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는 아이와 바람 쐬러 올림픽공원에 갔어요. 마침 오늘은 날씨가 몹시도 좋았답니다. 따뜻하고 쌀쌀한. 바람이 불고, 구름은 선명한 그런 날이었어요.

이제 봄이잖아요. 지인인 다른 엄마들이 벚꽃, 개나리 사진을 많이도 보내왔어요. 사실 전 꽃 관심도 없어요. 근데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대 가득 안고 올림픽공원에 발을 디뎠답니다.

택시에서 내리니 장미광장이 가장 먼저 보였어요. 구름은 꼭 그림 같은데 아래는 아직 스산하죠. 아직 장미는 피지 않았어요.


장미가시만 잔뜩 구경하며 걸었어요. 입구 쪽에 미세먼지, 강수확률, 오늘의 날씨를 차례대로 보여주는 전광판이 눈에 띄었는데 오늘은 비도, 미세먼지도 없는 날이라고 하더군요.

걸었어요. 계속 걷고,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게 보이면 같이 가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또 걷고. 꽃은 많이 피지 않았었어요. 벚꽃? 드물게 피어 다른 엄마들이 귀중해서 보내준 것이란 걸 이제야 알았고요.. 그렇게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들이 아름다워 보일때마다 눈에 가득 담았답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그런 시간이었던지라 슬쩍 출출해져서 아이와 카페에 들어갔어요. 저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아이는 블루베리 머핀과 뽀로로 음료수를 마시며 배를 채웠네요. 우리 빵순이 아가, 빵을 무지하게 좋아해요.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서 치우는데만 한참 걸렸던 자리를 원상복구 시켜놓고 밖으로 나왔어요. 콘서트 홀이 바로 옆에 있었고 그 옆에 천막을 쳐 놓은 곳이 있었는데 거기 연예인들의 손자국을 본따 만든 것들이 많길래 그 위에 손을 가져다대보며 놀았어요. 아이는 천막 안에 우리만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만져보면서 한참을 머물고 싶어하더라고요. (카페 위치는 장미광장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오다보면 있어요. 한 3분만 걸으시면 될듯요)

나와서 또 걷다보니 새가 보였어요. 아이는 새를 좋아해요. "짹짹!!!"


아니 그러고보니... 이 따스한 봄날, 아이가 겨울부츠와 패딩을 입고 있네요. 혹 춥지는 않을까 패딩을 입힌 엄마와 겨울 부츠에 아직 미련을 놓지 못한 아이의 컬레버레이션입니다.

어쨌거나 비둘기들은 쫓아가니 날아갔어요. 이 이후로도 아이와 저는 발 닿는 곳 어디든 목적지 없이 자유롭게 걸었어요. 넓은 주차장, 밤나무 밑, 웬 큰 돌덩이 앞에서 한참씩...

그리고 계단오르내리기도 도합 열 번은 한 것 같아요. 엄마 손 꼭 잡고 올라갔다가, 엄마 손 꼭 잡고 내려오기를. 언젠가는 혼자서 할 일이라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었네요.


이런 사소한 것들로도 오래도록 잘 놀아요. 이래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장난감이 필요가 없다니까요. 나뭇잎, 돌, 안전콘, 계단 등 모든게 다 장난감이에요. 그리고 바람도 맞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강아지도 새도 보고, 날아가는 비행기도 보고.. 책에서 백 번 보던 거 직접 몸으로 겪는거 보니 속이 다 시원했던 거 있죠.


물론 동굴에 내내 숨어있다가 일 년만에 나온 건 아니지만 요즘 날이 풀려 더욱 나오고 싶었던지라! 행복감이 배가 되어 표현이 오버스러워지네요.

아쉽지만 어느덧 아이 낮잠시간이 되어 발길은 돌릴 수 밖에 없었어요. 아이는 안아주자마자 포옥 안겨 잤고요. 졸렸나봐요. 스르르.. 단 몇 분만에 딥슬립한 아이를 껴안고 저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4월 초에요. 이제 일주일 안에 벚꽃이 피겠어요. 원래 꽃 관심도 없는 사람입니다만 이번엔 보려고요. 만개한 벚꽃 봐야겠어요. 아니, 보여주고 싶어요.

마스크 벗고 돌아다니면 참 좋을텐데 그거 하나 아쉽네요. 올림픽공원 공기가 좋던데.. 여하튼, 코로나로 인해 울적했던 마음, 그리고 육아로 인해 지쳐있던 마음, 자연이 주는 선물에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짧게 왔다 가는 반가운 손님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저도 아이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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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에만 콕 박혀있는 아이가 안쓰러워 오늘은 남편과 맘 단단히 먹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늘이 두쪽 나도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겠다고요. 모처럼 낮에 바깥바람을 쐰 아이는 좋아서 소리를 지르고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더군요.

오늘의 목적지는 올림픽공원이었기에 근처 맛집을 폭풍검색 했어요. 근데 "홈수끼?"

처음 들어봤는데 '맛있는 녀석들'이란 TV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연예인들도 많이 다녀간 맛집인 모양이에요. 저희 아이도 샤브샤브를 잘 먹으니까 오늘은 여기에 가기로 했어요.





