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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크레용 8월1주차 / 동글동글 포도, 뾰족뾰족 딸기 본문

유하우스/엄마표놀이 & 유아수업 👩‍👦

노래하는크레용 8월1주차 / 동글동글 포도, 뾰족뾰족 딸기

유하우스 2021. 8. 5. 02:24



휴가로 인해 저번주는 수업이 없었어요. 단 한 주 빠졌을 뿐인데 기나긴 공백이 있었던 것 같네요. 선생님을 보자마자 아이는 잊지 않았다는 듯 해맑은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했어요.

8월 첫 째주 수업. 아이가 18개월에 들어서고 받은 첫 수업이에요. 언제나 그랬지만, 재접근기에 들고부터는 말그대로 '무섭게' 크고 있어서 주어진 재료들을 다른 태도로 바라볼까 아닐까 참 궁금했어요.


수업은 과일 이미지를 설명해주시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오른쪽 노란 판에는 물티슈 캡이 붙어 있는건데요. 열고 닫으며 그 안의 이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거예요. 왼쪽의 사진 8장과 똑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서로 비교해 보는 과정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 물티슈캡을 이용한 놀이는 엄마표놀이에서도 되게 유명하거든요. 진작 해주었어야 했는데 저는 아이가 18개월이 될 때까지 이거 하나 안 만들어주고 뭐했나 모르겠네요. 이 놀이는 물티슈 캡 안에 단추나 막대기, 폼폼이, 골판지, 수세미 등 촉감이 다른 것들을 넣고 아이가 열고 닫으며 원하는 것들을 만져보게 하거나, 모양·색깔·이미지 분류를 하기도 하고, 까꿍놀이를 해볼 수도 있어요. 아이 인지 발달은 물론 소근육 발달에도 좋은 놀이랍니다. (근데 왜 나는 여지껏...) 만들기 쉽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저희 아이는 글루건으로 아무리 강력하게 붙여도 온 힘을 다해 다 뜯어낼 것 같지만, 그래도 해 줘 보려구요.


위에서 봤던 과일 친구들 중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딸기와 포도>였어요. 사진은 동글동글 포도가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온 몸으로 표현하시는 와중에 저희 아이를 만나 덥석 끌어안으시는 모습이에요.

저는 이렇게 아이를 꼬옥 안아주시거나 안아서 들어 올려 주시는 스킨십을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생길 것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에요. (물론,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의 적정 수준의 애정표현에 한함)

포도가 데굴데굴 구른다는 것을 표현하신 이유는 앞전의 스토리텔링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며칠 됐다고 내용을 고새 다 까먹었네요.


데굴데굴 구르는 포도에 이어 이번엔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핀벨이 등장했어요. 아이는 말렛으로 스핀벨을 스치며 벨소리를 들어보고 있어요. 이 스핀벨이라는 것은 도레미파솔라시도 8음이 있구요. 소리가 쨍하지 않고 아름답고 맑아요.

 


아, 좀 뜬금없다구요? 노크의 음악수업 날 악기들은요. 악기에서 주제를 떠올릴 수 있게 하거나 박자와 소리를 익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포도와 스핀벨의 공통점이라고는 '빙글빙글 돌 수 있다' 정도이지만, 매번 주제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악기를 어찌 만져보겠어요. 악기는 한정적인데요.

뭐가 됐든 이 시기엔, 악기를 만진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트라이앵글을 친다고 해도 신체의 최소 두 부분 이상은 다른 방식으로 조작해야 하니까요.


포도가 다시 등장했어요. 삼각자료판에 보라색 폼폼이가 송알송알 포도 모습을 하고 있네요. 폼폼이 뒤에는 벨크로가 붙어 있어 아이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포도의 실물을 보여준 적이 없네요. 그래서 관심이 덜했나봐요.

선생님이 포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실 때 아이는 갑자기 스핀벨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그 위에 폼폼이를 하나하나 올리더라구요. 위로 올라가 스핀벨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뚫린 부분이 뭔가를 넣어보고자 하는 욕구를 이끌어냈나봐요.


노크의 스토리텔링은 수업의 도입부에 나오거든요. 이 날도 어김없이요. (수업 내용을 다 적을 수 없어 생략했어요) 그래서 이 날의 스토리텔링은 포도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에 딸기가 나오더라구요. 동그란 포도와 대비되어 도형 인지력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포도를 닮은 보라색 동그라미, 딸기를 닮은 빨간색 세모는 처음엔 삼각자료판에서 뗐다 붙였다를 하면서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나비도 만들어보고, 애벌레도 만들어보다가 흥미가 떨어진 것 같을 때쯤 발판으로 탈바꿈이 됐어요. 씩씩하게 징검다리 건너듯, 걷고 있네요.


이제 마지막, 포도를 닮아 동그란 롤리팝드럼이에요. (사진엔 없지만 딸기를 닮은 트라이앵글도 있었어요.) 이제는 선생님이 하시는 행동을 정말 잘 따라해서 꼭 어린이 같아요. 이 날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여담] 서두에 잠깐 언급했다시피 아이에게 재접근기가 왔어요. 재접근기란 엄마와 본인이 분리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신뢰감과 안정감을 받고 싶은 동시에 독립하고 싶어하는 시기를 말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싫어', '아니' 와 같은 표현이 정말 많아졌어요. (얼마전엔 요리 하고 있는 제게 '맘마 안 먹어'라고..) 하루종일 불려다녀야 하고, 소파에 잠깐 앉을 수도 없어요. 하루 세 네 시간 정도가 아니라 아이가 깨어 있는 열 시간이 넘게요. 마의 18개월, 욕 나오는 18개월이라고 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더 했어야 했나봐요. 신생아 때로 돌아가는거라고 생각을 해도 힘드네요.

왜냐하면 그 땐 체력이 있었으니까요. 1년 반동안 저는 제 체력을 아기에게 다 썼어요. (그래서 지금은 없는 시간 쪼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있답니다) 요즘은,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아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과연 내가 살아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물론, 아이는 정상적인 발달 단계를 잘 겪고 있는 거고 아이로 인해 저는 여전히 너무 행복하지만, 재접근기는 제 안의 아이를 토닥이느라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부디 잘 크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시기를 겪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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