말이 너무도 많은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그저 일상생활에서의 몬테소리를 돕기 위해 배우려고 다니는 것이라 생각나는대로 이야기 해보겠다.


몬테소리의 교구는
1. 오류의 정정
2. 개념의 고립화
3. 심미성
4. 개별성
5. 미래를 위한 학습 준비
로 정리할 수 있다. 몬테소리의 교구에는 여타의 장난감과 다르게 지나치게 알록달록한 색과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아 스스로 색과 크기 형태에 따라 분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스스로 오류의 정정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하나의 특성만을 고립시켜 교구를 만들었다.

 



사진에 나온 긴 천을 뽑아내는 작업은 도르래를 돌려 다시 안으로 집어넣는 과정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센터에 갈 때마다 늘 이건 꼭 하고 오고, 다른 걸 하다가도 이 교구로 향하는걸 보고 나는 내심 걱정했다. 다른 교구들은 '실수투성이'니까 쉬운 문제만을 찾아 푸는 건 아닌가 해서. 스스로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끈기와 인내를 감내할 수 있길 바랐다. 지금은 아이가 저 작업에서 물체의 투과성과 탐색의 기쁨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센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손 씻기다. 어른이 흔히 가지기 쉬운 오류는 아이는 유약하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음에도 무엇이든 차단하고 보는 것이다. 8개월 아주 어릴 때에는 내가 안고 씻겨주었지만 13개월인 지금은 "쓱싹쓱싹"이란 말에 어설프게나마 스스로 손을 씻는다. 이것 또한 스스로를 완성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우리 아이가 사회에서 인정 받고 성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존감과 집중력, 타인에 대한 배려다. 교구를 여러 번 반복하다 결국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 그것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존감이 되고, 구멍 안에 빨대를 꽂아보며 발휘하게 되는 집중력은 훗날 수학문제를 풀기 위한 원천이 되며, 교구 작업을 하기 전 꼭 러그를 깔고 그 위에서만 하는 이유는 정해진 공간을 정해놓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이기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무의식적으로 배울 수 있다. 감각 발달의 민감기에 무의식적으로 흡수하는 여러 현상들을 통해 질서감, 정확성, 끈기와 인내 등을 배우고 있다고 믿는다.


교구는 한 번에 하나만 선택한다. 선생님은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보여주고, 이 때 말은 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쉽지 않은 이 시기 아이들은 집중력이 오래 가지 않아서 다른 교구들에 마구 흥미를 보일 수가 있는데, 선생님은 그런 아이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고, 늘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신다. 아이가 교구 하나를 집어들면 선생님은 늘 매트 위로 가지고 가자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또 천천히 순서를 정해 의식적으로 정확하게 보여주신다.

처음 센터에 갔을 땐 너무 조용한 것 아닌가 싶어 걱정했는데 아이가 교구 활동을 하는 동안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기 위해 또 집중해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임을 이제는 안다.

 
사진 속 아이는 유리병에 돌돌 말린 종이를 넣고 있는 것이다. 처음 아이는 입구조차 찾지 못했다. 그리고 찾더라도 찾은 순간, 손에서 종이를 놓쳐버리기 일쑤였다. 허나 지금은 종이를 너무 짧게 쥐었다 싶으면 고쳐 쥐기도 하면서, 처음과는 다르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성공시킨다. 같은 활동을 선생님의 도움 없이 집에서 내가 오롯이 지도했다면, 아이의 진지하고 인내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잘했을 땐 칭찬과 박수를 치고, 틀렸을 땐 지적하고 정정해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잘한다는 것에 몰입 하면서 잘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하거나 실수를 두려워하는 성향을 갖게 될 수도 있는데, 알면서도 부모에게 이건 자제가 어려운 부분이라.. 그래서 실수해도 정정할 수 있고, 그렇게 했을 때 스스로 성취감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몬테소리 교육 과정에는 5개의 학습 영역이 있다.
1. 수교육
2. 언어교육
3. 문화교육
4. 감각교육
5. 일상생활영역


우리 아이는 아직 13개월, 센터에서도 가장 어리기 때문에 아직은 일상생활영역을 통해 기본 운동, 운동조절능력, 주변환경과 스스로에 대한 배려 등을 키우고 있다. 이를테면, 위에서 언급한 손 씻기는 아이 스스로에 대한 배려이자 청결함을 보여줌으로써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다. 인사와 옷 정리도 마찬가지다. 또한 운반하기, 숟가락으로 옮기기, 집게로 옮기기 등의 여러 작업은 소근육발달, 눈손협응력, 감각발달의 세련화를 도울 수 있다. 몬테소리 덕인지 그저 발달과정인지 러닝타워에 올라온 아이는 설거지 하는 엄마 옆에서 계속해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찾아내서 하곤 한다.

 



사진은 블록으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열린 교구이므로 아이가 힘들어 한다면 쌓기 활동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아이와 나는 수업에 함께 들어간다. 그래서 간혹 눈이 마주치거나 아이가 활동 중 어려움을 겪으면 내 품에 와 안정을 취하고 다시 돌아간다. 위 사진은 몰래 사진을 찍다가 들켜서 서서히 다가오는 장면이다.


모자이크를 해도 증맬 귀욥구나.
센터에 다니면 자연스럽게 몬테소리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책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을 읽게 되어 여기에 공유하려고 한다.


우리의 "잘했어요"가 독이 될 수도 있는 이유.

·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줄 때 거래의 도구로 칭찬만을 하게 되면 아이를 조종하는데 이용하는 격이다.
·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 묶여 흥미도가 떨어지고, 잘해야 한다는 위압감도 갖게 되면서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상실된다. 즉, 성취도가 낮아질 수 있다.
· 무언가를 하고나서 기쁨 보다는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엄마를 안심시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 칭찬중독자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잘했어요" 같은 칭찬보다는 구체적으로 뭘 잘했는지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과한 칭찬보다는 피드백을 주자.


똑같은 색이 두 개씩 놓인 이 촉각기둥은 각 색마다 촉감이 다르다. 부드럽고, 까끌까끌하고, 미끈미끈 등. 이 외에도 입체도형, 모형상자, 도형(모양)퍼즐, 방향막대, 직선기둥 등 토들러만 해도 그 종류가 10여종이 넘는다.


요즘 사람 얼굴 좋아하는 우래기. 마리아 몬테소리 여사의 사진을 계속해서 가리킨다. 선생님은 이 분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나 고민이 되셨다고 한다..

_

본의아니게 글이 길어져 버렸는데 처음엔 다양한 교구를 많이 만져봤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도움이 잠재력 발달에 장애가 되니까 스스로 자라날 수 있도록 인형처럼 대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 또, 난 아이를 오냐오냐 하는 편에 속하는데 아이의 통제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는데도 아이가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자유개념을 저버리는것이고 그 결과는 무질서한 아이를 만드므로 아이에게 무제한의 자유가 아닌 제한이 있는 자유를 주려고 한다. 그렇게 자유를 존중받고, 스스로 선택과 실패, 도전을 반복하면서 자존감 높은 아이, 주도적인 아이,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아이,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