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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 있는 미션계 여학교 성마리아나 학원. 그 곳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학생회와 거부할 수 없는 유행처럼 매력적인 연극부가 있다. 여학교다보니, 안경 쓴 모범생 사춘기 소녀들에게도 '왕자님'이 필요했는데 학교의 대대적인 연례 행사나 축제를 치를 때 당연히 제껴두고 진행을 하는게 당연했던 저 멀리 먼지 쌓인 '독서 클럽'의 왠지 모르게 멀리하고 싶은 소녀들이 느닷없는 일을 벌임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독서클럽'에서 기억해 두어야 할 이름은 단연 '아자미'다. 그녀는 못생기고 조용해서 학교에서 밀려났지만 성적은 톱을 달리는 독서클럽의 부장이다. 그녀는 17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문필가였던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 (1619~1655, 기형적으로 큰 코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
1976년 6월 호에 발표한 이 작품은 그 해 신인상과 제 75회 아쿠타가와상을 동시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 문학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무라카미 류의 처녀작이라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서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현재의 명성과는 걸맞지 않게 이 작품이 처음 출간 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큰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인간의 내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고뇌와 회한도 담겨있지 않은 작품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 청춘들의 끝모를 비애를 느낀 건 비단 나를 비롯한 소수 뿐이었다는 말이 되나. 1970년대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엔 무려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으며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 취급을 당했..
제 12회 보일드 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직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저자를 한껏 녹여낸 듯한 여주인공이 25살의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소녀같은 이유는 도쿠나가 케이가 순수한 감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순정 만화 여자 주인공과 마흔 여섯살 아저씨가 실제로 눈 앞에 팔랑거리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생동감 넘치는 말과 행동이 여느 책보다 풍부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산업 스파이 앞에서 발을 헛디뎌 만화 원고가 우수수 쏟아지는 장면이라던가, "인생은 하룻밤의 쇼같은 거리고 생각해" 운전대를 돌리는 그의 무심한 옆모습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노련한 표정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자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비밀을 갖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된 ..
2014년 국내 개봉 된 데이빗 핀처 감독의 는 극장 상영 후 관람객들의 높은 평점과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나도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멍한 상태로 조용히 극장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로 데뷔한 길리언 플린은 전 작품 영화화 확정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피가 난무하지 않는 서스펜스를 쓸 수 있는 작가(월스트리트저널)'라는 극찬에 걸맞게 그녀의 이야기는 더없이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여성들만의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에서 주인공 역을 소화한 배우의 온화하지만 지독하게 차가운 표정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리는 걸 보면 저자는 에서의 아도라와 카밀에게도 '양날의 칼'을 쥐어준게 틀림없다. 그들은 3대에 걸쳐 모녀간의 애증이 비극..
갈수록 삭막해지고 냉정해지는 세상의 안과 밖에 끼어 희망의 지평을 노래한 작가 13명이 뭉쳤다. 시대의 회상과 현실의 부조리함을 동시에 이야기 하는 30대와 40대들의 대조적인 시선이 신기했으며 작가 소개란의 생년월일을 참고 하면서 작품을 비교하는 맛이 썩 흥미로웠다. 이토록 다양한 관점들은 음식을 가져오기가 용이한 뷔페에서 떠먹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단편소설 모음집이 가진 나른하고 편안한 색조가 하나 하나의 작품에 애착을 갖게 했다. 형용하기 어려운 그들의 공통적인 아름다움을 차치하고 지금 나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작품은 서진의 '홈, 플러스'와 김곰치의 '졸업'이다. 무조건 악보대로 완주해야만 좋은 곡이라는 선생님의 호통이 피아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앗아가버린 한창훈의 '그..
독일에서 550만 부가 판매 된 의 저자 인드레아스 프란체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 다니엘 홀베는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이어 받아 집필하게 된다.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전형은 특유의 몰입감을 독자에게 달콤하게 선사한다. 안드레아스 프란체의 글은 조금 더 잔혹하며, 글 솜씨가 상당하다는데 다니엘 홀베의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현지 반응과는 다르게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실망스럽다는 평판을 받았다. 율리아 형사를 처음 접한 나는 그녀가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임을 처음 알았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내용 전개를 책임지느라 주인공이 병풍이 되어버린 느낌? 자신의 사건전담반을 비롯해 병드신 아버지를 돌보지 못하는 데에서 율리아의 ..
책을 읽기 전 책 뒷 장에 간략하게 쓰여진 책 소개를 먼저 읽고 나는 처음부터 그녀를 떠올렸다. 정의, 올바른 것. 그것으로 인해 상처 받는 타인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냉혈한. 책 속의 노리코는 도를 넘는 정도였지만 내가 떠올린 그녀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싶을 뿐이지 충분히 도를 넘어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아니, 어쩌면 어느 부분에서는 노리코보다 더 악할지도 모른다. 노리코는 아예 융통성이라고는 배제하고 모든 것에 정의를 가져다 댔지만, 그녀는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이 올 것 같으면 기지를 발휘해 융통성 있는 행동을 해 보이곤 했다. 자기는 늘 피해받지 않고,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어 놓았다. 노리코는 자신의 딸이 잘못을 해도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딸보다 정의의 ..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 144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니시무라 겐타의 소설 . AKB48의 멤버 마에다 아츠코가 열연한 의 감독은 아츠코와 함께 꿈도 희망도 없는 간타를 극장에 노출시켰다. 를 본 적이 있는데 극 중 주인공인 다마코 역시 만화책을 읽는 일 빼곤 딱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버리는 한심한 취업준비생이다. 계속해서 이러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다마코와 간타 같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기감을 동시에 일깨워주고 싶은 것 같다. 간타는 하루 하루 일용직 노동으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중졸 학력의 청소년이다. 학교를 싫어하거나 딱히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었던 간타에게 아버지의 성범죄는 자신 뿐만이 아닌 가족 모두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무슨 일을 해도 '성범죄자 가족' 이라는 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