주차는 발렛파킹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어떻게 오셨냐는 물음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걸어 예약했어요. "아기 의자 준비 해드릴까요?" 세심함에 감사했네요.


위 사진은 들어가자마자 왼편으로 보이는 모습이고 저희는 직진하여 들어갔는데, 저희 바로 앞에 금장그릇수납이 눈에 띄었어요. 사진으로 보이는 큰 도자기도 인상적이지 않나요?


자리에 앉으면 일단 상차림을 먼저 해주십니다. 그리고 저희는 차례를 지키는 것처럼 그 후 천천히 메뉴판을 펼쳐보았는데요.

 



얼마로 보이시나요? 저는 이게 백원 단위까지 적은 것이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22만원, 29만원, 49만원인지 알았지 뭐예요. (농담아님) 그래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사장님은 오늘이 선거, 공휴일이기 때문에 런치가 안 되고 디너코스를 시키셔야 한다고 알려주셨는데 지금 디너가 중요한게 아니고요 사장님..


'혹시 2인에 22만원?! 그래도 너무 비싼데...' 평소같으면 물어봤을거예요. 근데 이전에, '티비에 나온 곳', '연예인들이 많이 가는 곳' 따위의 생각에 매몰됐던 것 같아요. 저는 이게 십만원 단위의 가격일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디너 가격은 위 사진의 런치보다 당연히 더 비싸요. 남편에게 "나갈까?"라고 물으니 남편은 그냥 먹자고 했어요. 아니, 이 돈이면 튼튼영어 4개월 교육비보다 비싸다고!


저희는 디너B코스를 주문했어요. 디너B코스는 <스프+샐러드+모듬채소+소고기등심+모듬해물(키조개, 가리비, 새우, 소라, 낙지)+칼국수or죽+후식(파이or커피 또는 매실차)>에요.

채소 보시면 하얗고 동그란 거 있죠. 노루궁뎅이래요. 처음 먹어봤는데 평범한 버섯맛이더라고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간은 세지 않아요.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고요. 이게 '담백'하다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네요. 부모님 모시고 오면 좋을 것도 같았어요.


소스는 왼쪽부터 해산물, 고기, 채소 순입니다. 참고로 왼쪽은 겨자맛이 났어요.

그런데 저 이게 일인당 33만원인 줄 알아서요. (진짜 농담아님) 원래 채소를 잘 먹는 편이 아님에도 이 날은 그릇의 바닥까지 보이게 싹싹 먹어치웠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보통의 버섯들은 아닐거야... 분명 이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야채들일거야... 하며...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데 그 때 뭐에 홀렸었나😑

고기와 야채는 신선했어요. 온갖 종류의 버섯을 다 먹었는데 절로 몸이 건강해질 것 같았어요. 참, 식전에 나온 야채수프와 샐러드도 맛있었고요. 샐러드는 시든 것 하나 없이 싱싱했답니다.


먼저 야채를 먹고, 고기를 먹고, 그 다음 칼국수를 먹었는데요. 색깔이 이래서 달리 다른 맛이 나나 기대했는데 그렇진 않더라고요. 보시면 칼국수 안에 단호박이 들어가있어요. 단호박이 먹기 좋은 식감에다 달고 맛있었네요.

 



25개월 아기는 고기 빼고 별로 먹은 게 없어서 따로 야채죽을 시켜주었어요. 원래 샤브샤브집 죽을 잘 먹지 않는데 이 집 건 잘 먹더라고요. 🤔

먹는 중간에 다른 손님들이 나가며 11만원을 계산하시는 소리를 듣고 저는 무릎을 탁 쳤어요. 진짜 바보가 따로 없어요. 비로소 웃음을 되찾고 그제야 마음 편하게 밥을 먹었답니다.





어느정도 배가 차서 이제 일어나기로 했어요. 남편과 아이는 나가있고 제가 계산대 앞에 서 있는데 사장님이 헐레벌떡 뛰어오셔서는 디저트 드시고 가시라 하시더라고요. 괜찮다고 하니 그럼 포장이라도 해드린다며.

그렇게 받아든 디저트는 단호박 파이였어요. 홈수끼 가시는 분들, 디저트 꼭 드세요. 이거 파는 거라면 쟁여두고 먹고 싶은 정도에요. 샤벳처럼 차가운데요. 단호박의 퍽퍽한 식감이 아닌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 식감이에요. 여튼 꼭 드셔보세요?🙏





가격은 7만 3천원이 나왔어요. 73만원인 줄 알고 먹는 내내 얼마나 맘졸였는가. (저 혼자였다면 정중히 말씀드리고 나왔을텐데 남편 왈 결혼기념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먹자고) 나와서 얼마나 웃었는지.

결론 :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 사장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심, 모든 음식에 간이 세지 않아 부모님 모시고 가기 좋음, 단체석 있어 모임 장소로도 좋을 듯.

나와서는 바로 올림픽공원이라 좋은 날 만끽하며 기분 좋게 걸었답니다. 다음에 올림픽공원에 또 오면 또 가고 싶어요. 참, 여기 랍스터와 와인도 팔아요. 소중한 사람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라고 마무리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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